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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 운명의 일곱 가지

2007.03.06 10:29

갈가마스터 조회 수:1482 추천:4

extra_vars1 폼페이 전투 종(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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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 카타스트로프를 집어삼킨 카폰의 푸른 빛기둥은 하늘높이 치솟아 올랐다. 구름을 꿰뚫고 밤하늘을 환하게 물들이는 신성함으로 가득 찬 마왕의 힘은 마치 역류하는 강물처럼 거세게 솟구쳤고, 그 힘에 저항하는 카타스트로프의 피부가 염산을 방불케 하는 피와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며 역겨운 냄새를 대기중에 확산시켰다. 그러나 카폰이 발휘하는 그 힘은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분명 그 어떤 자도 죽일 수 있을 만큼 막강한 힘이었다. 그것이 카폰의 육체가 가진 한계를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아니나 다를까, 억제하고 있던 마력을 반강제적으로 개방한 카폰의 육신은 그 힘을 감당하지 못했다.
  “카폰!”
  너무 강한 힘을 사용했기 때문일까? 푸른 빛줄기가 가늘어지며 사라져버리고 카폰이 쓰러져버리자 중독된 목덜미에 마력을 쏟아 부어 카타스트로프의 독을 중화하던 샤이란이 놀라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중독된 그녀로서는 목소리도 내기 버거울 정도였다.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선 그녀는 기침과 함께 시뻘건 토혈을 울컥 내뱉으며 다시금 주저앉아버렸다.
  ‘제길, 너무 방심했어.’
  샤이란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어 고통에 저항하며 자신의 실수를 자책했다. 이쪽이 더 우세라는 생각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방심했던 것이다. 그것도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나 지상 최강, 최악이라고 불리우는 12제의 하나를 마주하면서….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발터는 도저히 전투에 임할 수 없을 정도의 치명타를 입었고 레이첼 카발리아 기관장은 부상을 입고 기절해버렸다. 이 근처에 몰려 있던 셀레브레이트 정예병들은 모조리 전사해버린데다가 자신은 독에 중독되어 지금 몸을 가누기도 벅찰 정도였으니 방심의 대가치고는 비싼 값을 치른 셈이었다. 바이퍼 트라이브의 대두목, 베놈 로드가 이곳에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음에도 블레어, 히로, 닥터, 이가엘을 모두 뿔뿔이 흩어버린 것도 이 상황을 연출하는데 큰 실책이 되고 말았다.
  ‘윽, 정신을 잃어선 안돼. 마왕자가 벌어준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어.’
  샤이란은 심장이 멈춰버릴 정도로 아찔한 상황에서도 정신을 다잡으며 다시금 해독에 집중했다. 지금쯤이라면 이쪽의 소란을 깨닫고 셀레브레이트 2,3조와 흩어져있는 데스티니 조원들이 몰려오고 있을 것이다. 그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선 자신만이라도 정신을 차려야했다. 카폰이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혀가면서 만든 기회를 헛되이 날려 보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공기를 통해 유입된 카타스트로프의 독은 세기의 마녀인 그녀로서도 중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다.
  그녀가 입을 통해 시커먼 피와 함께 독기를 뱉어내자, 돌연 뱀소리 섞인 기괴한 웃음소리가 흉흉한 기운과 함께 빛이 사라진 그곳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캬하하하하하! 캬하하! 킥킥킥! 키키키킥…캬하하하하하!”

