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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테창-릴레이완결] Tialist

2006.12.21 07:38

아란 조회 수:70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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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창-릴레이소설 완결]
제목(팀명) : Tialist
장르 : SF
총화수 : 전 25화 완결
팀장 : 아란
팀원 : 다르칸, 영원전설, 높새바람(핏빛노을.), 카에데
연재기간 : 2004년 10월 24일부터 2005년 4월 9일 전 25화 완결

[Tialist] 06 : 하늘, 근신 명령
글쓴이 : 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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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쓰러뜨릴 거야... 반드시... 살아서 돌아 갈 꺼야...”

C-X31, 아니 미란이는 그렇게 되뇌이며, 눈앞에 용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매우 간단했다. 지금 완전 무방비가 되어 드러난 용의 코어를 파괴하는 것. 어찌보면 매우 간단하지만, 약 1분 안에 성공해야만 한다는 것이 이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확실히 S급 소모품이라면, 그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겠지만, 미란이는 C급, 그 중에서 매우 심한 축이었다. 간신히 트론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동화율인 30%대를 겨우 유지하는 나리어스 입장에서 언제 폐기처분해도 아쉬울 것 없는 그런 존재.
그러나 그런 존재에게 지금 용을 쓰러뜨리느냐 못 하느냐는 중대한 임무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이번 임무에 성공 여부에 따라, 그녀가 찾은 행복을 지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역시 결론지어질 것이다.

“C-X31, 부담 갖지 마라. 아직 시간은 충분하고 순조롭게 놈의 코어에 접근해 가고 있다.”

“녀석의 코어에 접근하면 플라즈마 커터로 단숨에 파괴한다. 2번째 기회는 없다.”

“현재 목표가 완전 무방비라곤 하지만, 방심하지 마라... 지... 마라...”

카렌티어스는 C-X31, 미란에게 계속 작전에 대해 설명하면서 마지막 말을 흐렸다.
그 말이 너무 작은데다 무엇보다 보통 때보다 긴장하여 심장이 콩닥콩닥 빠르게 띄고 있는 미란이에게 그 말이 제대로 들릴 리 만무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아무런 일 없이 용의 코어 앞까지 무난하게 도달한 이카루스는 예정대로 플라즈마 커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내려치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콰직.

이카루스가 내려 꽂은 플라즈마 커터가 정확히 완전 무방비에 용의 코어에 박혔다.
미란이가 너무 힘을 준 나머지 플라즈마 커터는 용의 코어에 박혀 들어가다 중간에 절단나고 말았지만.
코어에 플라즈마 커터가 박힘과 동시에 용의 코어에는 플라즈마 커터가 박히며 생긴 균열을 통해 빛이 새 나오기 시작했다.

“C-X31, 작전 성공이다. 이만 작전 지역에서 후퇴해라!!”

카렌티어스의 재촉에도 상관없이, 미란이는 계속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로 용의 코어를 내려찍고 있었다. 그러면서 계속 소리쳤다.

“살아서 돌아 갈 거야!! 살아서 돌아 갈 거야!! 돌아 갈 거야!!!”

“그래, 이미 임무는 완수했다!! 그만 철수해!! 네 말대로 돌아 와!!”

카렌티어스의 마지막 외침에 반응한 건지 미란이는 짐짓 용의 코어에 계속 내리치던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가 들린 이카루스의 손을 멈췄다. 그리고 새하얀 빛이 이카루스를 감싼다.

퍼엉.

매우 간결한 폭발음. 그리고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새하얀 빛.
나리어스의 본부에서는 잠시 그 화면을 바라보다, 이내 한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다시금 침묵이 깨졌다.

“목표 완전 소멸.”

“이카루스 추락합니다.”

“드로우 추락하는 이카루스를 받아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수많은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날아 들어왔다. 그 보고를 들으며 유 박사는 안심했는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다행이야...”

그리고 그녀는 어느 새 케이지의 응급실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 아... 미란아... 미란아!!”

아카라에 목소리. 그 목소리에 C-X31, 미란이에 눈꺼풀은 천천히 올라가며 시야에 비친 아카라의 얼굴을 보았다. 언제나 블루블랙의 단정한 단발 머리칼, 푸른 눈동자를 지닌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나, 살아 있는 거야?”

미란이에 힘없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아카라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래, 살아 있어. 살아 있다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카라는 큭 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갑자기 자세가 무너졌다.

“아, 아카라, 괜찮아?”

갑자기 자세가 무너진 아카라를 보며 놀랐는지 미란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그녀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시도에 그쳤다.

“미란이 깨어났구나.”

들려온 유 박사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미란이는 그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얼굴이 환해지며 유 박사에게 말하였다.

“엄마, 아, 바, 박사님...”

“괜찮아. 미란아. 우리끼리만 있을 때는 엄마라고 부르기로 했잖니.”

“에, 그치만 저기, 아카라도 있는데...”

미란이에 조심스런 말에 아카라는 겨우 고통을 참으며 말하였다.

“큭... 괜찮아... 아무에게도 말 안 해.”

“아카라 군. 분명 쉬라고 했는데?”

“괜찮습니다. 유 박사님. 어차피 트론의 두 팔이 두 동강 났지, 제 팔이 두 동강 난 건 아니잖습니까?”

그 말을 들은 미란이는 처음 듣는 소리인지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왔고, 아카라는 말실수했다는 듯 뜨끔한 눈빛이었다. 유 박사는 뭔가 재미있다는 듯 그 둘을 보며 말하였다.

