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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Prisoner Princess」

2006.10.10 23:37

영원전설 조회 수:1737 추천:3

extra_vars1 길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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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oner Princes」
Wish to the Star
제 10 화. 길버트




  뷔마 라이츠크루의 하루 일과는 매우 단순하다.  특히 전투가 없는 날은 바쁜 일이란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도미나 말룬같은 신참들에게야 하루하루가 전쟁이겠지만, 그 같은 숙련자들에겐 이런 매일 매일이 한가하기 그지없는 날이다.
  간단히 그의 생활을 말하자면, 일어난다, 씻는다, 밥 먹는다, 자신에게 배당된 A.T.의 상태를 점검한다, 그리고 끝으로 정해진 루트를 돌면서 팬텀블랙함의 상태점검을 한다.  이것이 그를 포함한 모든 정비공들의 하루다.  저번처럼 적들이 걸레를 만들어 놓으면 정말 흘러내리는 콧물을 물대신 마실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지만, 지금은 동료 정비들과 내기 포커를 칠만큼 시간이 남아돌고 있다.  참고로 그는 무지하게 깨지고 있는 중.  미간에 지렁이들이 시시각각 모습을 드러낸다.  니미 염병, 어떤 놈은 연속 플래시고 누구는 간신히 투페어..
  음, 어쨌든 이렇도록 평범한 하루이긴 한데..  단지 이번엔 공기가 좀 틀리다.  자세히 보면 야 각각의 하루는 언제나 틀리지만, 이번 하루엔 몇몇의 배우가 빠져있다.
  첫 번째는 그 신참 도미다.  말룬놈보다도 신참이어서 어리바리하고 실수투성이에다 은근히 개기고 툭하면 넘어지며 인생이 답답해 보이는 건 빼더라도 첫 인상이 별 기대가 안 가는 놈이지만 보기보다 능력 있고 싱싱하니 없으면 왠지 신경 쓰인 달까.  어디에서 사고나 치고 있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불현듯 떠오르는 성가신 놈이다.  어쨌든 거듭 말하지만 보기완 달리 성실하게 출근해서 얼굴을 보이는 놈이 오늘 통 보이지가 않으니 조금 궁금하긴 하다.  
  두 번째는 당연 이 팬텀블랙의 대빵 정비공이신 길버트 할아범.  도미새끼야 나오든 안 나오든 매운탕 만들 때 이외엔 뭔가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얼굴을 안 비추면 뭔가 문제가 있어도 단단히 있는 거다.  팬텀블랙이나 A.T.에 치명적인 결함이라도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지.  그러고 보니 권우 놈이 안 보이는 것을 보니 그 문제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이리저리 딴 생각을 하고 있다 무심코 자신이 쥔 카드에 눈이 갔다.  
  이..  이것은..?!
  안구 안쪽에 눈깔이 격렬하게 벨리댄스를 추기 전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좋아, 아무도 내가 이 패를 가지고 있는 걸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크하하, 살다보니 인생에 기적이란 것이 있구나.  오늘은 도시로 내려가 복권이라도 뽑아야 되는 걸까?  그 뒤에 복권에 당첨되어 억만장자가.. 되었다가 강도에게 된통 걸려 가지고 있던 돈을 몽땅 뺏긴 다라든가 갑자기 어떤 아줌마가 애를 끌고 이 애가 당신 자식이야~  하면서 팔자에도 없는 위자료를...  뭘 생각하는 거냐. 너~!!!!  제길, 이상한 루트로 떨어져서 마가 끼었다.  일단 현실에 집착하자!  그래, 일단 침착하게,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

  꽝!

  “꺄?!!”

  화들 짝 놀라 떨어뜨린 카드들을 재빨리 집었다.  씨발, 간이 배 밖으로 튀나온 줄 알았네..  아니, 입 밖인가, 후장인가?  그러고 보니 두 동산 계곡 사이에 뭔가 밀려 나온 듯 해.

  “어떤 십상새...”

