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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Lucia]

2005.05.22 23:34

아란 조회 수:111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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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 001 : 처음부터

작성자 : 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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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근처에 흑요(黑姚)를 위험하게 할 가능성이 있는 생물체는 전부 올 킬 완료.”

짧은 은색의 머리카락을 지니고 유난히 창백한 피부의 아담한 키를 한 소년이 보라색의 눈동자를 빛내며 주변에 널부러진 각종 생물체의 시체를 둘러보면서 버릇처럼 오른손-에는 녹색과 붉은색의 비린내 나는 액체가 잔뜩 묻어 있다-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였다.

“어라, 뭔가 기분 나쁜데 응? 어라?”

머리에 들러붙는 기분 나쁜 감촉에 소년은 머리를 긁적이던 오른손을 내려 잠시 살펴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는 옷-흰 반팔 셔츠와 흑색의 긴 바지로 구성되어 있다. 흡사 중고교생이 입는 하복 세트랑 유사. 여하여간 그 옷에 오른손에 묻어있는 같은 색의 액체들이 덕지덕지-을 살펴보다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이런!! 나도 모르게 신나게 싸우다 보니, 옷이랑 몸이 더러워 졌잖아!! 기분 나쁘네, 정말 이럴 땐 수(水) 속성 계열의 아르마(Arma)녀석들이 부럽단 말이야!! 더러워지면 바로바로 능력을 발휘해 씻을 수 있으니까. 에휴, 불평하고 있을 수 없지. 일단 근처에 봐둔 장소에서 씻어 볼까나.”

소년은 그 말과 동시에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소년 : 아 참, 난 아르마(Arma-L014), 라이트닝 계열 14번 아르마야. 뭐 그냥 아르마라고 불러도 상관없어. 왜냐하면 이 행성에 파견된 아르마는 아직 나 혼자 뿐이니까. 굳이 이름 붙이고 싶으면 ‘L’이라고 불러도 상관은 없고 말이야. 독자 여러분. 그리고 팀원분들, 잘 부탁해요~♡ 이래뵈도 이 소설의 나레이션...[아란 : 누가 나레이션이래? 짤리기 전에 입다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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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괴수-분홍색의 공룡인형같이 생겼다. 움직인다.-는 루시아(Lucia)의 하얀 팔을 잡았다. 뜨거운 열기가 감지되었다. 곧 우주괴수는 왼손가락 중 하나를 주사바늘로 변형시켜 루시아의 하얀 팔에다 꽂았다. 그리고 주사바늘을 통해 막 제조한 항 나노머신을 투여한 뒤 주사바늘을 뽑고 원래대로 변형하였다. 잠시 후, 루시아는 열이 좀 내렸는지 얼굴에 홍조-아파서 열이 난다는 의미다. 오해 없도록-를 띠며 말하였다.

“고마워, 우주괴수.”

“고마워 할 것 없습니다. 아가씨를 돌봐드리는 일은 아가씨가 왕궁에 있을 때부터 제 일이었거든요. 뭐, 왕궁에서 저를 보신 적은 없다고 하셨지만, 아가씨가 드시는 약들 대부분은 이 몸이 만든 거랍니다. 아가씨가 오랫동안 앓고 있는 지병만큼은 이 우주괴수가 전문가지요.”

우주괴수의 말을 들으며 루시아는 시선을 자기 우측에 놓인 레몬 빛의 검, 브리쟈르(Brillar)를 바라보며, 문득 사흘 전에 일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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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난, 눈앞에서 벌어진 그 일을 믿을 수 없다.
그 상냥했던 피데스 오라버니가 아버지와 아르도아 오라버니를...

‘나는 루시아(Lucia)를 사랑하니까,
이런 일을 하는 거야.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으니까.
너도 내 곁에 있고 싶겠지. 나의 빛, 루시.’

받아들일 수 없어. 당연하잖아. 오라버니와 난, 남매니까.
그리고 남매가 아니라고 해도, 이런 일을 잘도 벌여 놓았으면서...
그때 내 손에는 브리쟈르가 있었다... 하지만 죽일 수는 없었다...
그 이유를 생각하기도 전에 몸은 어느새 피데스 오라버니를 뒤로 하고 도망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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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의 검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눈물이 송글송글 맺히더니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리고 루시아는 다시금 다짐하듯 작게 중얼거렸다.

“복수할 거야... 그때 피데스 오라버니를 죽이지 못한 만큼, 그대로 복수할 거야...”

루시아는 계속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이내 힘이 빠지는 지 어느새 깊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잠에 빠진 루시아에게 우주괴수는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따뜻한 모포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루시아와 우주괴수가 있는 동굴 안으로 갑자기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우주괴수는 그 인영을 곧 확인하더니, 그 인영을 향해 말하였다.

“아르마여, 가져다 준 모포는 덕분에 흑요(黑姚)가 따뜻하게 잘 수 있게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하하하, 뭐야, M.I.M.U 너의 A.I도 고마워 할 줄 아는 거야? 헤 몰랐는걸.”

“그러는 아르마도 이제까지 봤던 아르마 시리즈 중에서 꽤나 징그러운 성격을 지니고 계시는 군. 베이스 성별이 남성이면서 여성처럼 굴다니. 뭐 어차피 주인님이 내리신 임무에 지장만 없다면 별 상관은 없지만.”

"뭐 어차피 상관 없잖아. 아르마 시리즈는 어차피 몽땅 중성인데 그런게 무슨 상관이야. 그것보다 아무리 자체적인 A.I판단이라고는 하지만, 우주괴수가 뭐야, 거기다 그 위장 모습은, 싸우기도 전에 웃겨서 환장하는 줄 알았다. 푸하하하."

"이런 징글맞은 아르마 같으니...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잖은가? 임무에만 지장이 없으면 된다."

"푸하하하, 넌, 풋, 상관없겠지, 풋, 만, 풋, 나한텐 막대한, 풋, 지장이, 쿡쿡쿡..."

아르마와 우주괴수가 계속 시덥잖은 것으로 말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도 루시아는 들리지 않는 다는 듯이,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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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못 봐주겠다!! 그냥 던전이나 어디 돈 많은 집을 털어버리든가 해야지!!!”

“목소리가 너무 크다. 아르마.”

우주괴수의 말에 아르마는 잠시 한숨을 내쉬며 길거리에서 꽃을 팔고 있는 루시아를 보더니 또 다시 열을 내려다 우주괴수가 어느새 검으로 변형한 오른팔을 아르마의 목에다 갖다대줌으로써 제지하였다.

“뭐, 흑요(黑姚)가 도시로 나가자고 해서, 이 나라에서 잘 나가는 옷 가게 좀 털어 왔더니, 그냥 간편한 여행자 복과 두건이 날린 검은 로브 한 벌 만 필요하다니... 그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말이야.”

“어차피 주인님은 흑요(黑曜) 별의 힘을 노리는 자들을 처리하느라 나름대로 바쁘시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아직 흑요(黑曜) 별의 힘을 얻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을 아르마도 알고 있을 것이다.”

“뭐, 주인님이 오실 때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지만, 그래도 열 받잖아!! 앞으로 주인님의 아내가 될 고귀한 흑요(黑姚)가 저런 하찮은 잡일을 해도 되냐고!!”

“상관없잖은가? 아르마. 어차피 주인님이 우리에게 내린 명령은 흑요(黑姚)의 생명과 순결을 확실히 지키는 것, 그 외에 다른 것은 없잖은가?”

“그야, 그렇지만, 10일 동안 잡일 하려고 도시로 내려온 것은 아니잖아. 그래 흑요(黑姚)는 피데스 바토리에게 복수하려고 했던 게 아니야? 에라 그냥 이참에 내가 직접 그 복수를 대신해 주...”

“그만둬라. 아르마. 그런 일까지 우리가 대신해주기엔 너무 나댄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건 전부 흑요(黑姚)의 의지이다. 자신의 힘으로 복수하겠다는 것이지. 그렇기 때문에 하찮을 일도 감수하겠다는 거다. 우린 우리의 임무에 충실하면 된다. 더불어, 주인님이 오실 때까지 자신이 태어난 별의 구석구석을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경험이지.”

