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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테창-릴레이완결] Tialist

2006.12.21 07:35

아란 조회 수:176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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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창-릴레이소설 완결]
제목(팀명) : Tialist
장르 : SF
총화수 : 전 25화 완결
팀장 : 아란
팀원 : 다르칸, 영원전설, 높새바람(핏빛노을.), 카에데
연재기간 : 2004년 10월 24일부터 2005년 4월 9일 전 25화 완결

[Tialist] 005 : 하늘과 땅의 트론
글쓴이 : 높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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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나는, 난…못하겠어. 제발……."

 카렌티어스는 미란을, C-X31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미란은 카렌티어스를 제대로 마주보지도 못했다. 초점이 맞지 않는 회색의 눈동자.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미란은 그 눈동자가 무서워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들의 옆에는, 새하얀 날개로 몸을 가리고 있는 트론 마크 04 이카루스가 서있었다. 이카루스의 격납고였다.

 "진정해라.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시키지도 않는다."
 "아, 아니야. 나는…다른 애들도 많잖아. 왜 하필…"
 "트론 마크 4 이카루스의 파일럿은 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너밖에 할 수 없는 일 이니까!"

 카렌티어스가 소리치자 미란의 몸이 움찔했다. 카렌티어스는 이마에 손을 얹는 것 같은 사치는 부리지 않았다. 한 시가 급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설득할 수 있을지를 모른다는 것…….

 "C-X31. 포기할 텐가?"

 미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낯선 이름이 자기를 가리킨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카렌티어스는 다시 물었다.

 "C-X31. 네 임무를 포기할 거냐고 물었다. 이카루스를 조종하지 않을 건가?"

 미란은 슬며시 머리를 들었다. 그러나 카렌티어스의 눈을 쳐다보지는 못했다. 그저 카렌티어스의 가슴정도에 눈을 맞췄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카렌티어스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결정했는지 먼저 말했다.

 "잘 됐군. 파일럿 후보를 지탱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쓸모 없다면 그 즉시 폐기하는  게 낫지."

 미란은 흠칫하며 카렌티어스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온 몸이 심하게 떨렸다. 눈이 거의 초점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만큼 흔들렸다. 카렌티어스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깔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넌 C급이다. 그 중에서도 심했어. 유아시절 이미 폐기되었어야 했을 정도지. 그래도  난 유 박사의 결정에 뜻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잘못된 믿음이었나 보군."
 "난…아냐, 난…"
 "네 가치를 주장하고 싶은 건가?"
 "난, 나는…"
 "지금 이 순간 네 가치를 증명해 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넌 나리아스 (Narias) 유라시아 지부 케이지에서, 트론을 조종하기 위해 태어나고 자란 파일럿 후보 다. 이카루스를 조종할 수 없다면 네가 존재할 가치는 없다!"

 미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카렌티어스의 얼굴을 마주보았던 눈은, 이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카렌티어스는 그 눈을 마주보며 (물론 그의 회색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을 테지만) 물었다.

 "살고 싶나?"

 미란은 보이지 않을 만큼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서, 다른 후보들이 있는 케이지로 돌아가고 싶나?"

 약간 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지에 있는 네 친구들과 다시 만나서…"

 카렌티어스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케이지에 있는 아이들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
그들은 트론의 파일럿이 아니라, 트론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이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들 스스로가 찾아내고 가꾸어 낸 행복이다.
 C-X31에게 이카루스를 타는 조건으로, 스스로가 만들어 낸 행복을 '약속'할 수 있을까? 혹시 비웃지는 않을까? 미란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투른 동작으로 눈물을 닦았다.



 아카라는 케이지에 들어섰다.
 양팔과 왼 옆구리가 끊임없이 아팠다. 물론 몸이 다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트론은 파일럿과 동조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트론이 느끼는 고통은 파일럿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물론 동조율이 낮다면 트론을 제대로 조작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느낌을 받지도 못하겠지만, 아카라의 동조율은 70%였다.
 하지만, 아무리 아프다 해도 미란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동생 같은 아이였다. 트론, 그 괴물같은 것을 견뎌낼 수 있는 애는 아니었다. 아카라는 이를 악물었다.

 "어, 아카라?"

 누군가가 아는 척을 했다.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에릭이었던가? 별로 말이 없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아카라도 사람을 사귀는 데 열심은 아니었으니까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카라는 그에게 미란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케이지에 있던 아이들이 아카라를 알아보는 게 먼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아카라를 둘러쌌다.

 "아카라!"
 "아카라, 어떻게 됐어? 용은?"
 "용은…아니, 저, 내가 먼저 물을게. 미란은?"

 아이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대답이 늦어지자 아카라는 다그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에릭이 머뭇대며 대답했다.

 "미란은, 카렌티어스가 데려갔는데……."
 "카렌티어스가?"

 아카라가 맥없이 되물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카렌티어스가?"