“날개를 가진 흰 거인은 무사히 용의 코어를 파괴했지만, 후퇴가 늦어서 그만 용의 폭발에 휘말리고 말았지. 뭐, 그 정도 폭발에 날개를 가진 흰 거인이 파괴될 리는 없었지만, 날개를 가진 흰 거인은 정신을 잃고 그대로 그 높디, 높은 창궁(蒼穹)에서 추락을 하였지. 그때 우리의 검은 거인은 필사적으로 달려서 추락하는 흰 거인을 받아내었단다. 하지만, 과학의 법칙으로 인해 엄청난 무리가 온 검은 거인에 두 팔은 그만 두 동강 나고 말았지.”

유 박사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아는 미란이는 이내 어찌할 바 모르는 아카라를 보며 울먹이며 말하였다.

“그렇구나. 아카라가... 아직 다 낫지도 않았는데, 나 때문에...”

“괜찮아. 물론 두 팔은 별로 괜찮지 않지만, 네가 살아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 난 족해.”

미란이에 말에 아카라는 담담하게 대답하였다.



“예정보다 2일 일찍, 오는군.”

커텔은 방금 전 온 듯한 화상 메시지를 수신 한 뒤 중얼거렸다.

“아버지, 중국에서 한국으로 파병되는 원군이 오늘 오나요?”

언제 들어왔는지 카렌티어스가 예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회색 눈동자를 빛내며 말하였다.
물론 커텔이 듣고 있던 화상 메시지는 듣지 못한 듯 했다.

“그 용안(龍眼)으로 무엇을 봤는지 뻔하군. 네 말대로다. 방금 메시지를 수신했다.”

“그런가요?”

카렌티어스는 커텔에 말에 그렇게 질문조로 대답했다가 이내 다시 말하였다.

“혹시 몰라, 트론의 발진 준비를 해두었습니다만, 지금 나서야 하지...”

“그만. 넌 빨리 가서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접속해라. 어서 빨리.”

“알겠습니다. 아버지. 한시가 급한 만큼,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카렌티어스가 커텔의 눈앞에서 사라지자 커텔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네가 지닌 눈은 어디까지 앞을 내다보는 거지? 미래를 본다는 것, 때론 준비할 수 있어좋지만, 점점 두려워지는 군.”



“이지스는 이지스 쉴드를 펼쳐 적 개체가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

“드로우는 그 틈을 타, 적 군소 개체를 지휘하는 코어를 부순다.”

카렌티어스의 명령에 따라, 파란색의 거인, 트론 마크 05 이지스는 어깨에 달린 각 2장의 판넬을 펼쳐 이지스 쉴드를 펼쳐 달려드는 작은 용들(소설에서는 고전 게임인 S모 게임에 유닛 저글링과 비슷한)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작은 용들을 지휘하는 검은 코어를 트론 마크 03 드로우는 놓치지 않고 거대한 듀거 란스를 휘둘러 파괴하였다.
지금 이런 전투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한국 지부에 지원을 오기로 했던 중국의 원군이 작은 용들에게 갑작스런 습격을 받았으며 이로 중국 원국을 지휘하던 왕 장군이 가까운 유라시아 지부에 긴급 지원 요청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평소에 정비가 철저히 되어있던 트론 마크 03 드로우(아카라 에르나)와 파일럿이 준비되어 출격하게 된 트론 마크 05 이지스(S-X03, 에릭)가 급히 출동한 것이다.

“도대체 이 적들은 얼마나 쓰러뜨려야 물러가는 거지?”

“에릭!! 조심해!!”

잠시 방심한 이지스를 집단으로 달려들어 자폭 공격을 시도하려는 작은 용들을 아카라가 조종하는 드로우가 봐주지 않았다. 그대로 듀거 란스를 휘둘러 모조리 척살할 뿐이었다.

“S-X03, 이런 무리를 이루는 타입에 용은, 분명 그 무리를 조종하는 보스가 있다. 그 보스만 쓰러뜨리면, 나머지 작은 용들은 스스로 소멸한다. 네 임무는, 적 보스를 찾을 때 까지 최대한 시간을 버는 것과 작은 용들이 중국군에 달려들어 자폭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다. 트론 마크 05 이지스, 그 명칭대로 방패의 역할이다. 그 역할에 집중하도록.”

카렌티어스에 목소리가 이지스를 조종하는 S-X03, 에릭에게 전해졌다.

“알고 있지만, 너무 많아.”

“S-X03, 잊고 있나? 원래 이지스 대신 이카루스가 출격해야 했다. 하지만, 그 파일럿인 C-X31이 고질병인 빈혈로 갑자기 쓰러졌고, 이카루스 역시 이전 전투에서 입은 손상이 완전히 수리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출격 가능한 건, 이지스와 예비 부품이 남아 있는 덕에 빠르게 정비를 끝낸 드로우 뿐이었기 때문에 출격시킨 것이다.”

카렌티어스의 말에 S-X03, 에릭은 발끈한 듯, 혼잣말로 소리치듯 내뱉었다.

“칫, 잊을 리가. 미란이는 절대 이런 곳에 나서게 하지 않을 거야!!”

푸른 거인, 이지스는 그 자신과 동화된 소년에 의지를 드러내듯, 아까보다 더 열을 내어, 달려들어 자폭 공격을 시도하는 작은 용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지스가 이지스 쉴드를 펼쳐 작은 용들의 접근을 막으면, 중국군에 전차포와 드로우의 듀거 란스가 작은 용들을 척살하는 지루한 일에 반복이었다. 아무리 쉬운 상대라 해도 이렇게 끝도 없이 나온다면, 트론도, 중국군도 한계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는 카렌티어스는 계속 트론의 파일럿에게 명령을 하달하면서, 그 용안을 발동해 군소 개체를 지휘하는 용, 즉 보스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리고 포착해 낸 카렌티어스는 이내 다시금 드로우에게 명령했다.

“아카라, 적 보스를 포착해 내었다.”

“뭐, 정말? 어디에 있어? 전혀 보이지 않는데?”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난 너와 크로킹에 들어간다.”

