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Prisoner Princess」

2006.09.18 12:53

아란 조회 수:2461 추천:5

extra_vars1 Pain of War 
extra_vars2 09(中)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Prisoner Princes」
Wish to the Star
제9화. 잊지 마라, 너와 나의 아픔을.(中)








도미니크는 발에 불이라도 붙은 마냥 니나랑 만나기로 했던 광장으로 헐레벌떡 뛰었다.

“제~엔~장! 감히 지나가는 엑스트라 주제에 날 엿 먹여!!”

도미니크는 어떤 지나가던 아저씨에게 광장으로 가는 방향을 물었을 때를 떠 올리며 연신 이를 갈았다. 분명 그 아저씨는 이러저러해서 이쪽으로 가면 된다고 했지만 정작 그 말을 믿고 갔을 때는 전혀 엉뚱한 장소가 나왔던 거였다.
하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그 아저씨는 도미니크가 가지고 있는 마을 지도를 같이 보면서 제대로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을 했었지만 도미니크가 다시 마을 지도를 들고 보았을 때는 거꾸로 들려 있었고 당연히 제대로 길을 해맨 것은 그에 잘못임이 분명했지만 도미니크가 자각할 리가 없었다.

“제길, 나중에 또 보기만 해봐! 가만 안 둘 줄 알아! 아니지, 이런 잘못된 지도 따위를 파는 장사꾼들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누가 누굴 가만 안 둔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미니크는 있는 대로 씩씩 대며 열심히 광장을 향해 달려가던 도중, 사람들의 욕지거리가 주변에서 들려오자 잠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무슨 구경거리라도 났나? 왜 이리 사람들이 많지?”

도미니크의 시야에는 꽤 많은 인파들이 몰려들어서 누군가를 악마라고 부르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돌을 던지는 것이 보였다. 도미니크도 어떤 나쁜 놈이 길래 저렇게 많은 마을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지만, 니나와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다급했기 때문에 일단은 그냥 지나쳤다가 나중에 다시 구경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지나치기로 결정했을 때, 한 사람이 도미니크의 시야에 탁 들어왔다.

“니나?”

벽에 기대어 앉아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돌팔매질 당하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니나였다.

“니나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시는 거예요!”

무슨 용기가 난 것일까?
물론 도미니크 자신도 자기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어째서 자신이 마을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와 니나 앞에 서다 성난 마을 사람들 앞에 돌을 하나 얻어맞고 비틀됐다.

“흥! 모르면 저리 꺼져!!”

“젊은이가 몰라서 그러는데, 저 악마 년이 몇 년 전 우리 마을 사람들을 몇 명이나 죽였는지 알아?”

성난 사람들의 분노는 갑자기 들이 닥친 도미니크에게 향하며 돌들과 분노어린 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 애의 애비, 어멈을 누가 죽였는지 알아? 저 악마 년이 죽였다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딸애가 시집간다고, 그렇게 좋아하는 애기를 낳게 된다고 좋아했는데, 그런데 그 애를 저 악마 년이 죽였다고!!”

“내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자 유일한 가족이었다고! 그런데 저 악마 년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죽였어! 죽였단 말이야!!”

퍽, 퍽, 퍽.

분노가 실린 돌멩이를 얻어맞고 사람들의 울부짖음을 들으면서도 도미니크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니나가 용병이라서 사람을 죽인다는 것쯤은 저번에 보긴 했지만 그건 상대 용병을 해치운 거지 힘없는 노인이나 아이들을 마구 학살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 진짜! 내 말 좀 들어!”

탕탕탕.

갑자기 도미니크가 허리춤에 꽂아두었던 권총을 뽑아들어 하늘을 향해 3발을 연속으로 발사하자, 도미니크들을 둘러싸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일순 침묵했다.

“당신들이 뭔가를 착각한 거라고! 니나는 갈 곳 없는 고아들을 데려다가 보살피는 마음씨 좋은 사람이라고!! 비록 표정 관리를 잘 못해서 어떻게 보면 차갑게 보일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니나처럼 마음씨 따뜻한 사람이 당신들이 말하는 악마일리가 없잖아!!”