  그건 바로 베놈 로드, 카타스트로프의 웃음소리였고 놀란 샤이란은 창백하게 굳은 얼굴로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눈을 돌렸다.
  “캬하하하하! 이거 정말이지 상쾌하군! 최고야!”
  마왕의 빛이 사라지고 짙푸른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고 있는 곳에서, 엉망이 된 2미터의 거구가 큰소리로 웃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굵은 드레드 파마가 풀린 건지 자랑처럼 여기던 금발의 머리는 피에 절어 축 늘어졌으며, 낭자된 전신에서 선지처럼 뚝뚝 떨어지는 피가 땅을 불태우며 희미한 독무를 뿜어냈다. 몸도 성한 곳이라곤 하나도 없어 서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으나, 눈동자만은, 뱀눈알처럼 희번뜩거리는 녹색의 눈동자만은 도무지 어둠 속에서도 그 빛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뭐가 그리 즐거운 듯 그의 만면엔 희열과 쾌락으로 범벅이 된 광기어린 웃음이 짙게 번져있었다.
  샤이란은 질렸다는 듯 어금니를 뿌드득 깨물었다. 아무리 미완성이라곤 해도 순간적으로 발현된 마왕의 힘으로도 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어이 이봐, 겨우 그 정도냐? 고작 이것으로 끝이라고? 캬하하하! 웃기는 농담은 집어치우고 우리 끝까지 가보자구!”
  카타스트로프는 쓰러져있는 카폰에게 한걸음 다가서며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그의 육신을 지탱하는 건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목숨을 건 도박에 대한 미친듯한 갈망과 욕구였다. 그의 혈액에 넘쳐흐르는 독극물이 환각작용을 일으켜 감각을 둔화시키고 그의 몸을 강타한 순수한 파괴의 극치인 마왕의 힘이 가히 오르가즘에 비견될만한 쾌락으로 다가왔을 때, 그는 이 세상 최고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지금 기뻐 날뛰고 싶을 지경이었다. 마(魔)의 정점이라는 12제에 이르러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여자도 마약도 주지 못한 스릴과 쾌감을 지금 이 순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Chilled Wing(얼어붙은 날개)!”
  쏴아아! 그가 술에 취한 듯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카폰의 머리맡까지 다가서자, 돌연 냉풍이 지면을 얼려버리며 그의 발아래까지 뻗어왔다. 바로 샤이란의 힘이었다. 그러나 몸이 채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현된 그녀의 마법으론 그의 발을 묶어둘 수 없었고 카타스트로프가 귀찮다는 듯 손을 한번 크게 휘두르자 그녀가 쏘아낸 냉기는 독무에 휩쓸려 사방으로 흩어져버렸다. 억지로 끌어 모은 마력으로 구동한 마법이 허무하게 빗나가자, 샤이란은 지친 듯 숨을 몰아쉬며 카타스트로프를 향한 팔을 내려버렸다.
  공기 중의 수분이 샤이란이 쏘아낸 냉기에 얼어붙어 눈이 되어 흩날리자 카타스트로프는 약에 취한 사람같이 흐릿한 초점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방해하지마라 설원의 마녀. 지금 난 뿅 가기 일보직전이란 말야. 킥킥.”
  희열과 광기, 쾌락으로 뒤범벅된 그의 눈동자는 이윽고 샤이란에게서 눈을 떼고 카폰에게로 이동했다.
  “자기, 이제 그만 일어나서 나 좀 즐겁게 해줘. 응?”
  2미터 거구인 그가 어린 카폰의 뒷덜미를 잡아 훌쩍 들어 올리니 공중에서 대롱대롱, 흡사 갈고리에 걸려있는 고깃덩이 같았다. 카타스트로프는 반응없이 축 늘어진 카폰을 해실거리는 낯짝으로 쳐다보더니 돌연 그의 심장부에 손을 가져다대며 기대감서린 아이처럼 말했다.
  “어~서어어~ 죽어버리기 전에 나랑 한번만 더 놀아줘.”
  취이이익!
  “아아아악!”
  카폰의 가슴을 움켜쥔 카타스트로프의 손아귀에서 마치 인두기로 피부를 지지는 듯한 끔찍한 소리와 함께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무리 마왕의 항마력(抗魔力)이 전무후무의 강함을 자랑해도 피부를 태워버리는 강산성에는 중독만 되지 않을 뿐, 피부가 녹아버리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만큼 베놈로드 카타스트로프가 그 손에 집적시킨 맹독의 정수(淨水)는, 명백히 대기 중에 확산시켜서 전방위 공격, 혹은 광역 공격을 하는 독가스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력했다. 물론 이것이 통할 지 확신이 없었던 카타스트로프는 새삼 놀랐다는 듯 빙글빙글 웃으며 더욱 손에 강도를 높여갔다. 그럼에 따라 카폰의 비명과 저항은 더욱 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각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카타스트로프는 시커멓게 타들어간 카폰의 가슴에서 손을 떼며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아니면, 몽땅 쓸어버리고 우리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져볼까?”