“쳇, 알았다구. M.I.M.U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별 수 없지.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저 브리쟈르는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저 물건은 우리들의 기술로도 만들 수 없는 무시무시한 병기잖아. 그것뿐이면 상관하지 않지만 계약자의 수명을 연료로 태워서 그 힘을 발휘한다고.”

아르마의 말에 우주괴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곧 눈을 빛내며 말하였다.

“아직은 괜찮을 것이다. 다만 자주 사용한다면 흑요(黑曜) 별의 수명을 그만큼 단축되겠지. 그것보다 센서에 흑요(黑姚)의 생명을 위협할 확률 90%의 대규모 생명체가 포착되었다.”

우주괴수의 말에 아르마의 오른손에서 번개가 치직하였다. 그리고 아르마는 눈을 무섭게 빛내며 말하였다.

“뭐, 보나마나 이런 덜떨어진 문명의 행성에서는 흔한 도적단이겠지. 놈들이 도착하기 전에 전부 처리하고 전리품으로 흑요(黑姚)에게...”

“전리품은 버린다. 지금 당장 현장으로 향한다. 아르마.”
-Multiple-
-Intelligential-
-Martial-
-Unit-
-program loading complete
-mod change : dual gatling

우주괴수의 양팔이 순식간에 보기만 해도 무식하게 생긴 개틀링 건으로 변형되었다. 그리고 양팔만 변한 것이 아니라 보기만 해도 흉폭하게 생긴 강철의 공룡 머리를 가진 사이보그로 변형되었다. 물론 주변에 사람들이 포착해 내기 전에 이미 아르마와 우주괴수는 도시 외곽으로 날아간 상태. 당연하다는 듯, 작은 도시를 약탈하기 위해 몰려드는 오크 도적단들은 가차없이 우주괴수의 양팔에 달린 개틀링 건에 순식간에 피떡이 되어나갔고, 아르마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오른손과 왼손에 번개를 번쩍하더니 전방에 오크 도적단을 향해 양 손에 번개를 갈겼다.

“안 그래도 저기압인데 자~알 놀아보자고. 귀여운 돼지머리들, 이건 애교로 받아주라고~♡”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가는 오크 도적단까지 마저 처리하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긴 아르마와 우주괴수, 아르마가 한 말대로 이런 덜떨어진 문명의 행성에서 그 두 존재는 사기나 마찬가지였다. 불쌍한 오크 도적단들에게 우리 모두 묵념을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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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꽝꽝.

우주괴수와 아르마가 오크 도적단을 피떡으로 만들고 있을 무렵-1분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루시아는 갑자기 어떤 남자가 힘으로 붙잡아 마차에 강제로 집어넣었다. 루시아는 영문도 모른 채 갑작스레 당한 일에 당황했다. 물론 왕궁에서 책으로만 알던 세상이 실제로는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못 된다는 것을 이 도시에 와서 알게 되었지만, 왜 납치까지 당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굳게 닫힌 마차 문을 있는 힘껏 마구 두들길 뿐이었다.

“으흐흑...”

뒤에서 흐느끼는 소리에 루시아는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루시아 말고도 어린 소녀들이 흐느끼고 있었다. 그 소녀들을 보며 루시아는 요 근래에 들었던 소문을 생각해내었다.

‘요새, 밤마다 인신매매범이 극성이라는데.’

'아우, 밤에만 나다니는 것이 아니라 좀만 방심해도 그냥 들고 간데요. 왜 귀족집 아씨가 소리소문 없이 실종되었다고 하잖아요. 분명 인신매매범들이 납치한 거라니까요.'

“설마... 정말로 인신매매범이...”

루시아는 그대로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브리쟈르(Brillar).”

루시아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한줄기의 빛 덩어리가 루시아의 앞에 순식간에 모여들더니 레몬 빛의 투명한 검신을 지닌 브리쟈르가 눈앞에 나타나자 뒤에 있던 소녀들은 동요했다. 루시아는 오른손으로 브리쟈르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소매를 찢어서는 오른손과 손잡이를 단단히 묶었다.(아무리 브리쟈르가 지금의 루시아에게 최적화 되어 있다곤 해도, 조금만 충격이 와도 손에서 힘이 빠져 검을 놓쳐버릴 수 있기에 그에 대한 루시아 나름의 대비였다.)

“Veri tas lux mea.”

루시아는 그 한 마디를 조용히 읊었다. 그러자 브리쟈르의 레몬 빛의 투명한 검신이 황금빛으로 빛을 내었다. 그리고 루시아는 있는 힘껏 마차 문을 브리쟈르로 베어버렸다. 마차 문은 브리쟈르의 검신이 닿기도 전에 산산이 찬란한 빛으로 분해되어 나갔다. 마차 문만이 아니라 마차 문 주변과 바닥도 빛으로 분해되어 흩뿌려졌다. 그리고 루시아는 그대로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마차 안에 있던 다른 소녀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내렸다. 그리고 무언가 사태 파악을 했는지 마차 역시 덩달아 멈춰 섰고 루시아를 마차 안으로 강제로 집어넣은 남자가 땅바닥을 구르는 소녀들과 루시아, 그리고 마차의 반쪽이 깨끗이 사라진 것을 보고 크게 경악하였다. 하지만 남자는 곧 제정신을 차린 뒤 일어나 도망가려는 소녀들의 발목을 마법으로 얼려버렸다. 그리고 말하였다.

“무슨 재주를 부린 건지 모르지만, 나도 이런 짓 하기 싫지만, 이 대마법사 아루스가 만든 새로운 마법에 대한 테스트에 협조해주면 된다고. 뭐, 일단은 당장 밥벌이가 급해서 너희들이 좀 괜찮은 곳에 팔려줘야 하겠지만.”

스스로 대마법사 아루스라고 밝힌 남자는 곧 루시아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브리쟈르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납치하기 전에는 없었던 물건이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돈이 될 것 같아 보였기에 루시아에게 다가가 빼앗으려고 했다. 하지만, 루시아는 조용히 아까의 말을 읊었다.

“Veri tas lux mea.”

브리쟈르의 검신이 다시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루스가 당황한 틈을 타 발목을 붙잡고 있는 얼음을 빛으로 환원해버리고 그대로 아루스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아루스는 이미 저 멀리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캐스팅한 매직 미사일을 날려대었다. 루시아는 할 수 있는 만큼 황금빛으로 빛나는 브리쟈르를 휘둘렀지만, 매직 미사일 2개 만 간신히 빛으로 환원해버리고 나머지 3발은 다리와 어깨, 팔을 스쳤다.-일부러 스치도록 날린 모양이다. 얼굴은 노리지 않은 걸로 봐선 뭐 상품가치가 떨어지니까 얼굴은 노리지 않은 모양-
단지 스친 것에 불과하지만 루시아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일어서기도 전에 아루스는 한 발로 루시아가 쥐고 있는 -황금빛을 발하지 않는-브리쟈르의 레몬 빛 검신을 질 밝으며 말하였다.

“후우, 뭔지 모르겠지만 그 검 꽤 위험한 걸. 하지만 역시나 단지 검만 위험할 뿐이군. 그 소지자는 아무 힘도 없는...”

“Veri tas lux mea.”

루시아가 다시 읊조리자 브리쟈르의 레몬 빛의 검신은 황금빛을 발하더니 검신을 질 밝고 있는 아루스의 오른발을 빛으로 분해하기 시작했다. 아루스가 당황한 틈을 타서 루시아는 뒤로 구른 뒤, 브리쟈르-다시 레몬 빛의 검신-를 땅에 꽂으며 그대로 누워 있으려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다리는 후들후들 떨고 있고, 숨은 계속 헐떡헐떡, 눈앞은 흐릿흐릿-

‘조금만 더 버텨줘.’

루시아의 바램과 달리 이성을 잃은 아루스는 뭔가 있어 보이는 엄청난 주문을 외우더니 곧 거대한 불덩이를 내던졌다. 루시아는 날아오는 불덩이를 향해 브리쟈르를 간신히 들어올려 막으려고 하였다.-브리쟈르의 검신은 황금빛을 발하고 있었다-하지만 충격에 오래 견디지 못하고 루시아는 브리쟈르를 놓쳐버리고-오른손과 손잡이를 묶었던 천은 불덩이의 화염에 재가 되어버렸다- 멀리 날아가 진흙바닥을 굴렀다.

