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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팬픽 사립 학원 ACOC

2007.04.12 03:09

늑대소년 조회 수:1600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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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실은 뭐가 이렇게 지저분해!”
자칫 보통 학교의 교실크기 두 배를 가뿐히 넘을 법 보이는 깨끗하게 정돈된 넒직한 교실, 이 오렌지빛 대리석 바닥과 어설픈 조화를 이루며 고급스러워 보이는 교실 내에 바람에 날리는 흑발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교실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불평을 늘어놓는 한사람이 있었다.
“시끄러워요, 러크씨. 제가 보기에는 오늘 감지도 않은 머리를 대충 빗어 넘기며 투덜거리는 분이 더 지저분하다고 봅니다만..”
“닥쳐! 난 네 녀석이 말 하는 건 죄다 기분 나쁘게 들린다고!”
러크라 불린 남성이 자신의 좌석 바로 옆에서 한심스럽다는 듯 가여워 보이는 눈길로 그를 주시 하고 있는 은발의 소년에게 소리쳤다.
“조용히 하세요. 이제 곧 수업 시작입니다.”
쿠아아아앙!!
“이.. 이게 무슨 소리지?”
“폭팔 소리다!”
“제길.. 도망쳐!!”
아직 학원에 익숙하지 않은 원생들이 수업 종소리를 듣고 우왕 자왕 교실을 해매고 다닐 때 그중의 일부만이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책을 올려두고 수업 받을 준비 하고 있었다.
드르르륵!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장신 형에 미남의 얼굴을 갖춘 교사가 입실하여 자신의 자리를 이탈하여 쉬는 시간 외에는 외부로 진입이 불가능하도록 특수 설계된 문을 무력으로 부수어 버리려는 원생과 창문가에서 뛰어내릴 기색을 하고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는 원생들을 진정시켰다.
“자..자... 여러분, 이 소리가 학원에 익숙하지 못한 원생들에게는 다소 불쾌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여러분을 단시간에 제압하는데 있어서는 가장 편리한 방법입니다. 여러분이 이 학원에 적응 될 때 쯤 이면 수업종도 자연스럽게 변경 될 겁니다.”
“뭐..뭐야! 그럼 이게 수업 종 이었단 말이야?”
소란을 피웠던 학생들은 마치 똥 씹은 듯한 표정을 지은채로 이성을 되찾고 좌석에 앉았다. 아무리 신입생 분위기에 들떠 있어 좀처럼 제압 되지 않는 학생들이라 하지만 특수 제작된 크레인과 파격적인 종소리를 동원하여서 까지 단시간에 제압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
“제 호칭은 ‘자드’라고 합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진리와 철학이라는 특별한 학목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죠.”
“도대체가 이 학원은 시설을 제외하면 정상적인게 뭡니까!”
“흠, 그게 이 학원의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자드 선생이 너무나도 당당하게 답변했기에 질문을 건넨 학생은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그 상황을 별로 신경 쓰지도 않고 교사는 또다시 당당한 어조로 물었다.
“여러분은 제 수업을 듣게 된 목적이 뭐죠?... 아무런 대답도 없군요, 그렇다면 제 마음대로 추측하겠습니다.”
미남의 교사는 그들에게 선언 한 뒤 칠판으로 다가가 커다랗게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아니, ‘쓰다’라는 표현 보다는 ‘그리다’라는 표현이 적합할지도 모른다. 그의 글씨체는 거의 날림에 가까웠으며 칠판 전체를 가득 매웠다.
『우리는 왜 존재할까?』
“제가 쓴 글씨 그대로입니다. 이번 첫 수업시간에는 진리의 가장 기초적인 주제를 놓고 토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 칠판의 중앙 위에 위치하고 있던 스크롤이 자동으로 펼쳐지며 그림이 들어났다. 왼쪽에는 상반신이 완전하게 노출된 금발의 미녀였고 중앙에는 고급 담배를 물며 뭔가 불편한 표정으로 담배를 씹고 있는 의사와 우측에는 하체가 완전히 절단 난 좀비 형상의 노파가 앉아(?)있었다. 그 그림이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었기에 학생들은 비명을 질러대며 자신의 눈을 가렸다.
“까아아아악! 저게 뭐야!..우웨에엑!!”
그들중 비위가 약한 여학생이 구역질을 해대자 자드는 또다시 손을 쳐들어 학생들을 진정시켰다.
“자..자, 진정하세요. 여러분, 이 그림은 왼쪽 순으로 여러분의 이상형인 연예인, 중앙에는 여러분의 목숨을 구해준 의사, 우측에는 지금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할머니입니다. 여러분은 이들 중 단 한명만 차에 태울 수 있어요, 어느 사람을 태우실 것입니까?”
교사의 질문이 끝나자 러크가 당연 하다는 듯 외쳤다.
“당연히 쭉쭉 빵빵 글래머지!”
학생들의 시선이 러크를 향해 고정되었고 옆에서 킬킬거리고 있던 소엽이 답변하였다.
“당연히 할머니죠! 크큭..”
“왜 그렇게들 생각하시죠?”
“아무리 자기 이상형의 여인이라도 할머니가 죽어 가는데 모른척 하고 여자만 태워갈수는 없잖아요!”
갑작스럽게 해설을 부탁한 탓에 소엽의 말이 꼬였다.
