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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Prisoner Princess」

2007.07.04 23:44

영원전설 조회 수:2013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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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oner Princess」
Wish to the Star
제 12 화. 폭풍전야


  6월은 킬(Kiel)시의 사람들에게 있어 아주 특별한 달이며 또한 가히 전 유럽의 요트인들이 고대하는 달이기도 하다.  물론 화창한 여름 날씨에 운하를 옆에 낀 건물들의 단정한 모습과 따스한 햇볕 아래의 흠 없는 청옥 빛이 반짝이는 해변,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중세 고딕 양식의 니콜라이 성당 역시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바로 이 달, 이 주가 있기에 킬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킬러보헤란 축제는 무려 1895년 때부터 시작한 킬 주의 전통적인 행사다.  본래 요트경주로 시작했지만 어쩌다 뒤돌아보니 도시 전체의 축제로 발전해 버렸고 그다지 공휴일인 것도 아닌데도 이 달만 되면 사람들이 모두 해이해 져서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  물론 이건 봉급 받는 공무원들 정도가 그렇다는 거고, 서비스 직종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관광객들을 최대한 발라먹기 위해 허리가 휠 정도로 일하지만, 뭐, 지금 상황에선 죄다 쓸모없는 얘기 인 듯하다.  
  한숨을 쉬며 어두침침한 바깥을 바라본다.  밤이 다가오는 것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을 그같이 크게 한숨을 쉬며 바깥풍경을 원망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그 찬란한 광채를 걷어낸 해님도 탐욕스럽게 빛을 몰아낸 어둠에게도 향한 것이 아니었다.  킬시 모든 사람들의 원망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은 저 하늘 위에서 몰아치는 비바람.  킬러보헤를 망치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강우량과 힘 때문에 놀고 싶은 사람들은 놀고 싶은 사람대로 그 사람들을 발라먹으려던 사람들은 그들대로 지금 우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지금 한숨을 쉬고 있는 남자는 놀지를 못한다던지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한다는 어쨌든 그런 이유로 미간을 찌푸리는 게 아니다.  바이에른사의 가히 최대 최고의 항구라 할 수 있는 이 킬항의 총책임자인 유르겐 휴버에게 있어 킬러보헤란 다른 때와 그다지 다른 게 없는 날이다.  
  보통사람 보다 큰 체격에 좁은 사각 턱.  푸른 눈과 거의 밀어버리듯 짧게 깎은 금발.  얼굴과 덩치가 좀 대비가 되는 듯 되지 않는 듯 하지만 유르겐 휴버라는 남자는 겉모습에 비해 대단히 꼼꼼하고 사무적인 사람이다.  이 사람이라면 예전에나 존재하던 일하는 사람마저 가려버리는 거대한 서류더미도 묵묵하게 다 처리 할 거라고 사람들이 비꼬아 말하지만 이런 사람이 윗대가리이기에 킬항같은 거대한 항구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 또한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도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언제나 묵묵히 처리하고 있으니 진정 서류더미가 그의 앞에 놓였다 해도 그다지 불평하지 않고 처리하겠지.
  하지만 사람에게 있어 언제나 싫어하는 것은 있기 마련이다.  이것에 비한다면 사무 처리는 차라리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에게 있어서.

  “어스워드의 공습예견 정보를 받은 지 하루가 다 지났소.  그런데도 아직까지 그렇게 고집스럽게 기지방어를 고수할 것이오?”

  “게하드 오버마이어 대장님.”

  휴버는 불쾌한 기분을 애써 다독이며 상대방을 돌아봤다.  175 정도 될 듯 한 평균보단 작은 키.  딱 벌어진 어깨와 같이 옆으로 퍼진 얼굴.  누구한테 한 대 맞은 듯 한 납작한 코와 사각턱, 푸른 눈과 갈색 머리.  킬 함대 총사령관 게하드 오버마이어는 함장보단 어디 산적두목같은 모습이다.  여기저기에 난 상처롤 보면 확실히 함대 사령관이 되기 전에 무언가 비슷한 일을 했을 듯.  휴버의 생각으론 그저 그의 성격의 상징이라지만.  그의 불같은 성격에 화를 못 참고 싸움을 벌이는 일 정도야 휴버가 사무 처리하는 만큼 일상적일지도.  