  왠지 자신을 가지고 논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인상을 확 일그러뜨리고 아까 그 큰 소리를 낸 장본인, 그러니까 안 그래도 그냥 열어도 시끄러운 정비소 휴게실문을 있는 힘껏 밀어젖힌 개념 없는 인간을 쏘아보..
  ..  려다 말고 순식간에 인상을 말끔히 피며 두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조작한다.  젠장..  

  “..  도미 못 봤냐?”

  길버트 할아범은 왠지 모르게 등 뒤에서 어두운 오로라를 사정없이 뽑아내며 정말 조용하게 물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이 사람은 지금 정말로 화가 나있다.  아니, 진짜, 정말로, 십상새란 말 하나 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아니겠지?  확실히, 예전에 있는 줄도 모르고 늙은이 뒤땅을 깠다가 ‘네가 애정이 부족 하구나’란 말과 함께 애정이 듬뿍 담긴 암바가 들어와서 한동안 정비할 때 한 쪽 팔을 쓰지 못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 상태로 보자면 애정에 애틋함까지 더해 두 쪽 팔 다 병신으로 만들 것 같은 포스를 뿜어내고 있다.  위험하다, 정말로 위험해.  에, 근데, 도미?

  “네?  도미라면 오늘 안 보이던 데요?”

  “그 녀석 어디서 실컷 뻘짓 하더니만 선물 잔뜩 안고 마을로 내려가는 듯 하던데.”

  “..  야이, 씨발.  너희 새끼들 그 놈이 내려가는 거 보고 아무 말도 안한 거냐?”

  “네?  무슨 얘기요?”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길버트의 분노가 조금 누그러졌다.  무언가 ‘이미 늦었나’라는 생각이 역력한.  이 늙은이는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거야?

  “..  됐다.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도미녀석 보면 내가 찾고 있다고 전해라.”

  내뱉는 듯이 말하며 길버트는 문을 닫고 나갔다.  정말 태풍처럼 쳐들어 와서 분위기를 개판으로 만들고 지나갔다.  씨발..

  “야야, 계속 하자, 뭘 쫄아서들 걸지도 않고 멍청히 있는 거냐.”

  의기양양하게 말을 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하다.  에, 이건 왠지 저 할아범 때문이 아니라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은 도대체 왜?

  “..  그럼 다시 카드를 돌리지.”

  ..  뭔 말했냐. 왼쪽에 갈색 머리 삐죽이?

  “병신, 카드를 반대로 들고 이런 뭐병 같은 얼굴 하고 있냐.  지금 여기서 누가 포카드 든 놈에게 레이즈 하려 들겠어.  잔말 말고 돌려.”

  ..  길버트 씨발놈아..

***************************************************************

  회색의 거인이 대지위에 흐트러진 기계더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  그것은 승자의 여유가 아니고, 전쟁의 덧없음을 고찰하는 것도 아니며 저 쓰레기더미 안에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 이미 찾고 싶은 것은 이렇게 형편없이 부서지기 훨씬 전에 죽어있다 - 그렇다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그건 그저 운명이라는 신의 가혹함에 오열조차 못하는 힘없는 자의 모습.  너무 고통스러워 혼을 잡아 뜯어버린 시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남자.

  [애초에 용병이 평범한 가정을 이루려 한 것이 잘못 된 거다.]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런 소원 정도, 여기서 피와 기름을 뒤집어 쓴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꿈꾸어 오던 게 아닌가.  

  [..  언제 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기약 없이 떠났다.  차라리 용병 일을 그만 뒀으면 좋았을 지도.  하지만 그땐 생각조차 안 해봤다.  거의 10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들어오는 돈도 매력적이었다.  문제 따위 있을 리 없다.  거기다 거의 평생을 이 일에 바쳐왔다.  그만두는 것 따위, 자존심이 허락해주지 않았다.

  [난투아(Nantua)에서 행방불명 되셨습니다.]