도미니크는 자기가 소리치고도 내심 놀라고 있었다. 자신이 이렇게 간덩이 잔뜩 부은 놈일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내심 그런 자신이 왠지 자랑스럽다고도 생각했다. 특별히 할 줄 아는 건 메카 정비와 눈동냥으로 익힌 허접(?)하기 짝이 없는 어설픈 해킹 능력뿐이라 전투에서는 늘상 뒷전에 있는 게 도움이 되는 녀석이 오늘은 니나를 보호하려고 이렇게 용기를 내어 사람들 앞에 서서 돌을 맞고 있다니, 자기가 생각해도 정말 자신이 한 짓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어스워드의 군복을 입고 있어.”

“그렇다는 건 근처에 어스워드 놈들이 있다는 소리잖아.”

“제길, 우리들이 어른답지 않게 흥분한 모양이군. 괜히 어스워드 녀석들을 더 이상 건드려서 좋을 일이 없잖아.”

겁대가리를 상실한 도미니크의 목소리가 커서 그런지 아니면 어스워드의 보복이 두려운 건지 도미니크와 니나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이탈하여 각자 자신이 하던 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휴우.”

둘러쌌던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다 각자 자기 할 일로 돌아가자 도미니크는 그만 다리에 힘이 쫙 빠지는 것 같았다. 자칫 잘못했으면 그대로 앞으로 넘어질 뻔했지만, 어찌어찌 하다가 다시 중심을 잡아서 이제 돌팔매질을 당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채로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니나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저기 니나, 이제….”

“어이 형씨, 잠깐 볼까?”

도미니크는 갑자기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그 남자와 시선을 마주하려는 순간, 굵직한 주먹이 날아왔다.

퍼억.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도미니크의 고개가 왼쪽으로 팍 돌아가면서 그대로 뱅글뱅글 돌다가 아무렇게나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갑자기 도미니크에게 주먹을 날린 남자는 정신 못 차리는 도미니크의 얼굴에다 찍 침을 뱉으며 뒤돌아서서 걸으며 중얼거렸다.

“흥, 머리에 피도 안 마른 X끼가 어스워드 놈들이 뭐하는 집단인지 모르는 주제에 건방지게 혀를 놀리지 마!”





“아야야.”

니나가 도미니크의 이마에 반창고를 붙이자 도미니크는 따끔한 지 신음소리를 살짝 냈다.

“아파?”

“하하, 조금 따끔할 뿐이야. 그보다 니나가 더 아픈 거 아니야?”

니나가 묻는 말에 도미니크는 싱긋 미소 지으며 대답하면서 바로 니나를 보며 물었다. 도미니크의 말대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을 사람들에게 집단으로 돌팔매질을 당해서 그런지 몸 곳곳이 돌에 맞아 피멍이 나거나 찢어져 피가 흘렀다.

“난 괜찮지 않아.”

“괜히 괜찮은 척 하지… 어라?”

니나가 어떤 대답을 할 지 대략 어림짐작으로 대답하던 도미니크는 니나의 솔직한 대답에 당황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를 몰랐다. 그래도 대충 멍청하게 웃으면서 도미니크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하,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

“마을 사람들이 하던 말은 사실이야.”

도미니크가 말을 중간에서 끊으며 니나가 말했다.

“2년 전, 난….”

니나가 도미니크에게 해준 이야기들은 이랬다.
이 마을을 비롯한 이 일대에 반 네오 제네시스 사를 표방하는 테러리스트와 게릴라를 소탕하기 위해 단 한 명의 게릴라를 죽이기 위해 마을 전체를 불살라버리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그리고 그때 네오 제네시스 사의 의뢰를 받아 사람들을 학살하던 용병들 중에 니나 자신도 있었다고 했다.

“자, 잠깐! 몽땅 학살했다고 했는데, 그럼 당연히 증거가 남을 리가.”

“도망친 사람들이 있었어. 그리고 그들 중 몇은 어렴풋이나마 내 얼굴을 알고 있었던 거야.”

도미니크는 뭔가 자신이 질문을 하고도 핀트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니나는 무서울 정도로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해 준 뒤 말을 계속했다.

“치카들을 시체더미에서 발견하기 전까지, 나에게 사람이란 볼케인 단장님의 말씀대로 그저 움직이는 표적에 불과했어.”

“치카들이라면… 서, 설마!”

“그 애들의 진짜 엄마를 죽인 건 다름 아닌 나니까.”

