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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배틀로얄

2008.03.22 09:09

기브 조회 수:221 추천:6

extra_vars1 최종화 
extra_vars2 23(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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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AM 07:00 #-#####]


아스라한 느낌의 아침이었다. 스산하게 안개가 보일듯 말듯 살포시 피어오르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해가 보였을 시간이지만 가득히 끼어 있는 구름 때문인지, 기온이 낮아서 그런지 바닥에 낮게 깔린 안개가 온 세상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살짝 뺨을 만지고 지나갔다. 훤하니 드러낸 목이 찢어질 듯 차가웠다. 이제는 몸이 잘 떨리지도 않았다. 몸이 살짝 얼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엉덩방아를 찧은 듯한 자세로 앉아서, 그는 턱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가슴이 아프다. 한기가 심장에 파고든 느낌. 차갑게 굳어 있는 피부에 머리카락 끝이 따갑게 스친다. 눈 아래를 살짝 찔러대는 머리카락을 느끼면서 레이는 자신을 겨누는 총구를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열 살 정도는 어려보이는 소녀가 레이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어서 눈이 칠흑같이 검은 머리카락에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떨지 않는다. 하지만 곧 방아쇠를 당길 느낌도 들지 않았다. ㅡ기브는 없다.
기브는 떠났다. 예상외로 금방 깨어난 기브는 한동안 그와 함께 행동하다가 베넘이 죽었다는 방송을 듣자 화를 벌컥 내더니(분명히 레이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레이가 잡기도 전에 인사만 하고는 가버렸다. 왜 그러는 걸까? 혹시 기브는 베넘을 좋아했던 것일까. 아냐, 그것과 기브가 한 행동은 맞지 않다. 그의 모습은 절망하거나 미친듯이 흥분해서 적을 찾아나서는 그런 모습은 분명히 아니었다.

잠이 온다. 이렇게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아본 적은 처음이다.
그래, 장장 400개에 달하는 폰 번호가 있어도 그 중에 연락을 하는 사람은 채 몇 명에 지나지 않았다. 고등학교때 베스트 프렌드란 놈도 한달에 한두 번 문자나 주고받다가, 뭐 해봐야 한번 만나서 밥 사먹고 헤어지는 게 끝이다.
그래, 사실 뭐가 없었다.

그것을 보여주려는게 배틀로얄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친하고, 사랑하는 것도 모두 믿을 수 없는 거라고. 친한 것은 거리만 멀리 떨어지면 손쉽게 없어져버리고 사랑은 변절된다. 누군가를 아무리 오랫동안 사랑해왔다고 해도 오랫동안 떨어져 있고 주변에 누군가 나타나면 사랑은 새로 피어나기 마련이니깐.
믿을 수 없는 거라고. 빌어먹을. 영화나 교과서에서 그렇게 강조해대던 영원한 사랑이나 영원한 믿음이란 것은 없었다. 요즘은 아무와도 손쉽게 키스하고, 사귀어도 한두 달이면 깨어지고 금방 다른 사람이랑 다시 사귀고.

"난 아연인데, 그쪽은 이름이 뭐에요?"
"레이."

혈연조차 믿을 수가 없으니깐.
왜, 친구해? 연인이라도 해줄까? 그래서 내가 널 죽이지 않기를 바라는 거야? 아, 네가 총을 들고 있으니까 내가 빌까? 응?

ㅡ인간을 사랑했었는데. 그래서 의사가 되고싶었다.
레이는 왼손에 느껴지는 차가운 땅바닥을 조금 걸머지었다. 소녀가 애타게 자신과 눈을 맞추려고 하는 것을 피해 눈을 깔았다.








[##-####]


"방해전파입니다. 너무 강해요!"
"알았어. 컴퓨터는 문제없는가? 레이더에 잡히는 것은?"
"레이더는 아무 것도 포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는 문제 없지만 정보가 들어오지 않고 있으니까 무용지물입니다."

완전 미친 놈들, 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이빨을 꽉 깨물었다. 잠수함 동원. 우리가 알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픽샐크기가 가로세로 1미터인 상당한 고해상도의 인공위성이 이곳을 보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안다고. 처음에 EMP에다가 이번에는 상당한 고성능의 방해전파다.
ㅡ단지 그려지는 정보는 이것. 생존자 3명, 그리고 그들의 위치. 그것도 끊어지고 끊어지고 한다. 참가번호 23번과 31번에서 보내오는 발신 정보는 수신하지 못하는지 그들은 사망으로 표시된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위치가 표시된 곳은, 방해전파가 오기 직전 마지막으로 받은 위성으로부터의 정보에서 잠수함이 발견된 곳으로부터 상당히 가까운 곳.

