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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테창-릴레이완결] Tialist

2006.12.21 08:17

아란 조회 수:76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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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창-릴레이소설 완결]
제목(팀명) : Tialist
장르 : SF
총화수 : 전 25화 완결
팀장 : 아란
팀원 : 다르칸, 영원전설, 높새바람(핏빛노을.), 카에데
연재기간 : 2004년 10월 24일부터 2005년 4월 9일 전 25화 완결

[Tialist] 20 : 모두가 생각하는 밤
글쓴이 : 다르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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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과 공포, 전투, 승리와 패배, 암울한 미래를 예견한 것일까. 언제나 바쁘고 정신없던 유라시아 지부는 거의 최초라고 할만한 한산한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딸랑. 붉디 붉은 와인잔에 담겨져 있는 술은 언제나처럼 그의 목을 타고 넘어가고 있었다.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동네로군 큭, 아멘"

연신 아멘을 외치면서도 그는 술잔을 입술에 대고 있었다.
지잉-. 짧은 기계음이 들리고 문이 열렸다. 음산한 어둠을 몰아낸 밖의 빛은 안데르센 신부를 비춰주었다.

"이봐, 너 말야 너무 삐뚤어져 있는 거 아냐?"

빛과 함께 등장한 이는 유우키였다. 언제나와 같이 약간 구부러진 담배의 필터를 입에 물고서는 잔뜩 폼을 잡던 그에게 영문 모를 술잔이 날아들었다.

"미친 자식!! 왜 던져?"

"건방 떨길래 던졌다."

어느 덧 십수년이 흘러버렸다. 맨 처음 유럽에서 신부를 지망하던 안데르센과 유우키가 만난 것은 그러나 둘은 아직도 변함이 없었다. 매니악하게도 광신도 짓거리를 떼지 못 하는 신부님이나, 웃기지도 않는 개그를 늘어놓는 자칭 꽃미남이나.

"크크크큭, 크하하핫!"

"푸하하하하!!"

문득 둘은 이렇게 웃어본 것이 언제였던지 그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
.
.
오랜만에 흐르는 정적이었다. 사방은 어둠 속에 뭍혀 있었고 그녀가 죽은 뒤에는 이런 곳이 그에겐 가장 좋은 곳이 되었다. 인간을 만나길 거부했고 오로지 복수를 위해 살아왔다.

"하아-. 정말 오랜만에 피는 것 같아"

그는 시가의 뒷 꽁무니를 물고는 창가로 의자를 돌렸다. 찬란히도 빛나는 만월은 그를 아직까지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었다. 앞에 서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서는 만인의 살행을 이어왔던 그였으나, 왠지 그 뺨에 흘러내리는 것의 영문을 알 도리가 없었다.

"너는 참 순수해"

"그런가?"

너무나도 육중한 듯 분위기를 흘리는 그와는 달리 그 앞에서 다리를 깔짝거리는 소녀의 모습은 너무나 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질 않고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했던 건 뭐지?"

"만물의 동화."

"큭, 너도 결국엔 용인 거냐? 만물의 동화라니...마치, 티아리스트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를 하는군"

"아니, 네가 생각하는 강제적인 동화가 아닌 모두가 생각하는 평등한 동화."

정적이 흘렀다. 담배 연기로 구름을 만들어 만월을 가린 후에야 그는 입을 열었다.

"그건 이상적인 거야. 파라다이스 말이지, 이상향이라는 것은 결코 이룰 수 없기에 이상향이라 부르는 거지"

"적어도 용과 인간과의 이상향은 만들 수 있겠지"

"잘 모르겠군"

만월은 서서히 기울어가고 있었다.
.
.
.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잠을 자고 있었다. 제대로 된 침대로 없었지만, 그 아이들을 돌아다니며 A-X48(지수)와 B-X49(지나)는 그런 아이들에게 하났기 정성껏 이불을 덮어주었다.

"지수, 지나야"

"응?"

하얀머리의 아이는 유난히도 여려보였다. 불안감에 젖은 눈은 자신들에게 잘 대해주는 두 사람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폐기되는 거야?"

"누가!"

"아니, 그렇지 않아. 우린 이제 인간이 될 수 있을꺼야"

태어나서부터 고된 훈련을 거치고 제대로 된 대접도 받지 못 했던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인간'으로써의 인권과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서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그 이전에 토론에 타고 인간들과 함께 어울렸던 이들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흐윽..."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시작으로 아이들은 저마다 훌쩍이기 시작했다. 짓누르는 공포와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머릿속에서 뒤엉켜 버린 앞으로의 상상들에 대한 불안감이 누적된 아이들은 이제 그런 불안감으로 인해 맨 처음 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 역시 똑같은 피부와 피를 지닌 인간이었기에...

"울지..마! 울지..흑윽, 말란 말이야!"

"얘들아, 울지 마..."

A-X48(지수)와 B-X49(지나)가 연신 아이들을 달래도 보았지만, 결국 달빛마저 미추질 못 하는 어두운 지하에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
.
.
유박사와 클레이즈박사는 눈앞에 펼쳐진 대형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쌍둥이처럼 한 손에는 커피잔을 든 모습이 정겨웠으나, 그들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펜릴이라..."