“크로킹? 그게 뭐야?”

아카라는 처음 듣는 다는 듯 질문조로 물으면서, 여전히 달려드는 작은 용들을 듀거 란스로 척살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지. 네가 트론의 코어와 일체화 되듯이, 나의 정신과 너의 정신과 감각이 일체화되는 것이다. 크로킹 한다면, 내가 보는 것을 너 역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트론 코어와 동화율 역시 같이 분담하는 만큼 일본의 트론처럼 동화율 100%는 우습게 돌파되어 트론의 성능 역시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다. 드로우는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더 빨라질 것이다.”

“좋다. 너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용보다는 아니니까.”

아카라의 대답에 카렌티어스는 이내 시스템을 조작하며 말하였다.

“앤 롤 완료. 크로싱을 개시한다.”

카렌티어스의 눈이 감긴다. 그리고 아카라의 눈 역시, 저절로 감긴다.
아카라는 몸의 감각이 새로워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눈의 감각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아카라.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네 눈에도 보이는가?”

카렌티어스의 목소리가, 그 전까지는 그저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이건 아주 뇌 속을 울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카라는 천천히 눈을 뜬다. 그의 눈동자 색은 적색을 띄고 있었다. 이전에 간혹 멍할 때 보였던 초점 없는 적안이 아닌 확실히 초점이 잡혀있는 적안(정확히 말하자면, 카렌티어스가 발동한 적색의 용안일 것이다.)이었다.

“그래, 보여!! 확실히!!”

아카라는 그 다음 카렌티어스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았다. 아니, 기다릴 필요 없었다.
카렌티어스가 그에게 내리는 지시는 항시 뇌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단숨에 달려 나가 뛰어 오르며 허공에 작은 구슬을 듀거 란스로 내려치려고 했다. 작은 구슬은 갑자기 놀랄 정도로 빨라진 드로우의 움직임에 아슬아슬하게 듀거 란스를 피했지만, 살짝 스쳤는지 구슬의 약간의 금이 갔다. 그리고 이내 그 구슬은 원래의 정체, 용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건, 사실 용인지 조차 의심 가는 젤리질로 이루어진 물고기 모양을 한 보스 용이었다...)

“적 보스 출몰.”

“타입, 젤리 형”

오퍼레이터들이 바쁘게 각기 보고하기 시작했다.
커텔은 정면에 초대형 PDP에 비치는 전투 스크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확실히, 무리를 이루는 보스답게 강하긴 강한 편이군. 마크 05 이지스의 쉴드를 단시간에
무너뜨리고 이지스를 행동불능으로 만들다니...”

커텔에 말대로 이지스가 펼친 이지스 쉴드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동시에 보스급 용에 산성 용액 투척 공격에 그대로 다운되고 말았다. 여전히 PDP에서 나오는 전투 스크린에서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스피드로 돌진하며 듀거 란스를 휘둘러 되는 트론 마크 03 드로우와 그 스피드에 질렸는지 하늘로 날아오른 보스급 용에 모습이 비쳤다.

“카렌티어스로부터 메시지입니다.”

“시간이 없다. 용건만.”

“트론 전용 서포트 바이오 부스터 장비 요청입니다만.”

“허가한다.”

이내 초대형 PDP에 비친 스크린에는 어느 샌가 서포트 바이오 부스터를 달고 하늘을 날면서 보스급 용을 쫓는 드로우의 모습이 비쳤다. 무장도 듀거 란스에서 한국제 가람 제 01식으로 장비한 상태였다.

“후우, 이제 좀 있으면 쉴 수 있겠네. 응?”

거의 상황 종료에 가까워지자 한 여성 오퍼레이터는 한숨을 쉬며 기지개를 피다, 문득 적색경보 창이 뜬 자신의 모니터를 보고 직업병인지, 올렸던 손을 내려 잽싸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색이 된 얼굴로 보고하기 시작했다.

“900미터 상공에서 또 다른 용 출현!! 곧바로 유라시아 지부를 향해 강하하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유라시아 지부는 혼란스러워 졌다.
여기저기서 각종 보고가 올라왔고, 이내 초대형 PDP는 어느새 드로우와 보스급 용이 아닌 하늘에서 곧바로 강하하고 있는 용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용을 저지하기 위해 긴급 출동한 전투기들을 번개로 한숨 재로 만들면서, 그렇게 먹구름을 몰면서 강하하기 시작했다. 예의 그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커텔이라도 이번에는 얼굴빛이 사색이 되었다.
곧 한 오퍼레이터에 보고가 들어왔다.

“자료 분석 결과, 케찰코아툴르스(Quetzalcoatls) 로 판명됩니다.”



‘명령이다!! 아카라!! 지금 당장 본부로 귀환하라!!’

카렌티어스의 다급한 목소리가 아카라의 뇌를 울렸다.

“무슨 소리하는 거야!! 저 용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녀석은 분명 또 부하들을 부려 사람들을 공격할 거란 말이야!!”

아카라의 퉁명스런 말에 카렌티어스는 다급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지금 본부가 또 다른 용에게 공격당했다. 그 용은 케찰코아툴르스(Quetzalcoatls)라는 지금까지 출현했던 용들 중 강한 용이다. 지금 본부는 달리 대응할 수단이 전혀 없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건 너뿐이라고 말은 않겠어. 그 정도는 알 수 있을 테니까.’

아카라는 잠시 지상에 다운 된 트론 마크 05 이지스를 보며 열을 내며 소리쳤다.

“나더러, 동료를 버리고 도망가라는 거냐!!”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본부를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내가 후퇴하면 분명 저 용은 에릭과 중국군을 공격할 게 뻔하잖아!! 어떻게 후퇴하란 말이야!!”

