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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 운명의 일곱 가지

2007.01.22 21:44

Mr. J 조회 수:1298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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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웨이는 칠흑에 휩싸인 복도를 화난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실키 클럽에서 있던 카타스트로프와의 일에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했다. 그의 차가운 얼굴은 여느 때처럼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그 얼굴은 뭔가 얼음장처럼 더욱 차가운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반 야외 식으로 건축된 그 복도는, 여러 개의 대리석 기둥 사이로 바깥 뜰이 보이도록 되어 있었다. 그 거대한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에 홀리웨이의 칼집이 그의 눈빛처럼 빛났다. 그리고 달빛이 미처 미치지 못한 어두운 그림자 사이에서,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는 싸늘한 공기보다도 으스스하고, 드리워진 그림자보다도 어두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홀리웨이.”
“스니크인가.”

순간 오른손을 칼집에 가져갔던 홀리웨이가 긴장을 풀고 어둠을 향해 말했다. 그림자 속에서 롱 코트의 남자가 소리 없이 걸어 나왔다. 아니, 그건 걸어 나왔다기보다 미끄러져 나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치 발이 없는 귀신 따위의 것들이 움직이듯이 말이다. 검은색 롱 코트에, 넓은 챙이 있는 모자를 눌러쓰고, 그것에 가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남자가 홀리웨이 앞에 섰다. 그리곤 그의 끔찍한 목소리로 홀리웨이의 이름을 불렀다.

“홀리웨이.”
“오랜만이군. 맡고 있던 일은 끝냈나?”
“이상하다.”
“이상하다니? 뭐가……?”
“모르겠다.”

스니크가 대답하며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들어갔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전에, 미리 들고 있었던 건지 뭔가 하얀 뭉치를 툭 떨어트리곤 사라졌다. 그 움직임은 나도 모르게 쓰레기를 떨어트렸다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홀리웨이에게 전달하고 싶어한 듯, 의도적인 몸짓이었다. 홀리웨이는 잠시 동안 스니크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그가 떨어트린 뭔가를 집어 들었다. 그건 아무렇게나 구겨진 종이뭉치였다. 홀리웨이는 행여 찢어지기나 할까, 조심스레 종이를 펼쳐 보았다. 종이의 내용을 확인했을 때, 그의 얼굴은 경악으로 가득했다. 그의 손이 떨렸다. 그때,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홀리웨이는 얼른 종이를 품 안에 숨겼다. 복도 저편에서 들려오던 발소리의 주인은 라일라였다. 홀리웨이는 그녀를 보면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홀리웨이님? 늦으셨네요.”
“아직도 퇴근 안 한 건가?”
“그게……. 이스트 샤인에 가신 뒤 늦으셔서 걱정했습니다.”

그녀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걱정시켰다니 미안하군. 이제 돌아가 봐도 좋아.”
“예.”

라일라는 고개를 살짝 숙이곤 그를 지나쳐 복도의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홀리웨이는 그녀가 복도 끝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리다가, 다시 그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니크가 주고 간 이 정보는 굉장히 위험한 것이었다. 지금껏 존재해온 그런 전쟁들을 뛰어넘는, 온 세계와 나라, 종족간의 파멸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닥터는 아토믹 개러지 안쪽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침대 위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침대 옆 작은 탁자 위에 놓여진 액자를 바라보았다. 그 액자 안엔, 젊었을 적인지 앳된 얼굴에 깔끔하게 면도한 모습의 닥터와, 그의 옆에 안경을 쓰고, 갈색 머리카락을 틀어 올려 고수머리를 한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는 닥터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닥터는 중얼거렸다.

“당신은 꿈을 이룬 것인가…….”

그때, 마치 에뮤알의 분위기를 미리 알고선 방해하기 위해 나타난 것처럼, 블레어가 사무실 안으로 들이닥쳤다. 웃통은 벗어 젖힌 채 상처 때문에 두른 붕대만을 걸치고, 한 손에 큼지막한 술병을 들고 있던 그는 잔뜩 취했는지 비틀거리며 닥터가 누워있던 침대에 털썩, 하고 앉았다. 그리곤 뭔가를 흥얼거리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기분 좋구만! 닥터, 마셔! 내가 쏜다!”

그가 당황해 하고 있는 닥터에게 액체가 반쯤 남아 찰랑거리는 술병을 들이대었다. 닥터는 신경질적으로 술병을 가로채곤, 블레어를 잡아 끌었다.

“뭐 하는 짓이야. 주중에 이렇게 고주망태가 되어선!”
“이렇게 고주망태가 되어선? 으하하…….”