“이런, 나도 참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하지만, 이래갖곤 새 마법의 제물로 밖에 재활용 할 수 없잖아. 제기랄. 뭐 할 수 없지. 전부 저 망할 년 때문이니까. 레이즈 언데드 플러스!!”

아루스의 씩씩 거리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뭔가 삐걱거리며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루시아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눈앞에 광경을 바라보았다. 불에 새카맣게 타 얼굴을 알아볼 수 없거나 백골이 훤히 드러난 시체들이 그나마 루시아와 같이 잡혀있던 소녀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타다 남은 옷자락 뿐 이었다. 루시아의 검은 눈동자가 크게 커졌다.

“왜, 놀랐나? 따지고 보면 다 네년이 너무 날뛰어서 그래. 덕분에 다른 상품가치가 있는 애들은 다 불에 탄 시체 꼴이 되어버렸지. 어쩔 수 없이 내가 새로 만든 마법에 제물로 밖에 쓸수가 없었다고. 기존의 레이즈 언데드 마법을 모티브로 해서 일단 마법 주문부터 플러스만 임시로 갖다 붙였지만, 이 마법으로 태어나는 언데드는 그냥 언데드가 아니야. 거의 생전에 살아있었을 때보다 훨씬 강력한 힘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지. 마법을 쓸 수 있다면 마법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여하여간 내 다리를 이렇게 만든 대가는 확실히 치러주어야 겠어.”

루시아를 향해 이젠 언데드가 되어버린 불에 탄 소녀들의 시체가 빠르게 루시아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소녀들의 시체는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일은 아닌 것 같군요.”

차가운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아는 간신히 시선을 돌려서 여자의 목소리가 난 곳을 보았다. 동양적인 의상을 입고 있는 군청색의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과 군청색의 눈동자를 지닌 여인이 왼손에 청색의 검을 들고 있었다. 오른팔은 옷자락만 휘날렸다. 여인만 있는 게 아니라 그 뒤에는 까맣게 탄 피부와 까만 머리카락을 올려 묶은 체격이 건장한 등에 큰 활을 맨 남자-아니 귀가 뾰족한 것을 보니 엘프로 보이지만, 두 눈은 감고 있다-와 역시 엘프로 보이는 한 소녀가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완드를 들고 있었다. 아루스는 곧 바로 무슨 종이-스크롤-을 찢었다. 그러자 갖가지 몬스터-골렘, 오우거, 와이번, 기타등등-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아루스 자신도 고급의 마법을 캐스팅하였고, 마법을 캐스팅하여 발사할 찰나에 이미 소환한 갖가지 몬스터들은 여인의 화려한 검술과 남자 엘프의 궁술로 처치가 되었고, 여인의 검이 아루스의 목을 향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이자 아루스는 도중에 주문을 변경하여 그대로 마법구를 내던졌다. 환한 빛이 주변을 감쌌고, 빛이 사라지자 아루스는 온데간데없이 진흙 바닥에 널 부러진 루시아와 반쪽이 날아간 마차, 불에 탄 소녀들의 시체만 널부러져 있었다.-소환된 몬스터의 잔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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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아루스와 여인들 일행의 싸움을 멀리서 지켜보던 아르마는 옆에 어느새 핑크빛 공룡모드로 돌아간 우주괴수를 보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M.I.M.U, 너 보기보다 나쁜 놈이네.”

“우리가 개입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 여자 일행이 도착하지 않았으면 흑요(黑姚)가 죽을 뻔 했잖아!!! 뭐가 수 계열 아르마 얼려죽일 소리나 하는 거야!!!”

“아르마,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까닭은 마침 저 여자 일행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그들을 이곳으로 오도록 하늘에 표식을 떠올렸지.”

아르마는 아직도 밤하늘에 남아있는 ‘살려주세요. 악질 인신매매범이 덮치려 해요.’란 폭죽 문구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M.I.M.U... 네놈의 A.I는 도대체 어떻게 돼 먹은 건지 가끔 그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어.”

“튀지 않으면 그들이 오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들이 도착하였다.”

“됐네요. 여하여간, 저렇게 약한 사람들이 흑요(黑姚)를 제대로 지켜줄 수 있을까?”

아르마의 말에 우주괴수는 대답하였다.

“아르마여, 이곳의 문명 수준을 고려한다면 저들의 전투력은 이 행성에서 만큼은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흑요(黑姚)가 복수하기 위해 필요한 힘도 저들이 충분히 가르쳐 줄 수 있겠지.”

“에? 뭐 하긴 이곳 문명 수준을 고려하면 그렇겠지만, 흑요(黑姚)가 원하는 힘, 즉 검술이나 ESP 같은 건 우리도 가르쳐 줄 수 있잖아?”

“아르마도 알다시피 우리의 임무는 선생질이 아니다. 흑요(黑姚)의 생명과 순결을 지키는 것. 여하여간 난 흑요(黑姚)의 곁에 돌아가겠다.”

“뭐, 일단 M.I.M.U는 그러라고, 난, 감히 흑요(黑姚)의 목숨을 넘본 아루스인가? 그 녀석에게 수준차를 보여주고 다시 멀리서 흑요(黑姚)를 지켜봐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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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娥潾), 정말로 루시아 라는 아이를 제자로 받아 줄 생각인가? 아무리봐도 무골도 아닌데다가, 그렇다고 레지나가 말한 대로 마법을 배우기엔 바닥이나 다름없는 마나라던가, 중요한 건 그 애랑 우린 아무 상관이 없잖아.”

두 눈을 감고 있는 까맣게 태운 피부를 한 엘프 남성이 동양적인 의상을 입고 있는 여인을 아린이라고 부르며 말하였다. 아린은 겨우 잠든 루시아의 이마에 놓인 물수건을 우주괴수에게 건네주고 우주괴수는 새 물수건을 아린에게 건네주자 아린은 새 물수건을 루시아의 이마에 올려놓으며 벽에 세워 놓은 레몬 빛의 검신을 지닌 브리쟈르를 보며 말하였다.

“‘므레이’도 알다시피 금단(禁斷)의 성검(聖劍), 브리쟈르는 14년 전에 그 사람, ‘카난’의 검이었어요. 이 세계를 위협했던 마룡 카르바스를 쓰러뜨리고, 제 고향이기도 한 무(舞) 대륙을 구하기 위해 강대한 마나를 내뿜으며 자멸하는 카르바스를 자신을 불태우며 브리쟈르로 카르바스와 강대한 암흑의 마나를 찬란한 빛으로 바꾸어버리고, 그리고 소멸해버린...”

아린의 군청색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므레이라 불린 엘프 남자는 조용히 손수건을 건네며 말하였다.

“브리쟈르가 카난의 검이었다는 건 모를 리가 없잖아. 브리쟈르의 역대 주인 중 한명이 지금은 없는, 그리고 이젠 영웅이 된 그 친구라는 걸. 뭐, 루시아라는 아이가 지금의 브리쟈르의 주인인 만큼, 그 힘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있겠지. 전혀 무골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법에 재능도 없는 애지만 적어도 브리쟈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힘을 가르쳐 주려는 거겠지.”

“약할수록, 지나치게 브리쟈르의 그 힘에 의존하게 되어버리니까. 그렇게 되면 순식간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태워버릴 거니까...”

아린이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우주괴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주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 적어도 이 행성의 각 대륙에서 쓰이는 언어를 책만 읽어서 통달하고 있을 정도로 비상할 정도로 머리가 매우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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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도망가는 거야? 흑요(黑姚)의 목숨을 넘봤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안 그래? 대마법사 아루스 스펜타임 씨?”

아르마는 한 다리로 그리고 마법을 써서 간신히 도망가는 아루스의 앞에 짠 모습을 드러내며 씨익 웃으며 말하였다. 아루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마법을 캐스팅하며 소리쳤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감히 이 뇌신(雷神)의 창(槍)이라 불리는 나를!! 제기랄!! 비록 몰락했지만 네 녀석 하나 못 죽일 대마법사가 아니다!!”

