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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배틀로얄

2008.02.26 05:05

Bryan 조회 수:240 추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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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日 AM 0시 경]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호기심에 정모에 참가한 것? 아니, 애초에 이 망할 창조도시에 발을 들여놓는 게 아니었다. 도대체 우리, 아 아니 자신은 잘못이 없다. 범죄자들을 가두어 놓고 실험을 한다면 최소한의 명목이라도 있지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브라이언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고통을 느꼈다. 마치 전신에 휘발유를 붓고 전신을 불사르는 더러운 기분이었다. 그런 고통이라도 잊어보고자 이를 악물자 입술에서 붉은 액체가 솟구쳤다. 브라이언은 자신을 나락까지 추락하게 만든 자를 회상해 보았다.
그의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그에게서 느꼈던 살기와 위압감을 상기한다면 당장이라도 엄마 뱃속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가 하려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 것은 살인이 아닌 말 그대로의 인간 수렵이었다. 자신이 그동안 ‘사냥’이라고 이름 붙였던 것이 치기어린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니.
브라이언은 발이 붙어 있어 그저 도망가는 게 전부였다. 이제는 팔이라고 부를 수 없는 살덩어리를 부여잡곤 앞도 보지 않고 달렸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 깔아 앉은 섬은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새하얗게 질려버린 브라이언에게는 오직 살기 위해 도망치는 본능적인 움직임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허억, 허억, 허억….”
거칠게 끌어올리는 숨소리엔 고통에 일그러진 신음도 묻어나왔다. 브라이언이 서 있는 곳은 섬의 끝자락이었다. 어떻게 그 곳에서 이곳까지 달려 왔는지 본인조차 믿기지 않았다. 일단 그의 마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자 그만 다리 힘이 풀리고 말았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비릿한 냄새가 온 몸을 적시는 듯 했고 검은 바다는 아득히만 느껴졌다.
브라이언은 고개를 쳐들고 푸른색의 짙은 안광을 뿜어내는 등대로 걸인처럼 기어갔다. 이제 감각 따윈 상실한 지 오래였고 마음속의 허무만 남았을 뿐이었다. 어둠이 드리우듯 등대에 기대앉은 브라이언은 천천히 죽음을 감미하기로 했다. 그리고 브라이언의 의식도 서서히 황혼의 숲을 거쳐 몽롱을 걷고 있었다.

[30日 겐지로 연못(H-6) AM 1:09]
둘은 사실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17년을 살면서 느낀 건 쌍둥이 남매라는 게 이점보다는 해로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서로는 서로를 의지했다. 약육강식이라는 완벽한 생존 법칙을 지키고 있는 사회에서 믿음이 될 수 있는 건 그들 자신뿐이었으니까.
그러나 니켈은 이성을 잃고 점점 살의에 미쳐버리는 것만 같은 아연에 대해 동질감 대신 벌레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묘한 혐오감을 느꼈다. 물론 자신이 대신 지키겠다고 자부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신이 목숨을 빌어야 할 상황이 된 것만 같았다.
“이것 봐! 그 여자 꽤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던걸?”
아연은 프리크에게 복수하겠다던 그 여자를 죽이고 난 뒤부터 연신 히히거리고 있었다. 니켈은 말없이 연못 근처의 거목에 기대대서 별을 그리고 있는 밤하늘을 볼 뿐 묵묵부답이었다. 하다못해 더러운 쥐새끼라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던 아연이 이제는 인간을 그 것만도 못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니켈은 그런 아연을 바라보며 일말의 탄식을 내뱉었다. 과연 이곳에서 빠져 나간다 해도 예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부정하고 싶지만 꼭 그러지 못할 것만 같다.
―부스럭.
그 소리에 맨 처음 반응한 건 니켈이었다. 배틀로얄이 자신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 게 있다면 ‘작은 속삭임에도 방심하지 말라’였다. 아연도 눈치 챘는지 니켈과 눈을 마주치며 숨을 죽였다. 니켈은 마이크로 우지 9mm의 얼음장 같은 금속 표면을 느끼며 금방이라도 사격할 태세였다. 적어도 화력에 있어선 자신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믿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웁! 우웁!”
니켈은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당장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오히려 마이크로 우지를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얼굴이 시퍼렇게 달아오른 아연이 헝겊에 목을 조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안 돼, 그러지마!
“친애하는 형제 자매여러분! 무기 좀 빌릴까?”
“니케엘! 쏴아!”
아연은 굴복할 수 없는 힘에 어떤 반항도 생각지 못하고 그저 쏘라는 말만 메아리처럼 짖고 있을 뿐이었다. 니켈은 체념한 눈빛을 지어보이며 여제에게 빼었었던 데이 팩을 신경질적으로 남자에게 던져주었다. 온통 눈물범벅이 된 아연은 그제 서야 숨이 널어갈듯 꺽꺽 내쉬었고 남자는 귀신처럼 왔다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어째서 자신들을 그냥 살려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남자가 지나갔던 자리에 손바닥만 한 쪽지 한 장이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안 건 모든 상황이 정리된 뒤였다. 쪽지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다.
‘堅忍不拔(견인불발)’

