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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테창-릴레이완결] 물망초 #제1장

2006.12.20 17:22

아란 조회 수:32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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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창-릴레이소설 완결]
제목(팀명) : 물망초
장르 : 판타지
총화수 : 전 23화 완결
팀장 : 아란
팀원 : [vk]파멸, 이블로드, 기브, 장사장, jedai, EnEd
연재기간 : 2004년 2월 7일부터 2004년 4월 6일 전 23화 완결

[물망초] #제1장 - 13
글쓴이 : 장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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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이 러스티가 된지도 한 달이 훌쩍 넘었다. 그는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덕분에 여러 가지 공부를 해야 했지만 그런 쪽에 관심이 없는 그의 눈에는 유일하게 검 밖에 보이지 않았다.

  ˝러스티니이임~˝

  러스티(무명)는 검을 만지던 손을 멈추고 작게 미간을 찡그렸다. 벌써 21번째. 그는 짜증을 내는 것조차 귀찮아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 자식 대체 여자가 몇이야...
  한껏 몸을 노출시킨 야시시한 옷을 입은 여인은 고혹적인 자태로 러스티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등에 얼굴을 기댔다.

  ˝흑흑흑.. 러스티님이 어떻게 되신 줄 알고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소녀 그동안의 밤을 눈물로 지새우며 러스티님이 살아계실 거란 믿음만 가꾸었답니다. 이렇게 돌아오시니 저의 그 믿음이 결실을...˝
  ˝꺼져.˝

  러스티는 무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의 안락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셸이 읽으라고 신신당부한 책들을 쭉 훑어보았다. 여인은 영문을 몰라 하더니 곧 다시 배시시 웃으며 러스티의 옆에 앉았다. 그리곤 의자에 걸친 러스티의 팔을 슬슬 쓰다듬었다.

  ˝어머, 과, 과격하셔라. 그 사이에 스타일의 변화를 꾀하셨나 봐요? 예전의 그 유머러스한 모습도 정말 좋았지만, 지금 이 터프한 것도 괜찮은 걸요?˝

  러스티는 그것을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그는 고민했다. 크리스킨, 그 광활한 대륙의 위대한 역사, 크리스킨의 각종 나라들, 크리스킨의 지리적 요점과 상업과의 관계, 크리스킨 종합 대지도, 크리스킨의 검술들, 크리스킨... 크리스킨.. 크리스킨..
  그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렀다.

  ˝그러지 마시고 소녀를 좀 봐 주세요오~ 소녀 러스티님을 뵙기 위해 몸치장을 아주 열심히 했답니다~ 제 이 섹시한 스타일, 어때요?˝

  그러면서 그녀는 일어나 나름대로 섹시한 포즈로 한 바퀴를 휙 돌았다. 그러자, 러스티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여자는 섹시함으로 승부해야지.

  ˝아직 안 갔나.˝

  여인이 입을 벌리고 멍하니 있는 동안 러스티는 크리스킨의 검술들이란 책을 골라 책장에서 꺼냈다. 예전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제일 관심이 가는 것이 크리스킨의 검술일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의 검술을 통달했다. 이제 전혀 다른 새로운 검술이 그의 손을 거쳐 갈 것이다.
  여인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며 당황해했다. 뒷걸음질 치던 그녀는 책상위에 놓인 검 바로 옆에 예쁘게 생긴 브로치 하나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어머어머, 러스티님도 참~ 선물이 있으시면 그냥 주시지 일부러 그렇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시다니~˝

  그녀는 방긋 웃으며 그 브로치를 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러스티가 벌떡 일어섰다. 싸늘한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놔.˝
  ˝어머~ 정말 예쁘네요~ 마음에 딱 드는걸요?~ 이건 꽃인가요?˝
  ˝놓아두라고 말했다.˝
  ˝에이, 괜찮다니까요, 전 이 브로치가..˝

  그리고 그녀는 그의 눈을 보았다.



  ˝러스티~ 나 왔어~˝

  막 문을 밀치고 들어오던 셸은 깜짝 놀라며 멈춰 섰다. 러스티는 책상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떨어진 브로치를 주워들어 품안에 집어넣었다. 여인은 눈물에 콧물에 침까지 질질 흘리며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아있었다. 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게 무슨 짓이야?˝

  러스티는 조용히 검을 잡았다. 그리곤 셸을 돌아보았다.