 이번엔 분노가 담겨져 있는 목소리였다. 아이들이 놀라 아카라를 바라보았다. 아카라는 그저 케이지의 바닥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여전히 화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렌티어스…그래, 그 녀석에겐 트론을 움직일 수 있는 파일럿만 중요하겠지. 하지만,  너희들까지?"

 아카라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한참동안 바닥을 쏘아보던 그가 갑자기 일어났다. 잠깐동안 모여든 아이들을 쏘아본 아카라가 말했다.

 "가서 미란을 데려오겠어. 미란은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애가 아냐."

 아카라는 케이지를 나섰다. 그의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카라는 무시했다.

 "넌 잘못 생각하고 있어, 아카라!"



 로봇으로 공중전을 하겠다는 발상은 정말 상식에서 어긋나는 것이다. 물론, 로봇으로 전투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었지만.
 하늘엔 딛고 서 있을 것이 없다. 그나마 전투기처럼 유체역학을 고려해 설계되지도 않은 로봇에게 하늘은 절대 불안정한 지역이다. 게다가 효용성도 없다. 로봇은 하늘에서 전투기만큼 빠를 수도 없고, 전투기만큼 민첩할 수도 없다. 물론, 땅에서라고 다를 건 없지만 그것은 보통 로봇이 아닌 트론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하늘까지 정복하길 바라는 건 억지가 심했다. 미란에게는 더욱 더.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세한 부분은 내장된 프로그램이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 까. 날아서, 앞으로 가겠다는 것만 생각해라."

 미란은 입술을 깨물었다.
 미란이 받은 훈련은 어디까지나 일반 트론에 대한 훈련이었다. 이카루스를 조종하는 법은 아니었다. 케이지가 습격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카루스의 파일럿은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다행히 이카루스를 조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하늘을 나는 데에 비해서 그렇다는 뜻이다.
 카렌티어스는 일단 미란을 이카루스에 태우고 나서 임무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나타난 용의 공격방식은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물론, 용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랬지만. 그 용은 본체를 둘러싼 금속 방어막이 깨지면 자기장을 확장해 근처의 금속을 끌어들여 손실된 부분을 보충했다. 하지만 더 이상 확장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그 정도 크기가 지탱할 수 있는 한계점인 듯 싶었다.
 아마 용이 만들어 낸 자기장은 전기장에 의해 유도되는 종류의 것일 것이다. 쉽게 말해 전자석이라는 뜻이다. 영구 자석은 그런 큰 힘을 내기도 어려울뿐더러 힘을 조절할 수도 없으니까. 따라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전자 회로를 고장낸다면 용은 더 이상 금속 방어망을 보충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EMP미사일 다수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EMP미사일은 금속 차폐막이 있는 상황에선 무용지물이므로 일단 다른 무기를 사용해서 금속 방어막을 벗겨낸다. 그 직후, 용이 다시 금속 방어막을 이루기 전 EMP 미사일을 통해 전자 회로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직후 이카루스가 돌입한다. 근처에 있는 방어시설을 믿을 수는 없다. 당연히 EMP미사일에 의해 파괴되었을 테니까.
 아마 시간은 1분 남짓밖에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상대는 용이다. 그리고 용은, 절대 믿을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생체병기다. 마비된 전자 회로를 회복시킬 수 없다고 믿을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추측할 때, 1분 정도라고 보는 게 적당했다.

 "그 말은, 1분…1분 안에 용을…"
 "그렇다."

 카렌티어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란은 입술을 깨물며 앞을 보았다.



 "미란은, 미란은 어떻게 된 겁니까!"
 "…C-X31이라고 불러라."
 "미란이에요. 언제나 쾌활하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라구요. C-X31 따위가 아니에 요!"

 커텔 N 프로브는 아카라를 내려다보았다.

 "진정해라. 네 성격은 이렇지 않았다."
 "지금, 진정하라고 하는 겁니까? 당신에겐 그럴 자격이 없어요!"
 "그래. 하지만 네게도 이럴 자격은 없다."

 아카라는 매서운 눈으로 커텔을 바라보았다. 커텔의 말이 사실이었다. 그는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다. 오히려 숫기 없고 조용한 아이였다. 당장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휘청거려선 안된다. 아카라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미란을 내보낼 수 있어요. 원래 몸이 약한 아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도  잦은 애였는데…어떻게……."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사람 대접을 바라는 거냐?"
 "사람인데요!"
 "소모품이다!"

 아카라는 그저 커텔을 쏘아보기만 했다. 겁이 나지는 않았다. 파일럿 후보생을 소모품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사람 그 자체보다 트론을 움직이는 존재로서의 가치가 더 높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동조율이 70%에 달하는 자신을 어떻게 할 리는 없다. 아카라답지 않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생각해라. 그 애한테 기회를 주는 거다. 네 말대로 C-X31은 잔병치레도 잦았고  동조율이 높은 편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별 가치가 없는 존재지. 하지만 이번 임무를 제 대로 소화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죽는다면, 죽어야 할 사람이 죽었을 뿐이고."
 "불량품이 제거된 거다."
 "제발 그 입……!"