아카라의 외침. 그 말은 분명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난감하게도 트론 마크 05 이지스가 움직일 수만 있었더라도, 조금은 상황이 좋았으리라.
하지만 이지스는 일전에 보스급 용, 젤리질에 물고기 모양의 용이 내뿜은 산성용액에 완전 넉 다운 된 상태. 파일럿 상태도 기절한 상태이다. 거기다 중국군 역시 필사의 발악을 하고 있다곤 하지만, 보스급 용에 지휘를 받는 작은 용들의 자폭 공격엔 속수무책이었다.
카렌티어스가 크게 고민하는 듯 조용하게 이를 갈다가 끝내 결단을 내린 듯 아카라에게 말하였다.

‘2분 주겠다. 그 안에 적 보스급 용을 쓰러뜨려라. 2분 안에 쓰러뜨리면, 아무도 희생시키지 않고 모두 구할 수 있다.’

“뭐, 2분? 어떻게 계산해야 2분이 나오는 건데!!!”

‘난 말했다. 딱 2분이다. 2분 안에 쓰러뜨려라. 그러지 못한다면 당장 본부로 귀환하던가!!’

카렌티어스는 그렇게 아카라에게 말한 뒤, 잠잠해졌다. 아카라는 뭐가 뭔지 혼란스러웠지만, 모두를 구할 수 있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젤리질에 물고기 모양의 적 보스급 용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15번, 16번 방어 시스템 가동!!”

“틀렸습니다. 11번, 14번 돌파 당했습니다!!”

유라시아 지부에 오퍼레이터들은 바쁘게 보고를 해대기 시작했다.
PDP에 비친 화면에는 케찰코아툴르스에 의해 처참하게 파괴된 방어 시설과 지하 본부로 향하는 격벽들이 차례, 차례 파괴된 모습이었다.

“제기랄. 하필, 이런 때에 기가 막히게 습격이라니...”

커텔에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지만,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2분 안에 적 보스를 쓰러뜨리는 건 사실 무리다. 어떻게 해도 2분이 넘는다. 아무리 크로킹했다 해도, 드로우는 원래 지상에서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지, 공중전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2분 안에 적 보스를 간신히 쓰러뜨린다 해도 드로우가 장비한 공중전 장비로는 본부에 도착하기 전에 본부가 버티지 못한다.’

카렌티어스는 여러 가지 상황을 분석해 보고 또, 분석하고 했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압도적인 본부 괘멸이었다. 아니 지금 당장 본부를 포기해야 하는 지경이었다. 적은 압도적으로 강하고, 시간은 그 만큼 없었다. 드로우가 전속력으로 날아온다 해도, 드로우 단 1기로는 승산이 거의 없는 것이다. 핵무기,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으나,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본부 시설 포기는 불가피해진다.

“크윽... 난... 어떤 결단을 내려야하지. 이 두 눈은 나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보여주기만 할 뿐이야.”

그때 왼쪽 하단에 작은 스크린이 떴다.
그 스크린에 제목 표시줄에는 C-X31이라는 코드와 트론 마크 04 이카루스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카렌티어스는 두려운 마음에 그 스크린을 호출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이카루스에 탄 C-X31, 미란이에 얼굴이 화면에 떴다. 미란이는 스크린에 비친 카렌티어스에게 말하였다.

“미안, 카렌티어스. 무단으로 이카루스에 타버려서.”

“아니,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용건이 뭐지? C-X31."

카렌티어스는 불길한 영상이 짐짓 스쳤지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대답이 뻔한 것을 알면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 불길한 것을 부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나, 출격하게 해줘. 해도 되는 거지?”

“... 어째서냐... 네 최근 몸 상태는 잘 알 텐데.”

카렌티어스는 대답이 뭔지 뻔히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인지 다시 물었다.

“동정하지 말아줘!! 다들 내가 몸이 약하다고 그저 감싸주려고만 해. 솔직히 나, 처음에 이카루스에 타기 싫었어. 너무 무서웠어. 하지만, 그렇게 겁이 많은 에릭도 아카라도 타는데... 다들 모두를 지키려고 싸우는데...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어. 진심으로...”

카렌티어스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미란이에 이야기를 듣다가 이내 작은 목소리로 미란이에게 질문했다.

“진심이냐?”

카렌티어스의 말에 미란이는 이렇게 말하였다.

“괜찮아. 카렌티어스. 어차피 케이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전부... 소모품이잖아...”

‘그래... 소모품이지... 그중에서도 넌 특별한 소모품이지만...’

“좋다. 크로싱한 뒤 바로 케찰코아툴르스가 있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게이트로 사출하겠다.”



하얀 거인 이카루스가 그 하얀 날개를 펼치며 공중으로 사출되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아래에는 먹구름을 동반한 케찰코아툴르스에 시커먼 몸체가 보였다. 이카루스는 그대로 하강하여 케찰코아툴르스에게 정면으로 부딪쳤다.

“트론 마크 04 이카루스 3번 게이트로 긴급 사출!!”

“이카루스 케찰코아툴르스에게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이카루스, 왼쪽 바이오 부스터 이상 발생!!”

오퍼레이터들의 보고. 그리고 예상외에 이카루스의 출격에 커텔의 얼굴빛은 사색에서 조금 혈색이 돌아왔고, 유 박사의 얼굴빛은 안 그래도 사색인데 완전 경악해서 그대로 한 오퍼레이터에게 소리쳤다.

“파일럿은!!!”

“C-X31, 탑승 확인했습니다. 출격 승인은 시스템의 관리자께서 하셨습니다만...”

유 박사는 이내 한 화상 통화기에 버튼을 몇 번 조작하여 화면에 카렌티어스의 얼굴이 나오자 바로 소리쳤다.

“카렌티어스 군!! 이카루스를 당장 귀환시켜!! 어서!!!”