[30日 북쪽갑(A-2) AM 2:50]
‘어찌됐든 그분과의 약속은 지켰군.’
프리크가 느끼기에 이곳은 비극과 살육의 현장이라기보다 미지근한 놀이터에 가까웠다. 살인이라는 건 난생 해보지도 접하지도 않은 생초보들과의 생존 게임이라니. 1회 배틀로얄에서 겪었던 것과는 다르게, 지금의 배틀로얄은 그의 일방적인 게임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그렇게 침묵을 즐기며 고요에 잠겨 있을 무렵, 문득 프리크가 살의에 눈을 떴다. 말을 떼기 무섭게 하룻강아지 한 마리가 겁도 없이 자신의 영역 안에 침입한 것이다.
“쇼 타임(Show Time)좀 가져볼까!”
게다가 나 죽여 달라고 저렇게 소리치다니. 프리크는 그 즉시 단풍나무목 비수를 던졌다. 무릎 꿇고 빌거나 부리나케 도망가도 시원찮을 것을 놈은 자살 행위를 한 것이다. 프리크는 확인 사살을 위해 소방용 손도끼를 쥐고 S&W사의 357매그넘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내 오른쪽 팔은 어디다 감추셨나?”
프리크가 숲에 들어서자 숨어있던 남자가 프리크의 뒤로 착지했다. 브라이언이었다.
“어떤 미친놈이 죽고 싶다고 지랄발광하나 싶더니 네 놈이었구나.”
프리크는 특유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무미건조한 말투로 독설을 내뱉고 있었다. 때문인지 브라이언의 안면이 주름으로 일그러지고 말았다. 생각할수록 재수 없는 놈이라고, 브라이언은 생각했다. 브라이언이 둘 사이에 침묵을 느낄 새도 없이 어깨에 메고 있던 샷건 스파스-21을 먼저 내려놓자, 프리크는 가소롭다는 눈치로 357매그넘을 떨어트렸다.
“간다, 씨발 새끼야.”
브라이언은 쌍욕을 씹어뱉듯 중얼거리며, 외팔이와 인간 사냥꾼의 개전을 알렸다. 브라이언이 손에 쥔 OEM사의 숏 카타나가 희미하게 스며드는 달빛에 비치자 그 영롱하면서도 고혹적인 자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선방을 노린 건 브라이언이었다. 프리크의 손도끼와 카타나가 맞부딪치자 귀곡성처럼 싸늘한 쇳소리가 숲을 울렸다. 브라이언과 격전을 펼치며 분명 한 치의 밀림도 없건만 프리크는 내심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오른 팔을 잃는 치명상을 입었음에도 놈의 힘은 자신과 대등했고, 카타나를 상대로 파르르 떠는 자신의 손도끼가 마치 괴한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맹목적으로 겁탈당하는 처녀 같았다.
‘어디서 이런 힘이?’
프리크는 다음 공격 또한 능숙하게 피해냈고, 카타나는 대신 허공을 벨뿐이었다. 빈틈이 생긴 즉시 프리크는 브라이언의 흉부를 안면을 향해 손도끼를 휘둘렀지만 브라이언은 민첩하게 공격을 흘려보냈다.
―차캉!
그렇게 싸움이 절정에 다를 무렵에 브라이언의 카타나가 균열을 견디지 못하고 두 동강나고 말았다.
“젠장! 싸구려였군.”
프리크는 그새를 놓칠 새라 슬슬 뒷걸음질 치는 브라이언을 향해 그대로 손도끼를 날렸다. 살이 으깨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기분 나쁜 파육음이 들렸다. 빗장뼈(鎖骨)에 직격으로 손도끼를 맞은 브라이언은 그대로 거목에 부딪치며 동시에 붉다 못해 푸른 선혈을 입에서 토해내었다.
프리크는 조소에 가득 찬 짙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브라이언에게 다가갔다. 의식을 잃은 것처럼 고개를 늘어트린 브라이언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품에서 콜트 파이슨 357 매그넘을 프리크에게 겨누었다. 모든 것이 채 숨을 고르기도 전에 생긴 순식간의 일이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브라이언에게 뼈 하나 부서지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타앙!
콜트 파이슨이 총구에서 포효하듯 화염을 토해낸다. 경악에 찬 프리크의 표정은 총성과 함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풍선처럼 터지고 말았다.
브라이언은 고목에 걸터앉은 채 몸에서 손도끼를 빼내려다 말고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의식적으로 눈꺼풀이 감기려 하고 눈앞이 아른거리는 것으로 보아 약기운이 수명을 다한 것 같았다. 싸움은 끝났다.

*** 약 3시간 전 등대.
브라이언은 사경을 해매면서도 공교롭게 자신 옆에 그와 같이 걸터앉은 해골을 볼 수 있었다. 누가 인위적으로 옮겨 놓은 게 아니면 저 해골은 생전에 비교적 편안하게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브라이언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해골이 쥐고 있는 무언가로 시선을 두었다. 그 것들은 낡고 부스러진 쪽지와 가루약이 담긴 봉지였다. 무얼까 하고 쪽지를 보자 ‘堅忍不拔(견인불발)’이라는 문구만 있을 뿐 별다른 내용이 적혀있진 않았다.
저 가루약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그래, 독약이면 어떻고 또 다른 것이면 어떠리. 그러나 브라이언에게는 아쉽게도 오른 팔이 없었기 때문에 봉지를 턱으로 받치곤, 간신히 그 것을 찢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브라이언은 가루약을 털어놓으며 개처럼 그 것을 핥으며 알싸하면서 씁쓸한 맛을 가루약의 음미했다.
몇 초가 지나고, 몇 분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브라이언은 그만 체념하기로 했다. 출렁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주마등처럼 지난 일을 되새기고 있을 때, 죽어 있던 감각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브라이언은 천천히 일어섰다. 마음뿐만 아니라 신체의 기능마저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 말인즉슨 단순히 감정에 이끌린 게 아니고 실제로 그는 강해져 있었다.
“자아, 그럼. 시작해볼까?”
무저갱의 암흑 속에서 사냥꾼이 다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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