  그와는 다른 어스워드 부대가 프랑스의 로안(Roanne)에서 진행하던 일이 부득이하게 난투아까지 이어졌다.  그때의 전투로 인해 많은 건물들이 무너지고,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제는 영원히 알지 못할 이유로 인해 제네바에서부터 온 아내와 아들은 그때 그렇게 떠난 줄 알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있어.  오늘 날과 같은 난세 속에선 더더욱.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깊은 슬픔 속에서도 꾸준히 일했다.  아니, 꾸준히란 말은 가히 어울리지 않군.  하지 않으면 정신이 붕괴될 것 같았기에 정말 주위도 돌아보지 않고 혼이 나간 듯 일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4년 후, 녀석과 대면했다.

  [미안..  결국 아무것도 못했어요.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면, 어떻게든 아버지라도 만날 걸.  왜 이렇게도 엇갈려 버린 거지.]

  일부러 주파수를 맞춰 유언을 들어준다.  가지각색인 그들의 마지막 한마디는 각별한 맛이 있다.  죽어버린 그의 혼에 생기를 불어놓는 유일한 활력소.  그것은 마치 정점에 다다라 뿜어져 나오는 황홀함, 또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 올라오는 아드레날린.  
  변태적이지만 그것을 즐겼다.  
  그 때도 다른 날과 똑같이 일방적인 살육이었다.  뭔가, 그날따라 은근히 질대신 양으로 승부하는 듯 했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 쪽을 더 환영한다.  루키일수록 죽을 때 말이 많기 마련이다.  이미 기절하지 않았다면.
  이런 의미 없고 더러운 취미를 가져버린 이유는 이 날을 위해서 일지도.

  [A.T.를 잡지 않는다고 해도, 넌 이곳에서 계속 일하는 거잖아?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지?]

  의미 따위 존재 할리 없다.  단지 그 날 이후로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됐을 뿐.  사실 거의 반년을 쉬고 그만두려 했었다.  아들과 아내를 죽인 이런 일 더 이상 할 수가 없을 테니까.  
  라비니 바이올렛의 입단이 아마 그쯤이었을 것이다.
  자기 자신마저 놀라버릴 정도로 불같이 노했다.  확인한 바론 그녀의 의붓남동생은 용병일을 하다 사망했고 지금은 아버지와 의붓어머니가 계신다고 했다.  뭐, 그런 세세한 것은 애초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때 그렇게나 화가 났었던 이유는 용병이라는 세계 바깥에 그런 평범한 - 그의 관점에서 볼 때 - 가족이 있으면서 굳이 이런 일을 하겠다고 지원한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때마침 볼케인은 초창기 멤버로서 그가 그대로 어스워드에 있기를 바랬고, 라비니와 권우 놈의 일도 있고 해서 그 곳의 정비사로 계속 일하게 되었다.
  한 마디로, 순전히 그가 이곳에서 계속 일하고 있던 이유는 바로 가족 있는 놈들의 입단을 저지하기 위해서란 거다.
  아아, 그래, 정말 바보스럽고 유치하기 짝이 없으며 모순투성이에다 이기적인 이유다.  그들의 입단을 방해한다고 해도 그가 어스워드의 모든 부대가 편입하는 새끼들의 일까지 알 수 있을 리가 없고, 또한 그들에게 있어 어스워드에 있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딴 곳에 입단하면 된다.  그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만에 하나라도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 아닌가?  나름대로의 속죄라는 이름하에.  다시 말하자면, 잃어버릴 것이 있는 놈들이 주위에 있으면 자신이 아파서 견딜 수 없기에 애초에 자신의 주위에서부터 밀어버린 다는 것.
  ..  아, 하지만 이렇게 해서 단 한명이라도 이곳에서 동 떨어진 평범한 생활을 누린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도 좋지 않을까.

  [아, 네.  도미니크 쉘입니다.  오늘 입단했어요.]