유 박사에 외침에 카렌티어스는 냉정하게 이렇게 답했다.

“아무리 박사님이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본부를 지키는 것, 용을 물리치는 것이 우선시됩니다. 그리고 이카루스의 출격은 C-X31, 스스로의 의사로 출격한 것입니다.”

“거짓말!! 그 애가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 없다고...”

오열하는 유 박사에게 카렌티어스는 이렇게 답했다.

“할 말은 그것 뿐 입니까? 단지 그것 뿐 이라면, C-X31이 살아 돌아왔을 때, 더 이상 C-X31을 동정하지 마십시요. C-X31은 누구에게도 동정 받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만 끊지요.”

초거대 PDP에 비친 화면, 거기에는 거대한 번개룡, 케찰코아툴르스에게 겨우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로 저항하는 하얀 날개를 지닌 하얗고 작은 거인이 보였다.

“C-X31, 동조율 140%입니다!!”

한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커텔은 PDP에 비친 케찰코아툴르스와 이카루스의 전투를 보며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과연 아무리 C급이라도 시스템에 크로킹을 하면 동조율 100%가 넘어가는 군.”



하얀 날개를 지닌 거인은 끊임없이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로 연신 케찰코아툴르스에 머리(?)를 쳐대고 있었다. 그것이 소용없는 저항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끊임없이 박아대고 있었다.

'C-X31, 지나치게 무리하지 마라. 네 임무는 마크 03 드로우가 올 때까지 시간만 버는 거다. 현재 이카루스의 상태나 무장으로는 절대로 케찰코아툴르스를 이길 수 없다.’

카렌티어스의 말에 C-X31, 미란이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부들부들 떨면서 말하였다.

“아니야. 아카라까지 휘말려 들게 하지 않을 거야. 저번에도 멋지게 해치웠다고. 그러니까, 이번에도 멋지게 해내어 보일거야!!”

미란이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카루스는 더욱 더 힘을 주어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를 케찰코아툴르스에 머리(?)에 박았다. 상당히 힘을 주었는지 전혀 들어갈 것 같아 보이지 않던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가 박히며 그 곳에서는 적색의 용혈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카루스를 상관하지 않고 전진하던 케찰코아툴르스는 성가시다는 듯 팔로 추정되는 듯한 진흙질로 보이는(?) 팔을 내뻗었다. 그 팔은 이내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 그대로 이카루스를 내려치려고 했다.

‘C-X31!! 위험하다 회피해!!’

카렌티어스의 다급한 목소리, 하지만 아무리 동조율이 140%라 해도, 미란이의 반응속도는 그리 좋지 않았다. 피하지 못한 채 부러진 플라즈마 커터를 연식 박아대는 이카루스에 하얀 허리에 케찰코아툴르스가 내려친 날카로운 칼날이 들어섰다.

서걱.

이카루스는 그대로 칼날에 허리가 잘려 두동강이 난 채로 땅으로 추락했다.

“아...!!”

미란이는 순간적인 쇼크에 단말마 적인 비명을 내질렀다.
크로킹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파일럿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카렌티어스였다.
크로킹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고통은 너무도 확실하게 전해졌다.

‘큭...’

카렌티어스는 약한 신음소리만 냈을 뿐, 그걸로 끝이었다. 카렌티어스는 자신이 여기서 쓰러지면 어떻게 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용안의 능력을 최대한 이용해 고통을 느끼는 신경 부분에 감각을 강제로 제어해 고통을 다시금 안정시키는 카렌티어스였다.

“C-X31, 신경 펄스 이상!!”

오퍼레이터의 보고, PDP에는 잘린 허리에서 적색 액체를 콸콸 내뿜으며 땅으로 추락하는 이카루스와 그대로 유라시아 지부로 전진하는 거대한 케찰코아툴르스에 모습이 비칠 뿐이었다. 이미 유 박사는 자리에 없었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복도에 있는 화상 단말기를 트론 마크 03 드로우에 연결하였다. 아직도 중국군을 공격한 용에 보스를 잡지 못해 열을 내는 아카라의 얼굴이 보였다. 유 박사는 아카라의 얼굴이 보이자 이내 눈물 흘리며 소리쳤다.

“미란이를 말려줘!!”



“뭐라고요!! 미란이가!!”

아카라는 유 박사에 이야기를 듣고 처음 듣는 다는 듯 심하게 놀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렌티어스가 갑자기 크로킹을 끊어버려 전혀 그에게 아무 말도 생각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2분이란 의미가 바로 그런 뜻이었단 말이냐...”

아카라는 이를 갈며 눈앞에 요리조리 도망가는 적 보스를 보았다.
그리고 대번에 가람 제 01 식에 방아쇠를 대 여섯 번 당겨 적 보스에 움직임을 막은 뒤 곧바로 적 보스의 코어를 한시도 늦지 않고 정확하게 방아쇠를 당겨 쏴버렸다.
물론 명중이었다.

“적 보스 코어 소멸!!”

“적 보스가 이끌던 군소 개체형 용들 역시 소멸합니다!!”

“트론 마크 03 드로우, 곧장 본부로 귀환합니다.”

오퍼레이터들의 보고들.
그리고 거대 PDP 좌측 하단에 작게 뜬 스크린에는 바이오 부스터를 한계 급까지 가동하여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흑색 트론이 있었다.



탕, 탕, 탕.

건물 잔해에 추락한 이카루스는 포기하지 않는 듯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트라이 건을 집어 들어 케찰코아툴르스를 향해 마구 쏘기 시작했다.

띵, 띵, 띵.

하지만, 겨우 견제용 밖에 안돼는 트라이 건에 총탄이었다.
말 그대로 케찰코아툴르스에게 박히긴 커녕 튕겨나갈 뿐이었다.

