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 운명의 일곱 가지

2007.03.18 07:00

다르칸 조회 수:1253 추천:4

extra_vars1 도착 
extra_vars2 026 
extra_vars3
extra_vars4 62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은백색으로 도금이 된 고딕식의 신전, 그 높다란 둠 홀의 중앙에는 대리석 재단이 놓여져 있었고 그곳에는 장신의 노인. 아이젠바하 룩셈뷔크가 죽은 듯이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마치 우뢰가 내리 꽃히는 듯이 그의 눈이 번쩍 떠졌다. 새하얀 관복을 입고 있던 사제 둘이 대야에 떠 놓은 물과 수건을 들고 그에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네"

그의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홀의 정 중앙에 낮게 깔린다. 그 듬직한 상체를 일으켜 세운 뒤에 잠시 고개를 양쪽으로 흔든 그가 사제들에게서 수건을 받아 얼굴을 적셨다.

"괴씸한 것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라고 금발에 말쑥해 보이는 사제가 손에 들고 있던 대야를 제단 구석에 올려놓으며, 물었다. 뤽셈비크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의 사제복 상의를 들어올려 복부를 가르켰다. 그곳에는 전에는 아무도 본 적이 없었던 길고 가는 흉텨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아바타의 상처, 오직 성지에서만 구현이 가능한 그의 분신이 입은 타격이 본인에게까지 충격을 준 것이었다.

"그들이 강했습니까?"

금발의 사제는 정중하게 되물었다. 뤽셈비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바타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되더군"

그는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폐 속으로 찬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북부 특유의 시리고 건조한 공기가 폐 속을 가득 채우자, 이전보다도 훨씬 맑아진 눈으로 뤽셈비크가 일어났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근육질의 몸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흰수염이 덥수룩한 노장의 강인한 인상에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 흰색의 사제복은 그의 가장 큰 특징이자 이미지였다.
금발의 사제는 그를 위해 샌들처럼 생긴 신을 가져와 그 발 앞에 두었다. 그리고 물었다.

"어디에 가시려 하십니까"

"교환 성하를 뵈야겠네, 아무래도 비밀특무대의 5과 과장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해드려야지"

신의 망치를 자칭하는 노인의 발걸음이 무겁게 대리석 바닥을 내리눌렀다.




붉은 와인색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윤을 내며 바람에 하늘거린다. 어깨를 대담히 드러낸 검은 드레스는 그의 볼륨을 유난히 강조하고, 어깨에 박혀있는 루비는 그녀를 이질적인 존재로 보이게 만들었다. 붉게 칠한 매니큐어와 대조를 이루는 핑크빛의 입술이 아주 매력적이다. 이 미녀의 앞에는 백발이 성성한 허리 굽은 노인이 지팡이에 의지해 서 있었다.

"친애하는 카틀레아"

"역전의 바이팅, 그대의 역전(易全)이 하늘과 땅을 바꿀 것을 믿나이다"

카틀레아는 예우를 차려 허리굽혀 인사했다. 그의 검은 드레스가 홀연히 바람을 맞아 흔들렸다. 허리가 굽은 바이팅은 팔목에 은은하게 빛나는 청록색의 팔찌를 차고 있었는데, 그것은 카틀레아의 루비와 공명하고 있었다.

"샷셀은 어떤가"

"카마다스 놈들과 손을 잡은 것 같습니다"

카틀레아의 대답에 바이팅이 엷게 웃었다. 또한 그는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휘둘렀는데, 그 손에 걸린 청록색 팔찌가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지팡이의 끝으로 새하얀 단검이 튀어나왔다. 쇳소리를 내며, 그것이 땅바닥에 떨어지자 카틀레아가 그것을 주워들었다. 바이팅은 그것에 대해 일러주었다.

"시간을 파멸로 앞당기는 고대신 '아브라삭스'의 단검이다"

카틀레아의 팔뚝만한 단검은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생전에 본 적이 없는 글씨가 아주 선명하게 손잡이에 새겨져 있었는데, 빛을 발하지도 않고 흐려 보이기까지 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선을 끌었다. 카틀레아가 아는 것은 아브라삭스라는 고대신이 그저 과거에 존재했었다는 것 뿐이었다. 그렇기에 바이팅에게 칼의 용도를 물었다.

"이 칼은 '완전'을 추구하던 고대신 아브라삭스의 힘이 담긴 단검이다. 그리고 완전에 가장 가까웠던 신이기에 그 단검에 찔린 자는 설사 신이라도 죽어버리지"

"이건..무서운 거네요"

"그것은 오로지 단 하나의 개체만 죽일 수 있다."

라고 바이팅은 말한 후에 지팡이를 크게 원으로 휘둘러 거울같은 울렁임을 만들어냈다. 그 울렁임 너머로 짧은 머리를 세운 은발의 사제가 나타났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투핸드소드를 어깨로 받치고 있는 그는 그나마 비밀특무대에서 얼굴이 알려진 5과의 과장 에이브라함이었다.

"파멸로 가는 시계추를 멈추려고 드는 멍청한 주신의 사제를 죽여버려라"

"예"

그것을 끝으로 넓은 광장에는 카틀레아만 서 있고, 바이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있는 외딴 마을의 광장 분수대 앞에 선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려져 있는 백색 단검을 물끄러미 내려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종말의 추종자, 엔트로피라..."

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입가에 떠올렸다.





