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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 운명의 일곱 가지

2007.06.09 21:10

다르칸 조회 수:1483 추천:4

extra_vars1 열역학 제 2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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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고 폰 바르텔로 백작. 경고하겠소, 귀관의 대가리가 얼마나 우수하든, 지금 하는 짓은 삽질이요"

맥스웰이 주름진 표정으로 바르텔로를 힐난했다. 언젠가 어느 나라의 왕이 아직 거대해지지 못하던 카마다쿠스의 교황에게 보냈던 '역사적 욕설'조차 장생을 누린 맥스웰의 욕설보다는 지독하지 못할 것이다. 연로한 흡혈귀의 말 끝으로 바르텔로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박쥐놈이, 감히 신성한 인권을 유린하려 드는 것이냐! 엔트로피의 멸살은 의회에서 내려진 명령이다!"

"엔트로피..? 의회?"

맥스웰은 반문하지 않았다. 머릿 속에 드는 의구심보다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문을 열고 나타난 남자 때문이었다. 베놈로드 카타스트로프. 그리고 지붕 위로 하나 둘씩 나타나는 그의 조직원들이었다.

"거참, 손님들이 많이들 오셨구만."

입에 두꺼운 시가를 물고, 아직 불을 붙이지 않은 채 중얼거리던 베놈로드의 육중한 몸이 맥스웰과 바르텔로 앞에 멈췄다. 아주 느긋하게 카타스트로프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 끝에서 파스슥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시가 잎 속을 태워들어갔다.

"나는 말이야"

카타스트로프가 깊게 빨아 들였던 담배연기를 다시 길게 내쉬었다. 진한 연기가 허공에 흩뿌려졌다. 그는 집게손가락으로 담배를 입에서 꺼냈다. 그리고 나즈막히 말을 꺼냈다.

"공무원들이 싫어"

말이 끝나는 찰나에, 빠른 것이 두 상급 공무원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베놈로드는 아직도 여유롭게 담배의 향을 음미하고 있어으며, 그 표정은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다시 한 번 베놈로드가 '역시 시가는 부드럽군'이라며 담배 연기를 내뱉었을 때, 시뻘건 화염처럼 잘려진 맥스웰과 바르텔로의 목 끝에서 피의 분수가 뿜어져나왔다.

"죽음까지도 핏물에 오금저리며, 처절한 최후의 외마디 비명을 사양할 수 없도록 만들어주마. 이 몸은 사악한 독귀의 왕, 베놈 로드 카타스트로프다!"
  
웅장한 시작이었다. 지붕에 나타났던 이들은 흡혈귀들에게 은도금과 독극물이 섞인 단검을 폐부 깊숙이 선물했다. 지휘관으니 처참한 주검 앞에서 기가 질렸던 몇몇은 도망을 치려 했으나, 눈살을 찌푸린 베놈로드의 길죽한 독기의 채찍이 도망자들의 목덜미를 휘감아 녹여버렸다. 지휘관에 대한 애도와 카타스트로프에게 적의를 쏘아보내며, 각자의 흉기를 뽑아든 이들이 무리 속에서 나타났을 때. 독귀의 왕은 진심어린 미소를 지었다.

"죽어주겠다. 그리고 죽여주지"

베놈로드의 살기어린 말과 함께, 실바니아의 공무원들이 달려들었다.

"멍청하긴, 다 공무원이라고 해버리면. 그 공무원이랑 싸우는 너는 시정잡배냐"

양 팡 라이덴이 근처의 높은 빌딩 위에서 혈투를 벌이는 카타스트로프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




이스트 샤인, 배덕과 음모가 넘치는 도시의 북쪽 입구에서는 그런대로 구색은 맞추고 있는 경비병들이 한가로운 하루의 끝을 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칙칙한 도시가 되어버렸음에도 경비병들의 투철한 사명의식은 카타스트로프조차 일일히 검문을 받도록 했다. 지금 막 도시 언저리에 나타난 두 명의 로브를 뒤집어 쓴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분증 좀 보여주십시오"