 아카라는 닥치라고 말하지 못했다. 차라리 말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커텔은 바보가 아니었고 아카라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지 짐작하지 못할 정도도 아니었다. 하지만 커텔은 화를 내지 않았다. 잠시동안 아카라를 바라보던 커텔이 입을 열었다.

 "다친 덴 괜찮나?"
 "신경 쓸 필요 없잖아요! 소모품인데!"
 "결함이 있는 부품은 좋은 편에 들지 못한다. 다친 덴 괜찮나? 아니, 이렇게 말할 정도 니 괜찮다고 봐야겠군."

 아카라는 말없이 커텔을 바라보았다. 그의 어머니의 남편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버지에 해당하는 위치에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카라는 차라리 자기를 이렇게 대접해 주는 게 고맙다고 생각했다. 만약 자기를 사람대접 해 준다면, 아카라는 케이지에 있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할 테니까. 이해하지도 못할 테고, 어쩌면 그들을 소모품으로 볼지도 몰랐다.

 "제안 하나 하지. 출격할 텐가?"
 "예?"
 "출격해서 C-X31을 도와라. 내게나 네게나 안 좋을 건 없어 보이는군. 트론 한 기 보다 야 트론 두 기가 더 승률이 높을 테지. 그리고 네게는, C-X31이 죽을 확률이 더 낮아질  테니까 거절할 것 같지는 않다."

 아카라는 트론에 탔던 일을 떠올렸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당장 그 때의 아픔이 남아있었으니까. 진저리가 나는 일이었다. 다시 타는 건 죽기보다 싫다.

 "타겠어요."



 "아카라.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싸울 수 있어!"
 "좋아. 용과 가장 가까운 사출구를 통해 사출하겠다. 최대한 빨리 구역에 도달해야 한 다. 이카루스는 8분 안에 용에 접근할 테고 두 번째의 기회는 없다. 전속력으로 달리면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거다."

 카렌티어스가 말했다. 아카라는 떨리는 손을 가라앉히려고 애쓰며 앞을 바라보았다. 미란이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동생같은 아이였다.
 곧 어마어마한 중압감이 아카라를 짓눌렀다. 리니어 레일을 통해 트론이 지상으로 사출되면서 발생하는 중력가속도였다.
 그 느낌은 발생했을 때와 맞먹을 정도로 갑자기 사라졌다. 온 몸에 정신이 확 들게 해 주는 느낌이었다. 아카라는 다리가 터져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드로우 전역 돌입! EMP 예상 효과지점 경계선 밖에 멈춰섰습니다!"
 "이카루스 계속해서 상공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들이 다급하게 보고했다. 사실, 그들이 보고하는 내용 중 트론에 관련된 것은 모두 카렌티어스가 종합하고 판단해 정리한 정보였다. 그것도 극히 작은 조각들로 나눠 각각 전담한 오퍼레이터들이 보고하는 것에 불과했다. 15살의 소년이 혼자서 하는 일을 여러명의 어른이 쫓아가기도 버거워 하는 상황이었지만 우스운 일은 아니었다. 카렌티어스가 정상에 속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순항 미사일 8기 설정 항로를 따라 비행중!"
 "EMP 미사일 3기 발사되었습니다. 설정된 항로를 추적중입니다."
 "순항 미사일과 EMP 미사일의 개체간 거리 정상입니다."

 사령실의 앞쪽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제 초거대 PDP(32m:18m)엔 강철의 구를 두른 용이 떠 있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오퍼레이터들의 정신없는 보고가 한참 이어지고, 하늘 저쪽에서 긴 비행운이 나타났다. 곧 그것은 용의 껍질을 세차게 두드렸다.

 "순항 미사일 명중! 8기 성공적으로 기폭했습니다! 방어막 파괴!"
 "EMP 미사일 작동!"

 그 순간 PDP에 나타나는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 3기에 달하는 EMP 미사일이 전자기파를 방출하며 주위에 있는 모든 전자회로를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장면을 촬영하던 카메라라고 특별하지는 않았다.
 곧 PDP는 알 수 없는 기호가 빽빽하게 들어찬 등고선으로 이루어진 지도를 비추기 시작했다. 오퍼레이터의 숨 넘어갈 듯 한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이카루스 하강! 드로우 돌진합니다!"

 사령관 커텔이 무엇인가를 조작했다. 그러자 지도는 조그맣게 변해 화면 한 구석에 표시되었고 화면은 반으로 갈라져 각각 다른 장면을 나타냈다. 한 쪽은 이카루스가 전송하는 화면이었고 다른 쪽은 드로우가 전송하는 화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