니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마치 남의 일을 말하는 마냥 딱딱하게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는 니나를 보며, 도미니크는 그렇게 니나가 무섭다고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니나를 위로할 말 한 마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시간이 많이 지났어. 그만 도바르카로 돌아가자.”

“자, 잠깐! 니나!”

자리에서 일어나는 니나를 따라 도미니크도 일어서며 급히 오른손을 뻗어 니나의 오른손목을 붙잡아 끌어당겼지만, 니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차갑게 말했다.

“내게 더 할 말이 있어?”

“니나….”

“할 말 없으면 나 먼저 갈게.”

도미니크가 잠시 뜸을 들이자 니나는 지체하지 않고 오른손을 거칠게 흔들어 도미니크의 손을 뿌리쳤다. 도미니크는 그저 앞서 나가는 니나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다 주먹을 꽉 쥐고 양손을 입가에 모아 소리쳤다.

“그딴 거 몰라! 나, 니나가 좋아! 그냥 좋아해!”

도미니크는 자기가 말하고도 화늘짝 놀라 얼굴이 잘 익은 홍당무가 되어 연기가 풀풀 피어올랐다. 니나가 멈춰 서서 도미니크 쪽을 향해 뒤돌아서서 도미니크를 빤히 쳐다보았다.

“앗! 이런 무슨 말 실수를. 아까 건 그냥 못 들은 체 해! 잊으라고 잊어!”

“도미니크….”

“우왁! 미안! 먼저 가 있을 게!!”

니나의 말을 중간에서 도미니크가 끊으며 그대로 뒤돌아서서 도바르카가 있는 곳과 정반대 방향으로 열심히 뛰었다.

“… 좋아한다는 게 뭐야?”

니나의 목소리가 공허한 공간에 울려 퍼졌지만 도미니크는 들을 수 없었다.




[AD 2066 4. 3. AM 00:10 이라크 아르빌 요새 근방 상공]

이라크 정규군(이래봤자 용병들이 대다수지만)의 전차부대와 사막전용 A.T인 EDA mk-D 부대와 원거리 화력전을 위한 장비를 갖춘 I-FODex로 이루어진 부대들이 아르빌 요새를 향해 진격하면서 반란군과 즉각적인 전투에 돌입하고 있는 것이 막 전장에 진입한 도바르카의 메인 스크린에 비춰졌다.

“벌써 전투가 개시되었나 보군. 적의 전력은 어느 정도이지?”

이자라 함장이 스크린을 보며 말하자, 부함장인 최민수가 즉각 자기 앞에 모니터에 데이터를 보며 말했다.

“반군의 주력 A.T는 지금은 단종 된 Gespenst 커스텀 타입이 주를 이루며 간간히 Scorpion Hunter 두 종류가 화력과 스피드를 보좌하고 있습니다. 또한 적 전차 부대 및 방어진은 -중략- 그리고 네오 제네시스 사에서 운송 중이던 시험 제작기인 배리어 제네레이터 시스템이 반군에게 강탈되었다는 미확인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배리어 제네레이터 시스템이라, 확실히 소문으로는 네오 제네시스 사에서 개발하고 있다는 말이 있기는 있었지.”

이자라 함장은 일전 시키미에게 받았던 메일에 첨부되었던 사진을 생각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어디 배리어가 얼마나 대단한 지 시험해 보도록 할까?”

“그러니까 이자라 함장님. 단순 소문이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정말로 단순 소문이면 가스퍼 포 한 방에 끝날 테지. 가스퍼 포는 준비 됐나?”

“사용 가능합니다. 이자라 함장님.”

최민수 부함장의 대답을 들은 이자라 함장이 소리 높여 말했다.

“사정거리 내에 아군에게 회피 지령을 내리도록.”

“함장님, 이 지역 일대에 방해전파가 심해 통신이 불가능합니다.”

통신 담당 오퍼레이터가 다급한 표정으로 보고하자, 최민수 부함장은 벌레 씹은 표정을 지었고, 이자라 함장은 비록 표정이 가면에 가려져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입술을 조금 깨물었다.

“신호탄을 쏘아 올려라.”

“하지만 이자라 함장님. 신호탄은….”

“어차피 소문에 불과하다면 도바르카의 주포인 가스퍼 레일건 두 방이면 끝난다.”