아루스는 캐스팅을 마쳤는지 곧 엄청난 번개를 아르마에게 내리꽂았다. 하지만 그 엄청난 번개는 아르마가 왼손을 들어 올리자-왼손에 장비한 프로텍트 링이 가동하며 쉴드를 만들어내었다-그대로 번개는 막혔다. 막힐 뿐만 아니라 번개가 왼손이 만들어낸 쉴드에 응축되어 있었다. 아르마는 사악하게 씨익 웃으며 아루스의 바로 옆에 왼손에 쉴드에 응축된 번개들을 튕겨내었다. 번개들은 아루스의 옆에서 마구 번쩍하더니 사라졌다.

“뭐가 대마법사야? 하긴 이런 덜떨어진 행성에서는 이정도 수준의 ESP만으로도 뇌신의 창이라는 호칭을 달고 다닐수도 있겠네. 하지만 열 받는걸? 아직 나도 그런 멋지구리한 호칭이 없는데 말이야?”

“이, 이런 말도 안대는!! 무, 무려 8서클의 위력을 지닌, 내가 만든 마법이!!”

아루스의 공포에 질린 얼굴을 보며 아르마의 오른손에서 번개가 튀었다. 그리고 아르마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대마법사 양반? 진짜 번개는 바로 이렇게 쓰는 거랍니다.”

아르마의 오른손에서 아루스가 사용한 번개 마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칼날같은 번개들이 아루스를 산산이 찢고 불태웠다. 그것이 -몰락했지만- 대마법사 아루스 스펜타임의 최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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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는 아직 못 찾았나?”

왕좌에 앉아 있는 피데스 바토리의 말에 검은 갑옷을 입은 병사가 무릎 꿇은 채로 말하였다.

“유감이지만, 아직 수색 중입니다. 폐하.”

“그럼, 계속 찾아봐. 피곤하니 이만 다들 물러가.”

피데스의 말에 왕궁에 있던 귀족들과 기사들-귀족이나 기사나 살기 위해 피데스에게 충성을 맹세한 녀석들뿐이다. 피데스는 신경 쓰지도 않지만 귀족들은 열심히 아부를 떨고 있다-은 겨우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르르 귀족답지 않게 물러갔다. 아직도 피비린내 나는 왕궁에 자기가 죽여버린 아버지의 왕좌에 앉은 채로 뭔가 생각하는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뒤에서 짙은 파란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지닌 한 엘프 여인이 다가오며 말하였다.

“피데스 폐하. 일단 폐하의 명을 메디치가에 전달하였습니다만, 역시 거절하였습니다.”

“거절했다면 처리해라.”

“괜찮으시겠습니까? 메디치가의 가주 프레데릭 데 메디치의 아내는 피데스 폐하의 누님이신 스텔라 데 메디치-결혼 전 성은 당연히 바토리-인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스텔라 누님과 누님의 아이들은 신원을 확보해라. 귀빈을 다르듯 왕궁으로 데려와라. 나머지는 전부 처리한다.”

“알겠습니다. 그리 시행하겠습니다. 피데스 폐하.”

엘프 여인이 모습을 감추자, 피데스는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루시아, 이런 나를 용서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난 도저히 아버지와 형을 용서 할 수 없었어. 너를 지켜주겠어. 그러니 다시 돌아와 줘... 미안해. 이런 모습을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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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 002 : 불로소득자

작성자 : 도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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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린. 누가 우리 뒤를 미행하고 있는데."
  "……알고 있어."

  아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루시아는 '에? 누가?'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뒤를 돌아보았지만 사실 쫓아오는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저, 저어…쫓아오는 사람이 있다니, 그건……."
  "아아, 감이세요. 이분은 두 눈이 보이시지 않으시거든요."
  "에에?!"

  레지나의 속삭임에 루시아는 실례라는것도 잊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갑자기 루시아가 소리치는 바람에 뒤에서 누군가가 엎어지는 소리가 났다. 레지나가 킥킥 웃었다.

  "루시아씨 덕분에 힘 안쓰고 누가 쫓아오는지 확인할 수 있겠네요."
  "엣."

  아린 일행이 뒤에서 쓰러진 사람-붉은색 머리를 땋은 소녀였다-에게 다가갔다. 므레이가 발로 여자아이를 툭툭 찼다. 여자아이의 등에서 우산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이봐?"

  그 순간 여자아이가 벌떡 일어나며 므레이의 발을 잡고 공중제비를 돌았다. 온 몸의 감각이 예민한 그였지만 이런 공격에는 일방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으앗"

  므레이는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뒤로 착지했다. 붉은 머리의 소녀는 그가 쓰러지지 않은 것을 보자 혀를 차며 품안에서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들었다. 레지나는 주의깊게 소녀의 허리춤에서 달랑거리는 가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린은 그저 방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루시아는 지금 상황파악이 안되고 있었고.

  "돈 내놔!"

  여자아이는 소리치며 한번 크게 획을 그으며 므레이에게 돌진해 왔다. 레지나와 아린은 얼른 양쪽으로 갈라지며 피했다.

  "루시아씨, 위험."

  레지나가 멍하게 서 있는 루시아를 끌고 재빨리 벽에 붙었다. 한편 저쪽에서는 일종의 춤이 펼져지고 있었다. 빙글빙글 돌면서 여자아이가 공격했고 므레이는 그것을 능숙하게 피하고 있었다. 보이지도 않으면서.. 실로 대단한 감각이었다.

  "므레이씨,  계속 피하기만 할까요?"
  "아니, 므레이가 움직이는건... 지금."

  레지나와 아린이 대화를 나누는 순간 므레이가 공중으로 크게 뛰어 오르며 활을 꺼내들었다. 레지나가 혀를 쯧쯧 찼다. "므레이씨의 승리군요."
  그러나 일은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여자아이는 민첩하게 몸을 돌려서 회전하듯 등 뒤에 우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므레이의 정확히 여자아이를 겨냥한 화살이 날아들었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여자아이는 화살을 쳐내버렸다. 그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우산을 땅에 박고 그 반동을 이용해 벽을 타고 므레이에게 달려들었다. 므레이에게는 활을 장전할 시간 조차 없었다.

  "세상에... 마나의 기운이 조금 느껴지길래 마법사라고 생각했는데. 틀림없이 바람술사에요."
  
  레지나가 약간 놀란 듯 말했다.

  아린은 아직도 태평했다.

  "므레이가 이겨."

  므레이는 활을 들고 자신에게 직선으로 달려드는 여자아이에게 내려쳤다. 그러나 여자아이는 다람쥐처럼 므레이의 품 안을 파고 들어오면서 재빨리 다리로 므레이의 허리를 감았다. 그리고는 므레이의 체중을 이용해 므레이를 바닥에 메다 꽂았다. 므레이는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화살을 활시위에 메겼다. 므레이의 입에 웃음이 걸렸다. 므레이가 바닥에 충돌하는 순간 므레이의 화살은 팅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갈라 여자아이의 옷자락을 붙잡아냈다.

  "잡았네요."

  그러나 여자아이는 간단히 옷을 찢어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댕기머리를 휘날리며 공중에서 직각으로 므레이를 향해 칼을 므레이의 가슴쪽으로 향한채 떨어져 내렸다. 므레이는 예민한 감각으로 활을 들어 칼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여자아이는 칼이 므레이의 활과 부딪치려는 순간 공중에 떴다.

  "...제일 기초적인 부양마법이네요."
  "그렇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자아이가 공중에 멈춘 상태로 소환해낸 칼의 바람이 므레이의 손가락에 자그마한 상처를 몇개 냈다. 여자아이는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빠져나갔고 므레이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얼른 돈을 내놔! 이정도로 그치고 싶지 않으면."
  "짐승같은 녀석. 므레이의 본능과 감각에 의지한 몸놀림을 따라잡다니."
  "솔직히 살상력은 제로에 가깝긴 하지만 몸이 재빠르긴 하네요."

  루시아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므레이라는 사람 장님인데... 불공평한 싸움이잖아. 만일에 대비해 브리자르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상황은 간단히 역전되었다. 므레이는 이번엔 화살을 '집어던졌다'. 단지 그것이었다. 여자아이도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짐작하지 못한 듯 화살을 손으로 재빨리 움켜쥐기는 했지만 그저 손으로 던진 것 뿐인 화살에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아아.."

  여자아이의 손 밑으로 피가 흘러내렸다. 그때서야 아린이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번개처럼 검을 휘둘러 화살을 반토막 내버렸다.

  "잘..잘못 했어요..."