“으아아아아아!!!”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팅, 팅, 팅, 팅, 팅, 팅, 팅, 팅.

미란이는 고통을 참으려는 듯 소리를 지르며 마구 트라이 건을 쏘아 되었고, 트라이 건에 총탄은 쏜 만큼 튕겨나갈 뿐이었다. 케찰코아툴르스는 다시 한번 허리가 잘린 이카루스를 뒤돌아보았다. 케찰코아툴르스의 입장으로는 이카루스에 발악은 그저 귀찮은 파리가 날뛰는 것에 불과한 듯 확실히 끝내겠다는 듯, 주변에 먹구름에서 황금빛 번개가 튀었다. 그 번개는 이내 트라이 건을 쥐고 있는 이카루스의 두 손, 두 팔을 새카맣게 재로 만들어 버렸다.

‘큭... 그만해. C-X31. 아무 소용없는 짓이다. 지금의 이카루스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미란이는 아까 전에 공격에 대한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지 아니면 그 고통을 삭이기 위해 비명을 지르는 지 오히려 이카루스의 하얀 두 날개와 바이오 부스터를 가동해 다시 번개가 날아들기 전에 그대로 엄청난 속도로 케찰코아툴르스에 다시 충돌했다. 그리고 이카루스의 등에서는 밧줄 비슷한 것들이 갑자기 나오면서 케찰코아툴르스를 감싸기 시작했다.

‘C-X31!!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이대로 날아오르겠어!!”

카렌티어스의 말에 미란이는 간결하고 힘차게 대답하였다. 대답이 끝나기 전에 이미 이카루스는 자기 몸뚱이보다 몇 배는 더 큰 케찰코아툴르스를 끌고 하늘로 비상하고 있었다.

“C-X31, 엔리멘탈 코드(Elemental Code) 발생 확인!!”

“엔리멘탈 코드 유형, 밧줄!!”

한순간 유라시아 지부는 술렁거렸다.
하긴 무리도 아니겠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C급에 파일럿이 엔리멘탈 코드를 각성, 발생시켰으니 말이다.

“엔리멘탈 코드라니... 티아세리스, 그녀 이후로 각성하는 자가 없을 줄 알았는데...”

커텔은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곧 다시 정신을 차리고, 힘차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쏠 수 있는 핵무기 격납고를 확인하도록!!”

“알겠습니다!!”



‘C-X31, 이제 그만 떨어져라. 곧 핵무기가 발사 될 거야.’

“... 아...”

‘C-X31, 네 활약은 본부에서 아주 높게 칭찬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그만하고 돌아와라.
나머지는 핵무기가 녀석을 날려 버릴 거다.’

“떨어지지 않아...”

C-X31, 미란이에 말에 순간 카렌티어스는 움찔했다. 아까부터 느껴졌던 이상한 감각, 그 감각이 설마하며 애써 부정하려고 했지만, 좌측 하단 스크린에 비친 이카루스의 상태는 카렌티어스의 예상대로였다. 케찰코아툴르스에게 침식되어 가는 이카루스의 모습이.

“감각이 이상해... 기억이... 점점 사라져가...”

그 말을 내뱉는 미란이에 검은 눈동자에는 점점 초점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미란이가 내뱉는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알고 있는 카렌티어스는 남몰래 이를 갈기 시작했다. 카렌티어스의 눈에 비친 좌측 스크린에 이카루스 상태 창 옆에는 어느 샌가 D.C.S(Disintegrate Core System)의 승인 코드 요청이 들어와 있었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하지. 친구들을 만나고 싶지 않나? 후회하지 않나?’

카렌티어스는 울컥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미란이에게 물었다.

“... 만약에 이게 꿈이라면... 하지만 꿈일 리가 없겠지. 적어도 내가 아니기 전에 모두를 기억한 채로... 그런 꿈을 꾸고 싶어...”

‘... 일전에 내가 아는 사람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마음... 이해 못하는 거 아니다. C-X31, 아니 미란이,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나?’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고... 그리고 그 꿈을 이루었다고... 전해줘...”

‘그러지...’

카렌티어스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D.C.S 승인 코드 요청을 승인하는 그였다.

“이름으로 불러줘서 고마워. 카렌티어스...”



“케찰코아툴르스, 이카루스를 침식, 동화하고 있습니다!!”

“C-X31,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관리자에게 D.C.S의 승인 코드를 요청했습니다!!”

“시스템의 관리자, 코드 승인하였습니다!!”

“이카루스의 코어(Core) 붕괴합니다. 임계점까지 앞으로 30초!!”

이곳저곳에서 오퍼레이터들이 한꺼번에 보고하기 시작했다.
물론 뒤늦은 보고일 수밖에 없는 것이 트론과 파일럿에 관한 모든 정보는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관리자인 카렌티어스가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정보를 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급박스런 전개에 커텔은 다소 놀랐다. 그리고 이내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쉽군. 티아세리스, 그녀 이후로 엔리멘탈 코드를 각성하는 자가 나오나 했더니... 이런 식으로 사라지는 것도 운명인가? 그것도 악운이군.”



유 박사는 열심히 숨이 터져라 뛰어서 유라시아 지부 시설 밖으로 나왔다.
하늘 높게 비상하여 보이지 않는 이카루스와 케찰코아툴르스를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보면서도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듯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카라 군. 제발 미란이를 구해... 줘...”



【D.C.S 시스템 작동. 코어 붕괴. 임계점까지 앞으로 30초.】
【캡슐 강제 사출합니다. 강제 사출 에러.】
【임계점까지 앞으로 20초, 19초, 18초, 17초...】

미란이에게 연신 들리는 시스템 음성.
하지만, 캡슐 강제 사출 시스템이 작동한다 해도 사출되지 못하는 건 거기까지 케찰코아툴르스에게 침식되었기 때문인지 몰랐다. 미란이에 초점 잃은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맺혔다.