  ˝나가자.˝

  그는 천천히 걸어 셸을 지나쳐갔다. 그녀는 멍하니 주저앉은 여인을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역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하녀에게 그 여인을 처리해달란 말을 잊지 않았다.


  ##


  ˝주점? 너.. 술도 마실 줄 알아?˝

  러스티는 그녀를 무시한 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관을 겸한 저급 주점에는 점심때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구석진 곳에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왁자지껄한 소음이 구식 주점을 쓰러뜨릴 것만 같았다.
  러스티는 가벼운 술을, 셸은 과일주스를 주문했다. 셸은 가만히 앉아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이런 곳이 익숙치 않았다. 우락부락한 사내들의 침과 땀을 느낄 수 있는 예민한 그녀는 보통사람들과는 느끼는 것 자체가 달랐다.

  ˝이곳 말고도 조용한 곳이 많아. 굳이 이리로 올 필요는..˝
  ˝넌, 왜 내가 좋은 거지?˝

  순간, 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당황, 황당, 부끄럼? 그런 것이라기 보단 일종의 수치심이었다. 물론 자신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엘프로서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이 그것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렇게 대놓고 질문을 받자 기분이 나빠졌다.

  ˝무,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나 같은 엘프가 인간에게 관심이 있을 리... 없잖아...˝

  단발머리에 앞치마를 두른 여종업원은 경쾌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방정맞게 뛰어왔다. 곧, 레드 마운틴과 블루 파라다이스가 투박한 나무 탁자위에 떨어지다시피 놓여졌다. 종업원은 주문을 확인하곤 다시 쏜살같이 카운터로 돌아갔다.
  셸은 거칠게 컵을 들고 과일주스를 벌컥벌컥 삼켰다.

  ˝아하하.. 여기 생긴 건 좀 그래도 쥬스 맛은 일품인데?˝

  러스티는 시선은 내리깐 채 탁자위의 레드마운틴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잠시간 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어이어이, 이거 우리가 합석을 해야겠는데, 이 어리 숙한 녀석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우헤헤헷~˝

  힐끗힐끗 셸을 쳐다보던 한 무리가 그들 자리로 다가왔다. 그중 리더로 보이는 한명은 터프하게 의자를 낚아채더니 셸의 옆에 앉았다. 하지만 정작 앉아있던 둘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이봐, 이러면 곤란하지~ 그러지 말고 이 오빠에게...˝

  셸은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겼다. 엘프 특유의 길고 뾰족한 귀가 확연히 드러났다.

  ˝그냥 가시죠.˝

  일당들은 당황했다. 대체로 인간마을에 방문할 정도의 엘프라면 나이도 꽤 먹었을 테고 자기 몸 하나 정도는 지킬 힘이 있는 게 당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엑스트라들은 지나친 자만심에 빠져있었다.

  ˝아.. 하.. 하하~ 어쩌라고? 엘프라는 거 하나로 우릴 협박하려고? 우리 쪽수가 얼만데~!! 곱게 굴지 않으면 혼내줄 테야! 와하하하~˝

  셸는 귀찮다는 듯 주먹에 힘을 주었다. 순간 러스티가 벌떡 일어났다. 일당들과 셸의 시선이 한 번에 집중되었다.

  ˝뭐? 반항하려고?˝

  러스티는 셸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시선을 모른척했다.

  ˝뭐 칼이라도 뽑으려고? 앙?!˝

  소리치던 근육질의 리더가 일어서는 순간, 러스티는 살기를 내뿜었다. 순식간에 주점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일어서던 리더는 엄청난 공포에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털썩 쓰러졌고 셸은 미친 듯이 뛰는 심장소리를 느끼며 떨고 있는 팔을 서로 맞잡았다. 한낮의 주점에 고요함이 감돌았다.
  러스티는 품속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다. 애수의 눈빛이 순간 스쳐지나갔다.

  ˝그렇겠지. 마음만 아플 테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곤 뚜벅뚜벅 주점을 걸어 나갔다. 그렇지만 주점 안은 여전히 숨 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부들부들 떨던 셸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곤 이를 세게 물었다.

  ´.. 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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