  여자아이는 무릎을 털썩 꿇었다. 루시아와 므레이, 레지나가 다가왔다. 여자아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루시아를 껴안았다.

  "흑흑, 제일 착해보이는 분! 용서해 주세요. 동생들이 굶고 있어요."
  "에..엑?"

  루시아는 당황했다. "아...저...놓고 말하시는게..."
   "다시는 이런 일 하면 안되요."

  레지나가 여자아이를 꾸중했고 여자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듣다가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골목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너. 어딜 가려고..."

  아린 일행이 보이지 않게 될 때 까지 여자아이는 필사적으로 뛰었다. 더이상 쫓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여자아이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몇걸음 앞으로 나갔지만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뒤에서 아르마와 우주괴수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 여자아이는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남의 물건에 손대면 못쓰지."

  여자아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무슨 물건을 훔쳤다고 그래."
  "브리자르. 누가 모를줄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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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 003 : 인식의 폭

작성자 : 쿠사나기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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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 쟈르?"
  
  "네 재킷 오른팔 안감에 둘둘 말려있는 검 말이다."
  
  "…"
  
  "특수하게 직조 된 재킷이군. 소매치기 전용인가? 상의와 하의의 섬유 재질과 배치 모두가 민첩성과 강도에 치중해있어. 쓸데없이 많은 수납공간이 전용 소매치기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 같은데. 구질구질한 겉감으로 치장해봤자 우리 눈은 속일 수 없다."

  "…어떻게?"

  "네 녀석이 알 필요 없는 이야기다. 검을 내놔라."
  
  "…"
  
  "평범한 인간은 소유할 수 없는 무구(武具)다. 내놔라."
  
  "저, 저는 평범하지 않은데요?"
  
  소녀의 대답에 아르마는 피식 웃었다.

  "놀고 자빠졌네."
  
  "…"
  
  "정식 계약을 통해 결정된 소유자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은 이상, 브리쟈르는 그 누구에게도 물리적 유해를 가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거래도 불가능. 무가치한 행동으로 황금 같은 시간을 갉아먹는 짓은 그만 뒀으면 하는군. 당장 내놔!"
  
  "…"
  
  "야, 이 답답한 꼬마야. 그건 돈 안 되는 물건이라고 하잖냐. 에후, 답답해! M.I.M.U, 니가 알아서 처리해. 난 브리쟈르 도난건에서 손 땐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근심스러운 일에 대한 책임을 우주괴수에게 전가함을 공식 선서한 아르마는 뒤로 물러나 언덕배기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주괴수는 그런 아르마를 싸늘하게 한 번 쳐다봐 주고는 묵묵히 소녀-의 뒤통수-를 응시했다.
  소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소매치기 경력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발각된 적 없었던 그녀의 위대한 업적에 똥칠을 하게 된 이번 사태는 첫경험때와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며 다가왔다.
  상대는 둘. 목소리 톤으로 보아 건장한 사내들임이 분명했다. 자신의 영역권 내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빠르고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그녀였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자신의 영역권 내의 상대와 비교했을 경우라는 치명적인 논리적 결함이 있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앞은 절벽이었다.

  '빌어먹을, 텔레포트 마법이라도 좀 배워놀껄. 이씨…….'

  도리없는 미봉책뿐이 없었다. 소녀는 포기할 줄 모르는 탐구자의 자세를 본받기로 결정했다.
  
  소녀가 심각하게 앞으로의 처신을 고려한 지 20분경과, 결과적으로 '두 명의 괴한을 등진 채 골똘히 생각에 잠긴 소녀'라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상태에서, 소녀의 엉클성클 꼬여버린 머릿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기 시작했을 때, 아르마의 입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동반한 지루함이 발산되고 있었다.

  "하─품. 쩝쩝……."

  뒤로 멀찌감치 물러나 사태를 관망하던 아르마는,

  "어이, M.I.M.U."

  물쩍지근한 기분을 해소해 보고자 우주괴수에게 돌맹이를 날려 보냈다. 콩! 하는 소리와 동시에 우주괴수는 담담히 뒤를 돌아 보았다.

  "무슨 용무인가. 아르마여."

  "아, 뭐 그다지 중요한 용무는 아니고 지금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사태 수습중이다."

  "알겠어. 어서 해결봐."

  딱히 소일거리를 찾지 못한 아르마는 뒷짐지고 주위를 어기적거렸다. 그러던 와중 땡볕 아래서 분주히 움직이던 개미떼를 발견하게 되었고 아르마는 '이거다!' 싶어 부드럽게 개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아르마의 포악한 애무에 대경실색한 개미들은 저승행 열차에 떠밀리듯 탑승했고, 부대단위로 정신없이 하늘로 수송되었다. 10부대쯤 하늘로 올려 보내고 나자 아르마는 서서히 초조해짐을 느꼈다. 잠깐, 우주괴수의 주특기는 속전속결 아니었나?

  "이봐, M.I.M.U."

  "말하라. 아르마여."

  "너 변태냐?"

  "……아니다."

  "그럼 뭣 때문에 저 꼬마의 등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거냐? 벌써 40분이나 지났다구. 이상한 생각 하고 있는 거 아냐?"

  우주괴수는 잠시 머뭇거렸고, 그런 황당한 반응에 아르마는 의아해졌다. 아르마가 뭐라 대꾸할 찰나, 우주괴수는 아르마의 발언권을 냅다 가로채고는 말을 이었다.

  "저 소녀의 두뇌의 뉴런신경에서 활발한 화학 반응이 포착되었다."

  "그래서?"

  우주괴수는 다시 머뭇거렸고 아르마는 불안해졌다.
  A.I를 탑재한 우주괴수는 어떤 경우에도 망설일 수 없다. 그의 A.I에는 이미 모든 사태의 변수를 예상한 행동지침이 인식되어 있기에 망설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A.I를 탑재한 기체가 머뭇거리는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온천수 샤워를 즐기는 무적 골램이 개발되었다는 소리보다 더 기상천외한 이야깃거리였다. 그리고 실재로 그런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시스템상의 불안요소를 육감적으로 인지한 아르마는 우주괴수의 A.I가 조각난 파일을 스스로 복구하도록-인간에 빗대자면 스스로 정신을 추스르고 생각을 정리하도록-시간을 주었고, 곧 선선히 대답이 흘러나왔다.

  "인간은 꽤 흥미로운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이제 알았냐? 다분히 멍청하고 교활하지. 게다가 나약하기까지 해. 우리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생명체 중에 그렇게 뒤떨어진 족속은 찾아보기 힘들지. 암, 호기심 발동하고말고."

  "……그런 말이 아니다."

  "그럼?"

  아르마는 우주괴수를 의혹이 담긴 눈으로 부릅떠 쏘아보았고, 우주괴수는 고개를 약간 숙여 시선을 회피했다. 우주괴수는 땅을 쳐다보며 말을 내뱉었다.

  "그들의 뇌를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아니, 없는데. 귀찮게 뭐하러? 뇌수를 끓여서 죽이는 방법은 지독히 많은 시간을 소모할 뿐더러 피륙이 죽죽 갈라지고 붉은 액체와 파편이 튀길 때 느껴지는 오묘한 쾌감이 없어서 별로 권장하지 않는 방법인데… 뭐? 그 말 하려던 게 아니라고?"  

  "그렇다. 난 그들의 두개골 안에서 이루어지는 갖가지 화학 반응들을 살펴 본 적이 있냐고 묻는 것이다."

  "으윽, 그렇게 귀찮은 일을……. 내 눈 앞에 이미 경험자가 있으니 괜한 수고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군. 그래서 뭘 봤는데?"

  "그들의 두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화학 반응은 범람하는 강물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소용돌이 속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지 모르는 카오스(Chaos)의 공간이지. 그 곳에 아직 우리의 A.I상에서 공식화 되지 못한 신비로운 수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우리 두뇌는 알파 양성자와 델타 음성자의 소점(消點)법으로 사고 체계를 형성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알파 양성자와 베타 음성자 외에도 그 둘의 조합을 거부하는 델타 중성자, 그리고 정체불명의 오메가 항성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립자들이 각부처의 수뇌부에서 갖가지 조화를 이루며 수식을 완성해 나가지. 그렇게 인간은 사고체계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지식을 스스로 체득하기도 하고 이미 알고 있던 지식을 상실하기도 하지. 그들은 자동적인 자가 학습체계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신비롭지 않은가?"