32명의 군인, 하지만 그 중 4명은 죽었다. 본부로 연락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년 ##월 ##일 ##시 ##분 ##-#### 마지막 방송]


"12월 30일 7시 12분, 비정규 방송을 시작한다.
  비상 사태인 외부로부터의 시스템 공격이 발생, 부득이하게 제군들은 모두 처형되겠다.
  2분 후 금지 에어리어는 섬내 모든 에어리어가 될 것이고, 사망자 명단은 생략하겠다.
  한마디씩 남기도록. 이상."







[##-####]


빈센트 반 고흐.


기브는 고흐를 떠올렸다. 그는 평생 미치도록 구원을 원했으나 구원은 끝끝내 오지 않았다. 자신을 그림 속에 가두어버리고, 드디어 구원을 포기했을 때, 그는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었다. 터질 듯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붓과 물감에 묶어버리고, 살 이유가 없어진 순간 권총으로 심장을 쏘아버리고 만다.

전도서 1장 1절이, 나 전도자가 말하기를 헛되고 헛되고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그의 물결치는 붓선에는 무슨 뜻이 담겨 있을까. 고독이나 가난? 우리를 뚫어지게 보는 그의 자화상, 그것의 눈동자에 담긴 의미. 여섯 번의 붓질, 그리고 미친듯한 구원에 대한 염원. ㅡ그는 그 스스로 미쳤다라고 말하고다녔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죽여버리는 것이라고.

마지막 방송이 방송된 직후 아연을 향한 총구의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의 기브는 총을 내리고 모습을 드러냈다.

섬은 전체적으로 선연한 흰 빛을 뿜어냈다. 조용히, 살며시 그것은 기브와 레이의 각막을 찔렀다. 아직 차가운 바람이 풀잎끝을 아프게 스쳐대면서 고요히 기브와 레이와 아연을 감싸 안고 돌아갔다. 기브는 가만히 걸어와 그 두 사람의 앞에 앉았다. 바닥이 차가웠다.


"내가 먼저 말을 남길게." 기브가 입을 열었다.






[##-####]


"그들은 처형하지 못할거야. 도환, 하양e. 돌입해서 얼른 생존자 셋을 데려와."

조그맣게 달린 무전기로 천무가 말했고, 곧 OK응답이 떨어졌다. 도환과 하양e가 잠수함으로부터 멀어지고, 천무는 CCTV가 설치된 어떠한 전파도 닿지 않는 안전한 독방에 각각 들어가서 기절한 듯 자고 있는 니얼과 하코를 모니터를 통해 잠시 바라보았다. 불안하다. 불안하다.
등으로 살짝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뭉게뭉게한 안개가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섬을 바라보면서 천무는 불안함을 삼켰다.







[##-####]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순간적으로 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하늘을 갈랐다. 그리고 작은 소리가 뒤를 이었다.

쾅 -






[##-####]



"뭐냐?"

"모아레입니다."

"모아레?"

"파동이 여러개 겹치면 그것으로 인해 또다른 파동이 만들어집니다. 그것을 맥놀이 효과라고 합니다. 우리의 방해전파를 뚫기 위해 이들의 목걸이가 수신하는 전파를 수천번 연속적으로 발신하여 맥놀이가 생긴 겁니다. 파장이 커진 모아레가 우리의 귀에 들리고 그것은 결국 방해전파를 뚫어낸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 1월 1일 - 신청유료 케이블 방송 】


생존자 없음, 12월 30일 7시 15분, 배틀로얄 종료.

- 우승자 책정 : 룰에 따라 가장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사람을 우승자로 정하며, 따라서 우승자는 6번 레이, 8번 기브, 14번 아연.
- 우승자 코멘트 : 마지막으로 녹음된 음성을 코멘트로 한다.
    레이 : "넌 아마 이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겠지. 하지만 난 꼭 한번 말해주고 싶어. 하코. 널 이해못하고 먼저 떠나보내서 미안해. 그때 내가 잡았어야 했는데. 난 진짜 형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구나. 하지만 넌 마지막까지 나를 형이라고는 대해줬지. 고맙다."
    기브 : "키키 베넘, 날 기억할까나? 너가 나보다 사망신고가 먼저 떴었는데. 니가 있는 곳까지 들릴 지 모르겠네. 처음 교실에서 널 보고 지켜줄거라고 혼자서 다짐했는데,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널 다시 한번 보고싶었는데 결국 보지 못하고 말았어. 하하. 그럼 이젠 널 볼 수 있을까? 아, 시간이 벌써 다 된 것 같은데. 조금만 기다려.,."
    아연 : "내가 사랑하는,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신 분들 너무 고마워요. 그리고 맨 마지막에 저를 구해주신 분 총을 훔쳐간 건 의도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당신도 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Now, again, "3 students remaining".
                                                 But of course they're with you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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