  “바깥을 한 번 보시고 얘기를 시작합시다.  아직 허보일지도 모르는 정보에 함대를 움직이기에는 너무 고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이 정보가 사실이라고 해도 이때에 함대를 움직이는 것은 그들로서도 자살행위입니다.  오버마이어 대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 곳 킬 항의 방비는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최적의 날씨에도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될 터인데 어스워드의 함장이 팔푼이가 아니고서야 이 같은 날에 공격을 감행 할리 없지요.”

  “휴버 대장은 너무 이 기지의 견고함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군.  역사, 아니 최근의 일만 조금 돌아봐도 누구도 함락시키지 못 할 듯 했던 기지들이 기상천외한 전략에 휘말려 쑥대밭이 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지 않소?  게다가 도대체 언제 온 정보인데 아직까지도 그것이 허보인지 사실인지 모른단 말이오?”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에 휴버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지만 애써 침착하게 자신을 다그치며 다시 무표정으로 오버마이어를 응시한다.  애초에 한 기지에 두 명의 대장이 있다는 것이 잘못된 배정이다.  그것도 서로 잘 맞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이렇듯 굽힐 줄 모르고 서로의 의견만을 피력하니 일에 진전이 있을 리 없다.  하긴, 바이에른 사에서 보자면 그리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킬 항은 그 소유 병력과 방어시설에 있어서 가히 난공불락이라 오래 전부터 불려 왔고 이 전투가 난무하는 세기에 꽤나 오랫동안 평화를 유지해 왔기에 대장 두 명이 서로 티격태격한다 해서 부여된 임무가 조금 더뎌질망정 큰 일이 날리는 없다고 판단했기에 이제까지 이곳을 이대로 방치해 두고 있었던 것.
  하지만 그땐 그때고, 막상 지금 이 킬 항엔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그리고 이런 일엔 재빠른 대처가 필요한 법.  그 점에서 지금 머리가 두 개가 달려버린 이곳은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도 적의 함대가 포착되지 않은 것을 본다면 그다지 신용성이 떨어지는 정보라고 보나 지금 상황이 레이더는 물론 무인 정찰기마저 그다지 효능을 보이기가 힘들어 정확한 정보를 출력하기 어렵습니다.”
  
  “함선을 하나 보내 주변 지역을 둘러보면 어떻소?  함대를 내보내자는 것도 아니고, 함선 한 대 정도면 이 날씨에도 광범위하고 확실한 정찰이 가능 할 터인데.”

  물론 휴버라고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망설이고 있었다.  함선을 한 대 움직이는데엔 상당한 금액이 깨질 터인데, 만약 정찰이 말짱 헛짓이었다면 그 책임을 그가 고스란히 덮어 쓸 것이다.  그렇다고 저 남자의 생각에 찬성한다면?  헛짓으로 끝난다면야 그로선 다행이지만 만약 정말로 적 같은 것이라도 발견해 자신 앞에서 빈정거리기라도 한다면 그의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질 것이다.  
  결국 이 둘의 문제는 서로를 어떻게든 밟고 올라서고 싶다는 심리에 있다.  저 재수 없고 답답한 녀석의 코를 어떻게 납작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잘나 보일 수 있을까.  사실 둘을 서로 때어내 따로따로 평가를 하자면 그들은 유용한 인재들이다.  휴버의 내정능력에 관해서야 이미 말한 바 있고, 게하드 오버마이어는 조금 무모한 면이 있지만  바이에른이 투자를 아까워하지 않고 부하들 사이에서도 인기 많은 노장이다.  킬항으로 인사이동을 가장한 좌천을 당한 것은 순전히 술김에 바이에른 사 소속의 다른 용병을 때려눕힌 것이 문제가 되어서 그런 것이지, 전혀 그의 업무능력에 문제가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근데 이 유능한 두 인재들을 합쳐 놓아 보니 웬걸, 허구한 날 의견대립이나 하고 정작 제대로 끝마치는 일이 없다.  물론 이미 말했듯이 조용했던 예전엔 그나마 눈 감아 줄 수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이대로 가다간 둘 중 하나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물론 휴버는 최대한 그 실수를 범하는 사람이 오버마이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것은 게하드 쪽에서 마찬가지일 것.  어스워드가 기지에 핵을 퍼붓든 화장실에 폭탄을 설치해 모든 변기를 사용불능으로 만들든, 아니, 그건 좀 아닌가, 어쨌든 지금 이 둘은 말만 어쩌구 할 뿐이지 사실은 서로의 대가리를 지그시 밟고 올라갈 수 있을 그 어떤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방법은 제각각이다.  게하드는 어떻게든 공을 세워 휴버를 찍소리도 못하게 하고 싶어 안달.  뭐, 간단하다.  하지만 반대로 공 세우려다 쪽박을 찬다면?  게하드쪽에서는 그런 경우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 듯 하지만 휴버쪽에는 바라는 바고, 또 유도하는 바이다.  하지만 지금 이 경우엔 확률이 반반이기에 이 깍두기같은 놈을 밟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없다.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없을까.  솔직히 지금 함선 정찰을 반박할 만한 이의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돌리는 휴버.

