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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배틀로얄

2008.01.21 10:38

기브 조회 수:341 추천: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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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14시 23분  F-2 에어리어 ]



여섯 개쯤 들어있던 나이프 두개를 던진 것으로 기브 앞에 있던 인영은 모습을 감추었다. 하코에게 경계를 시킨 후 레이는 기브에게 다가갔다. 아직 따뜻한데, 호흡이 멈추고 심장이 멎었다. 이런, 심박정지까지 얼마나 된 거지? 레이는 기브의 외상을 살펴보기 위해 기브의 몸 여기저기를 더듬었다. 외상은 없다. 뭔가 내상을 입은 흔적도 없다. 레이는 기브의 눈꺼풀을 뒤집고 눈동자에 플래시를 비추어 보았다.

"형, 뭐하는거야. 그 사람 놔두고 가자."
"잠시, 잠시."

뇌는 살아있다. 그럼 뇌진탕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것은, 아, 저 조그만 상처에서 세균이 침입한 건가. 아니, 심박 정지의 원인은 두고서 뇌가 살아있다면 살릴 수 있다. 심장을 살려야 한다. 뇌의 손상은 심장이 멎은 후 1분 30초. 그 안에 살려내야 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하코, 이리와.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내가 지시하면 이 사람의 입에다 공기를 한가득 불어넣어. 가슴이 올라올 때까지. 그 이후 가슴이 내려오면 한번 더 공기를 불어넣는다. 그렇게 세번. 빨리."
"형, 미쳤어?"
"닥치고 내말 들어. 난 의사다."

불만 가득한 표정의 하코가 손으로 기브의 입을 쥐고 숨을 불어넣은 후 두 손을 모아 기브의 가슴을 힘껏 누르면서 레이는 생각했다. 이렇게 빨리 심장을 멎게 하는 독은 두 종류다. 신경억제제와 강심제. 청산가리나 가오리의 독 같은 신경억제제는 이딴 심폐소생술로 소생이 불가능하다. 당한 순간 죽음이라고 밖에 할 도리가 없고, 호흡억제제나 강심제는 심폐소생술로 소생할 가능성이 있다. 식물 독은 미친 독버섯이 아니면 대부분 강심제이므로 청산가리만 아니면 소생이 가능할 것이다.

"하코, 다시 세번."

자신은 몰랐지만 아까 레이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전문가 카리스마인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위급 상황이 되면 그 상황에 대한 전문가가 최고 권력을 가지게 된다. 이때의 권력이 내는 카리스마가 바로 전문가 카리스마인 것이다. 의료가 관련된 상황에서 의료 전문가인 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전문가 카리스마를 발휘하여 하코를 자신의 말에 따르게 한 것이다.
세번의 인공호흡 후 열다섯번의 심장 자극. 다시 세번의 인공호흡 후 열다섯 번의 내리눌림. 강심제 사용시의 심폐소생술이었다.

"소생!"

레이의 얼굴에 방울방울 땀이 맺혔을 무렵 겨우 기브의 호흡이 돌아왔다. 다행이다. 강심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다. 기브의 맥이 너무 느리다. 강심제에 의해 호흡이 멎은 경우 잘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아드레날린! 아드레날린이 필요하다. 레이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가방을 돌아보았지만 빌어먹을 데이 팩에 그런 주사가 있을 리 없다. 요양소까지는 너무 멀다. 뇌의 손상을 어떻게든 지연시켰지만 이대로라면 몇분 이내에 다시 위기가 올 것이다. 레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 가져와! 하코, 물 다 갖고와!"
"여기 있어, 형."

레이는 순간적으로 떠올린 발상을 마지막으로 한번 검토했다.
아드레날린을 외부에서 얻을 수 없다면 가능한 아드레날린 조달 방법은 신체 내에서 자동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몸 속에서 나오는 아드레날린은 두 종류인데, 부신 수질에서 나오는 아드레날린과 교감 신경 말단에서 나오는 아드레날린. 하지만 부신에서 나오는 아드레날린은 혈액으로 분비되며 느리게 작용한다. 그렇다면 교감 신경을 자극해야 하는데, 그래서 물.
레이는 생수통의 뚜껑을 모두 열고 기브의 머리와 목에 아낌없이 차가운 물을 쏟아부었다.
그래서 뇌로 가는 경동맥의 피를 식힌다면 뇌의 온도가 내려감으로 인해 뇌하수체는 지금의 기온이 낮다고 인식, 자동으로 교감 신경을 자극하게 되고, 따라서 심장에 연결된 교감 신경 말단에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것이다. 게다가 뇌를 차갑게 식혀줌으로 인해 뇌손상이 지연되는 효과도 있다.

레이가 이런 생각에 붓고 있는데 갑자기 생수통이 레이의 손에서 낚아채졌다. 하코였다.

"형! 미쳤어? 이건 우리가 먹을 물이야! 이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려고 이 물을 쓸 수는 없어! 생각해봐. 이 사람이 산다고 우리의 생존 확률이 얼마나 높아지는데? 빌빌 곯아 죽고 있는 이런 사람을 살리려고 우리가 죽느니 우리가 이 사람 무기를 가지고 이 사람 몫만큼 살아주는게 더 낫다고!"

