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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 운명의 일곱 가지

2007.02.01 00:14

Mr. J 조회 수:1550 추천:5

extra_vars1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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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총성과 함께 니들즈의 정장 재킷 안에서 연기가 새어 나왔다. 그리고 쓰러진 것은, 블레어였다. 우는 척을 하며 잠시 닥터와 블레어가 방심한 틈을 타, 정장 주머니 안에 있던 권총으로 블레어를 쏜 것이었다. 홀리웨이로부터 입은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총상을 입은 블레어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고꾸라져 버렸다. 닥터 니들즈가 주머니에서 블레어를 쏜 권총을 꺼내 이번엔 닥터를 겨누었다.

“저스티스가 개입하면서 계획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어.”
총구는 여전히 닥터의 가슴팍을 향한 채, 그녀가 입술을 씹으며 말했다.

“하지만 미리 파견해 둔 연구부장이 폭탄을 설치했지. 곧 피하지 않았다간 이 건물 안의 사람들은 전부 돌더미 속에 묻혀버릴거야.”
“…… 여전히 복수를 원하는 건가.”
닥터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알기나 해? 아버지를, 내 자신을, 모든 것을 잃은 슬픔을……!”
잠시 그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날, 나 역시 모든 것을 잃었다. 당신의 아버지는 내 친아버지나 다름없었지. 나는 집도 잃고, 가족도 잃었고, 너도 잃었다.”
“……”
니들즈가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굉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폭탄이 작동된 건가?!”
닥터가 외쳤다. 그러나 부서진 천장 위에서 내려온 것은 돌더미가 아닌, 방탄복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한 무리의 군인들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두 사람이 서 있었는데, 한명은 왜소한 체구에 안경을 쓴 과학도 스타일의 남자였고, 그 옆에 서 있던 사람은 녹색 제복을 맞추어 입고 가슴엔 치렁치렁하고 반짝거리는 여러 개의 훈장들을 달고 있는 남자였다. 군인들이 줄을 늘어뜨리고 내려가 에뮤알과 니들즈를 둘러싸는 동안, 제복의 남자는 마치 창 끝처럼 뾰족하고 가늘게 다듬어진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본 티지?!”
제복 남자의 옆에 서 있던 과학자를 바라보며 닥터 니들즈가 외쳤다.

“잡힌 건가!”
“잡혔다니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본 티지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다만, 저는 이제 엑셀 간부가 아니라 실바니아 제국 소속이지만요. 그렇죠? 바르텔로 장군.”
“배신인가……!”
닥터 니들즈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폭탄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얌전하게 잡혀 주셔야 겠습니다, 닥터 니들즈. 정치범은 종신형이라고요.”
“무기를 버려라!”
에뮤알와 니들즈를 둘러싼 군인들이 기관총을 겨누며 외쳤고, 닥터 니들즈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들고있던 작은 권총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들지 못하였다.

“연행해라!”
본 티지의 옆에 서 있던 바르텔로란 남자가 외쳤다. 그는 아마도 장군인 듯 했다. 군인들이 그의 명령을 받고 에뮤알과 니들즈에게 다가오는데, 갑자기 커다란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린 벽이 뚫렸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 검붉은 것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것들은 하나같이 전부 괴로운 표정을 짓고있는 악령들이었다. 그것들은 방 안으로 들어와, 병사들의 몸에 들러붙었다. 악령 하나가 닥터 니들즈를 노리고 날아왔지만 에뮤알이 몸을 날려 그녀를 구했다.
병사들이 그들에게 들러붙은 악령들을 떼려 발버둥 치는데, 은빛 섬광 한줄기가 방을 슥, 하고 가로질렀다. 그와 동시에 병사들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리고 그 침묵 사이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짙은 흑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아무 소리 없이, 깨끗하게 잘려나간 병사들의 상반신이, 천천히 미끄러지며 떨어졌다. 그리곤 위쪽을 잃고 우두커니 남은 하반신들에서 피의 분수가 쏟아져 나왔다. 시체들의 사이에 서 있던 남자는, 미친 듯이 웃으며,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쏟아지는 피를 마치 시원한 비인양 맞아대고 있었다. 에뮤알과 니들즈는 쓰러진 채로 있어 그 무시무시한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들은 공포에 젖어, 피의 분수 사이에서 광란의 춤을 추는 살인귀 데드웨이를 바라보았다. 한참 피를 즐기던 데드웨이가 저 위쪽에 우두커니 서 있던 장군과 본 티지를 발견하였다.