"블랙홀의 원리라는 것은 그야말로 흡수한 뒤 갈갈이 찢어버리는 게 아닙니까? 게다가 그 흡수력은 주위에 빛을 흡수할 정도. 이론상 지구는 주먹만한 블랙홀 만으로도 먼지조각이 되어버릴 수도 있을텐데..."

유박사의 걱정에 클레이즈박사는 짧게 미소를 지었다.

"걱정마세요. 비록 블랙홀이라고 표기하고는 있으나, 펜릴은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블랙홀이라고 하는 것이지. 정확히 말하면 블랙홀이 아닙니다. 게다가 블랙홀은 발견되지도 않았잖아요-."

"그렇지만..."

"걱정말아요. 잘 될 거예요."

대형 모니터에는 펜릴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반원형의 조직도가 그려져 있었다. 총 6단계로 나뉘어져 있는 펜릴의 구조를 보던 유박사의 눈이 찌푸려졌다.

"만약 펜릴이 이론상 맞다면, 그에 맞는 무기는 오히려 쉽게 만들 수도 있겠군요."

"그렇겠죠"
.
.
.
밝은 방이었다. 두 소년이 서로를 마주보고서 앉아 있었다. 한 시간 전부터 그들은 변함이 없었다.
맨 처음 입을 연 것은 훨씬 나이가 많이 보이는 아이였다.

"네 자신을 찾은 거니."

"응"

"기억 나?"

"응"

짧게 카렌티어스의 얼굴에 물기가 비쳤다. 아카라는 변함없이 앉아서 웃고 있었다.

"만나고 싶었어"

"나도"

무슨 말을 해야할까. 마치,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면서 막상 무엇을 가질지에 대해 고민하는 꼬마들처럼 순진한 고민에 둘은 빠져들었다. 그들은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기에.

"힘들었어?"

"아니, 너는?"

"나도 별로 안 힘들었어"

둘의 이야기는 전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 했다. 단순한 끝말잇기처럼 단순하게 주고 받는 대화였고 그 안에 든 주제 따위는 없었다.
지이잉-. 문이 열리고 한 소녀가 들어왔다.

"아-."

"여어-."

핀트가 어긋난 듯 했지만, 소녀는 그런 것에 게의치 않고 들어와 아카라의 옆에 앉았다.

"오빠가 널 보고 싶다고 했어"

지이잉-. 문이 열리자, 창백한 소녀도 들어왔다.

"오빠아-."

"유리카"

창백한 소녀는 카렌티어스의 옆에 앉았다. 대면하는 모습은 거울과 같이 서로의 모습을 향해 바라보았다.

"우리 오빠가 좀 더 낫지"

"아냐, 우리 오빠는 키도 더 커"

마치 초등학생의 싸움이랄까. 결국 커지고 커진, 두 소녀의 어리광에 두 오빠는 웃으며, 둘을 말렸다. 결국 손을 붙잡고 나가는 두 소녀와 서서 걷는 소녀는 뒤를 돌아보며, 아카라에게 웃음을 보내주었다.

'오빠 잘해!'

"하하핫-."

"휴우-. 뭐가 웃겨?"

변했다. 성격도 변하고 모습도 변했지만, 그가 카렌티어스임에는 변하지 않았다.
변했다. 성격도 변하고 모습도 변하고 능력도 변했지만, 아카라임에 변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를 보면 환하게 웃었다.

"정말, 새로 생긴 동생이 이쁘구나"

"유리카는 귀여운데"

안타깝게도 소녀가 선물해준 것은 분위기뿐이었고 두 소년은 분위기를 띄운다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이들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왜"

"왜"

둘의 입에서 동시에 튀어나온 것은 '왜'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걸까.

"너 먼저 말해라"

"으응, 너는 왜 네 어머니를 네가 죽였다고 말한 거야?"

아카라는 입을 다물었다.
카렌티어스도 입을 다물었다.
다시 한 참이나 시간이 흐른 것 같은 뒤에야 카렌티어스는 입을 떼었다.

"네가 용안을 주었기 때문에"

.

"너는 왜 돌아온 거야?"

아카라는 말을 하지 못 했다.
카렌티어스는 아카라를 바라보았다.
마치 시간이 억겹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든 후에 아카라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찬란한 빛.

"네가 용안을 받아주었기 때문에 네가 보고 싶어서"

"푸훗...푸하하하핫!"

"쿡..크크크큭!"

"너랑 나는 너무 많이 닮았어"

"그래"

둘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계속해서 남아있었다. 그것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랑 친구할래?"

"언제든지 환영"

오랜만에 잡아보는 손. 더 이상 놓지 않을 것이다.
.
.
.
생명이라는 것이 남아있지 않은 대륙. 유럽...거대한 백색 트론이 앉아 있었다. 그 어깨엔 중년인이 앉아 먼지 가득 묻은 시가를 피고 있었다.

"제길, 먼지구덩이 속에서 하나 밖에 발견 못 하다니..."

이미 간신히 움직이는 이미르를 바라보던 알렉산더의 얼굴에 한숨이 피어올랐다.

"유일하게 남은 곳은 유라시아라고 했겠다... 가서 고쳐달라고 해야지 뭐. 그렇지? 이미르"

하늘을 청명하게 밝히고 있는 태양은 곧 만월로 바뀔 듯이 어둠이 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