경비병은 속으로 궁시렁댔다. 또 저스티스에서 보낸 떨거지겠지, 아니면 12제 일지도 모르겠군. 그는 이 검문을 끝으로 자기보다 두살 어린 윌치스와 교대를 해야 했다. 그 다음에는 시청으로 가서 정부로 연락을 넣게 되겠지, 요주의 인물 등장. 이라는 거창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신분증을 보여주시기 전에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두 까만 로브가 아무런 행동없이 그저 도시로 들어서려고 하자, 경비병이 그 둘을 막아섰다. 멀찍이 경비병 초소에서는 동료들이 포커라도 두고 있는 듯, 몇몇이 달려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 도시에서 가장 안전한 것은 이들일런지도 모른다. 건드리면 정부의 군대를 불러오지만, 냅둬도 딱히 거슬리지도 않는 경비병들은 시정잡배가 아니면 굳이 건드리려 하지도 않았다. 그런 사실이 경비병들에게는 어느 정도 안도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신분증은 없다"

로브 중 하나는 아주 칼칼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언뜻 보이는 로브 뒤의 얼굴도 아주 앙상했다. 경비병이 두 팔을 벌려 길을 막으려 들자, 그가 왼 손을 들어올렸다. 경비병은 움찔했으나, 속 깊은 곳에서 가지는 안도감과 사명감으로 물러서지 않았다. 앙상한 뼈 마디가 보일 정도로 마른 손이 경비병의 코 앞까지 왔다.

"참 올바른 청년이구먼"

로브 속의 칼칼한 목소리가 말했다. 그리고 경비병의 몸이 꽃잎처럼 흩어져 버렸다.

"하지만, 재수가 없었을 뿐이야"

킬킬 거리는 목소리가 뒤쪽의 다른 한명에게서 들렸다.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던 뒤쪽의 노인이 그것을 걷었다. 반백의 머리에 왼쪽에는 희번뜩이는 기괴한 모양의 초록색 눈알을 지닌, 기괴의 에치슨이었다.

"올벤, 참 정내미가 없어. 자네는"

에치슨이 타박을 주자, 올벤은 로브의 후드를 걷으며 사심없이 웃었다.

"그러는 네 녀석은 초소에 있는 놈들을 다 죽였잖은가"

올벤의 재치있는 대답에 에치슨이 낄낄댔다. 둘은 손바닥에서 길다란 지팡이를 꺼내 힘에 부치는 듯 땅을 짚으며 도시로 걸어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창백한 피부의 선홍색 눈동자를 지닌 남자가 서 있었다. 붉은색의 레인코트와 챙이 넓은 모자, 펄럭거리는 코트자락 사이로 보이는 검은색 정장. 카나드였다.

"너희는 뭐냐"

"저런, 에치슨. 자네는 사신이 우리에게 올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그 숲에 그 놈을 두고 왔잖은가"

카나드의 물음에는 대꾸도 없이 두 노인은 키득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떠들어댔다. 그 중에는 몇 가지 실속 없는 농담도 섞였으며, 고즈넉한 저녁 식사 후에 오갈만한 일상적인 이야기들까지 곁들어졌다. 그리고 그런 속편한 상황은 카나드에게는 견딜 수 없는 모욕이며, 수치였다.

"너희들이 엔트로피인가?"

카나드가 물었다. 이미 그는 새하얀 송곳니가 드러나도록 입술을 비틀고 있었다.

"오호, 실속 없이 나이만 먹은 박쥐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군"

올벤이 웃었다. 그러나 카다드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흑색 철포와 은백색의 권총을 양 손에 잡고 백중백발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총탄을 난사했다. 그것은 모두 올벤에게 집중되어 있었는데, 올벤은 지팡이를 들어 아주 작은 소리가 날 정도로 약하게 땅을 툭 건드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총탄들은 모두 궤적을 비틀어 주위로 흩어졌다.

"으흠, 카틀레아 녀석. 이런 놈을 용케도 이겼구만, 총솜씨가 장난이 아니야. 허허!"
  
올벤이 웃었다.




*




"닥터!"

"응?"