뻐억-! 하코가 생수통을 놓치며 뒤로 넘어졌다. 레이는 하코의 뺨을 힘껏 때린 주먹을 쥐고 외쳤다.

"사람 생명이 걸린 일이야 개자식아! 사람의 생명은 그 어느 것보다 무거운 거라고!"

하코의 표정이 놀란 표정에서 어이없다는 표정, 서서히 분노로 바뀌었다. 하코는 흐르고 있는 생수통을 집어들어 마개를 단단히 막았다. 그리고 어찌할 줄 모르고 서있는 레이를 잠시 노려보더니 자신의 데이 팩이 있는 곳으로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코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형, 참 이중적이구나. 교만하다, 진짜. 그렇게 좋으면 형 물이나 맘껏 부어. 내 물은 내가 먹고 살아남을 테니까. 참, 내가 회수한 형 나이프 두개는 형이 흘린 내 물값으로 가져가겠어."
"하코.."
"잘 살아남아보길 바래."

8초쯤 굳어 있다가 레이는 다시 기브의 목에 생수를 부어 넣는 것을 재개했다. 하코는 자신의 데이 팩을 가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절뚝거리며 숲 속으로 사라졌다. 레이는 자신과 기브의 남아있는 물을 다 쏟아낸 후 기브의 머리를 살짝 받쳐올리고 옷깃을 풀어놓았다. 그렇게 잠시 기브를 놔둔 후 레이는 자신의 데이팩을 기브 옆에다 가지고 와서 내려놓고 기브의 옆에 풀썩 주저앉았다. 하코는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강심제 처리는 이걸로 다 끝났다. 레이는 꼼꼼히 손질이 잘 되어있는 기브의 팔 상처를 보았다. 이놈도 기본적인 응급처치법은 아는 놈인가. 항생제 처리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사람이 완쾌되려면 또 무엇이 필요한가? ... 없는가.
레이는 주저앉은 자세 그대로 무릎에 머리를 파묻었다. 두손으로 머리카락을 싸쥐면서 레이는 생각했다. 내가 잘 한 건가? 잘 한 건가? 하아. 한숨이 나온다. 잘 한 건가? 머리카락을 싸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울컥 하고 눈물이 나오려는 감정을 억지로 삼키려고 애쓰며, 눈을 감은 채 레이는 고개를 들었다.

이른 오후의 뜨거운 햇빛은 하늘을 뒤덮은 나뭇잎으로 여기저기 노란 페인트처럼 뿌려져 있었지만 바람은 아직 살갛을 벨 듯 차가웠다.









[29일 15시 01분 F-8 에어리어 ]



"어이, 셀레스트!"

부드러운 여성의 음성에 셀레스트는 고개를 확 돌렸다.

아무 계획없이 들어간 작은 폐절에는 다행히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죽고 그녀만 살아남았을 것이다. 자신은 방탄복을 입고 있으면서도 나를 먼저 밀어넣다니. 말 그대로 나를 이용하는군. 셀레스트는 생각하면서도 절 주위의 풍경에 감탄했다. 여기는 따뜻한 지대인지 다 떨어졌던 단풍이 여기 조금이나마 남아있었고, 그로 인해 점심께의 강한 햇빛이 흩뿌려진 절은 아늑한 운치를 뿜어내고 있었다. 폐절이어서 문도 떨어져 있고 낡았지만 그것 또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 한몫했다. 꽤 넓은 절의 앞마당에 차슬차슬 떨어진 많은 낙엽이 겨울 절마당의 황량함을 셈셈이하여 없애주고 있었다.
여기는 어느 정도 머물 만하다. 여기서 체력을 회복하면서 오는 적들은 유리한 위치에서 공격하여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금지 에어리어로 지정되기전까지 머물기로는 좋은 장소다. 까지 생각해고 절 안에다 데이 팩을 놓은 후 이노와 절 안쪽에 앉아있었던 것이었는데,

목소리가 난 쪽으로 돌린 그의 얼굴을 맞이하는 것은 서브 머신건의 차디찬 총구였다. 살기가 느껴졌다. 쏠 것이다, 쏠 것이다.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섭다.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빨리 도망가야 한다고,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고 필사적으로 생각했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제어하려고 애쓰며 집중해서 바라보던 총구가 살짝 떨리더니 내려왔다.

"놀랐어? 셀레스트. 쏘는 줄 알았지?"

안도감이 밀려든다. 오줌을 지릴 뻔했다. 좀 전에 배변을 처리한 것이 다행이었다.
빌어먹을 노출증년. 정말 쏘는 줄 알았잖아! 언젠가는, 언젠가는. 빨리 처리해야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한 것은 자신이다. 셀레스트는 살이 오를 정도로 예쁜 이노의 옆모습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이길 방법이 없을까?


