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배틀로얄

2008.01.09 10:31

기브 조회 수:297 추천:10

extra_vars1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 29일 0시 F-4 area






"29일 0시 현재 두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두시간 후 29일 2시 금지 에어리어는 G-2
  네시간 후 29일 4시 금지 에어리어는 B-3
  여섯시간 후 29일 6시 금지 에어리어는 H-5 입니다.

이번에는 사망자 명단을 불러드리겠습니다. 29일 0시 현재까지 사망자는,
1번 감자군, 15번 땡중, 18번 어덜트, 35번 에스마루, 37번 길모나 입니다.
활발한 활동 감사드립니다.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아!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시길."



기브는 눈살을 찌뿌렸다. 마지막에 버럭 소리지르는 바람에 섬 전체에 메아리가 웅실웅실 울렸다. 기브는 데이 팩에서 참가자 명단을 꺼내어 사망자를 찾아 사진에 모조리 엑스표시를 하고 지도에 해당하는 부분에 금지 에어리어가 되는 시간을 꼼꼼히 기록했다. 다섯 명이 사망했다. 배틀로얄 시작 후 여덟 시간이 흐르는 동안 팔분의 일의 인원이 사망한 것이다. 이것의 의미는 ㅡ활동의 시작이었다. 살인을 결심한 사람들이 생기고, 그들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시간당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죽을 것이다.

기브는 코트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달칵거리는 금속의 닫힌 나이프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살인을 한다. 내가 과연 살인을 할 수 있을까?

ㅡ으슬거리는 칼바람이 두꺼운 코트 깃을 넘어 기브의 뒷목으로 스며들었다. 지금은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다. 이동해야 한다. 한곳에 죽치고 있다가는 뒤치기를 당하기 딱 좋다. 체력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뒤를 당하는 않는 것이다. 기브는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가늠했다. 남쪽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한다.
주택가나 건물, 표시된 지형은 이미 사람이 점거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런 곳에 들어가다간 습격당하기 십상이다. 특히 몇몇 사람이 팀을 이루어 점거하고 있으면 살아날 수 없다.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가정 하에 산림이나 풀숲 쪽으로 가는 것이 낫다. 그쪽은 물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뒤를 잡더라도 산림이라면 그나마 쉽게 따돌릴 수 있을 것이고ㅡ특히 적의 무기가 총이라면ㅡ 몸을 숨기기도 용이하다. 산림에 몸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 공격적일 가능성은 낮다.

전투력이 너무 낮다. 뭔가 생존력을 높일 만한 무기가 필요하다. 장거리 무기. 총이라면 좋겠지만 일단 장거리 저지력이 있다면 무엇이든 좋을 텐데. 이 짧은 날의 버터플라이나이프라면 내가 먼저 적의 뒤를 선점하여 기습하지 않는 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이 긴 작대기만 들어도 내가 불리할 것이다.
ㅡ하지만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는 장거리 무기를 얻을 방법이 없다. 대나무라도 많으면 활 같은 것을 만들어 보겠지만 이 빌어먹을 소나무들은 전혀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다섯 명의 사망자. 기브는 이미 여러 번의 총 소리를 북쪽에서 들어왔다. 게임에 활동적으로 참가하는 자들, 살인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자신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틀림없이 다음과 같은 행동패턴을 지닌다. 총소리가 들리면 그 총소리가 난 곳으로 이동한다. 한 시체와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죽이고 둘이 싸우고 있다면 지켜보고 있다가 이긴 쪽을 처치한다. 그 말인 즉슨 총싸움을 하고 그곳에 계속 대기하면 곧 스타급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것을 하려면 일단은 총 이상의 무기가 필요할 것이다. ㅡ그럼 도대체 무슨 무기를 가지고 있는 걸까? 여기서 가장 강한 무기는 무엇이지? 소총ㅡ은 아닐 것이다. 소총은 너무 강해서 거의 무적 총이 될테니. SMG가 있을까? 그것이 있다면 가장 강한 무기가 될 것이다. 접근전이든 장거리전이든 가장 강할 것이고, 그 아래는 권총 이하인데, 레밍턴 같은 샷건이 있을까? 살상력을 생각한다면 칼이 가장 하위권이 되려나. 그럼 대부분 권총일 것이다.

