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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하모니카

2005.08.23 06:50

레드샤크 조회 수:146

extra_vars1 진실. 그것의 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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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는 병사들에게 정보원이라 소개한 후, 가이우스를 후미진 곳으로 데려 왔다. 그리고 가이우스에게 내가 알고 싶은 것을 묻고 있다.

"네가 추적대의 대장이었나 다비드."

가이우스가 내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나는 재차 물었다.

"지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고 있잖습니까. 다마스커스님."

가이우스는 잠시 내 눈을 바라보다 힘 없이 고개를 떨궜다. 예전의 그 강직했던 가이우스는 온데간데 없었다. 가이우스가 힘 없이 말했다.

"네가 보고 있는 그대로다. 신시아에서 파문당하고, 에스나르 교국에서 추방당했으며, 가문에서도 퇴출당한 불쌍한 이가 바로 나다."
"지금 그런 것을 묻고 있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나도 모르게 화를 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의 가이우스는 너무 바보 같았다. 내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마스커스님... 저는 지금 당신이 어째서 그렇게 된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

가이우스는 말이 없었다. 그저 바닥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그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어깨를 강하게 흔들며 소리쳤다.

"당신을 동경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파문당한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저는 당신을 찾기로 한 것입니다! 제게 진실을 가르쳐 주실 분은 당신 뿐이기에...!"

그의 어깨를 붙잡은 채로 나는 울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진실. 그것의 뜻을 아느냐 다비드."

나와 가이우스는 항구에 걸터 앉아 저무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가이우스가 한 말은 내가 처음 교황청에 들어왔을 때 가이우스가 내게 해준 말이었다.

"그것은 신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진리 아닙니까."

내가 한 대답 역시 가이우스가 그때 내게 해준 말이었다. 가이우스가 말했다.

"아니. 그것은 신이 알고 있는 진실이다. 그러나 신도 모르는 진실이 있다. 그것이 무언지 아느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시 가이우스가 말했다.

"진실이란 우리가 믿고 있는 현실이 바로 진실이다. 교황청의 다른 사람에게는 내가 사탄 숭배자라는 것이 진실일 테고, 내게는 추기경이 나를 모함했다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네게 진실은 무엇이냐."

고민할 여지도 없었다.

"당신을 파문시킨 신시아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제 진실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인간이 말하는 신시아에는 분명 문제가 있을 테지... 다비드. 진실이란 것의 고통을 알고 있느냐."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다소의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모든 인간은 추악한 진실의 일면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 그 추악함을 들춰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진실의 고통이다."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가이우스는 진실이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진실의 일면을 알기 위해서는 다소의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복수를 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나는 나를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복수는... 신께서 노여워하실 것입니다."
"상관 없다. 인간들이 만든 신이라면 그럴 테지만, 진정 하늘에 신께서 존재하신다면 이런 나를 용서해주실 것이다."

가이우스가 일어나며 말했다.

"다비드.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믿지 마라. 네가 본 것만이 진실이다. 네가 들은 것만이 진리다. 네가 느낀 것만이 세상일 것이다."

황혼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가이우스의 뒷모습은 유난히 슬퍼 보였다.




해가 완전히 저문 후에 추적대가 묵고 있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의 식당에서는 내 병사들이 한창 술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곧장 방으로 향했지만, 아무도 내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어디를 갔다 왔는지조차 궁금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숙소의 방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천장이 나를 주시하는 듯 했다. 신은 정말 있는 것일까. 머리 속이 복잡했다.
내가 처음 교황청이란 곳에 들어왔을 때, 내 머리 속은 의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신을 믿기는 하지만, 정말 그 신이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가이우스는 내게 그 의심을 풀어주었다. 신이 역사하신 증거, 신이 만들어오신 세상 등을 예로 들어주면서 말이다. 그러나 내게 다시 의심이 생겼다. 정말 신이 있다면 왜 가이우스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정말 신이 있다면 왜 고통스러워하는 인간들을 그저 두고보기만 하는 것일까.
알 수 없다. 그저 눈을 감고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끄아아아악!!!”
“도, 도로테아 님!! 제, 제발 살려주세요!!!”

바깥의 소란에 눈을 떴다. 여전히 천장은 나를 주시하고 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 밖을 본다. 아수라장. 바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피와 살이 떡이 되어 거리에 널려 있었다. 마녀 도로테아. 세상이 그녀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나는 재빨리 각방에서 자고 있는 병사들을 깨웠다. 그러나 병사들은 간밤에 너무 퍼마셨는지 일어날 생각들을 안했다. 결국 나는 옷을 입고, 무기를 챙겨 혼자 밖으로 나왔다. 지옥이었다. 아이들은 이 참극에 울고 있고, 여자들은 실금을 하며 주저 앉았다. 남자들은 이 구역질나는 광경을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고, 나는 지금 이 지옥을 조사하고 있다.
도로테아는 항상 요란했다. 항상 이렇게 이단 심문소와 관련된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사라졌다. 그녀 스스로는 잔인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을 심판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그저 무자비한 학살일 뿐이다. 그들과 똑같이 되는 길이란 말이다.
나는 무참히 살해된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하며 성호를 그었다.

"무참히 살해된 이들에게 아버지의 거룩하신 인도가 있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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