실바니아 공화국의 북서쪽 거대한 항구, 이바트리체. 그곳으로 대형 선단이 들어섰다. 번개와 망치, 그들의 경전 카마다쿠스가 겹쳐 그려진 선단의 돛이 천천히 내려지고, 일단의 무리가 우르를 내렸다. 흰색의 사제복은 이 세상에 유일하게 오딘의 사제들만에게 허락된 옷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대부분의 사제들이 입는 검은 사제복을 걸친 모습은 이른바 광신도의 형상 그 자체였다. 검은 사제복은 대체로 두툼하고 통이 넓어서 그 안에 무언가를 감춘다 해도 쉽사리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맨 앞에 선 호리호리한 남자, 에이브라함의 등에 메여진 투핸드소드는 결코 숨길 수 없는 물건이었다.

"오 ! 발터형님"

에이브라함이 팔에 부목을 댄 채 붕대로 감고 있는 발터를 발견하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달려왔다. 그 옆에 있는 레이첼은 생전 두번째로 보는 늙지 않는 신의 축복을 열심히 감상하고 있었다. 발터와 한 두살 정도의 터울이라는 소릴 들은 뒤 레이첼의 눈에 에이브라함은 기적 덩어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실 지난 밤 그녀는 아주 진지하게 그 자신의 미모를 유지하지 위해 비밀특무대에 들까 하는 고민을 밤새 했었다. 물론 그것이 단순한 상상과 고민에 끝났지만, 지금 그 현실과 마주하니 신기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하하, 에이브라함! 오랜만이구먼"

"푸하? 노인네 같아요 형님"

"이봐, 난 이제 늙은이라구"

사이가 좋아보이는 둘의 말이 점점 깊어질 수록 레이첼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가까스로 동안의 신비에서 헤어나온 그녀가 발터와 에이브라함 사이의 말을 끊었다.

"대체 저것들은 뭡니까?"

라고 레이첼이 사제 무리들을 가르키며 묻자, 은발의 과장은 실쭉 웃었다.

"비밀특무대죠"

"저게 어디가 어떻게 비밀이죠?"

레이첼의 따지는 듯한 말투에 에이브라함이 잠시 뒷머리를 긁적거리더니, 그 헤실거리는 듯한 특유의 웃음을 입가에 띄었다.

"하하하, 괜찮아요 제 목표는 비밀엄수가 아닙니다"

그리 썩 훌륭하지 못한 그의 대답에 레이첼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제서야 발터는 조심스럽게 둘 사이를 중재했고 무척이나 태평해 보이는 에이브라함 대신 발터가 무장한 비밀특무대 전원을 수도로 향하는 기차에 태웠다. 물론 특실에는 에이브라함과 발터, 레이첼이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기차에서 네 번의 경적이 울린 뒤에 드디어 수도로 향하는 기차가 출발했다.










-------------------------------------------------------------------


ㅋㅋㅋ 일만 잔뜩 벌렸어요 ~


바이팅
어디서 태어났고 성이 무엇인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이곳저곳에서 발견되는 고대시대의 유물 중에서 '배덕의 바이팅'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어 있다는 사실만 일부 학자들이 알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배덕의 바이팅이 언급된 유물들의 추정연대는 기원전이므로 이 역전의 바이팅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역전의 바이팅, 오딘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신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현재 세상은 종말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진리로 내세우는 테러 집단 엔트로피의 여섯 장로 중 일인.


아브라삭스
가이나스의 행성이 존재하기 전, 혹은 그 이후나 그와 동일한 시기에 나타난 신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역사가 쓰여지기 이전에 멸망해 카마다쿠스에서도 단순히 몇 줄의 언급으로 끝이 나는데, 언급이 되는 고대신들 중 한명으로 인간의 모습으로 오른쪽은 남성의 모습을 하고 왼쪽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남근과 여근을 모두 가지고 있는 '완전함'의 신이다. 일부 신학자들은 인간의 창조주가 아브라삭스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밝혀진 사실은 없다. 다음은 카마다쿠스 中 카인의 가르침 16장 5절이다.

'"아브라삭스를 꿈꾸는 아이야, 그것은 폐륜이며, 내 가르침을 무시하는 짓이다" 라고 예언자 카인이 외쳤다. 그의 제자 옵티프스는 되물었다. "아브라삭스가 누구입니까"
"아즈만과 함께 완전함에 머물렀던 최초이자 최후의 신이며, 우리 주신의 이전에 존재했던 자들 중에 버금에 위치한 자였느니라"
옵티프스는 그 죄를 뉘우치지 못 하고 다시 캐물었다. "그렇다면, 제 완벽함의 추구는 이상이 아닙니까"
"지금 아브라삭스는 없다. 아즈만은 지옥의 나락에 떨궈졌으며, 아후라 마즈다 역시 천공에 존재하지 못 하고 있고, 미하엘과 루시엘은 대지를 찢어발겼을 뿐이다. 완벽이란 고작 그런 것이다"
(생략)

이 외에도 '아브라삭스의 진리를 따른다'는 등의 완전이나 완벽의 모순을 지적하는 속담 등이 일부 남아 전해지고 있다.



에이브라함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5과의 과장이다. 5과는 숫자가 가장 많으며, 일명 '진압단'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막강한 숫자와 맹신적인 믿음으로 적을 부숴버린다. 특히 지난 30여년 전에 에이브라함이 과장의 자리에 오른 뒤부터 유독 그 출현이 잦아졌는데, 그것은 그의 독단적이고 튀기 좋아하는 성격 탓이다. 그 때문에 카마다스의 주변에서 그는 꾀나 유명한 인사에 속한다. 과거에 견습 사제 시절에 발터와 여행을 한 적이 있었으며, 그것을 계기로 발터와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의 무기는 절대 부러지지 않는 투핸드소드와 교황에 버금갈 정도로 막강한 신성주문이다.








으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