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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Destiny * 운명의 일곱 가지

2007.05.12 06:22

Mr. J 조회 수:1271 추천:3

extra_vars1 양 팡 라이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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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어둠과 절망의 도시, 이스트 샤인에서도 가장 음침한 곳에 위치한 술집 ‘실키 클럽’ 그 그늘 속에서 희뿌연 공기 사이를 가르며 그 핑크 빛 네온 사인을 빛내는 오염과 악의 집합지였다. 여느 때처럼 커다랗고 털이 북실북실한 쇼파에 앉아 계집을 끼고 술을 마시던 저스티스 12제 ‘베놈로드’ 이완 카타스트로프는 지금껏 맛볼 수 없었던 쾌감에 몸을 떨고 있었다.

그가 좀 더 어렸을 당시, 그는 쾌락을 찾아 헤매는 한 마리의 짐승이었다. 그의 무시무시한 능력으로 손아귀에 넣지 못하는 것은 없었다. 그가 자라온 더럽고 타락한 뒷골목의 그늘 속에 숨어서, 마치 벌레나 뱀 같이 독을 조금씩 조금씩 모아오던 그는 어느 날 음지에서 기어 나와 살을 태우고 뼈를 녹이는 그의 능력으로 젊은 나이에 뒷골목을 휘어잡는 대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오로지 쾌락만을 위한 것이었지, 절대 지위 따위를 바라는 삶이 아니었다. 하루하루가 지겨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약과 모든 변태적 섹스마저 접해보았지만 그에게 진정한 쾌락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권태에 빠져있던 그에게, 진정한 파괴의 제왕, 진정한 피의 갈구자가 나타난 것이다. 인간을 죽이는 것은 개미를 지긋이 눌러 죽이는 것만큼 쉬웠던 카타스트로프는 그를 찾아온 흡혈귀의 도전을 아무런 생각 없이, 지독한 권태 속에서 받아들였다.
그리고 –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그가 진 것이다. 거짓말처럼,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스트 샤인의 반쪽이 날라가 버린 후, 그 복마전의 중앙에 드러누운 것은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흡혈귀는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카타스트로프를 죽이고도 남을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직 그를 죽이진 않고 있었다. 희뿌연 하늘을 바라보던 카타스트로프는 문득, 자신이 그 끔찍한 권태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심장은 뛰고 있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진짜 ‘싸움’이었다. 자신의 독에 녹아 내리지 않는 상대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의 진정한 존재 의미는 바로 파괴에 있었다.
그는 흡혈귀의 발에 매달렸다. 그는 흡혈귀에게 쾌락을 더욱 맛보게 해달라 애원했다. 그리고 그 악마는, 그에게 손을 뻗었다.

모스베라토 베리도트.

“두목!”
문을 벅차고 들어온 똘마니의 외침에 베놈로드는 눈을 떴다. 부하는, 뭔가 공포스러운 일을 막 겪었는지, 눈엔 핏발이 서 있었고 땀에 푹 젖어있었다.

“무슨 일이냐.”
베놈로드가 귀찮은 듯, 양쪽에 끼고 있던 계집 둘을 물리치며 물었다.

“그게……!”
똘마니는 말을 잇지 못하였는데, 그의 구멍이란 모든 구멍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뼈와 가죽만 남아 헐렁해져 버린 육체는 자신이 만든 피의 강 속에 철퍽, 하고 몸을 떨구었다.

“양 팡……!”
베놈로드는 잽싸게 쇼파를 벅차고 튀어나왔다. 그는 무시무시한 독기를 발산하여, 벽을 녹여 뚫고 그가 히로와 샤이란을 잡아둔 감옥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 – 검은색 머리칼을 길게 땋은 동양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마치 목석을 연상시키는 외모. 불상의 그것이라 할 수 있을까? 무념무상이라 칭해야만 할까? 마치 이 세상의 모든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만 같은 얼굴의 남성. 두 개의 짙은 눈썹은 가만히 닫혀있는 그의 눈 위에 굵직한 선을 긋고 있었다. 펑퍼짐한 흰색 도복 하의 위엔 검은색 띠가 궂게 매어져 있었고, 그의 막강하고 거대한 근육은 숨을 쉬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의 뒤에 위치한 철장 안엔 샤이란과 히로가 정신을 잃은 채로 갇혀 있었다.