그가 샤벨 끝을 바닥에 대자, 악령들이 검신을 타고 올라오며 칼에 모이기 시작하였다. 그 붉은 빛이 적당히 커지자, 데드웨이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악령의 검을 크게 휘둘렀다. 검 끝을 떠난 수많은 붉은 광선들은, 재빠른 속도로 날아들어 장군과 본 티지가 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장군은 놀라운 스피드로 뛰어내려 공격을 피했지만, 본 티지는 미처 피하지 못했고, 붉은 섬광들은 그의 몸을 수백개의 조각으로 박살 내어 버렸다.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장군이 재빠르게 손을 휘두르자, 갑자기 강풍이 일기 시작했다. 강렬하게 불기 시작한 바람은, 초록빛을 내며 커다란 소리와 함께 데드웨이에게로 향했다. 데드웨이가 샤벨로 굉음을 지르는 녹색 바람을 베었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태풍은 사라졌다.

“바람은 베어서 죽일 수 없다.”
자세를 고친 장군이 날카로운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고, 그와 동시에 데드웨이의 이마에 작은 상처가 생기며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청동바람 바르텔로’라 불리는 이몸의 ‘칼바람’을 정통으로 맞고도 저 정도의 상처뿐이라니…… 역시 저스티스는 다르군.”
그가 중얼거렸다.
데드웨이는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피를 보았다. 그는 손가락에 묻은 자신의 피를 핥으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큭큭큭……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진가.”
그리고 순간 데드웨이의 눈이 돌아가는 듯 하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서 있던 바닥에서 수백, 수천개의 악령들이 쏟아져 올라왔다.

“아하하하하하하-!”
데드웨이가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며 악령을 타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수많은 악령들이 건물을 부수어 대는 바람에, 온 건물이 진동하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멍하니 있던 닥터는 제정신이 들었는지, 피가 흥건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블레어를 부축하였다. ‘청동바람’ 장군은 어느 샌가 사라져 있었다. 데드웨이가 사라진 이후에 바로 자리를 피한 모양이었다. 정신을 잃은 블레어를 어깨에 간신히 부축한 닥터가 니들즈에게 손을 뻗었다.

“자, 나가자!”
그러나 닥터 니들즈는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그녀는 바닥에 누워,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여기 있을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에뮤알……. 여기가 옛날 우리의 연구소가 있던 장소야.”
“뭐……?”
“벌써 잊은 거야? 반 인간 폭도들에게 습격 당해서 연구소가 초토화 되고 나서, 정부가 이곳에 회의장을 지었다고.”
“…….”
“나는, 이제 포기하겠어. 아버지가 보고 싶어……. 아버지가 묻힌 이곳에서, 나도 머물 거야.”
닥터는 그런 메어리를 보고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천장이 심하게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에뮤알, 어서 가지 않으면 묻혀버리고 말 거야. 그리고……. 당신에게 꼭 주고 싶은 게 있어. 우리들의 ‘장소’에 숨겨놓았어. 꼭…….”
“안돼! 빨리 나가자!”

닥터가 니들즈의 팔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순간, 바닥이 무너져내리며 닥터 니들즈는 저 아래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닥터가 무엇을 해 보기도 전에, 메리는 어두컴컴한 심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닥터는 잠시 온몸이 마비된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흐르는 것만 같았다.

그때, 벽을 부수며 샤이란이 한 손엔 엉망진창이 된 히로를 부축하고, 다른 한 손으론 지팡이를 들고선 들어왔다. 그녀는 멍하니 서 있는 닥터에게 외쳤다.

