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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배틀로얄

2008.01.10 02:40

Bryan 조회 수:295 추천: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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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브라이언이 막 말을 이으려던 순간이었을까. 이건, FPS 게임에서도 빌어먹게 많이 듣던 소리잖아? 브라이언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 관음당을 벗어나 서쪽으로 향하던 다른 무리들과 또 다른 무리들, 그리도 다시 다른 무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고개를 돌리며 신경을 곤두세운다. 덕분에 브라이언의 계획은 완전 무산이 되어버렸다.
“어떤 개새끼가…….”
쌍욕이 절로 나온다. 사고사일까? 아니면 개전(開戰)을 알리는 첫 번째 살인? 아마도 후자에 근접할 것이다. 브라이언은 관음당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풀숲 근처를 바라보았다. 검은 연기가 처녀의 치맛자락처럼 아른거리며 하늘에 오르고 있었다. 일단 관음당을 빠져 나가죠, 라고 누군가 말을 건넨다. 그 말이 없었더라면 멍하니 서있을 뻔했으니 브라이언은 카르고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군요. 아무리 그래도, 원한이 있는 사이도 아닌데 말이죠.”
카르고는 금속 배트를 힘없이 내리 깔더니 그것을 질질 끌면서 걸음을 옮긴다. 피 냄새가, 악취가 이곳까지 자욱이 퍼져 나와 후각을 바늘처럼 자극한다. 그 불쾌하고, 혐오스럽고, 역겨운 악취는 폐부 깊숙이 까지 파고 들어와 구토를 유발시킨다. 켁켁, 씨바알, 브라이언은 가래 섞인 기침을 몇 번 내뱉으며 강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놀란 가슴을 추스르지 못할 것 같다. 가슴에 불구덩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굉장히 뜨겁고, 심장은 어느새부턴가 펌프질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순간에도 카이엔 만은 포커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무서운 놈, 브라이언은 비린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금속제 롱 스틱을 쥔 채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진정하자, 그래, 이건 게임이다, 게임 속에서 만큼은 사람 같은 건 수없이 많이 죽여보지 않았는가. 점점 양육강식의 정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동물들이 우글거리는 섬 안에서 브라이언은 스스로 미친놈이 되길 자처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도저히 제 몸 하나 지키지 못할 것만 같다.
“시작한지… 안 지났는데도… 벌써… 사상자가… 군요… 에스마… 사망자 지금… 명입니다… 음당이… 금지 에어… 2시간… 금지 에어리… 터널… 시간 후… 금지 에어리어… 악지대… 6시… 금지 에어리어… 시미즈.”
관음당 쪽의 스피커가 귀곡성 마냥 노이즈 섞인 음성을 토해냈지만, 멀리 떨어진 터라 당최 제대로 들리지가 않았다. 그런대로 사망자가 누구라는 건 짐작이 가는데, 정확히 몇 시간 후에, 어느 곳이 금지 에어리어 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브라이언은 혹시나 다른 사람들은 제대로 들었나 하는 마음에 카이엔을 비롯한 그의 팀원들을 번갈아 쳐다보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어디로 갈진 정했습니까?”
정적을 깨는 카르고의 말에 브라이언은 아차 하는 심정으로 데이 팩에서 지급 받은 컬러풀한 지도를 꺼내 보았다. 잠시 생각 하는가 싶더니 북쪽 주택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하지만…그곳은 사람들이 몰릴 지도 모르는 데요?”
“Bingo!! 우린 앞으로 사람을 죽일 겁니다.”
브라이언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뗬다.
“……뭐, 나쁘진 않네요.”
카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쪼그려 앉은 채로 금속 배트를 어깨 위에 걸친다. 카이엔이야 말할 것도 없이 수긍하는 눈치였다. 모두들 남한테 개죽음 당하느니 차라리 자신이 죽이고 말겠다는 심산들이었을까. 브라이언은 혹시라도 거부 의사를 표했다면 그 자리에서 당장 시체를 만들어 버리리라고 마음먹었지만, 거추장스러운 일은 모면하게 되었으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고 느꼈다.

어느새 밤의 칠흑이 브라이언과 그의 동료, 아니 팀원들을 집어삼킬 듯이 에워 쌓다. 심연처럼 느껴지는 어둠 속에서도 인간의 이성은 빛날 수 있을까? 브라이언과 카르고는 귀신처럼 은밀하게 몸을 움직였고, 카이엔은 엄호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뒤를 따르며 주위를 살폈다. 막상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등줄기에서 파도를 타는 것 같기도 하고, 누가 온몸을 송곳으로 찌르는 것만 같은 오싹한 기분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몸을 움직이면서 여러 발의 총성이 미미하게나마 들렸다는 것이다. 아마도 몇 명의 사상자가 또 생긴 것 같다. 금속 배트와 금속제 롱 스틱, 그리고 수류탄 몇 개가 전부인 팀(Team)에게 있어서 총을 가진 다수를 상대 하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은 어둠 속이다.