“알겠습니다. 이자라 함장님. 신호탄을 쏘아올려라.”

최민수 부함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바르카의 우측 해치가 좌우로 열리며 신호탄이 위로 쏘아져 올라가 터지며 분홍색 빛깔을 방출했다.

“목표는 아르빌 요새, 가스퍼 포 전 포문 발사!

이자라 함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도바르카의 장비된 두 문의 가스퍼 레일건의 포문에서 시뻘겋게 달아오른 탄환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튕겨져 나왔다.

쾅! 쾅!

덕분에 엄청난 충격이 도바르카를 한참 뒤흔들었지만, 어쨌든 200mm 짜리 두 발의 탄환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가며 주변에 공중전을 위한 장비를 한 Gespenst 커스텀들까지 휘말려 들게 하여 추락시키면서 아르빌 요새를 향해 날아갔다.

콰지지지직!

파지지지직!!

그러나 무지막지한 속도로 날아가던 두 발의 탄환은 아르빌 요새에 도달하기도 전에 갑자기 아르빌 요새를 중심으로 전개된 다이아몬드 원형 형태의 3중 청색 에너지 배리어에 막혀 기화되고 말았다.

“쳇, 하나도 아니고 3중이라니. 반군 녀석들, 의외로 머리가 좋잖아.”

이자라 사령관은 메인 스크린에 비친 3중 청색 에너지 배리어가 전개되어 보호되고 있는 아르빌 요새를 보며 아쉽다는 듯 말했다.

“앗! 아르빌 요새에서 초속으로 금속 물체 이쪽을 향해 한 발 날아옵니다!”

“좌현 5도 정도 긴급 상승! 전원 충격에 대비하라!”

이자라 함장의 긴급 명령에 의해 도바르카는 급히 좌현을 위로 상승시켰고 아슬아슬하게 어마어마한 속도로 탄환이 좌현 아래 근처를 지나쳐 갔지만, 충격파는 고스란히 도바르카를 뒤흔들었다.

‘쳇, 이건 레일건인가? 하지만 아르빌 요새에 레일건 비스무리한 물건이 배치되었다는 정보는 없었는데.’

이자라 함장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온 탄환에 대해 조심스레 추측해보았다.



고스트 플롯은 접근해 오는 Scorpion Hunter 2기와 Gespenst 커스텀 5기를 피해 급속도로 뒤로 뛰면서 왼손에는 트라이건을 오른손에는 MALC-7 Type2를 든 채 쏘았다.

투타타타타.

펑, 펑.

Gespenst 커스텀 5기 중 가장 가까이 다가왔던 두 기는 트라이건에 걸레가 되어 쓰러지고, 한 기는 대 A.T용 스나이퍼 라이플인 MALC-7 Type2에 코어가 관통당해 붉은 액체를 흩뿌리며 터졌다.

“으으, 그만 쫓아와!”

라비니는 금방이라도 따라 잡을 듯이 쫓아오는 Gespenst 커스텀 2기와 엄청난 기동성을 보이는 Scorpion Hunter 2기를 고스트 플롯의 콕피트 정면 스크린을 통해 보면서 울상을 지었다. 원래 그녀의 기체 타입이 후방 지원 사격 및 저격이었고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이라크 정규군(이래지만 용병들로 이루어진) 중장갑을 한 EDA mk-D 5기와 전차 3대에 보호 받으며 비교적 편하게 원거리에서 다가오는 적들을 처리했었건만 갑자기 측면에서 귀신같이 나타난 Scorpion Hunter 2기에 기습으로 EDA mk-2와 전차들이 힘 한 번 못 써보고 순식간에 전멸당하고 라비니의 고스트 플롯 역시 당할 뻔 했으나 본능적으로 연막탄을 터트려 급히 후퇴한 덕에 지금 Gespenst 커스텀들과 Scorpion Hunter 2기에 바짝 쫓기는 상황이 된 것이다.

투타타타타, 퍼펑.

또 한 기의 Gespenst 커스텀이 고스트 플롯의 트라이건에 갈기갈기 찢겨 붉은 액체를 뿌리며 쓰러졌다.

“이제 3기! 조금 만 더, 아앗!!”