  "…"

  "그리고 우리 눈 앞의 저 소녀에게 그 작용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나는 그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봐."

  "나는 그 새로운 세계를 흡수하여 내 인식의 폭을 넓히고 싶다."

  우주괴수의 표정에는 원인 모를 우수가 깃들어 있었다. 아르마의 당혹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우수깃든 표정? 정말 웃기는 공룡이로군!

  "뭔가 잊은게 있나 본데, 우리는 임무를 가진 사이보그(Cyborg)다."

  "나는 그 모든것을 인지하고 있다."

  "나는 그 모든것을 인지하고 있다. 헤! 얼어죽을……."

  아르마는 우주괴수의 말을 빈정대듯 따라 말했고 우주괴수는 그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무표정으로 아르마의 빈정거림을 깡그리 무시해버렸다.

  "멍청한 공룡같으니, 결국은 A.I시스템의 향상을 원하는 것 아냐? 그런데 그것을 스스로 이룩해 보겠다고? 한심한 소리 지껄이지마 M.I.M.U. 스스로 자기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 사이보그에게 어울리는 태도라고 생각하냐! 우리는 주인님께서 특별히 보내주시는 업그레이드 칩(Upgrade Chip)을 받아 지식을 보급받으면 그만인 사이보그란 말이다! 이런 미개한 별의 생명체에게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되는가? 엉뚱한 집착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도무지 말 되먹지도 않는 횡설수설 지껄이지 마라 M.I.M.U!"

  "그런……."

  이대로는 죽도 밥도, 생쌀은커녕 승늉도 못 건지겠다고 느낀 아르마는 분주하게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조립했다. 우주괴수는 말을 받았다.

  "지금도 소녀의 뉴런에는 활발한 화학반응이 포착되고 있다. 방해하지 마라. 아르마. 저 소녀는 지금 타협안을 생각중일 것이다. 내 A.I또한 저 생명체의 사고활동을 방해할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나는 타협할 것이며 지켜볼 것이다. 그만 둬라. 쓸데없는 희생은 피한다. 센서에 포착된 상대가 흑요(黑姚)에게 유해를 가할 가능성은 고작 3.5%를 웃돌고 있다. 부질없는 희생일 뿐이다. 우리가 이 별에 파견된 목적을 망각하지 마라!"

  완성된 10m 포신의 라이트닝 건(Lightning Gun)을 받침대에 올려놓고 소녀의 대갈통을 겨냥한 아르마는 괴팍한 미소를 동반한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우주괴수에게 말했다.

  "내 참을성은 이미 한계에 도달하여 폭발 수치 상한선에서 머뭇거리며 임계점 돌파를 고려하고 있다. 네 형편없는 보안을 뚫고 골치아픈 바이러스가 들어가서 네 A.I가 제대로 판단을 못 내리나 본데, 난 지금 이런 결론밖에 도출되지 않는걸? 이 별의 원시적인 생명체와 인격적인 의사소통은 무지무지 귀찮고 불가능하고 무가치한 것이라 판단. 사형언도."
  
  전력통의 제어축을 제거하자 엔진이 돌아가는 무시무시한 소음이 울려퍼졌고 아르마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인식의 폭? 헛소리! 우리에게 있어 인식의 폭은 1mm 마이크로 칩에 불과하다네, 친구. 네가 하지 않겠다면 내가 하면 그만이야."
  
  깊게 생각하다 졸아버린 소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음에 눈을 떴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향해 기괴한 막대기를 들이밀고 있는 사내가 하나, 그리고 분홍빛 귀여운 공룡이 하나였다. 예상치 못한 구성원에 소녀는 당황했지만, 자신을 향해 겨누어진 기괴한 막대기에서 일고 있는 뜨거운 열반응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소녀는 다른 한 명의 괴한을 쳐다보았다.
  우주괴수는 아미르에게 아무런 제지도 가하지 않았다. 그의 A.I는 제지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었다. 속전속결. 그것이 우주괴수 A.I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적 기둥이었다. 우주괴수는 고개를 들어 소녀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우주괴수와 눈을 마주쳤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는 탁한 눈이 귀여운 분홍빛 공룡의 머리에 덩그라니 박혀 있었다. 탁한 눈. 슬프다.
  우주괴수는 소녀와 눈을 마주쳤다. 소녀의 눈가에는 체념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투명했던 눈은 엷은 유리막에 감싸여 뿌옇게 변질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볼 수 있었다. 눈 속에 투영된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한 소녀를.

  '루시아. 그때 당신도 그런 눈이었지요.'

  소녀가 한 줌의 불꽃이 되어 빛과 동화되기까지, 우주괴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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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 004 : 메디치가의 몰락

작성자 : 영원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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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데릭 데 메디치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그것은 그의 권력에서부터 묻어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최고의 나라에서 왕가 다음가는 가문의 가주라는 직책은 한 사람의 마음을 닫아버릴 수 있는 무거운 짐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을 없애야 가문을 지탱할 수 있으니.
  그의 차가움은 또한 그들의 선조에게 물려받은 것이기도 하다.  메디치가는 본래 상인의 집안.  그들의 몇 대 전 할아버지의 고도의 상업 술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된 메디치가는 그들의 돈으로 아우툼누스에서 영향권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지금에 와서는 돈과 권력,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대대로 상인이었던 메디치가이기에 그의 할아버지들이 갖추었던 시세를 꿰뚫어 보는 능력, 최고의 이익을 취득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지 할 수 있는, 인간의 정에 연연하지 않는 차가움, 뛰어난 수학능력 등은 고스란히 남아 메디치가를 더욱 더 부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겉으론 차가울지 몰라도 프레데릭은 상인이 아니다.  아우툼누스와 크리스킨 왕국이 정면충돌했던 아-크 전쟁의 중심에서 장군으로도 활약한 그에겐 그의 선대가 지니지 않았던 인간의 정을 지녀버렸다.  
  본래 초대 아우툼누스 왕국의 영웅 중 한 명인 알토루 바이올른경의 “기사론”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젊었던 프레데릭은 일찍부터 전쟁과 군대를 다루는 법을 즐겨 익혔고, 가족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전쟁터에 나가 활약하면서 생명의 존엄성을 안 그에게 있어 메디치 가문이라는 짐은 불행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떻게 보면 메디치 가문에게 있어서도 그의 존재란 불행일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 상황을 보면 확실히 불행이다.

  “..  아버지?”

  창문을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프레데릭은 그의 아들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약간 곱슬거리는 금색 머리카락을 턱까지 기른 체 자신의 갈색 빛 눈동자로 그를 걱정스럽게 올려다보는 12살의 아이는 프레데릭에게 자신이 어렸을 적 모습을 보는 듯 한 착각을 자아냈다.  자신과 너무 닮았기에 자신과 똑같은 절차를 밟을 까 두려움이 일기도 했다.  자신이 전쟁터에서 무엇을 배웠든, 전쟁터는 위험한 곳이고 많은 사람들이 죽는 곳이다.  그는 운이 좋았던 것일 뿐, 그의 아들 역시 운이 좋아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프레데릭은 그의 아들이 자신 보다 먼저 죽는 것은 자신이 죽는 것보다 보기 싫었다.
  그의 부모 역시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지 않았을까?
  이젠 알 길이 없는 의문이다.

  “왜 그러느냐, 헤이슨.”

  피곤과 짜증이 겹쳐서인지 생각보다 목소리가 더욱 더 차갑게 나와 버렸다.  헤이슨이 움찔 하는 것을 보니 적잖이 그의 목소리 톤이 불편한가 보다.  프레데릭이 억지로라도 표정을 조금 풀자 그때서야 헤이슨이 입을 연다.