무기의 종류도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다. 살인마가 될 만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몇명인지 정도는 알아야 살아나가는 게 가능하다. 게다가 최하위권 전투력인 칼이라니. 젠장. 이거 나한테 너무 불리하잖아. 창조도시 정모에 한번이라도 나가 봤으면 아는 사람이라도 있지. 성격을 모른다 하더라도 말은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얼굴을 아는 사람이,

베넘! 한 사람이 있었다. 분교에서 공포에 떨며 눈물을 흘리던 여성분. 한 사람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사람은 공격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인다. 그 사람과 팀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어떻게든 찾아보자. 찾아서 말을 걸어봐야겠다.

기브는 발을 멈췄다. 너무 앞으로 나가고 있다. 한 에이리어에서 다른 에이리어까지의 경계는 수직 수평 방향으로 200미터가 채 되지 않았다. 일단은 산림 안에서 지내자. 기브는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움직이지마."

기브는 움직임을 멈췄다. 당했다. 왼쪽 앞을 막고 있는 큰 바위에 등을 대고 숨어있던 사람인가. 기브는 자신의 가슴을 겨누는 총에서부터 시선을 천천히 그 사람의 얼굴로 옮겼다. 떨고 있다. 그 사람은 불쌍하리만큼 떨고 있었다. 얼굴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면서도. 꽤 긴 머리카락에 안경을 쓴 남자였다. 한껏 일그러진 눈을 안경 너머로 내비치며 그는 1.5미터쯤 되는 거리에서 기브의 심장에 총을 뻗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렇게 경계를 하면서 걸어왔는데. 기브는 주머니에서 손을 꼼지락거리며 살며시 나이프의 날을 꺼내기 시작했다. 기브의 온 신경은 그 남자의 떨리는 총구의 방향과 손가락의 움직임에 집중되어 있었다.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젠장. 아무 판단도 들지 않아. 저 손가락이 조금이라도 꿈틀이면 무조건 몸을 피해야 한다. 안전장치도 잘 풀어져 있었고 슬라이드도 당긴 표시가 났다. 방아쇠만 당기면 나가는 것이다.

"쏘쏠 것입니까?"

기브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최대한 침착하려 애쓰는데도 차가워진 발과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총알 첫타는 어떻게든 먼저 알아내어 피해야 한다. 도주는 불가능, 두번째 타를 맞지 않으려면 권총을 든 손에 달려드는 수밖에 없다. 첫타도 보고 피하는건 어찌되도 불가능하다. 알아내야 해. 먼저 피하려고 마음먹으면 피하는 것이다. 기브는 빠른 움직임을 준비하면서 입을 열었다.

"......"

말이 없었다. 대신 그 일그러진 ㅡ기브가 보기에 공포에 질린ㅡ표정으로 안경 너머 찌르듯 기브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직 착란증은 보이지 않는다. 위험하다. 방아쇠를 언제 당길지 모른다. 기브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다시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 정신을 집중했다.

"이이르름은은.."

"기브입니다."

기브는 최대한 감정을 막으려 애쓰며 대답했다. 물어본 이유는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면 쏠테고 나를 아는 사람이면 나와 팀을 만드려는 행동이겠지. 내 닉네임을 알 가능성이 얼마나 되지? 내가 창조도시에서 활동을 얼마나 했지? ㅡ그러고 보니 별로 활동을 한 게 없다. 구십 퍼센트는 나를 모른다. 그럼 피해야 한다! 이런, 피할 타이밍은? 적이 방아쇠를 당겨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신경이 잠시 딴데 쏠리고 그때 피할 수 있는데, 내가 먼저 움직이면 그쪽이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길 것이니 타이밍은 그것 밖일 것이다.