  그가 눈짓한 곳엔 어느 정도 독을 몰아낸 샤이란이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아, 안돼!”
  카타스트로프가 녹색의 독무에 휘감긴 손을 들어 샤이란 쪽을 겨누자, 카폰이 혼신의 힘을 다해 끌어 모은 마력탄을 카타스트로프의 얼굴로 집어던졌다. 그러나 그건 조금 전에 비하면 산들바람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맥아리가 없었고, 카타스트로프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비웃으며 망설임없이 오른손에 휘감긴 독무를 샤이란을 향해 뿜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또 억지로 카폰의 힘을 끌어내려는 술수, 그랬기에 그가 쏟아내는 독구름은 서서히 대기를 잠식하며 아주 천천히 샤이란을 향해 다가갔다. 그것의 형상은 마치 거대한 손과도 같아, 흡사 녹색 안개의 거인이 미천한 인간을 향해 서서히 손을 뻗는 것만 같았다. 느릿하게 공기중으로 확산되어가는 죽음의 손길은 창부가 남자를 애무하듯 은밀하고 자극적이었다.
  “그, 그만둬!”
  카폰은 카타스트로프를 멈춰 세우기 위해 발버둥 쳤다. 힘을 끌어 모으고, 다시 한 번 자신의 몸속에 간직되어 있을 마왕의 힘을 부르기 위해 안간힘을 다써보았다. 그러나 마치 몸속이 텅 비어버린 듯 공허한 허탈감이 힘을 원하는 그에게 냉정한 거부의사를 밝혔다. 고갈되지 않는 마왕의 마력은 아직도 넘쳐났으나, 숙성되지 못한 그의 육신이 감당할 수 없는 힘에서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들끓는 마왕의 잠재의식을 구속한 것이다. 한계를 뛰어넘은 두 번의 마광포와 한 번의 각성, 이 모든 것이 아직 어린 카폰 크라이슬러에게 있어, 현재 상태로 힘을 개방하는 건 몸이 거부해야 할 정도로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단적인 증거였다.
  “조장! 피해요!”
  카폰은 절실한 심정으로 샤이란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네 맘대로 죽어주진 않는다! 베놈로드!”
  카폰의 걱정을 뒤로 하고 샤이란은 최대한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현재 몸 상태로 보아 저 저주받을 독가스에서 피할 방법이 요원했지만 그렇다고 12제 녀석 따위에게 이렇게 힘없이 죽을 생각도 없었다.
  “Breath of blizzard(눈보라의 숨결)!”
  짧은 언령의 영창만으로 시현된 냉기의 장막이 춤추듯 원을 그리는 그녀의 손끝에서부터 시작되어 녹색의 안개를 향해 휘몰아쳤다. 마이너스 100도에 가까운 냉기가 순식간에 공기를 얼리고 얼어붙은 땅을 돌풍으로 아예 바스라버리며 카타스트로프가 뿜어낸 독기를 흩어버렸다. 그러나 샤이란의 마법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녀가 연이어 손바닥으로 카타스트로프를 향하며 “Gauntlet of frost giant(서리 거인의 장갑)!”라고 소리치자, 갑자기 카타스트로프의 등 뒤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떠오르나싶더니 그 중심으로부터 얼음결정으로 이루어진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제야 뒤를 돌아본 카타스트로프의 얼굴에서 경악과 동시에 웃음이 사라졌다. 설마 샤이란에게 아직도 이 정도의 힘이 남아있으리라 생각지 못한 까닭이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그가 재빨리 카폰을 던지다시피 하며 내려놓고 거대한 손으로부터 물러서자, 샤이란이 카타스트로프로 향한 손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Clench(움켜쥐다)!”
  그녀의 손짓에 따라 거대한 얼음손이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카타스트로프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를 움켜잡기 위해 기둥만한 손가락을 굽혔다.
  “캬하하, 이거 재밌군! 아직 힘이 남아있었나? 좋아 마녀 계집! 어디까지 가는지 두고 볼까!”
  시리도록 투명한 손이 지척까지 다가오자, 카타스트로프의 전신에서 녹색 안개가 자욱하게 뿜어져 나왔다. 카타스트로프를 3차원 공간에서 완전히 지워버린 녹색의 독구름은 그대로 그를 움켜쥐려는 얼음손을 녹여버리며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갔다.
  그것이 쓰러져있는 레이첼이나 발터는 물론 자신에게까지 미칠 것이라 예상한 샤이란은 전혀 당황한 기색도 없이 바로 다른 쪽 손가락을 퉁기며 소리쳤다.
  “Freeze(얼어라)!”