  “하인들이 굉장히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무기가 지급되고 있어 어머니의 심기가 불편하십니다.  혹 무슨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암, 큰일이 벌어지고말고.  나라가 뒤집어 졌으니.
  그것은 사흘 전의 일이었다.  그것은 아무도 예상은커녕,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일이었다.
  국왕의 죽음, 그것도 그 피데스 바토리에게.
  프레데릭은 피데스를 몇 번 본적이 있다.  처음엔 정말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말없이 성안을 배회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던 그였기에 그를 알지 못 했다면 그런 인물이 이런 일을 저지를 거라는 생각 따윈 할 수도 없을 거다.  첩의 자식으로서, 웬만한 정치적 신임도 받지 못한 체 항상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 자신의 일만 하던 그를 프레데릭이 눈여겨 본 때는 아마 그가 읽고 있던 책 때문이었을 거다.  
  바토리 성의 도서관에선 프레데릭이 옛적부터 읽고 싶어 했지만 정말로 얻기 힘들었던 옛 전쟁을 다룬 고문서들이 많았기에 자주 들리던 터라 그 곳에서 죽치고 앉아 책을 읽고 있던 피데스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처음엔 그저 인사만 하고 지나치게 되었는데, 언젠가는 그가 읽고 있던 책을 흘낏 보곤 탄성을 내질렀다.  그 때 피데스는 고작 12살을 넘어가던 애 티가 나던 소년.  그런 그가 무 대륙에서부터 보급되고 번역된 ‘전략의 서’를 읽고 있었다.    
  ‘전략의 서‘란, 무 대륙에서 발음하기 힘든 이름을 지닌(이-경-원 이었던가..) 저자가 자신의 생애를 바쳐 이제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전쟁의 모든 것을 적어 놓은 두 권의 책 중 하나인데, 그 원본은 그 이씨 가문이 대대로 지키고 있다고 하며 사본만이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  말이 사본이지, 그 책은 어느 정도 학식이 풍부하며 전장에서 그 주옥같은 정보를 응용할 수 있는 전장의 장군들이 즐겨 읽는 책이기에, 어린 아이가 그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프레데릭은 굉장히 흥미를 가졌다.
  그리하여 그는 그 후 도서관에 들릴 때 마다 피데스와 여러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얘기를 하면 할수록 프레데릭은 피데스의 방대한 지식과 그 지식을 광범위 하게 응용할 수 있는 능력과 수단에 감탄했다.  지금이야 첩의 자식으로서 천대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프레데릭은 피데스의 자질을 높이 샀고, 그가 필요하다면 메디치가가 그의 뒤를 후원해 주리라 속으로 다짐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그 조차 피데스가 이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보일 리라고는 예상해 보지 못했다.
  쿠테타가 일어난 지 단 하루 후, 피데스에게서 엘프 사신이 그의 서찰을 가지고 자신의 성에 도착하였었다.  하지만 프레데릭은 사신이 건네준 서찰을 읽어 보지도 않고 불태워 버렸다.
  매력적인 파란 눈을 지닌 그 엘프 여인은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메디치가가 아무리 크다 할지언정, 고작 가문의 힘으로 왕국에 대항하시려는 겁니까?]

  프레데릭은 차고 있던 자신의 검을 그녀 앞에서 뽑았다.  백색상아로 도금되고 여러 보석이 박혀있는 자루를 지닌 매끄러운 이 검은 지난 날 전쟁에서의 공로로 국왕 칼트 바토리에게 직접 하사받은 것으로서 싸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검이었다.

  [내 충성은 하나의 국왕에게 국한된 것이오, 내가 충성을 받쳤던 국왕을 살해한 자는 나에게 있어 나라의 배신자에 불구하오.  그가 누구이건, 무슨 이유로 했건, 나에게 있어 그 자는 이제 메디치가의 적이올시다.]

  마치 대화의 마침표를 찍듯 그는 검을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탁자에 내리 꽂았다.  상징용이었지만 그 검 날은 아직 건제 한 듯 그대로 탁자를 뚫어버렸다.
  엘프 여자는 그런 그를 차분히 바라보았다.

  [피데스님께서는 프레데릭경의 대답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실 겁니다.]

  [나도 유감이라 생각하오.]

  지금은 사신이 자신의 성에서 떠난 뒤 이틀 후.  메디치가와 바토리 왕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메디치가의 저력을 아는 피데스가 프레데릭이 힘을 모으기 전에 속전속결로 일을 끝내고자 한다면, 아마 오늘 밤 소량의 군대가 그의 성을 칠 것이다.  사병을 거느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귀족의 하나로서 그는 오늘 밤을 위해 각 주변에 자신의 사병을 배치시키고 힘 좀 쓰는 하인들에게 무기를 들려줬는데 아마 스텔라가 이런 분주한 움직임에 무언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모양이다.
  하지만 프레데릭은 아들에게 답변 대신 물었다.

  “데루안을 보았느냐?”

  갑작스런 질문에 헤이슨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흔든다.

  “넌 지금 당장 가서 데루안을 불러오너라.  내가 긴히 할 얘기가..”
  
  갑자기 성 어디선가 굉음이 울려 퍼진다.  그것은 마치 성 전체를 무너뜨릴 기세로 연속적으로 울렸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와 칼 부딪히는 소리도 들린다.

  “프레데릭님!”

  방문을 열고 데루안이 소리친다.  푸른 빛 머리와 초록색 눈을 지닌 긴 귀의 엘프는 방정맞게 숨을 헐떡이며 안경을 치켜 올리고선 그 큰 눈으로 프레데릭과 헤이슨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왔습니다, 프레데릭님 말대로 놈들이 왔어요!  근데 이 녀석들, 너무 엄청나요!  아무래도 버티는 것은 힘들 것 같아요!!”

  아무데나 ‘요’자를 끝에 붙이면서 뭔가 세상이 박살나는 듯 다급한 어조로 말하는 그에게 프레데릭은 늘 상 있는 일인 마냥 아무 말 없이 그를 주시했지만 헤이슨은 불안감을 느낀 모양이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체 자신의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버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프레데릭은 이번에도 아들에게 답변을 주지 않은 채 자신이 책상에 기대놓고 있었던 세 개의 검 중 두 개를 양손에 집었다.  하나는 하사 받은 검, 하나는 칼집과 자루가 모두 검은 그의 애검.  책상 옆에 남겨진 검은 그가 보조로 가지고 다니는 검.  
  프레데릭은 자신의 애검을 헤이슨에게 던졌다.  헤이슨은 엉겁결에 그것을 받는다.  조금 무거운 감이 있지만, 자신의 아버지처럼 옛적부터 검술을 배운 그에게 있어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데루안, 헤이슨과 함께 텔레포트 마법 진을 그려 이곳에서부터 떨어져라.”

  데루안은 자꾸 아래로 흘러내리는 자신의 안경을 고쳐 잡으며 말한다.

  “하지만,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두 명을,  그것도 충분한 거리를 가기 위해선 저의 경우엔 마법 진을 그리는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요..”

  “상관없다.  시간은 얼마든지 있을 터이다.  성사시키도록.”

  “아버지?!”

  헤이슨은 이젠 정말로 상황을 알고 싶어 하는 눈치다.  하지만 프레데릭에겐 지체할 시간 따윈 없다.

  “헤이슨.  자세한 정황은 데루안이 말해줄 것이다.  넌 어서 데루안을 따라가라.”

  데루안이 헤이슨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는 사납게 뿌려 치며 프레데릭을 노려본다.

  “아버지, 제가 왜 도망을 가야 된다는 것입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 저 혼자 이렇게 갈 수는 없습니다.”

  프레데릭은 잠시 그의 아들의 눈을 쳐다보았다.  이유모를 집념.  바보 같은 용기.  자신의 실력조차 가늠 잡지 못한 주제에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 만만한 저 눈빛.
  그도 저런 눈으로 전쟁터에 나갔을까?

  “헤이슨.  다른 이들은 괜찮을 것이다.  내가 이 검을 걸고 맹세하마.”

  프레데릭은 백 검의 한쪽 날로 자신의 팔뚝을 얇게 그었다.  그의 팔뚝에서부터 붉은 피가 줄줄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헤이슨의 눈동자가 커진다.

  “나를 믿고 떠나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헤이슨.”

***************************************************
  
  거대한 검이 또 한 번 손쉽게 그들을 베어버린다.  사람이 들 수 있을까 의문이 품어지는 저 대검을 그는 한 손으로 간단히 휘두르며 메디치가의 사병들을 한 번에 네다섯 명 씩 처리한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사병들이 아니다.

  “이봐!  아모루!  어딜 가나?!”

  “..  프레데릭경을 만나러 간다.  잔챙이는 네게 맡기마.”

  대머리의 긴 채찍 같은 검을 지닌 남자는 불만인 듯 소리 지른다.

