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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배틀로얄

2008.01.25 02:53

Bryan 조회 수:373 추천: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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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들은 수면을 통해 체력을 축적할 수 있는 에너지의 공급을 이룬다.
그리고 재충전된 체력으로 발톱을 세워 다시 사냥을 시작한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잠에 들 수 없었다. 그 여자아이를 죽인 날부터 원한에 찬 망령인지 무언가가 귀에 대고 말을 거는데 빌어먹게도 어떤 개짓을 하던 간에 그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개소리를 비유하자면 황병기의 미궁이 어울릴 것이다. 그 망령은 귀에 대고 웃고, 울고, 떠들고, 화내며 아주 미친놈 지랄 발광을 한다. 브라이언은 이가 으스러질 정도로 이를 꽉 깨물고 스틱을 힘껏 잡는다.
정말로 자신이 고대하던 미치광이가 된 것일까?
그의 시선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잠에 든 팀원들을 번갈아 보았다. 사실 팀원이라고 하기엔 두 명 뿐이지만. 가만 그러고 보니 두 명 모두 ‘카’자로 시작되는 ID를 쓰잖아? 그렇다면 모두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단 말인가? 그래 기회는 지금이다. 지금 죽여야 한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아니지…….’
상대는 두 명이다. 물론 기습한다면 충분히 승산은 있겠지만 놈들을 더 이용해먹을 필요가 있다. 녀석들은 일종의 보험이다. 보험인 동시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번거로운 존재. 게다가 저 재수 없는 카이엔 놈 자면서도 까지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은가. 과연 죽는 순간까지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당장 저 놈의 면상을 짓이기고 싶다고 브라이언은 내심 생각했다. 그는 벨벳 재킷의 옷깃을 바로 세우며 근방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막 나서려던 참이였다.
“어디 가세요?”
적막을 깨는 소리. 브라이언은 하마터면 까무러쳐서 중심을 잃을 뻔 했지만 겨우 마음을 다스렸다. 일부러 은밀히 나가기 위해 부스럭 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는데 카이엔이 잠에 든 건 눈속임이었단 말인가? 브라이언은 살의가 당장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특유의 마스크로 분노를 삼켰다.
“잠깐 둘러보려고.”
사실 북쪽 주택가에 머물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산 속에서 자자니 맞아 죽기도 전에 얼어 죽을 것 같고, 그나마 은신이 쉬운 주택을 고른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물론 이곳이라고 언제까지 안전할 수 없다. 브라이언은 칙칙한 지하방에서 나오자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문득 하늘로 고개를 쳐들자 별들은 심연 속에 이미 자취를 감췄고 달은 만월(滿月)이었다. 살인하기 좋은 새벽이다. 산책이라고 하기에는 어이없지만 브라이언은 스틱을 한 뼘 크기로 줄여 뒤에 감춘 다음에서야 골목을 나섰다. 이 순간에도 망령은 말을 건다.
―툭.
겁도 없이 골목 이곳저곳을 비집고 다니는데 누군가 부딪친다. 달빛이 비친다고는 하나 ㄱ자의 골목으로 된 구조라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일은 예사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섬엔 사람이 없다. 짐승만 들끓는 생지옥, 관객들의 자위행위에 지나지 않는,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는 우리에 갇힌 짐승들. 브라이언도 마찬가지 그 짐승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세련된 동작으로 뒤에 감춘 스틱을 꺼냈다.
“히익!”
정막을 깨고 골목을 찢어지듯이 들려오는 절망어린 비명 소리. 브라이언 자신과 비슷한 체구의 소년이었다. 소년은 다급하게 품에서 Strider사 커스텀 나이프를 꺼내 들었지만 짐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 번째 사냥감, 브라이언은 희열에 젖어든 살인광으로 돌아와 있었다. 달에 비친 브라이언은 흡사 걸신들린 아귀와 같다. 아귀는 스틱을 높이 들어올렸다. 이제, 내리치면 그만이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질펀한 핏덩어리와 살점이 중력을 역행하며 튀어 오른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살점이 으깨지는 소리가 골목에 가득했고 모든 움직임은 박자에 맞춰 움직였다. 그 것이 막 절정에 이르렀을 때 스틱이 둔탁한 쇳소리를 내며 동강나고 말았다.
씨팔, 브라이언은 흥이 깨졌다고 생각하고 땅에 떨어진 커스텀 나이프에 눈을 돌린다. 그럴듯하게 생긴 나이프는 그의 본능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내 자위 도구를 망가트린 죄다. 낄낄….”
살상 무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미흡하지만 브라이언의 손에 든 이상 볼펜 따위도 사람을 죽이는 물건으로 변한다. 물건은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서 항상 달라지곤 하니까. 브라이언은 시체의 배 위에 올라가 현란한 손동작을 보이며 커스텀 나이프로 얼굴을 조각하려던 참이었다. 송곳처럼 뾰족하고, 차디찬 쇳덩이가 브라이언의 뒤통수에 얹어졌다.
“칼 내려놔.”
번뜩 하고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처럼 정신이 들었다. 브라이언은 커스텀 나이프를 내려놓고 손을 머리 위에 올린다. 새벽의 구수한 안개에 머릿속이 다 아른거린다.
“앞으로 삼 보 걸어가.”
일순간에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전락한 브라이언은 남자의 명령에 고분고분 따르며 걸음을 옮긴다. 심장이 오그라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브라이언은 태엽을 감은 인형처럼 굳은 동작으로 몸을 움직인다.
“앞으로 셋을 세겠다. 그리고 넌 셋에 죽으면 그만이야. 그럼 어디 한번 죽음의 공포를 느껴봐.”
하나, 둘, 셋……. 하고 연이어 들려오는 퍽 하는 소리. 브라이언은 눈을 질끈 감았다. 뒤통수에는 아무런 감각이 없었고 의식도 멀쩡했다. 브라이언은 이상한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경악했다. 그의 눈에 들어 온건 콘크리트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는 카이엔과 금속 배트를 들고 있는 카르고의 모습이었다. 브라이언은 다리에 힘이 풀려 넋 나간 사람처럼 엉덩방아를 찌었다.
“사설이 길었어, 개새끼야.”
카르고는 카이엔의 배를 걷어차며 씹어 뱉듯 중얼거린다. 안경을 고쳐 세우는 카르고의 모습이 달빛에 홀연히 비춘다. 브라이언은 그런 카르고의 모습을 보고 만감이 교차 했다. 머릿속이 얽이고 얽인 실타래처럼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피로 흥건한 콘크리트 바닥에 그대로 몸을 누워버린 브라이언은 긴 탄식을 한 줌 내뱉는다. 그리고는 태연스럽게 아랫도리를 더듬거리더니 입을 연다.
“그래도 오줌은 안 쌌네. 킥킥킥.”
브라이언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몸에서 흙부스러기들을 털어낸다. 그리곤 당연하다는 듯이 생수로 목을 축인 다음, 소년의 데이 팩을 주섬주섬 거렸다. 석궁은 그가 챙기고 수류탄 몇 개는 카르고에게 던져준다. 동료에게 배신당한 사람치고는 꽤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카르고는 씁쓸함이 역력한 얼굴로 쩝, 하고 입맛을 다신다. 카르고가 어떻게 이곳까지 카이엔을 따라 왔는지는 몰라도 그가 아니었다면 죽음을 모면하지 못했으리. 브라이언은 고맙다는 말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나마 카르고를 칭찬해 주었다.