“아카라, 엄마... 모두 미안해요.”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아카라는 고함과 함께 끝도 없이 비상하는 이카루스와 케찰코아툴르스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건 아카라 너다!! 당장 그만둬!! 지금 가 봤자, C-X31을 구하는 건 틀렸다!! 자칫 잘못했다간 드로우 마저 이카루스의 코어가 붕괴할 때 발생하는 폭발에 휘말려 들고 말아!!”

카렌티어스의 외침에 아카라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애초에 미란이를 휘말려 들게 한 건 너잖아!!!”

아카라의 말에 카렌티어스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아니, 내 잘못이 아니다. 2분 안에 적을 쓰러뜨리지 못한 네 잘못이지.”

아카라는 카렌티어스의 말에 덜컥 숨이 멎는 듯 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카라는 결코 미란이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최소한 구하기 위한 노력을 하려고 생각했다. 이내 카렌티어스의 명령을 무시한 채로 바이오 부스터를 한계 까지 성능을 끌어내어 날아가고 있는 드로우였다.

【임계점까지 앞으로 10초, 9초, 8초, 7초...】

“절대로 미란이를 죽게 하지 않아!!”

어느 새 따라 잡았는지 드로우는 이내 플라즈마 커터를 꺼내 들어 이카루스의 등 쪽에 칼날을 대고 파헤치기 시작했다. 드로우에게 장착된 바이오 부스터는 이미 바싹 타 버린지 오래였다.

파직.

한 번 더 플라즈마 커터를 휘두르자 이카루스의 캡슐이 아카라의 눈에 들어왔다.
아카라는 망설이지 않고 드로우의 검은 손으로 이카루스의 캡슐을 집어 들었다.

“훗, 결국 해내는 군. 임계점까지 5초가 채 안 남았다. 뛰어 내려라. 나머지는 서포트 무인 전투기들이 보조해 줄 것이다.”

카렌티어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드로우는 그대로 뛰어 내리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케찰코아툴르스에 몸체에서 촉수가 날아와서는 그대로 이카루스의 캡슐을 쥐고 있는 드로우의 오른 팔을 찔러들어 갔다.



“마크 03 드로우의 우측 팔, 케찰코아툴르스에게 급속도로 침식되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관리자, 드로우의 우측 팔 강제 절단 코드 승인하였습니다!!”

오퍼레이터들의 보고, 그리고 오른팔이 강제로 절단된 채로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는 드로우의 모습이 비쳤다. 이카루스의 캡슐을 쥐고 있던 드로우의 오른팔은 순식간에 침식되었는지 흉측한 꼴을 하고 있었다.

【임계점까지 앞으로 3초, 2초, 1초, 0.00초】

그리고 그대로 이카루스와 케찰코아툴르스를 감싸는 거대한 빛이 중앙으로 몰리더니 곧 사방으로 환하게 퍼져나갔다.

“이카루스 소멸, 확인. 케찰코아툴르스 역시 완전 소멸하였습니다.”

잠시간에 침묵이 유라시아 지부를 지배하고 있었다.
커텔이 무거운 침묵을 깨고 말하였다.

“Cage Code : C-X31이란 코드는 이후부터 삭제 처리한다.”



“아아아아악... 흑흑흑...”

저 하늘에 폭발을 본 유 박사는 끝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내 미란이와 있었던 여러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헤헤, 저 박사님 주려고 그린 건데 잘 그렸죠?’

C-X31은 C급에서 가장 심한 축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삭막할 수밖에 없는 케이지에서 내가 그나마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여기게 하는 아이였다. 이 곳에 아이들은 아무리 C급이라도 육체 성장, 정신 성장 모두 빠른 편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운명 역시 빠르게 자각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C-X31은 모든 성장이 상당히 더딘 아이였다. 잔병치레도 많은 아이. 그 아이는 그저 사진 속으로만 볼 수밖에 없는 이미 죽은 딸인 미란이와 많이 닮아 있었다. 복수심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던 나를 조금은 인간답게 해준 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게 내려온 명령은 거역할 수 없었다. 기준에 미달되는 아이들에 폐기 처분.

‘에, 아픈 거 싫은데.’

‘괜찮아. 이 주사 맞으면 잠이 올 거야... 자다 일어나면 아픈 게 말끔이 사라질 거야...’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 주사는 마취제였다. 아이들을 바로 죽이지 않는다. 마취 시킨 뒤 단순히 폐기 처분하는 것이 해부하여 그 동안 투여했던 약물이나 이런 것들에 조사를 하는 것, 그것이 끝나면 그대로 비료나, 비누 같은 공업용품에 재료로 아이들의 사체는 사용된다.
사람이 아닌, 말 그대로 소모품이었다.

‘에, 잠이 막 쏟아지네.’

C-X31에 눈이 감긴다.

‘박사님... 안녕히... 오래 사세요...’

나는... C-X31에 입에서 나온 말이 무엇을 뜻하는 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충동으로 C-X31을 껴안으며 나도 모르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렇게 명령을 어긴 채로 C-X31, 아니 미란이와 그렇게 여러 추억을 쌓으며... 오래 지속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부정하고 싶었다. 너무나도...

‘엄마라고 불러도 되나요?’

‘와아! 책에서만 바다를 봤는데 진짜로 있었구나!!’


‘엄마, 저 제 꿈이 뭔지 아세요?’

‘응, 뭐니? 미란아?’

‘저 하늘을 맘껏 날아보고 싶어요. 헤헤 무리라는 건 알지만.’



“큭... 모든 것을... 큭... 보았으면서... 큭...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니... 시즈미 누나도... C-X31, 미란이도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이 두 눈 따위... 큭...”

