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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배틀로얄

2007.12.30 05:05

Bryan 조회 수:323 추천: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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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상황이다. 쇼라고 하기에는 진보했고 장난이라기엔 지나쳤다. 구체관절 인형처럼 힘없이 널 부러졌거나 울음을 터트리는 사람들 틈에 있자니 불쑥 짜증부터 솟구친다. 신경질적으로 데이 팩을 받아 든 사내의 뒤로 다시 여러 사람들이 데이 팩을 지급 받는다.
‘어디 네들이 그렇게 좋아죽는 텔미라도 불러봐.’
교문을 돌아 분교를 벗어나는 브라이언은 물밀듯이 빠져나오는 생면부지의 인간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만 같은 동계 정규모임에 참석한 그로써는 안면이 있을 리 만무했다. 뭐 사이트에 간간히 올라오는 사진들만을 보자면 익숙한 얼굴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 아는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톰 요크의 곡이라도 나올 상황인데…….”
브라이언은 브릿팝의 대명사 라디오 헤드의 보컬 톰 요크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공터에 마련된 자그마한 담벼락에 몸을 기대려는데 문득 누가 말을 걸어온다. 뭐라고 소리치는 것 같지만 사람들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인상을 쓰는 걸로 봐선 그리 좋은 애기 같진 않다.
“담배 있냐고 묻잖아.”
무턱대고 담배를 찾는 사내의 물음에 브라이언은 할 말을 잃었다. 나이는 인제 고등학생 입학할 나이에 담배라니. 정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화가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오는 것을 겨우 억누른 브라이언의 얼굴은 어느새 종잇장 구기듯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건 집에 가서 엄마한테나 물어봐, 등신아.”
“뭐?”
으레 양아치들이 상대방을 위협할 때 취하는 자세는 자신의 급소, 그러니까 양물 쪽을 중심으로 들이대며 으스대는 것이다. 놈은 그것을 판박이처럼 따라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브라이언의 멱살을 잡는다. 식상한 루트다. 브라이언과 사내의 뒤로 한 명의 소년이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짓는다.
“그만들 하세요.”
말리는 것치고는 어쩐지 조소가 담긴 말투였다. 소년은 수류탄 하나를 마치 저글링 하듯 던졌다 놨다했다. 미친 놈. 욕지기가 절로 나오지만 어쩔 수 없다. 브라이언은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어찌 됐건 소년에게서 풍기는 위압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었다.
브라이언이 거칠게 멱살 잡은 손을 뿌리치자, 양아치 같은 놈은 기다렸다는 권총 SIG Sauer P230을 꺼내 들며 총구를 겨누었다.
“쏠 용기도 없는 놈이 총은 왜 들어?”
막상 그렇게 말하긴 했다만 내심 겁이 덜컥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미친 놈 지랄발광도 아닌데 데이 팩과 함께 받은 쇠파이프, 좋게 말해 금속제 롱 스틱을 무턱대고 휘둘렀다간 첫 번째 사망자로 봉사나 한 꼴이 되고 마니 브라이언은 그런 신세로 전락해 버리는 건 싫었는지 말없이 서있을 뿐이었다.
“어머, 셀레스트. 거기서 뭐해?”
육감적인 몸을 그대로 들어낸 의상을 입고 있는 여성이 말했다. 일종의 병에 가까운 게 아닐 정도로 심한 노출은 일단 만져 라도 보겠다는 변태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즐겁게 해달라고 아래에 내려앉는 격이었다. 브라이언은 하여튼 정신 나간 놈 많다는 심산으로 바라보았다.
“젠장, 네들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
셀레스트는 권총을 집어넣으며 아쉬운 것처럼 말했다. 싸움 하자고 모인 모임도 아닌데. 배틀로얄이라는 거 나치의 2차 세계대전 유태인 말살 정책보다도 악랄한 수법이지 않나. 브라이언이 그렇게 망념에 빠져 있을 무렵에 여자의 등장으로 존재감이 미비해져 버렸던 소년이 브라이언에게 다가왔다.
“괜찮아요?”
“저 양아치 때문에? 그게 아니라면 동족상잔의 비극 때문에?”
“둘 다요. 전 카이엔이라고 해요.”
“내 ID는 브라이언. 우선 이 망할 곳부터 벗어나는 게 어떠냐?”
카이엔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동행할 사람이 생겼다고 해서 기뻐할 것도 못되는지 브라이언은 썩 기분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어차피 살아나가는 사람은 한명 뿐이다. 나중에 가서라도 서로 총구나 겨누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어차피 인간은 자기 목숨 앞에서 나락까지 추악해진다. 동료란 어차피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브라이언은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사내였다. 언제라도 이 소년을 죽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카이엔과 브라이언은 분교를 벗어나 북쪽으로 향해 관음당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완연히 불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관음당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 명 보였다. 모두 반가워하는 눈치도 아니었기 때문에 인사를 나누었을 리가 만무했다. 브라이언은 내심 살의에 젖어들기도 했지만 순간일 뿐이었다. 어쨌건 누굴 죽이는 건 번거롭고 역겨운 일이다.
관음당 구석에서 몇 명의 무리들이 수군거리는 통에 브라이언의 마음이 내심 초조해졌다. 금방이라도 금속제 롱 스틱을 꺼내 후려칠 기색이었다. 마침 길이 조절도 되니 언제든 아무렇지 않게 접근해 머리를 내려치면 그만이다. 물론 그들의 동료가 없을 때에만 가능한 애기였지만.
“저어 일행에 합류해도 되죠?”
대뜸 입을 연 안경 사내의 말에 브라이언은 까무러쳤다. 이지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금속 배트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폼이 어색했다. 브라이언은 금속제 롱 스틱을 뒤로 감추며 가면을 벗듯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죠. 저희도 동료를 찾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동료라니 웃기지도 않다. 브라이언 본인은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카르곱니다.”
“브라이언이라고 합니다.”
둘은 그렇게 가볍게 통성명을 나누었다. 카르고의 직설적인 성격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총알받이가 하나 더 생긴 셈 이니 기분 나빠할 것도 없었다. 브라이언은 데이 팩에 들어 있던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 했다. 처음 분교를 빠져 나온 시간을 보아 대략 2시간 정도 지난 상태였다. 동시라고 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정확히 18시인 지금으로부터 15분 후에 터널과 관음당이 금지 에어리어 장소로 지정됩니다.”
관음당에 설치된 스피커로부터 딱딱한 전자음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관음당에 있던 무리들은 저마다 몸을 일으켰다. 그들이 관음당에서 멀어질 무렵에 브라이언은 그의 팀(Team)을 한 곳으로 불러 모았다.
“지금부터 저 자들을 미행합니다.”

남은 인원: 42명


시간이 좀 지체 되더라도 분량을 늘렸으면 하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하게 마무리한 감이 있습니다.
자, 다음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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