순간 스크린을 꽉 채우는 Scorpion Hunter의 헤드 유닛이 라비니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말은 Scorpion Hunter가 고스트 플롯의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리고 그 다음은 라비니 자신의 죽음을 의미하는 거였다.

“꺄아아아아!!”

라비니는 두 눈을 바짝 감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양 팔로 눈앞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파지지직.

그러나 들려오는 소리는 전기 스파크가 튀는 소리에 그 다음에는 무언가가 두 동강 나는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 라비니, 살아 있다면 대답해!

콕피트의 통신기를 통해 시키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라비니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스크린을 주시하자 스크린 우측 하단에 작은 사각형 모양의 윈도우 창이 뜨고 거기에 시키미의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일단은 눈물부터 닦는 게 어때. 아가씨.

시키미의 말을 들은 라비니는 깜짝 놀라 손등으로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훔치더니 곧 입술을 빼 내밀며 윈도우 창에 시키미를 보며 말했다.

“놀리지 마요! 시키미 씨!”

- 아직 기운이 팔팔한가 보네. 좋아, 지금은 그 정도면 됐어. 아직 우리 주변에는 적들이 많으니까.

시키미의 프리스베르그는 원거리에서 트라이건을 발포하며 접근하는 Scorpion Hunter 1기와 Gespent 커스텀 1기의 개틀링 건의 탄환을 즉각 어깨부에 장비된 유선식 판넬 배리어 장비인 Seraphim Feather 6기를 동시에 전방에 전개하여 청색 배리어를 발생시키며 탄환들을 막아내며 라비니에게 통신으로 소리쳤다.

- 내가 방패가 되 줄 테니, 라비니 넌 녀석들을 처리해!!

“예! 시키미 씨!”

라비니는 즉각 고스트 플롯의 양손으로 대 A.T용 스나이퍼 라이플인 MALC-7 Type2를 육안으로 제 자리에서 조준하며 한 방씩 달려드는 Scorpion Hunter 1기와 Gespent 커스텀 1기의 코어를 날려버렸다.

한편 도바르카의 상황도 안 좋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비록 아르빌 요새에 레일건 비슷한 무기가 있고 그것이 한 번 발사한 뒤 재 발사까지 딜레이가 매우 길다고는 해도, 일단 배리어 제네레이터 시스템이 소문이 아니라 진짜로 그것도 어느새 개조해서 3중으로 전개하고 있는 마당에 이대로는 반군을 섬멸하긴 커녕 오히려 이라크 정규군이 당할 판이었다.
Gespent 커스텀이야 아무리 개조했다 해도 단종 된 모델인 만큼 기본 성능이 많이 부족한 건 분명했지만 문제는 소규모의 Scorpion Hunter들이었다.

“과연 Scorpion Hunter로군요. 이자라 함장님.”

“사막전 장비를 한 EDA mk-D랑 I-FODex가 쪽도 못 쓰고 쓸리고 있는 걸 보면 말이야.”

“그러고 보니 비트사에서 최근에 발표한 사막전 A.T인 Scorpion Hunter를 소량이긴 하지만 어떻게 반군이 손에 넣은 걸까요?”

“비트사는 최신예 A.T나 제품을 평소 친분이 있는 용병단이나 군대에 먼저 판매한다는 비즈니스 전통이 있지. 하지만 지금은 그저 반군이 몰래 빼돌렸거나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겠는 걸.”

이자라 함장이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도바르카 선체가 크게 흔들렸다.

“좌현 제 C-1 블록부터 D-3 블록까지 피탄!”

“1번부터 7번 VLS 피탄!”

“B-19에서 B-25 블록에서 화재 발생! 격벽으로 차단하겠습니다!”

오퍼레이터들이 각종 피해 보고를 여기저기에서 시끄럽게 해대는 통에도 도바르카 선체는 계속 흔들렸다.

“통신은 강력한 노이즈에 방해받고, 녀석들 반군의 요새는 네오 제네시스 사에서 개발 하던 배리어 제네레이션 시스템으로 3중으로 방어하고 있고, 거기다 어느새 레일건 비스무리한 것까지 한 대 구비하고 있는 데다 비트사의 최신 A.T인 Scorpion Hunter까지… 이거 살아 돌아가면 이라크 정부에 두둑이 뜯어내야 하겠는 걸. 뭐가 도바르카의 레일건 한방이면 끝날 임무라는 거야?”