  딱!

  손가락 튕기는 깔끔하고 시원한 소리와 함께 돌연 독구름에 녹아가던 서리 거인의 손이 하얀 냉기를 뿜어내며 폭발했다. 뒤이어 ‘촤아악’ 마치 귓속까지 얼어버릴 듯한 싸늘하고 오싹한 소리가 들려오며 카타스트로프를 중심으로 사위에 방출되는 독가스가 새하얀 냉기에 얼음알갱이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져버렸다. 새하얀 눈보라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며 사위로 몰아쳤다.
  “캬하아——아!”
  눈보라가 반쯤 걷힐 때 쯤 되자, 갑자기 눈보라를 뚫고 독안개에 휩싸인 카타스트로프의 손바닥이 불쑥 튀어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샤이란의 지척까지 다가온 카타스트로프는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그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제로거리에서 샤이란의 이마를 겨누었다. 그의 손끝엔 고농도로 집중된 저주가 녹색의 에메랄드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킥킥, 체크~ 메이트!”
  그의 특기이자 명중하면 대상자는 100% 사망한다는 ‘캘러미티 스트라이크(Calamity strike)’! 그것은 바로 표적에 스치기만 해도 닿은 부분이 즉시 썩어문드러지고 녹아버리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 뿐이라면 그것이 치명타라고 누구도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다. 애석하게도 이 극독의 저주는 카타스트로프가 원하는 순간, 폭발하면서 압축된 독기를 사방에 뿌리기 때문에 용케 피했다 해도 그 뒤 이어지는 맹독저주(猛毒詛呪)의 폭풍에 꼼짝없이 휩쓸려버리는 위협적인 2차 공격능력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카타스트로프의 능력이 가지는 마법적인 특성때문에 그 사정거리와 범위는 약 1~2m정도로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1:1 대결, 즉 한 명을 죽인다는 것에 완벽하게 특화되어 있는 공격인 터에 1mg이라도 들이키거나 몸에 닿으면 신이라도 급사(急死)시킬 정도의 위력—물론 약간의 과장을 섞어—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전체 힘을 쏟아 붓는 공격인만큼 그 정도의 위력이 없었다면 아마 그는 12제의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재앙(Calamity)이었다.
  마력을 과다하게 운용한 건지 금새 피하질 못하고 비틀거리는 샤이란의 모습에, 카타스트로프는 승리를 예감하고 입꼬리를 흉물스럽게 말아 올리며 소리쳤다.
  “죽어라! 설원의 마녀!”
  “천만에.”
  그 때, 갑자기 사선상에 위치한 샤이란이 예의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마치 애초부터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는 듯이 종전까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던 기척마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만 것이다!
  환영마법(幻影魔法), 카타스트로프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샤이란이 비록 분자결빙과 냉기를 특기로 삼고 있는 마녀지만 그녀는 그 옛날, 북쪽에 존재했다고 일컬어진 ‘설원의 마녀탑’을 붕괴시키고 ‘대현자 메노플롭’으로부터 ‘설원의 마녀’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천재 마녀였다. 환영마법은 물론, 주문이나 복잡한 수식조차 필요없는 초단거리 순간이동 등등, 이 세상에 존재하고 또 알려져 있다는 거의 모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금세기 최고의 마법사였던 것이다! 샤이란 폼페이! 그녀의 별명이 ‘설원의 마녀’가 된 것은 결코 얼음을 써서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결코 잊어서는 안될 중대한 사항 중에 하나였다. 그녀와의 1 대 1 전투에서 그걸 잊고 선입견에 빠져버렸다는 것은 그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체크 메이트.”
  환영이 사라지고 샤이란이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카타스트로프의 등 뒤였다. 눈보라처럼 흩날리는 하늘색 풍성한 머리카락과 얼음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결빙의 검을 쥐고 가차없이 카타스트로프의 심장을 겨눈 그녀의 모습은 가히 설원의 마녀, 냉혹의 대명사다웠다.
  “캬아하하하! 그렇게 쉽게는 못 죽어준다! 마녀계집!”
  그러나 카타스트로프는 오히려 즐거워 죽겠다는 듯 웃으며 오른손에 집적된 캘러미티 스트라이크를 뒤쪽으로 휘두르며 샤이란을 노렸다. 아무런 당황도, 아무런 망설임도, 아무런 공포도 없이. 온 이성이 마비된 이 끔찍한 살인마는 오로지 스릴과 쾌감만을 쫓아 본능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결과 자신이 죽음에 이를지라도 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물론 샤이란도 그런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몸은 해독을 반쯤 포기한 상태, 이 절호의 찬스를 놓친다면 다시는 카타스트로프을 처치할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 예감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내리꽂히려는 죽음의 녹색 숨결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새하얀 구체가 카타스트로프의 팔뚝에 부딪히며 샤이란의 머리를 노린 그의 공격을 무위로 돌려버렸다. 물론 아무 타격이 없을 정도로 미약한 힘이었지만, 그것은 팔의 궤도를 약 5도 가량 위로 틀기에 충분한 위력이었고 결국 카타스트로프의 팔은 샤이란의 정수리를 털 끝 하나 차이로 빗나가고 말았다.
  “조장!”
  그것은 바로 카폰 크라이슬러의 마광포였다! 카폰은 몸을 일으켜 세우지도 못하는 주제에 한손을 카타스트로프의 팔뚝으로 향한 채 결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소리치자, 카타스트로프가 자신의 결투를 방해한 카폰의 시꺼먼 쌍흑(双黑)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화가 난 듯 인상을 엉망으로 구겼다.
  “너어어어어어———죽여버리겠다————!”
  “죽는 건 네놈이다! 베놈 로드!”
  그가 잔뜩 격앙된 노성을 질러대는 순간, 샤이란의 얼어붙은 검이 그의 심장을 겨누고 쏜살같은 속도로 쇄도했다.
  스르륵!
  하지만 그 때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검은 손이 불쑥 튀어나오며 샤이란의 검을 검날 채 잡아버렸다. 시커먼 가죽 장갑과 길고 검은 코트소매로 모든 것을 가리고 있는 그 손은, 뒤이어 놀라운 순발력과 힘으로 샤이란의 마법으로 생성된 얼음의 검날을 쥐고 부러뜨려버렸다.
  “뭣?!”
  그녀가 놀란 듯 고개를 쳐들자, 아무것도 없던 밤하늘의 투명한 어둠 속에서 달빛에 스르륵 밀려나오듯 모습을 드러내는 한 검은 인영을 볼 수 있었다. 달을 등지고 온통 어둠에 물든 듯한 기괴한 인물. 얼굴에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넓은 챙 모자와 그나마도 얼굴의 반을 가리는 검은색 롱코트의 칼라 때문에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심지어 사람인지 유령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스—니—크(Sneak)!”