그, 아니 Leone은 살짝 푸르게 변색된 말라 있는 아랫입술을 혀로 핥았다.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떨리는 몸에 총을 쥔 손만 떨리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것은 힘들어보였다. 살인에 대한 공포가 번진 그의 얼굴이 나지막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타앙-



기브는 자신의 가슴께로 따뜻한 피가 번지는 것을 느꼈다. 가슴에서 울컥울컥 덩어리채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피가 그의 오른손을 적셨다. 조금 달아올랐지만 아직 차가운 슬라이드를 쥐고 있는 왼손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기브는 멍한 표정으로 레온의 명치에 깊숙히 박혀 있는 버터플라이나이프를 뽑았다. 그의 가슴에서 힘차게 뿜어져나온 피가 기브의 오른팔과 몸에까지 튀어 있었다. 뜨거운 피였다.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힘없이 고꾸라진 레온을 보며 멍한 표정으로 기브는 기억을 더듬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대각선으로 던지면서 피한 것과 ㅡ조각조각난 기억이 떠올랐다ㅡ그리고 왼손으로 그의 총을 잡아 바깥으로 방향을 바꾼 것, 그리고, 그리고, 내 오른손이, 내 오른손이.

아무런 생리적 변화가 없었다고 느끼는데 눈물이 고이며 시야가 흐려졌다. 젠장, 젠장,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즉사했다. 정확히 심장을 찌른 것이다. 기브는 떨리는 손으로 브라우닝 하이파워와 탄창, 그리고 남아있는 물과 빵을 챙긴 후, 아무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그 자리를 떴다.



봤다. 그의 데이 팩에 있던 참가자 명단에서 그는 그의 이름을 표시해놓았던 것이다. 레온인가 리온인가. 200미터쯤 걸어와서 털썩 주저앉아 그는 엑스표가 여러개 되어 있는 그의 참가자 명단을 꺼냈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의 사진에 엑스표를 썼다.
ㅡ엑스표를 쓰는 순간 자신의 옷과 아직 피를 씻어내지 않은 오른팔에서 진한 피냄새가 확 올라왔다. 너무나 진한 녹슨 쇠의 냄새가 그의 코로 1리터쯤 들어갔다.

"우욱."

기브는 꽤 많은 양의 위액을 그자리에 쏟아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느꼈다.
사람의 목숨은 무겁다. 장난처럼 휙휙 죽는 것이 아니라고. 모든 죽음에는 그만큼의 무게가 있는 것이고, 살인을 하면 그만큼의 무게를 얹고 가야 한다.

이제는 살인을 하지 않겠다. 기브는 피로 물든 오른팔을 새로 얻은 물을 사용해 깨끗이 씻어냈다. 그리고 죽은 그를 위해 잠시 기도를 올린 후 다시 자리를 벗어났다. 어쨌든 찾아야 할 사람이 있었다. 이유없이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베넘이었나, 이상한 닉네임이다.






                                                                                                  【 남은 인원 : 36명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 배틀로얄 [30] 기브 2008.03.22 221
70 배틀로얄 [23] die1death 2008.03.16 225
69 배틀로얄 [27] 아란 2008.03.04 451
68 배틀로얄 [23] 베넘 2008.03.01 304
67 배틀로얄 [37] Bryan 2008.02.26 240
66 배틀로얄 [53] die1death 2008.02.18 337
65 배틀로얄 [71] 아란 2008.02.01 837
64 배틀로얄 [39] 베넘 2008.01.29 293
63 배틀로얄 [41] Bryan 2008.01.25 374
62 배틀로얄 [58] 기브 2008.01.21 341
61 배틀로얄 [24] die1death 2008.01.21 230
60 배틀로얄 [44] Rei 2008.01.19 272
59 배틀로얄 [47] 아란 2008.01.12 604
58 배틀로얄 [33] 베넘 2008.01.11 262
57 배틀로얄 [34] Bryan 2008.01.10 295
56 배틀로얄 [11] file 기브 2008.01.09 508
» 배틀로얄 [40] 기브 2008.01.09 297
54 배틀로얄 [37] die1death 2008.01.09 248
53 배틀로얄 [42] Rei 2008.01.04 371
52 배틀로얄 [29] 하코 2008.01.02 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