그가 닥터의 말을 조롱하듯 따라 하고는 배꼽이 빠져라 웃어댔다. 갑자기 웃음을 뚝 하고 멈추더니, 고개를 푹 숙이곤 뭔가를 콧노래로 부르기 시작했다. 닥터는 뭔가 한마디 하려다 그만 두곤, 술을 조금 마셨다. 얼마나 독한지 소독약이나 다를 바 없는 맛에 미간을 찌푸렸다. 입에서 ‘크-’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닥터는 잠시 입맛을 다시곤, 블레어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닥터가 진지한 목소리로 묻자,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던 블레어가 고개를 돌려 닥터를 바라보았다. 그의 울듯한 표정에, 닥터는 전후 사정을 파악 할 수 있었다.

“샤이란 때문이군.”

블레어가 울음을 터뜨렸다. 닥터의 침대 위로 푹 하고 엎어지며, 어린아이처럼 흐느꼈다. 마치 엄마가 먹고 싶은 사탕을 사주지 않아 슬픈 아이처럼. 블레어가 술에 취하면, 다른 사람들 보다 급격히 민감해 지면서 감정기복이 심했다. 한참 동안 울던 블레어는, 얼마 후에 술기운이 좀 가시는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블레어가 중얼거렸다.

“나 같이 매력 있는 남자한테 그렇게 차갑다니……. 내가 무슨 생각까지 해본 줄 알아? 샤이란이 레즈비언이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그가 술을 들이켰다. 뭔가 또 불평거리를 찾던 그는 탁자 위에 놓여진 액자를 발견하곤 손을 뻗어 그걸 집어 들었다. 그것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던 닥터는 놀라서 그걸 뺏어보려 했지만, 블레어가 더 빨랐다.

“엥, 언제 이런 미인을 숨겨두고 있던 거야……? 사이 좋구먼, 누구는 맨날 바람만 맞고 다니는데 말이야.”
“다 옛날 일이야, 내놔.”

닥터가 블레어의 손으로부터 액자를 채어갔다.

“호오? 옛날 애인이야? 이름이 뭔데?”
“…… 니들즈.”
“응?”
“메리 니들즈(Merry Needles), 닥터 니들즈(Dr. Needles)다.”
“…… 뭐?”

블레어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자는 카펫과, 고급 원목 가구들로 치장된 고풍스러운 방에 앉아 있었다.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며 방안의 구석구석에 은은한 빛을 비추고 있었다. 실크로 치장된 커다랗고 푹신해 보이는 소파에 앉아있는 긴 갈색 빛 머리카락의 여성은, 한 손은 팔걸이에 얹고 다른 한 손엔 와인 잔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정장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앞에 놓여진 거대한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거대한 텔레비전 스크린에선,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테러조직 엑셀이 오늘 예고대로 각 종족 사절의 회의가 진행 중이었던 의사당을 습격했습니다. 엑셀의 지도자인 닥터 니들즈에게서부터 사전 테러 예고를 받고도 상황을 수습하지 못한 국방부에게 각 나라의 정부들이 책임을 묻고 있다 합니다. 국방부 측에선…….”

여자는 텔레비전을 껐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들고 있던 술잔을 살짝 기울이며 와인의 맛을 음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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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집

# 스니크 (Sneak)
본명, 나이, 모습, 국적 등 모든 프로필이 불명인 저스티스 소속의 프로 암살자이다. 변장, 위조, 함정, 암살에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잠시 동안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 저스티스 최상층에서 내려오는 임무들만을 맡으며, 관계자 이외엔 일체 접촉하지를 않으나 홀리웨이와 친분이 있다. 다른 12제도 스니크의 존재를 알고 있긴 하나 스니크가 입을 여는 상대는 홀리웨이 뿐이다. 왜소한 체구에, 변장을 하고 있지 않을 때면 언제나 롱 코트에 챙이 긴 모자로 몸을 가리고 다닌다. 말을 길게 하지 않고 짤막짤막 히 할 말만 하는 게 특징이다.

# 메리 니들즈(Merry Needles)
에뮤알 제이가 샷셀에 소속되기 전 일하던 연구소 동료 직원. 연구소장의 딸이기도 하였고, 뛰어난 실력을 인정 받던 닥터와 혼담도 오고 갔지만 어떤 일 때문에 연구소가 망하게 되면서 동시에 실종되었다. 그 후 나타난 인간 우월주위를 기본 정신으로 삼는 테러조직 ‘엑셀’의 지도자, ‘닥터 니들즈’와 동일인물이라 여겨지고 있다.

# 엑셀(Excel)
‘인간은 모든 생물체 중 가장 우월하다’를 모토로 삼는 테러조직이다. 인간은 뛰어난 과학력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을 위해 살아가야 하며, 다른 종족들과의 교류는 불필요하며, 또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 여긴다. 세력 역시 매우 강하고 다른 여러 조직들처럼 능력자들이 즐비하여, 웬만한 군대로는 그들의 테러 행위를 막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