  그 괴인(怪人)을 알아본 이는 오로지 카타스트로프뿐이었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괴인의 이름에 살기를 가득 담아 소리쳤다.
  “스니크?”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생경한 이름에 샤이란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도 잠시,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복부를 향해 날아오는 스니크의 무릎을 엉거주춤한 자세로 막아내야 했다. 그러나 그녀가 두 팔로 막아섰을 때, 그녀는 몸이 날아오를 정도의 엄청난 충격을 맛봐야했다.
  쿵! 하는 육중한 타격음과 함께 샤이란은 붕 뜬 채 카폰이 있는 곳까지 밀려나버렸다.
  “욱!”
  “조장! 으윽… 제길.”
  샤이란이 각혈하며 주저앉자, 카폰이 놀라 그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갔다. 자신의 몸도 성치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카폰은 우여곡절 끝에 그녀의 곁에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본 샤이란의 상태는 심각한 정도가 아니었다. 안그래도 베놈 로드의 독에 중독된 몸인데 무리하게 마력까지 운용한 바람에 목덜미의 시커먼 반점이 아까보다 더 커진 것만 같았다. 분명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질텐데 그녀는 초인적인 인내로 그것을 참아내는 것 같았다. 최대한으로 억제하고 있는데 그것이 언제까지 갈 지….
  카폰은 고개를 들어 카타스트로프의 앞을 막아 선 스니크를 바라보았다. 속도가 붙은 조장의 검을 일합에 잡아내고 마법의 힘에 의해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는 경도를 가진 검신을 부숴버리다니. 카타스트로프도 건재한데 정체는커녕 그 힘의 한계조차 알 수 없는 그가 가세한다면 여기 있는 이는 모두 죽은 목숨이라 봐도 무리가 없었다.
  ‘닥터, 블레어, 히로, 이가엘 씨. 빨리 와줘요.’
  카폰이 절망적인 얼굴로 그들을 바라볼 때였다.

  “무슨 생각이냐 스니크! 내 즐거움을 방해할 생각이냐?”