쏘려고 했는데. 이노는 총을 내리면서 생각했다. 쏘려고 했는데.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제 내 무장이 강해졌으니까 이딴 약한 남자따윈 필요 없었다. 짐도 내가 필요한 것만 든다면 (물과 빵, 탄약이면 충분하니까) 그리 무겁지 않아 들고 다니는 데 지장이 없었다. 한마디로 그의 사용 가치는 떨어진 거라고. 그런데 쏠 수가 없다. 아니 쏘아지지 않는다. 몸이 거부하고 있었다. 왜? 다른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이면서 왜 그를 죽이는 것은 몸이 거부하는 것일까.
몇번이나 그를 죽이려고 총구를 갖다대었지만 한번도 쏘지 못했다. 이번에도 또한 이노는 장난이라고 얼버무리면서 총구를 내려놓게 되었다. 빌어먹을. 왜 손가락에 힘이 안들어가는 거지? 왜 저 쓰레기같은 도움도 안되는 남자를 죽일 수 없는거냐고. 죽인다는 사실이 두려워서? 말이 안되잖아. 내가 죽인 사람이 몇명인데. 이노는 죽을 뻔 했다는 표정을 짓는 셀레스트를 향해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속을 질타했다.

남자따위는 필요없다고. 죽여야 한다고. 이노는 다시 입을 앙다물었다.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 것이다. 손가락에 약간만 힘을 주면 끝나는 것이다. 그럼 타라라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상황은 종료된다. 죽이자,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제발 죽어줘.
이노는 다시 서브 머신건을 들어 셀레스트를 겨누었다.

...젠장!

도저히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 어째서지? 저녀석이 나한테 준 도움따윈 없었는데. 아니 없지는 않았지. 뭐 짐 좀 들어준 것? 그거 빼고는 없잖아. 셀레스트가 웃는 모습, 그리고 가끔 장난을 칠 때마다 핏기가 빠지던 그 표정, 투덜투덜대며 자신의 등에다 씨부렁대는 모습, 절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감탄하던 모습이 이노의 머리를 스쳤다.



셀레스트는 그녀를 가만히 관찰했다. 가까이 나란히 앉아있는 자세. 어떻게 저 총만 뺏으면 될 듯 한데. 기회가 도저히, 아. 두번째로 그를 겨눈 후 이노는 다시 총을ㅡ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ㅡ 내렸는데, 계속 쥐고 있었던 처음 겨눌 때와는 달리 그녀는 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앉아있는 엉덩이 바로 옆에. 기회다! 저 총만 먼저 쥐면 내가 이기는 것이다. 아직은 손이 닿지 않아. 셀레스트는 생각에 잠긴 듯한 이노에게 말을 걸면서 좀더 가까이 고쳐 앉았다.

"저기, 이노? 아까 먹은 빵 말이지."

그녀는 그의 말에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찬스! 셀레스트는 재빨리 서브 머신건으로 손을 뻗었다. 이노가 그의 몸쪽으로 자신의 몸을 굽혔다. 먼저 잡았어, 내가 이겼다!
ㅡ까지 생각했는데,
ㅡ셀레스트의 시야에 비친 이노가 속눈썹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일반적인 거리보다 한 뼘쯤 더 가까이-.


이노의 입술이 살짝 셀레스트의 입술을 덮었다.
0.3초쯤 후 이노는 재빨리 얼굴을 떼고 자신도 놀란 얼굴로 잠시 셀레스트의 멍한 얼굴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새빨개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이노는 변명하듯 크게 외쳤다.

"이, 이건, 그.. 그러니까 그냥 서비스야, 서비스. 음, 어, 너는 내 짐을 들어줬는데 나는 너한테 줄 게 없잖아? 뭐 돈 같은 것도 없고. 그러니까, 그냥 어, 그냥, 준거야."

셀레스트가 겨우 쥔 총도 놓아버린 채 놀란 표정 그대로 있는 사이, 이노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신건을 데이 팩에 쑤셔넣더니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쿵쿵 바닥을 찧으며 방을 나가버렸다. 방문턱ㅡ문은 떨어져나가 없다ㅡ를 지나면서 이노는 돌아보지 않으며 한마디 휙 던졌다.

"주변에 물 같은 거 있는가 한번 돌아보고 금방 돌아올테니까, 있어."
"어, 응."

... ㅡ이노가 나간 후 셀레스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어 보았다. 아직도 그 생크림같이 보드라운 그녀의 입술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그럼 난 이제 기사가 되는 건가? 그렇다면 저 조심성 없는 노출증의 꼬마 레이디를 에스코트 해 줘야 될 것 같군.

"같이가! 이노."
"빨랑 따라와. 니 데이팩 챙기고!"

셀레스트는 빨개전 얼굴을 푹 숙이고 어깨를 가득 세운 채 또박또박 걸어나가는 귀여운 레이디를 따라가면서 미소를 지었다.







                                                                        [ 남은 인원 : 28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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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발전입니다. ㅇ_ㅇ;;

die1death님 차례가 오면 틀림없이 사망하실 테니 그전까지 잘 살아보시길 >ㅁ<

그리고 기브 살려낸다고 애썼습니다 ㅇㅁㅇ;; 협도화 찾아 인터넷 검색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ㅠ.ㅠ




즐겁게 읽어주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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