카렌티어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C-X31, 미란이가 산화될 때 그대로 느껴진 죽을 정도의 고통을 애써 참으며 중얼거렸다. 어느 새 카렌티어스의 볼에는 선명하게 눈물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내 카렌티어스는 손으로 그 자국을 지웠다.



서포트 무인 전투기들에 의해 추락하여 박살나는 것을 면한 오른 팔이 절단 된 드로우에 파일럿 아카라는 망연자실한 눈에 잠시, 미란이에 여러 모습이 비쳤다.

‘나 아카라 그렸는데, 잘 그렸지?’

‘에, 맛없어? 아카라를 위해 나 열심히 만들었는데.’

‘있잖아. 내 꿈이 뭔지 알아? 저 하늘을 맘껏 날아보고 싶어. 헤 무리겠지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드로우의 팔이 잘릴 때 고통으로 인한 뒤늦은 비명인지, 아니면 구할 수 있었지만,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의한 비명인지... 아카라는 외치고 있었다.



‘그렇게 미란이는 소원이던 하늘을 마음껏 날았다.’

‘그리고 저 멀리 우리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꿈꾸며 사라져갔다.’





“카렌티어스.”

아카라는 분노를 참지 않겠다는 적의를 마음껏 드러낸 채, 카렌티어스를 노려보았다.
카렌티어스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하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왜, 미란이를 내 보낸 거지? 어째서?"

아카라의 말에 카렌티어스는 무너질 것 같은 컨디션 엉망인 심신을 간신히 유지하며 말하였다.

"그애가 원한거다."

카렌티어스의 말에 아카라는 참고 참았던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소리쳤다.

“미란이가 원했다고!! 미란이가 원한 게 고작, 그런 거란 말이야!! 거짓말쟁이!!”

퍽.

주먹은 그대로 카렌티어스의 복부에 명중했다. 카렌티어스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아카라의 적의에 찬 눈동자에는 안색이 창백한 카렌티어스의 비틀거리는 모습이 보일 리가 없었다.

쿠당탕.

아카라가 있는 힘껏 내지른 주먹에 카렌티어스는 비명 하나 지르지 않고 그대로 복도를 여러 번 굴러 벽에 부딪쳐서야 멈추었다.

“하아, 하아... 뭔가 변명을 해보란 말이야!! 왜, 미란이여야 했는지...”

한껏 주먹을 날린 뒤에 아카라는 이카루스의 폭발을 생각했는지 한껏 울먹이는 말투로 쓰러진 카렌티어스를 향해 걸어오며 말하였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갑자기 달려온 누군가가 내지른 주먹에 얼굴을 한대 맞고 아카라가 먼저 나가 떨어졌다.

퍽, 쿠당탕.

“큭...”

“아무리 S급 파일럿이라 해도, 내 아들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그 즉시 폐기처분이라는 것을 모르나? 아카라.”

목소리에 주인공은 커텔이었다.
커텔은 자신을 노려보는 아카라를 보며 말하였다.

“소모품은 얼마든지 있지. 하지만, 그 소모품과 트론의 코어를 제어하는 시스템, 코어 컨트롤 링크 시스템의 관리자는 단 한명 뿐. 관리자의 신상에 어떤 문제라도 발생하면 유라시아 지부로서는 손해지.”

“손해고 뭐고, 사람이 죽었는데, 그 딴 거 알게 뭐야?”

아카라가 씩씩대며 하는 말에 커텔은 말하였다.

“불량품이 제거된 거다. 그냥 제거 된 것도 아니고 이카루스라는 중요한 전력까지 잃었다는 막대한 잘못까지 범하면서 말이다.”

“아니...”

아카라는 뭔가 더 소리치려 했지만, 뒤에 있던 병사들에게 양 팔을 잡히는 바람에 말을 꺼내지 못했다. 커텔은 정신을 잃은 카렌티어스에 상태를 보다가 이내 어딘가에 급히 연락을 하자 바로 달려온 의료 요원들은 카렌티어스에 상태를 살피며 여러 가지 응급처치를 한 뒤 곧바로 어딘가로 가기 시작했다. 아카라 역시 병사들에게 끌려 카렌티어스가 실려 간 응급실과 정반대인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아카라는 당분간 독방에서 근신하도록 해라. 티아세리스의 유일한 피붙이만 아니었어도 넌 바로 총살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해라. 살고 싶다면 내 아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중환자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가까스로 두 눈을 뜬(물론 보통 때의 회색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안 비치겠지만...) 카렌티어스는 잠시 아카라가 한 말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아카라... 너는 모른다... 죽을 정도의 고통이 뭔지... 너는 모른다...”

그리고 다시금 재발한 고통에 또 다시 정신을 잃는 카렌티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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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거 란스 : 거대한 실체형 검. 트론 전용으로 개발된 무기.

# 가람 제 01식 : 롱 라이플같이 생긴 무기, 참고로 한국에서 개발한 트론 전용 무기.

# 플라즈마 커터 : 서바이벌 나이프라고 보시면... 기본적인 무기.

# 트라이 건 : 트론 전용으로 만든 기관 소총.

# 바이오 부스터 : 이카루스를 제외한 다른 트론들이 하늘을 날기 위해 사용하는 부스터.

# 서포트 무인 전투기 : 트론의 비행이나 이것저것 무기 조달을 해주는 서포트 무인 전투기.

# D.C.S(Disintegrate Core System)
직역하면(?) 코어 붕괴 시스템... 즉 트론의 자폭 시스템입니다.
(굳이 하나 더 설명하자면, 유라시아 지부에 경우 카렌티어스의 승인이 있어야 시동된다)

# 엔리멘탈 코드(Elemental Code)
에바에게 AT 필드가 있듯이 트론에게는... AT필드와는 약간 개념이 다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