“이자라 함장님, 큭!”

최민수 부함장이 말을 미처 다하기도 전에 또 다시 강렬한 충격이 도바르카 선체에 가해지며 크게 흔들렸다.

“메인 주포 1번, 가스퍼 레일건 1문 피탄!”

“피탄당한 가스퍼 레일건 블록에서 다발적으로 화재 발생!”

오퍼레이터들의 급박한 피해 보고에 최민수 부함장의 낯빛이 새하얘졌다. 이자라 함장도 가면으로 인해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가면 밑으로 식은땀이 한 방울 씩 흘러내렸다.

“이자라 함장님, 감히 말씀 드리는 거지만 일단은 전투 구역에서 긴급 후퇴 명을 내려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우린 용병이고 어차피 의뢰 하나 실패했다고 크게 위신이 추락하지도 않을 거라는 판단 하에 하는 말이겠지. 민수 부함장.”

“그렇습니다. 이자라 함장님. 아니, 블루세이비어 용병단의 단장님으로서 훌륭하신 판단을 내리, 큭!”

최민수 부함장이 미처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도바르카의 선체가 크게 흔들렸다.

“함장! 레일건 피하는 것도 한 두 번이라고! 지금 도바르카의 상태로는 다음번에 날아오는 레일건은 못 피할 거야!”

항해사가 이자라 함장을 보며 소리 높여 말했다.

“이자라 함장님! 이제 결단을!!”

최민수 부함장이 이자라 함장을 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자라 함장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가에 미소를 슥 띠우며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레일건의 사정거리와 속도는 제군들이라면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차피 지금 후퇴한다 해도 현재 도바르카의 상태로는 아르빌 요새의 레일건이 다시 장전을 마칠 때까지 사정거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차피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라면 블루세이비어 용병단으로서 마지막 도박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

“이자라 함장님?”

“레일건은 제군들이 사용해봐서 알듯이 전력 소모가 막심하다. 더불어 한 번 발사하고 나서 레일이 녹아버리기 때문에 재장전 시간도 길다. 더불어 아르빌 요새에 배리어 제네레이터 시스템 역시 척 봐도 전력 소모가 막심해 보이는 물건으로 보이지 않나? 그것도 무려 3중으로 배리어가 쳐져 있다.”

“그렇다면, 이자라 함장님께서 노리시는 도박이란 것은!”

“아르빌 요새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시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그 시설을 파괴해서 아르빌 요새로의 전력 공급을 차단한다면 승기는 있다.”

이자라 함장의 말에 오퍼레이터들을 비롯해 항해사 부함장인 최민수까지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함장. 발전시설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나? 또한 발전시설을 파괴할 여유 병력도 없고, 가스퍼 레일건은 하나 밖에 쓸 수가 없다네.”

“그러니까 도박이라는 겁니다. 제군들도 잘 알지 않습니까?”

항해사의 반박에 이자라 사령관이 단호하게 말하자, 항해사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수긍하며 말했다.

“쳇, 좋아! 어디 함장의 도박에 놀아나보도록 하지. 적들의 발전시설이 먼저 파괴될지 우리들이 먼저 저 세상에 갈지 어디 두고 보자고!”

항해사는 궁시렁 거리면서 제 할 일에 집중했다. 이자라 사령관은 통신 담당 오퍼레이터들을 보며 말했다.

“아직도 방해 전파가 심한가?”

“예. 하지만 채널 베타2로 돌린다면 노이즈가 심하긴 해도 아주 간단한 텍스트 정도는 전파 중에 방해 전파 살포하듯 하는 건 가능할 거예요. 물론 우리측 A.T가 수신하기를 기도해야 한다는 게 문제지만.”

“그거면 됐어. 지금 아르빌 요새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시설 파괴 지령을…”

“함장님! 방금 들어온 보고입니다만 5시 방향 쪽에 아르빌 요새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 시설로 추정되는, 꺅!!”

여성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또 다시 도바르카 선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下편에서 계속-



===============================================================================================


하 편은 오늘 중으로 올릴 예정...

설정만 마저 쓰면 되는데,

지금 시간이 시간이라서...



# 순서
아란영원전설호박기사잭갈가마스터


p.s 하얗게 불태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