둘은 서쪽에 위치한 신사 근처로 은신처, 아니 사냥터를 옮겼다. 신사에는 곱상하게 생긴 남자 아이가 기웃기웃 거리고 있었다. 이거야 말로 나 죽여 달라는 소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좋은 밥상이었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함부로 나서지는 못했다. 다른 사냥꾼들이 있다면 저 남자 아이는 그저 미끼에 불과하다. 석궁과 수류탄, 나이프와 금속 배트.
“배고프죠?”
브라이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정말 입 꼬리가 귀에 걸린 것만 같다. 대략 열일곱 전 후로 보이는 여자는 그 남자 아이에게 빵을 건네고 있었다. 크크크크……. 연신 히죽거리는 브라이언을 카르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힐끗 쳐다보았다. 혹여나 이런 병신 같은 짓거리를 하다가 사냥감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사냥감들이 신사에 앉아 때 아닌 여가를 즐기고 있을 무렵, 마음을 가다듬은 브라이언은 천천히 석궁을 들어 올렸다. 과연 이 정도 거리에서 맞출 수 있을 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으나 카르고는 묵묵부답으로 지켜만 보았다.
“Bang!”
브라이언의 나지막한 음성과 동시에 여자 아이를 향해 발사된 볼트는 그녀의 목을 꿰뚫어 짙은 선혈로 몸을 적신다. 널 부러진 여자의 시체를 바라본 남자 아이의 얼굴은 경악에 가득 차 당장 도주하고 싶었겠지만, 몸이 제 말을 듣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가 아니었을까. 신사 이곳저곳을 쥐 잡듯 살펴본 카르고가 브라이언의 엄호를 받으며 먼저 남자 아이에게 다가갔다.
“사, 살려, 주, 주세요.…….”
남자 아이의 감상주의적인 헛소리에 부아가 치밀어 오른 카르고는 예정에 없던 동작으로 금속 배트로 그의 턱주가리를 내리친다. 빠악, 하고 금속이 뼈를 박살내는 경쾌한 소리가 신사 내에 신음처럼 울려 퍼졌다. 남자 아이는 입에서 붉은 액체를 토해내며 정신 줄을 놓아버렸다. 카르고는 오만상을 다 찌푸리며 욕지기를 내뱉는 브라이언을 외면하며 마구잡이로 남자 아이를 가격했다. 껍질은 으깨져 체액이 흘러나오고 남자 아이의 온 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계획이 엉망이 돼버렸군.”
브라이언은 하이에나처럼 데이 팩들을 뒤지는 카르고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째서인지 살인을 통해서 얻었던 그 쾌감은 망각해 버린 지 오래였고, 망령의 지껄임에 익숙해지던 찰나에 망령이 사라졌다. 아니, 차라리 죄책감 같은 건 잊어버렸다고 말하는 게 쉬울 것이다.
카르고는 브라이언 쪽을 향해 대형 스위스제 맥가이버를 던졌고 브라이언은 그 것을 능숙하게 받아들었다.


남은 인원: 24명
카이엔死
HellenKiller死
로우死
월향死



연재가 지지부진 했던 이유

1. 글쓴이가 몹쓸 병에 걸림
2. 개인 사정
3. 귀차니즘의 도래
4. 지옥문:런던



퇴고도 거치지 않은 글이니 디테일은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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