“뭐하는 짓이지……?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베놈로드가 이를 악물곤 동양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인질은 비열하다 생각하지 않는가? 베놈로드.”
그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순간, 베놈로드가 갑작스레 손을 뻗어 한 무리의 벌떼처럼 성난 기운의 독기를 발산하였다. 그러나 녹색 독기를 가르고 가부좌 상태에서 튀어 오른 동양인은 어느새 베놈로드의 코 앞에 도달해 있었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묵직한 주먹이 카타스트로프의 코를 부러뜨렸다.
카타스트로프가 재빠른 공격에 바닥에 넘어져, 코를 움켜쥐었다. 그와 함께 독기가 가시었다. 동양인은 크게 숨을 내쉰 뒤, 넘어져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카타스트로프를 바라보았다.

“너와 싸우는 것은 물에서 싸우는 것과 같다.”
그가 한마디 한마디 덧붙일 때마다 그의 송충이 눈썹이 꿈틀거렸다.

“숨을 참고 있으면 되지.”
“양 팡!”
베놈로드가 외쳤다.

“12제 간의 다툼은 금기이다. 도대체 내 일을 방해하는 이유가 뭐지?”
“천하무적 12제의 하나라는 자가, 인질을 쓰는 것인가?”
그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흥, 내가 약해서 이러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착각하고 있는 거야.”
어느새 베놈로드가 발산해 낸 독기가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양 팡과 대화를 하던 틈을 타, 독기를 몰래 그의 뒤로 보낸 것이다. 폐 가득히 독기를 마셔버린 양 팡은 입에서 피를 뿜었다. 그는 재빨리 바닥의 베놈로드를 낚아 채고 튀어 올랐다. 그의 강철 같은 다리 근육이 튕겨지듯 뿜어내는 힘에 그 둘은 천정을 뚫고, 이스트샤인의 거리 한가운데를 뚫고 튀어 올랐다. 바닥에서 약 5미터 정도까지를 날아오른 양 팡은 베놈로드를 공중에 띄우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주먹을 날렸다. 얼마나 빠른지 주먹의 잔상이 보일 정도여서, 마치 그의 손이 수십 개가 된 듯한 착시를 주었다. 그렇게 십여 차례를 공격한 후, 양 팡은 베놈로드를 걷어 차 저 멀리 구석으로 날려버렸다. 베놈로드가 마치 유성처럼 날라가 거대한 먼지폭발을 일으키며 떨어졌고, 양 팡은 바닥에 가볍게 착지하였다. 그러나 그는 베놈로드의 독기에 귀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강철 같은 폐를 가진 그였다. 독기를 조금 들이마셨다고 해서 죽진 않는다.
베놈로드는 비틀거리며 벽돌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른 12제 멤버들과는 다르게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제 11제 ‘철권’ 양 팡 라이덴. 그는 인간이었지만 자신의 몸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초인적인 신체적 능력을 가진 자였다. 상대가 12제인 이상 베놈로드의 독기는 무적이 아니었다. 특히 양 팡 라이덴은 그의 특성상 베놈로드의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초인적인 폐활량을 가진 그에게 있어 독기는 숨을 멈추기만 하면 무용지물이었고, 그의 강철 피부에 독기는 큰 흠집을 낼 수 없었다.

“큭큭큭…….”
베놈로드의 피가 끓고 있다.



* * *



너덜너덜해진 기차가 정지하였다. 저스티스의 습격에 걸레나 다름없는 몰골을 한 기차는 힘겹게 달리다가 결국, 철로 한가운데서 그만 멈추어 버리고 말았다. 마치 마지막 숨을 몰아 쉬듯, 열차는 시꺼먼 연기를 크게 뿜어내곤, 그대로 끝이었다.