곧 그들은 주택가에 들어섰다. 골목과 골목 사이, 가로등하나 없는 ㄱ자의 골목들. 이 얼마나 흡족한 환경인가! 사람을 죽이기엔 더할 나이 없이 쾌적하며 적합한 곳이고 밤이라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브라이언과 카르고는 내심 희열에 젖어들었다. 치졸하고, 야비하고, 추잡한 인간! 살인광! 사이코패스! 그래, 적어도 지금의 그들에겐 그런 수식어가 어울렸다.
“쉿!”
브라이언은 검지를 입술에 올리며 눈치를 줬다. 심장이 미칠 듯이 쿵쾅거리는 통에 혹시라도 사냥감이 눈치 채지 않았을까? 브라이언의 신호에 카르고는 금속 배트를 꼿꼿이 세워들었고, 카이엔은 사방을 번갈아 보며 신경을 칼날처럼 곤두세웠다. 곧 검은 물체가 골목을 꺾어 들어오며 모습을 드러낸다. 무엇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일까. 다급한 발걸음이었다. 어쨌든 사냥감의 모습이 들어나는 찰나에 브라이언과 카르고는 각각 금속제 롱 스틱, 금속 배트를 들어올렸다.
“퍽! 퍼억!”
꽤 묵직한 소리와 함께 사냥감의 머리가 수박이나 혹 호박의 그것처럼, 뜨겁고 붉고 강렬한 액체를 뿜어낸다. 둔탁한 파육음과 함께 누구의 것인지 모를 광기어린 웃음 한 덩어리도 튀어나왔다. 그들은 더욱 신이 나서 상대방이 이미 숨통을 놓았음에도 북이나 장구처럼 그것을 리듬에 맞춰 두드린다. 어디서 노래라도 나온다면 당장 춤이라도 출 기색이다.
“허억…허억.”
브라이언은 호흡을 길게 끊어 올리며 스틱을 거두었다. 밤이라 그런지 안 그래도 날씨가 꽤 쌀쌀한 편인데도 온기를 잃은 시체에게서 냉기가 느껴진다. 얼마나 스틱을 휘둘러 되었는지, 검지와, 엄지의 손톱의 반이 부러져 나갔지만 어째서 인지 기분만은 좋다. 살인이라는 것. 게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이 짜릿한 쾌감은 그 어떤 자위행위보다도 훌륭한 것이었다. 성관계의 첫 경험도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데이 팩을 뒤졌다. 브라이언은 일단 생수로 목을 축였다. 그가 입고 있던 벨벳 재킷이 어느새 피로 보기 좋게 얼룩져 있었다. 에이 썅, 브라이언은 미간을 찌푸리며 시체의 배를 발로 가격한다. 생수로 애써 피를 닦으려 하지만 아무래도 무리였다.
“석궁?”
석궁을 집어 든 카르고는 만연한 웃음을 뗬다. 첫 사냥치곤 꽤 좋은 수확물인걸. 석궁이라. 총보다야 살상력이 덜할지는 몰라도, 소음 같은 건 덜하니 여러모로 요긴한 무기 인 것 같다. 그러던 중에 브라이언이 불쑥, 입을 열었다.
“여자잖아? 게다가 예쁜걸!”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던 시체의 윤곽이 미니 플래시로 비치자 서서히 드러났다. 가만히 보니 생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청순한 이미지의 여자였다. 브라이언이 의미심장한, 이상야릇한 미소를 머금자 카르고가 눈을 치켜뜨며 버럭 소리쳤다.
“설마 당신?”
“농담이라고, 농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브라이언과 카르고는 어느새 허울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엄연한 의미에서는 이제 동업자가 된 셈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제 골목을 벗어나서 안정적인 곳을 찾는 게 어때요? 어쩌면 벌써 우리 위치가 알려졌을 수도…….”
카이엔이 말끝을 흐리자 카르고는 허겁지겁 데이 팩에 물건을 챙겼고, 석궁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무기를 가진 적 없는 카이엔에게 주어졌다. 브라이언과 그의 일행들은 서둘러 골목을 빠져 나왔고, 그 곳에는 시체만 덩그러니 골목 한편에 을씨년스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남은 인원: 35명


저 변태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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