  돌연 카타스트로프가 버럭 역정을 부리며 스니크에게 소리쳤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그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스니크에게 싸움을 방해했다는 등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스니크가 끼어든 건 둘째치고 자신이 빚을 졌다는 사실이 어지간히도 싫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스니크는 마치 송장이라도 된 듯, 아무 감정적인 대꾸도 없이 그 어두운 얼굴을 서서히 돌리더니,
  “녀석이 왔다.”
  뜬금없이 이렇게 카타스트로프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 목소리는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어둡고 음침한 기운으로 그득했다.
  “녀석?”
  카타스트로프가 굵직한 눈썹을 꿈틀거리며 반문하자, 스니크가 예의 끔찍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쿠마다스, 비밀특무대. 천둥의 망치를 섬기는 자들. 오딘의 자식들.”
  오딘의 자식들이라고? 신성제국 쿠마다스의 성기사단보다 위에 위치한다는 최강의 무력집단, 비밀특무대가 이곳, 아이스타스 대륙에 도착했단 말인가! 그러나 카타스트로프가 놀란 것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천둥의 망치가 의미하는 녀석들은 24과나 되는 비밀특무대 내에서도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과 묠니르, 토르의 망치(Section 1 Mjolnir, Thors Hämmer). 설마 녀석들이 왔단 말인가?”
  녀석‘들’이라고 복수로 묻는 카타스트로프의 말에 스니크는 아니라는 듯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아직까지 손에 쥐고 있는 얼음칼날을 와장창 부숴버리며 이어 말했다.
  “아이젠바하 룩셈뷔크. 한 명.”
  “룩셈뷔크라고?!”
  아이젠바하 룩셈뷔크! 그는 성마전쟁 당시 1과를 이끌던 과장으로서, 전쟁이 소모전양산을 띄던 성전 중기, 진마국의 특수부대 마인 14여단을 궤멸시킨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무력도 무력이지만, 그는 1과가 14여단을 전멸시키면서 두각을 드러낸 1150년도로부터 거의 70년 이상이나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서 1과의 과장을 맡고 있는 정체불명의 괴물 같은 남자였다. 그런데 그 정도의 인물이 1과를 대동한 것도 아니고 혈혈단신이 되어 적진까지 오다니,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만 해도 놀랄 일인데, 이 사실은 정말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카타스트로프가 ‘어째서?’란 의문을 떠올리자마자 딱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오늘 그가 거래하려던 상대와 신성제국 쿠마다스의 관계였다.
  어렴풋이 떠오른 생각을 확신하게 해준 건 스니크의 한마디였다.
  “엔트로피.”
  “과연, 그 녀석들 때문인가. 하긴 쿠마다스의 비밀특무대가 전부 몰려온다면 실바니아나 진마국과 외교적인 마찰이 생길 테니 혼자서 천명은 박살낼 수 있는 그 녀석이 직접 왔다는 건가. 킥킥….”
  카타스트로프는 잠시 키득거리며 샤이란과 카폰을 돌아보았다. 샷셀과 룩셈뷔크, 그리고 저스티스와 엔트로피. 앞으로 벌어질지도 모를 일들이 떠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그거 재밌겠군. 신나는 일이 터질 것 같아.”
  그는 금새 새로운 장난거리가 생각난 악동처럼 입을 헤 벌렸다. 음흉한 얼굴로 탐욕스럽게 윗입술을 핥은 그는 새로운 스릴과 쾌락에 대해 떠올리니 흥분을 감출 수 없는 것 같았다.
  “좋아, 안내해라 스니크.”
  “…….”
  스니크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곤 카타스트로프와 함께 다시금 어둠 속으로 스르륵 빠져들었다. 마지막으로 피에 절은 카타스트로프의 얼굴이 밤안개의 깊은 심연속으로 녹아내릴 때, 그는 샤이란과 카폰을 향해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다음엔 확실하게 즐겨보자구 마녀 계집, 그리고 마왕나으리….”
  메아리처럼 멀어지는 그의 웃음소리를 끝으로 그들은 엉망으로 무너진 항구의 폐허에서 완전히 몸을 감추었다. 그들이 지나가고 남은 것은 42구의 셀레브레이트 요원들의 시체들과 부상자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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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드디어 폼페이 전투가 막을 내렸심돠~ 킬킬

룩셈뷔크도 실바니아에 들어왔고~

늑대소년님께서 새로운 사건을 원하시니

어디든 튈 수 있는 그야말로 분기점!!!!!!


이제 개학 했으니 팀원분들 이제 쉬엄쉬엄 퀄리티를 높이면서 느긋하게 해요~ ㅋㅋㅋ

그럼 늑대소년님하~ 알라븅~♡


PS : 핫핫핫! 그러고보니 다르칸님하~ 룩셈뷔크 앞의 이름 맘대로 갖다 붙였어욤~ '아이젠바하 룩셈뷔크'심둥~~ 켈켈켈~~~ 스니크도 등장시켰고~ 카타스트로프의 전투씬도 제 선에서 끝낼 수 있어서 여러가지 즐거운 화였심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