“닥터! 어서 나가야 해요!”
그때 카폰이 수정구슬을 들고 들어왔고, 멍히 서 있는 닥터를 끌고 샤이란은 건물 밖으로 이동했다. 7조가 건물 밖으로 피신하자마자 건물은 그대로 무너져 내려, 폐허가 되어 버렸다. 잠시 후 엄청난 흙먼지와 진동이 가라앉자 간신히 일어나 몸을 추스른 샤이란은 먼저 히로와 카폰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이가엘 역시 데드웨이에게 당한 상처를 움켜쥐면서도 일어섰고, 막 정신을 되 찾은 블레어는 샤이란의 부축에 의해 일어섰다. 닥터 역시 멀쩡했다. 그러나 그는, 움직이려는 생각 없이 그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편 악령을 타고 도망간 데드웨이는 어느새 육체를 떠나고, 홀리웨이가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홀리웨이는 어느 숲의 강변에 앉아, 온몸에 적셔진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데드웨이를 증오하며 샤벨에 엉겨붙은 피를 닦아내었다. 그의 몸에서 씻겨진 핏물들에 강줄기가 붉게 물들었다.


* * *


일은 제대로 수습되었다. 실바니아의 바르텔로 장군이 계획한 ‘닥터 니들즈 체포 작전’은 예기치 못한 저스티스의 개입으로 물거품이 되었지만, 인간우월주의 테러조직, 엑셀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그로 인해 잠시 동안 흔들렸던 종족간의 사이도, 그 따듯함을 다시 되찾아 가는 듯 했다. 샷셀 7조 데스티니는 그들의 임무를 완수했지만, 샤이란과 닥터를 제외한 부원들은 전부 중상을 입고 오랫동안 쉬어야만 했다. 전투 끝에 ‘참견꾼’을 놓친 카나드는 자존심이 상한 것인지 약이 오른 것인지 한동안 샷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히로는 병동에 입원하여 큰 치료를 받게 되었으며, 7조의 나머지 부장들은 본부에서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한동안 아무런 임무도 맡지 못하게 되었다.

모두가 본부에서 쉬는 동안, 닥터는 폐허가 된 건물을 다시 찾았다. 그는 건물의 맞은편에 있는 한 양지바른 언덕위로 올라갔다. 언덕의 정상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닥터는 녹색 잎사귀가 풍성하게 달린 나무의 그늘 아래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나무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쓰다듬으며 내려가다, 그는 뭔가가 칼로 새겨진 부분에서 손을 멈추었다.

E ♡ M

매우 오래되어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닥터는 그 표시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잠시 동안 젊을 적 생각을 했다. 그때, 닥터는 나무에 뚫린 구멍 속에 든 뭔가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종이 상자였는데, 그 안엔 서류 뭉치가 들어 있었다. 박스를 바닥에 내려놓고 서류를 살펴본 닥터는, 그것이 자신의 발명품 ‘Omni-Unstable’의 단점과 보완방법, 그리고 새로운 공식들이 적힌 연구서라는 걸 알아챘다. 닥터의 평생연구인 옴니-언스테이블을 이해하고 새로운 공식을 쓸 정도의 천재성을 가진 자는 이 세상에 딱 한 명 밖엔 없었다. 니들즈 박사. 메리 니들즈. 종이 사이에서 작은 봉투가 한 개 떨어졌다. 닥터는 서류를 상자에 넣고 봉투를 열어보았다.

그는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봉투 안엔, 메리와 에뮤알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과, 에뮤알이 메리에게 주었던 볼품없는 약혼 반지 한 개가 들어 있었다. 메리는 항상 에뮤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언덕위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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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동바람' 잉고 바르텔로

실바니아의 장군이다. 50대 후반의 중년, 관록이 넘치는 수장이다. 바람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태풍도 일으킬 수 있으며, 살을 벨 정도로 날카로운 바람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가 사용하는 바람은 녹색 빛을 띄어 '청동바람'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날카로운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