  [휴버 대장님?]

  한 여성의 목소리에 휴버의 짧은 사념이 깨진다.  어떻게 보면 구원이라고도 할 만한 타이밍..  이라기 보단, 무슨 일일까.  아마 이 전에도 설명 했지만, 킬항은 그다지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 어찌 보면 따분한 거점이다.  보통 구질구질한 일이 있으면 나중에 그에게 보고서로서 올라 올 것.  이렇게 직접적으로 통신을 여는 일은 드물다.  그 때문에 손가락을 통신연결 버튼에 올리면서 조금 걱정이 앞선다.

  “무슨 일인가?”

  [통제실에서 호출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휴버 대장님이나 오버마이어대장님 중 누구라도 오시길 희망하고 있는 듯 합니다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불안하다.  무엇이 불안한가 하면, 그는 통제실에 간 적이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것도 모두 골치 아픈 일이 터졌을 때 뿐.  워낙에 방비가 철저한 킬 항이기에 외부에서의 위협이나 바이에른 사에서의 중요한 통신이 오지 않는 한 그다지 갈 이유가 없는 방이기에 이 호출은 찝찝하다.  그래, 이 불한당이 이곳으로 전역한다고 했을 때도 통제실에서 호출을 받았었지.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빈번하지 않기에 간과할 수 없다.
  
  “..  그쪽으로 간다고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호출이 끊어지고 미간을 조금 구기며 불한당 놈을 돌아보자니 그의 입가에 조소가 걸쳐있다.

  “..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올 것이 온 듯 하니 말이오.  통제실의 호출, 우연치곤 너무 잘 맞아 떨어지지 않소?”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정말 싫은 가정이지만, 통제실에서 보고 받을 일은 아마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예의 그 적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정도의 일이 아니라면 통제실에서 호출을 요구 할 리 없다.
  ..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시는 듯 합니다.  일단 가서 확인해 보는 것이 타당하겠지요.”

  그걸 끝으로 그가 따라오든 말든 방을 나가 통제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래, 아직은 그저 가능성일 뿐이다.  하염없이 높은 가능성일지언정, 그것이 정녕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 물론 적의 공습이 기정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게 그에게 물리적인 타격을 줄 리는 없다.  무엇보다도 이 킬항은 난공불락의 요새니까.  단지 그의 자존심이 갈기 갈기 찢길 뿐.  정말 적의 공습이 있다면 그저께 받은 공습예견 정보를 허보라고 우겼던 그는 대체 뭐가 되는 건가.  아무리 태풍으로 통신장비가 조금 맛이 갔다지만 이런 중요한 일을 담은 정보를 허보라 무시해오려 했던 그는 무능력 내지 대장 실격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또 몰라도 저 불한당 놈은 이 곳에 같이 배치되어 있는 한 언제까지고 이 일을 떠올리며 대놓고 비웃겠지.  아니, 아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이미 말했지만 가능성일 뿐이다.  무언가 확정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통제실에서 호출 받은 것은 뭔가 다른 일 때문일 것이다.  통제실에서  대장들에게 호출을 요청할 만한 일이 이 일이 아니라면 대체 뭔지 짐작도 안가지만, 그렇다고 이 일 때문에 호출을 요청했다, 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 아직 희망은 있다.  지금 뒤따라오고 있는 저 산적 놈의 기대에 찬 눈깔이 똥색이 될 확률은 여전히 있는 거다.  아직 희망을 가질 이유는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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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는.  은하영웅전설 얀 장군님의 제 1차 이젤론 탈환작전을 모방하려 했으나..  저의 실력부족, 능력부족, 상상력 빈곤으로 인해 이렇게 그 첫번째 파트만 내놓게 되버렸습니다 ㅜ_ㅜ  정말 죄송합니다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