  “왜 내가 맨 날 이런 일만 해야 돼!!  이익!”

  그는 다가오던 사병 하나를 번개같이 그의 검으로 감아 갈가리 찢어발긴 뒤 또 악을 쓴다.
  
  “닥치고 다른 사람들처럼 네 일이나 잘해라. 치무.”

  그는 치무의 불만을 완전히 무시하며 메디치가의 저택 문 앞에 섰다.  마치 다른 세상에 존재하듯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 - 살육이란 말이 더 알맞을까 - 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우뚝 서있는 거대한 한 쌍의 문에 아모루가 손을 대는 순간 무거워 보였던 그것은 스스럼없이 열린다.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양탄자다.  금색 테두리를 지닌 적색의 양탄자는 앞에 있는 넓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 두 갈래로 갈라지며 양쪽의 작은 계단으로 이어져있다.  계단이 갈라지는 그 갈림길의 위엔 발코니가 있고, 발코니 바로 아래엔 큼지막한 노인의 그림과 그 옆에 여러 그림들이 걸려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옆에 있는 그림을 보고 있는 인영을 아모루는 보았다.

  “찾아야 할 수고를 덜어주시는 군요, 프레데릭 경.”

  프레데릭은 자신의 몸을 천천히 돌린다.  그는 약간 놀란 듯이 아모루를 바라본다.

  “단신으로 들어오다니, 네 녀석도 어지간히 배짱이 있는 사내로구나.”

  프레데릭이 한 손을 들자 갑자기 아까전만해도 보이지 않았던 궁수들이 활을 들고선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이 층 발코니, 양 옆의 계단, 그리고 어느새 바로 옆에서 그들이 아모루를 조준한다.

  “아니면 단지 자만심이 부른 어리석음일 뿐인가?”

  프레데릭이 손을 내리자 무수한 화살들이 아모루를 향해 날아간다.

  “보호하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모루의 대도가 검의 모습을 버리고 그를 동그랗게 감싼다.  화살보다도 빠르게 그의 몸을 덮어버린 그것은 날아오던 화살들을 모두 튕겨낸다.
  그것은 화살들을 모두 튕겨내자 다시 원래의 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모루는 검을 두 손으로 집고 수직으로 들어 올리며 다시 나지막하게 외친다.

  “뻗쳐 나가라”

  아까 전의 광경에 얼이 빠져있던 궁수들에게 인정사정없이 검에서부터 날카로운 송곳들이 뻗쳐나간다.  마치 촘촘한 거미줄을 만드는 것처럼 그것은 벽이든 사람이든 모든 것을 뚫고 지나가며 메디치가의 저택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프레데릭은 건재했다.  그는 자신의 두 검으로 송곳을 비켜나가게 해 그것의 괘도를 조금 바꿔놓은 것이다.

  “..  희한한 검을 지니고 있군.”

  “솔직히 검이라고 할 수는 없죠.”

  마치 시간이 거꾸로 가듯 송곳들이 다시 검으로 모습을 재구성한다.  아모루는 이번엔 프레데릭을 검으로 가리킨다.

  “뻗어 나가라.”

  이번엔 검이 무한히 길어지면서 마치 화살 마냥 프레데릭을 향해 뻗어나간다.  그는 오른 손에 들고 있는 백 검으로 그것을 비껴내면서 아모루에게 달려온다.  
  아모루는 작은 미소를 짓는다.

  “뻗쳐 나가라.”

  동시에 길어졌던 검신에서 송곳들이 다시 튀어나온다.  하지만 마치 송곳의 괘도를 미리안 듯 프레데릭은 간발의 차이로 피하고 쳐내며 그에게 다가와 왼손에 쥔 검으로 찔러 들어간다.
  조금 당황한 아모루는 다급히 외친다.
  
  “보호하라!”

  하지만 너무 앞으로 나갔기에 검은 재빨리 방어막을 구축할 수 없었고, 프레데릭의 공격을 겨우 비껴나가게 하는데 에 그친다.
  
  “..  흑도를 가지고 계시지 않군요.”

  프레데릭은 그의 말에 서서히 몸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누군가에게 주었지.”

  아모루는 자신의 뺨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느낀다.

  “당신의 흑도였다면 지금 저를 죽였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시는 지요?”

  “하지만 그것은 잠시만의 승리일 뿐, 어차피 이 저택만으론 네 녀석들을 당해내지 못하겠지.  선제공격이었다곤 하나, 왕국기사단을 제압할 정도의 실력이면.  게다가 - 아모루는 프레데릭의 왼팔이 심하게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 흑도가 있든 없든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되는군.”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여기서 저희와 싸우시는 것입니까?”

  “...”

  프레데릭은 말없이 그를 응시한다.  대답을 받지 못한 아모루는 잠시 생각하다 다시 입을 연다.

  “시간을 버시는 것입니까?”

  “...”

  그의 추리에 프레데릭은 조금 망설이는 듯 보인다.

  “하지만 피데스 폐하께선 귀빈을 다루듯 스텔라님과 그 분의 아이들을 왕궁에 데려오라는 분부를 하셨습니다.  경의 아들 분을 대피시킬 이유는 하등 없을 터인데..  프레데릭 경께서도 폐하를 잘 아시지 않으셨습니까.”

  프레데릭은 아모루가 자신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아는 것에 조금 놀란 듯하다.  그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를 알고 싶어 하는 눈치도 보인다.  하지만 아모루는 그의 질문에 의도 같은 것은 숨기지 않았다.  알고 싶을 뿐이다.  아-크 전쟁의 영웅이자 아움툼누스 왕가 다음가는 가문인 메디치가의 가주, 프레데릭이란 남자를.  
  그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

  “군주가 가만히 있다고 그 아래의 개들까지 얌전히 있진 않지.  특히 메디치가를 이을 헤이슨은 그들에게 있어 언젠가는 없애버려야 할 혹이야.  그들은 날개가 꺾인 새가 다시 날기 전에 죽여야 안심을 하는 작자들이거든.  게다가 어차피 다른 배에서 태어난 아이이니 두 딸들과는 달리 스텔라의 보호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리 없어.  그리고 - 프레데릭은 자신의 백 검으로 아모루를 가리킨다 ―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폐륜아의 밑에서 내 아들을 자라게 놔 둘 수는 없네.”

  아모루 역시 그의 검을 들어 프레데릭에게 향했다.

  “..  하나만 물어보지.”

  “무엇입니까.”

  “자네의 이름이 뭔가?”

  아모루는 잠시 망설이다 이내 말한다.

  “아모루 루비아이입니다.”

  “아모루인가.  마지막에 자네 같은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군.”

  “..  생에 다음이란 것이 있다면, 그땐 이렇게 뵙고 싶지 않군요.”

  “마찬가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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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생은 좀 더 편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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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루!”

  “아모루님!!”

  아모루는 망토를 자신의 몸에 두른 체 저택에서 걸어 나오면서 상황을 살펴본다.  시체.  시체.  시체들뿐이다.

  “..  상황은?”

  “보시다시피 종결되었습니다만..  한명도 생포하지 못했습니다.”

  “..  스텔라님과 그 분의 따님들은?”

  “저희의 보호 안에 있지만, 역시 저희를 좋게 보지 않는 듯합니다.”

  “어쩔 수 없지.  화목했던 가정을 파괴해버린 건 우리니까.”

  그는 검은 색 로브를 입고 있는 푸른 머리의 여자를 응시한다.

  “피오나.  저택을 불태워 버려라.”

  피오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복잡하게 손가락을 놀리며 입으로 알 수 없는 일련의 말들을 중얼거린다.  잠시 후 저택의 주위로 섬광이 일더니 곧 거대한 불길이 되어 저택을 엄습했다.
  아모루에게 보고를 했던 검은 갑옷의 병사가 머뭇거리다 이내 묻는다.

  “저기..  근데 프레데릭님은?”

  아모루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뒤에서 불타고 있는 저택을 엄지손가락으로 간단히 가리킨 체 병사를 지나친다.  간단한 제스처였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병사는 알고 있었다.

  “왕가로 돌아간다.  즉시 채비를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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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아란 -> 도지군 -> 쿠사나기쿄 -> 영원전설


p.s 다행이다... 이제야, 수정이 가능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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