“흠,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하지만 전 객관식으로 1,2,3.. 이렇게 답변하라고 한적은 없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보세요.”
“운전사가 내리고 의사와 할머니를 태운 뒤 병원으로 보내며, 이상형의 연예인과 버스를 기다립니다.”
은발머리의 소년이 대답하였다. 주변에서는 ‘과연, 그렇군!’이라는 표정으로 그 소년을 바라보았지만 교사는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은 듯 머리를 좌, 우로 휘저었다.
“흠, 이 문제는 삼성 회사의 면접시험으로 출제된 문제였습니다. 방금 ‘늑대군’이 말한 것이  그 답을 충족시키는 정답이긴 하오나, 저의 수업시간에 충족시킬만한 답은 되지 않습니다.”
‘늑대군’이라 불린 소년은 자신이 말한 답에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듯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흠.. 우리 늑대군, 아니.. 풀 네임을 불러 드리는 게 예의겠지요? 늑대소년군, 훌륭한 답변이었지만 진리와 철학이 원하는 답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 하도록 하죠.”
잠시 침묵이 지속되었다. 그 소년의 답변을 확신하고 마치 자신이 정답을 발표한 마냥 기뻐하던 학생들도 흥분을 가라 안치고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저는 이 답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대중적인 유교 사상으로 노(老)를 중요시 하는 사회니 여러분 들 중에도 노인을 태운다는 답이 더욱 많을 거라 봅니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고 바라보면 저 소년처럼 우리가 상상하던 것과 다소, 다른 특이한 답을 발견할 수도 있죠. 늑대소년군이 말한 답변은 정답이 확실합니다만 철학가이자 진리를 추구하는 저에게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군요.”
‘도대체 이랬다가 저랬다가.. 뭐라는 거야..?’
“여러분은 왜, 할머니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생각 하셨죠? 물론 개인차로 이상형의 연예인을 선택하신 솔직한 분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유교사상’이라는 고정관념에 숙박되 있는 겁니다. 유교사상 만이 아니에요, 단순히 유교 사상에서는 대표적으로 효(孝), 와 노(老)를 중요시 하죠. 단순히 문제의 답 중에는 도덕적인 매체가 존재하던 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소년 이외에도 이중에서 답을 눈치체신 소수의 분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 분들의 초면적인 생각은 어떠했을까요? 물론 대중적인 진리처럼 ‘할머니’를 선택하셨겠죠? 그렇다면 간단하게 생각해 봅시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죠? 하반신 전체가 절단되어 사방으로 피를 뿜어대는 광경을 보고도 말이에요. 바로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이 문제의 진정한 답처럼 합리적인 방법도 있지만 그 방법은 저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아까 제가 한 말처럼 고정관념을 깨봅시다. 내가 차에서 내리고 의사와 노파를 태워 병원으로 향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의사의 목적지가 반듯이 병원이어야 합니까? 만약 지금 당장 시술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한 환자가 기다리고 있다, 칩시다. 요즘 같은 사회에 예약된 손님이 먼저일까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노파가 먼저일까요? 그리고 내가 차에서 내려 이상형의 연예인과 목적지가 같으리라 한, 보장도 없잖아요.”
“그건 단순히 확률문제가 아닌가요?”
“우리 현실은 확률에 죽고 확률에 삽니다. 이 경우가 바로 고정관념을 깨고 바라본 예시입니다.”
‘제길..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쉽게 설명해 드리도록 하죠. 문제란 현실에서의 생활을 보다 유용하고 편리하게 생활 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교사입니다. 허나, 이 문제일 경우에는 전혀 다르죠, 만약 의사가 지금 당장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할 위기에 놓여있는 예약 환자가 있다면 길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노파에게 선심을 배풀 거라는 보장이라도 있습니까? 이상형의 연예인이 나와 함께 버스를 타게 된다는 보장이라도 있습니까?”
자드가 눈을 부릅뜨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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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철학 씬은, 억지로 쑤셔넣은..=ㅅ=;;(타앙-!!)

늑대소년
문학 교수를 맡고 있는 책벌레공상가와 남매관계, 자신의 누나인 공상가처럼 생각하는 자체가 4차원에 가까워 말도 안 되는 공상을 하거나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황당한 일을 버리곤 한다. 다소 틀린 곳이 있지만 그와 남매관계인 책벌레공상가처럼 엉뚱한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