“끝내주는군.”
블레어가 빈정대며 기차의 길쭉한 상처 사이로 뛰어내렸다.

“부스 숲이라, 운도 지지리 없네.”
닥터가 블레어를 따라 내리며 중얼거렸다.
차가운 달빛 아래로, 잿빛 숲이 흐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활엽수로 이루어진 거대한 숲은, 전부 그 녹색 빛을 잃어 싸늘한 흑빛이었다.

“여긴 어디죠?”
카폰이 입구를 통해 – 이미 입구라는 개념을 상실한 입구였지만 – 내리며 외쳤다. 어둠 속을 조심스럽게 두리번거리는 그에게 블레어가 살며시 다가갔다.
화륵! 그가 얼굴 밑에 손을 대고 불을 피웠고, 그 빛은 아래서부터 블레어의 얼굴을 비추며 오싹한 모습을 만들어 내었다. 그에 깜짝 놀란 카폰은 펄쩍 뛰며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푸하하하!”
“블, 블레어씨!”
블레어가 손을 치우고, 다른 손으로 카폰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가 불 붙은 손을 이리 저리 움직여 보았지만, 그 칠흑 같은 어둠을 가르기엔 좀 역부족이었다.

“닥터! 뭐 신호탄 같은 것은 없어?”
“글쎄.”
닥터의 목소리가 기차 안에서 들려왔다. 닥터는 이제 먼지가 되어버린 에이브라함을 조사하고 있었다. 카틀레아가 휘두른 기묘한 단검에 쿠마다스의 신병이 무너진 것이다. 단 일격에.

“저스티스가 요상한 술수까지 부리기 시작하는군. 힘으로 밀어붙이는 녀석들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닥터가 중얼거렸다.

“그런데 부스 숲이라니, 도대체 어떤 곳이죠?”
카폰이 블레어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부스 숲, 무시무시한 곳이지!”
블레어가 또다시 타오르는 손을 턱 아래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숲은 잿빛 나무로 가득하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검디 검은 그늘 속엔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미끌미끌하고 끈적끈적하고 까칠까칠하고, 태고에서부터 존재하던 그렇고 그런 괴물들이 사는 곳이라 이 말이야.”
카폰은 겁을 먹은 듯,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겁주지 마.”
닥터가 부서진 기차의 틈새 사이로 기어나오며 말했다.

“단순히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는 지역중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게 유우~령의 짓이라면?”
블레어가 고개를 돌려 이번엔 닥터에게 예의 무시무시한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닥터는 무표정으로 블레어의 타오르는 팔목을 부여잡고, 그것을 들어올려 그의 턱에 지긋이 눌러 주었다. 타오르는 불꽃에 블레어의 짧은 턱수염이 타버렸다.

“앗! 막 기르기 시작한 건데!”
블레어가 외쳤지만 닥터는 이미 카폰을 이끌고 숲 외곽을 따라 걷고 있었다.

“빨리 와! 횃불이 필요하니까.”
닥터가 외쳤고, 블레어는 투덜거리며 그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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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권' 양 팡 라이덴
동양인. 생김새는 본문에 있는대로. 키는 약 2M.
칭호대로 강력한 주먹을 주로 한 격투기가 일품인 12제 제 11제이다. 타 12제 멤버들과는 다르게 특수한 신체능력이 없지만, 지옥과도 같은 트레이닝과 담금질에 초인과도 같은 바디를 가지고 있다. 혈도를 찌르는 살인적인 공격도 한다. 다만 기존의 인간과 다른, 움직이는 혈도를 가진 12제 멤버들에겐 그 기술이 통하지 않는다. 설사 혈도를 막는다 하더라도 금세 위치가 바뀌어 무용지물.
칼도 박히지 않는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돌멩이도 소화시킬 수 있는 장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