  벽이 부서져라 머리를 박아대도 이해 할 수 없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은 그 녀석에 대해 자세히 묻지 않았는가.  아니, 그 이전에 왜 그는 이 녀석의 신상명세서를 받지 못했는가?  아무리 도미녀석이 오고 난 뒤 바빴다고 해도 이건 적어도 그가 속해있는 부대라면 이행되어져야 했던 일종의 규칙이었다.  그러한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는 도미에 대해서 일체 무언가를 받지 못했는지?
  
  - 알아서 무엇하려나.  도미니크가 용병단에 있든지 없든지 동생들이란 애들은 모조리 죽는다.  만약 그에 대해 알아서 그가 어스워드에 입단 하는 것을 제지한다 치더라도, 바뀌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답은 간단하고 더럽다.  그 슬픔은 공유할 수 있으나, 그 녀석의 동생들이 죽든 살든 그에겐 그다지 상관없다.  문제는 자신이 이미 도미라는 애를 알아버렸고, 그 녀석을 모른 체 하고 있을 수가 없다는 것.  나쁘게 말하자면 만약 그 녀석이 어스워드에 입단하지 못했다면 그 녀석이 산산조각이 나든 그 녀석 동생들이 하나같이 겁탈을 당하든 그와는 하등 관계없는 일이라는 거다.  한마디로 그 녀석을 알게 됨으로서 도미니크의 관점에서 무언가가 달라질 거라는 것이 아닌, 그의 관점에서 도미니크의 동생들이 어떻게든 죽는다 해도 도미니크란 놈 자체를 몰랐다면 전혀 상관하지 않았을 거란 얘기.
  애초에 그 녀석을 쫒아냈으면 이렇게 마음속에 피를 흘리며 참견 따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눈앞에 니나가 응급실 방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승복해 버렸지만, 저 애가 고아들을 몰아왔을 때도 크게 화를 냈지.  하지만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  지금은 그 녀석과 말 해둘 것이 있다.
  
  “아.”

  전혀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듯 니나가 올려다본다.  이 녀석의 표정은..  이제 녀석을 안지 몇 년 정도 돼가지만 이제까지 본적 없는,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울어 본 적이 없으니 울지는 못하지만 조금 비슷한 것.  난처하고 도와주고 싶지만 뭘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우왕좌왕.

  “도미 안에 쳐 박혀 있나.”

  니나는 한참 그를 보고 있다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하지만 지금 들어가면 안..”

  “도미, 들어간다.”

  "에, 잠깐.."

  당황하며 막으려 드는 애를 그대로 무시하고 방문을 열어젖혔다.      






  Dead man's Grave(데드 맨스 그레이브, 줄여서 그레이브)
- 길버트의 전용 A.T.  외장컬러 전체가 회색.  중장거리 라이플를 장비하고 두 어깨에 단거리 소형 미사일 발사대 부착.  날 수 있는 부스터가 장착 되어있지만 그다지 공중전에 강하지는 않고 오히려 지상전에서 낮게 날아다닐 때 유용.  
  이것의 진가는 3-15미터(조정가능) 정도의 길이를 지닌 거대한 창을 오른손을 변형시켜 만들 수 있다는 것.  따지고 보면 창보단 송곳이지만.  덕분에 왼 손에 비해 오른 손이 좀 더 비대해 보인다.  공중전에 힘든 것도 다 이 무게의 미묘한 언밸런스함 때문에 조종을 마스터하기가 어렵기 때문.  자신이 직접 커스터마이즈했기에 본인은 그다지 불만이 없지만.  
  지금은 팬텀블랙의 격납고에서 심사숙고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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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제와 함께 병행했삼.  원래는 도미와 길버트가 싸우고 어쩌구 거시기 떠시기 하는 거 다 쓰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무지하게 부족 =ㅅ=  그런 이유로 여기까지만..  음, 다음 분 고생이 심하실 지도 =ㅅ=  (잭님 죄송 =ㅅ=)
  여기서 길버트 과거가 다 까발려 지는군요.  근데 제가 쓴 거지만 참 이 녀석 논리가 뒤틀려있다죠.  제가 시간이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아직 본인도 상당히 혼란스러운 사람입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