블레어가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르켰다. 닥터도 그것을 보고 있었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 듯. 그저 턱을 하염없이 아래로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 맨 처음 정신을 차린 것을 발터였으며, 그가 은사를 풀어 덮쳐오는 길다란 다리를 끊어버리자, 주위에서도 조금씩 동요가 일어났다. 그 다음으로 정신을 차린 것은 블레어였다.

"와하! 흑해에 사는 크라켄이 여기 있다고!!"

그의 화염주먹이 불타올랐다. 누렇고 섬뜩한 외눈을 치켜 뜬 크라켄이 호수 가운데에서 의미모를 쇳소리를 내며, 다리를 휘둘러댔다. 발터의 은사에도 그것은 잘리지 않았고 물이 축축하게 묻은 다리는 블레어의 물주먹에서 잘 타지 않았다. 무장특무대가 정비를 하고 공격을 감행하고 나서야, 끝도없이 늘어나던 사망자 명단이 대폭 줄어들었다. 카발리아가 품에서 권총을 한 정 꺼내들었다. 아주 고급스러운 금장이 되어 있었다.
탕!

"오늘 식단은 오징어요리다"

"빌어먹을!! 저걸 잡으라고?!"

"카발리아!! 도망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전자는 블레어의 외침이었고, 후자는 닥터의 비명이었다. 하지만 일단 내려진 명령에 대해서 발터는 군소리 없이 움직였다. 왕년의 전장에서 사신이라 불리던 몸인지라, 아무리 굳었어도 날쎄기는 야수들의 그것 쯤을 가볍게 넘어섰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빨판을 은사로 뽑아버리거나, 블레어가 거대한 화염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동안 은사로 크라켄의 다리를 묶은 것은 그가 한 일이었다.
다행이라면, 숲의 주위보다, 정 중앙인 호수에서 그나마 화염이나 마력이 반응을 했다는 것이었다. 카발리아는 자신의 마력을 듬뿍 담은 마력탄을 쐈다. 블레어의 화염이나 닥터의 폭탄만큼 효과가 있지는 않았지만, 무장특무대의 축복받은 무기들 만큼의 효과는 냈다.

"저거 혹시, 정말 흑해의 크라켄 아냐?"

닥터가 블레어에게 외쳤다. 20여년 전, 실바니아 공화국과 동대륙 사이에 있는 흑해에 나타나 무장함선과 군함들을 모조리 박살내며 난동을 피우던 크라켄은 그 유명한 기괴의 에치슨이라는 마도사에게 잡혀 사라져 버렸다.

"정말..저게, 그 크라켄이면 군함 수십척을 몰고 와도 승산이 없다고!"

닥터가 젤리를 닮은 폭탄을 집어던져 쇳소리를 내는 크라켄의 빨판 하나를 박살내며 외쳤다. 블레어는 그 순간에서 커다란 화염덩어리를 수십분 동안 만들어낸 뒤에 그 괴물의 다리 하나를 구워내기 이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간신히 거대한 불덩이를 크라켄에게 집어던졌지만, 호숫가에서 뿜어지는 물줄기는 불덩이를 막아냈다. 그리고 블레어는 신경질을 내며 소리쳤다.

"그럼 우린 전함 수백척보다 강하면 될 거 아냐!"

"이 멍청한 원숭아! 그게 쉽냐!"

신경질이 나기는 닥터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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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실바니아 공화국과 진마국, 동대륙의 가운데에 위치한 바다. 수심이 깊어 끝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거뭇거뭇하게 보인다 하여 흑해라고 한다.

크라켄
보통 바다에 사는 20m에서 30m 즈음 되는 괴수.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20여년 전 괴물처럼 거대한 크라켄 한 마리가 나타나 몇 달 동안 진마국과 실바니아, 동대륙의 교류를 차단하며 행패를 부린 적이 있었다. 그 크라켄의 크기는 본 사람마다 말이 달라졌으나, 해수면 위로 나온 다리와 몸체를 추정했을 때 크기는 약 150m 정도가 넘는다고 한다. 그 크라켄은 진마국 군함 41척과 실바니아의 군함 51척, 동대륙의 무장상선 120 여척을 박살냈으며, 이후에 기괴의 에치슨에게 잡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