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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충돌

2007.01.31 04:29

Santiago 조회 수:1663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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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때까지는 무난하게 시간을 보냈다. 선생님들도 대부분 괜찮은 분들이었고, 나도 하루정도 치고는 꽤 빨리 적응했다.
애들과도 쉽게 친해진것 같았고, 아니 적어도 애들이 나를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애들은 우르르 식당으로 내려갔다. 나는 내려가기전 잠깐 휴대폰의 슬라이드를 밀었다. 문자가 한통
와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번호, 나는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했지만, 역시나 광고성의 문자였다. 별 감흥없이
슬라이드를 다시 닫고 휴대폰을 왼쪽 주머니에 넣으려다 mp3에 걸리는게 느껴져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뒷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확인한뒤 천천히 내려갔다. 우리반이 일찍 마쳐서 그런지 이제야 다른반에서 우르르 뛰어나오는 애들도 있었다.

줄을서고 식당을 한번 쭉 둘러보았다. 삼분의 일정도가 밥을 먹고 있었다. 밥을 받고 나는 어디에 앉을까 잠시 고민한 후
안면이 익은 우리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 앉았다. 대부분 우리반 아이들은 나에게 잠시 아는 척을 했고, 나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급식 반찬도 괜찮았기 때문에 여기까진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교실에 올라가서 조금 편안하게 쉬고 있는중에 곧 종이 쳤다.

-딩동 댕동

책을 꺼내는 아이, 옆반 아이들과 떠들다가 시끄럽게 들어오는 여자애들, 농구를 했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오는 남학생
들도 있었다. 나는 사전에 수업준비를 다 해놓았기 때문에, 그들을 여유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일이 터져버렸다.

"안녕"
명찰에 '이햇살'이라고 적혀진 여자애가 말을 걸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지금까지의 여유롭던 상황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왜냐하면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침 자습시간부터 자꾸 눈에 부딪힌 아이였기 때문이다.

"어.. 안녕.. 근데 지금 수업 시작이거든, 니 자리로 안돌아가니?"
껄끄러운 마당에 인사를 하고, 대충 내 의도를 밝힐 셈이었지만, 내가 들어도 너무 싸가지 없게 말한것 같았다.
"아, 당분간 담임 선생님이 여기 앉으래. 내가 생활지도 담당이거든."
"..그럼 부반장?"
"응. 어차피 내 짝지인 애가 평소에 상당히 거슬렸기 때문에말이야."
"아, 그렇구나. 그런데 니 짝지는 누군데?"
"저어기~ 앉아있는 왕자병 녀석. 얼굴만 반반하면 뭐해, 졸라 싸가지 없는 애지."
'조..졸라..역시 난폭한 여자애였군.'
"그..그런데 옆에 누가 앉아있는데?"
"아~ 성격은 저래도 인기는 많거든. 그래서 더 싸가지 없지."


-드르륵

나는 그 여자애와 몇가지 잡담을 나누자 곧 교실문이 열리며 담당과목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오늘은 개학 첫날이고 하니, 모두 자습을 하겠다."

-와아아

아이들은 동시에 함성을 질렀고, 나도 살짝 기분이 들뜨긴 마찬가지였다.

"휴대폰 빼고 다된다."

약간 늙어보이는 중년의 선생님이 피곤한듯 말씀하셨다.
아이들은, mp3와 자신이 풀 자습서를 꺼냈다. 하지만 선생님이 많이 피곤하셨는지 빈 책상에 걸터앉아
졸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조용히 공부를 하던 아이들은 휴대폰을 꺼내 미친듯(?)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자습시간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더니.. 설마.. 스릴을 즐기는건가..?!'

나는 이상한 상상을 했지만 옆을 보자 그 생각도 잠시 접어뒀다. 이햇살이 연필로 교과서 언저리를 매우 화난
표정으로 계속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벌써 한 5장 정도는 뚫린것 같았다.

-뚝

연필이 부러졌고, 그 행동을 접는가 싶었더만, 이번엔 컴퍼스를 꺼내들고 책상을 향해서 찍어댔다.
-쿵 쿵 쿵 쿵

"야..너.. 뭐하냐?"
내가 걱정반 두려움 반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음. 저주."
"저..저주?"
나는 사색이 된 얼굴로 재차 물었다.
"어제 어떤놈이 독서실에서 내 가방을 감아갔거든. 지금까지 잘 참았는데, 마침 듣고싶은 음악이 있는데
가방에 mp3를 놔두고 와서 엄청 열받아."
"그..그러냐"
나는 애써 담담히 대답하려고 했다. 하긴 mp3같은 고가의 물품이 잃어버리면 나도 저정도로 화가
날것이다. 그런데, 저주라니..

-쿵 쿵 쿵 쿵

나는 애써 문제집을 푸는 척했다.




이거.. 루에르혼 님이 정하신 캐릭터를 너무 벗어난게 아닌지.. 이제 슬슬 다른 캐릭터와 엮어갈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만약 의도하신 캐릭터가 아니라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