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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이상한 나라의 시우

2010.11.29 18:08

시우처럼 조회 수:629 추천:2

extra_vars1 동물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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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언제나 정확하고 빠른 뉴스, UBC 뉴스입니다. 첫 소식입니다. 이영준박사가 이끄는 제 2 월면기지 팀이 미국의 연구 팀과 함께 달 심층부에 대한 공동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박성현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영준, 불과 20대 후반에 NASA 수석연구원 자리까지 오를 정도로 천재이자 노력가이고 수완가였으나 대한민국의 과학발전을 위해 모든걸 포기하고 귀국한 남자. 한국의 우주공학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남자. 명문가 출신의 아름답고 현명한 여자의 남편이자 엄친남, 엄친녀를 자녀로 둔 아버지. 그야말로 모든 걸 가졌다 평가 받는 그 남자. 그 남자가 바로


 


 내 아버지였다.


 


 나를 둘러싼 이 엄청난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찌나 황당스럽던지. 무슨 삼류 드라마 촬영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엄청난 사람이 내 아버지로 설정 되어있단 말인가. 거기다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 회장의 딸이 우리 엄마라고?


 


 하지만 또 이상한 건 이런 엘리트 가정이라면 호화로운 이층집에 가정부를 두고 집 앞에는 고풍스러운 정원이 펼쳐져야 마땅할 텐데 우리 집은 모든 것이 너무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고 집에 오고.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버지와는 우리들에 대해선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 했다. 그저 재수없는 엄친남 정도의 평가를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는 정도? 누구도 내가 이영준 박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 아저씨가 취재를 제한한 걸까? 에이 설마. 그러고 보니 아저씨가 연애인도 아니고 애초부터 사람들이 가족에 대해 궁금해 할 리가 없잖아.


 


 아함, 그나저나 아빤 어디 갔어?”


 


 동생이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한다. 이 녀석은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만? 아님, 가족한테 영 관심이 없던지. 방금 뉴스에서 이영준라고 말하는 거 못 들었어? 그러니까 공동연구고 뭐고 해서 한참 바쁠 때라고. 그런 분이 온전히 집에 계실 리가 없잖아.


 


 아버지는 새벽에 출근하셨어. 오늘부터 많이 바쁘시데.”


 


 아줌마가 동생 옆 자리에 밥그릇을 놓으며 동생에게 말했다.


 


 으음.”


 


 그리곤 동생은 너무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젓가락을 깨작거리기 시작했다. 하아, 딸내미 키워봤자 저렇게 되는 건가?


 


 [다음 뉴스입니다. 연쇄 실종사건에 대해 수사를 담당한 강남 경찰청은 이번 사건에 대해…]


 


 뉴스는, 어느덧 다른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연쇄 실종 사건이라니, 단체로 가출이라도 한 건가?


 


 토스트라도 해 줄까? 입 맛이 영 없나 보네.”


 


 아까부터 밥알을 세는 건지 밥을 먹는 건지 영 분간이 안 되는 동생을 보다 못한 아줌마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생은 토스트라고 특별히 반기는 기색은 없었지만 평소에도 밥보다는 빵을 좋아하는 녀석이니 먹기는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나저나 아들은 정말 도시락 안 싸가도 돼?”


 


 식빵 봉지에서 빵을 꺼내 토스트기에 집어넣던 아줌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요즘 다들 소풍 갈 때 도시락 안 싸가요. 그냥 보통 사먹죠.”


 그래?”


 


 그러고 보니, 오늘 나 소풍 가는 날이었구나. 아줌마가 말 안 꺼냈으면 자칫 아무도 없는 교실로 등교할 뻔 했다.


 


 오빠네 학교는 공부 안 해? 무슨 과학고가 맨날 놀러 다녀.”


 


 빵 먹을 생각에 일찌감치 젓가락을 내려 논 동생 녀석이 한 손으로 턱을 괴며 괜히 또 시비를 걸어온다.


 


 부러우면 너도 우리 학교 오던가.”


 싫은데? 내가 미쳤어? 변태랑 같이 학교 다니게?”


 


 아아. 그래. 그래. 변태랑은 같이 학교 다니기 싫으시겠지... 아유, 저걸 그냥 내가 어떻게 하면 좋으리까.


 


 가연이. 오빠한테 그러면 못쓴다.”


 


 다행히 상황은 아줌마의 제지로 정리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엄마 몰래 나를 향해 혀를 길게 내미는 저, 바로 저 표정! 크아악. 생각 같아서는 꿀밤이라도 한대 매겨야 속이 시원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다 구어진 토스트를 가지고 아줌마가 식탁으로 돌아 온 후였다.


 


 어디로 가는데?”


 


 동생이 빵을 오물거리며 묻는다. 거참, 어떻게 저런 성격으로 어떻게 학교회장이 됐지. 설마 저 학교는 회장을 얼굴로 뽑나? 하긴, 저 녀석은 집안과 집밖에서 사용하는 인격이 완전 다르니까. 여우 같은 것. 완전히 구미호가 열 마리쯤은 들어앉은 듯싶었다.


 


 어린이 대공원.”


 


 동생의 한쪽 입 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간다. 아아 마치 환청이 들리는 듯해. 니가 그런 표정으로 내 뱉을 수 있는 말이란 건 대략,


 


 뭐야, 완전 후져. 요즘도 소풍을 그런데로 가?”


 


 정도가 되겠지? 하지만 예상을 했다해도 정신적 타격까지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에휴, 아까는 소풍 간다고 뭐라더니 이젠 아예 장소 갖고 시비냐?


 


 몰라. 내가 정했냐? 그냥 선생님들이 회의해서 결정하는 거지. 그래도 일년에 소풍 한번 안가는 너네 학교 보단 훨 낫다.”


 뭔 소리야? 이번에 선생님들한테 이야기해서 내년엔 학기 마다 한번씩 가는 걸로 바꿨거든?”


 , 그려셔?”


 


 이마에 뭔가 십자가 모양의 힘줄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잘 먹었습니다.”


 


 , 남아있는 밥그릇 안의 밥을 입안에 구겨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여기 앉아 있다가는 성질만 사나워질 것 같았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이젠 그야말로 위험수위였다. 빨리 벗어나는 게 상책이었다.


 


 욕실에 가서 대충 머리를 감았다. 드라이는 보통 안 하는 편이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 젖은 머리는 위험했다. 아직 10월인데도 요 며칠 기습적인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건성건성 머리를 손가락으로 털어대며 말렸다. 드라이를 마치자 날씨 탓인지 피부가 적잖이 땡겼다. 스킨 따윈 무시하고 로션을 대충 찍어 바른 후, 욕실을 빠져 나왔다. 주방에는 어느새 라디오가 꺼져있었다. 우유로 입가심을 하는 지 입술 위에 허옇게 칠을 한 동생이 의자에 앉아 나를 노려본다. 나는 애써 무시하며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나저나 뉴스 좀 듣지 그새 꺼버리니.


 


 방에 들어와 시계를 보니 7 35분이었다. 친구녀석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8 10분이니까. 전철역까지 걸어갈 시간을 생각하면 시간이 빠듯했다.


 


 서둘러 옷장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옷장 속에서 곱게 드라이클리닝 되어 있는 교복을 꺼냈다. 드라이클리닝이라니. 우리 집에서는 일년에 한번 해줄까 말까 하는 것을 여기서는 주마다 하느라 바빴다. 갑부는 아니더라도 이 집안이 보통 집안이 아니라는 게 새삼 느껴졌다. 게다가 더울 놀라운 건 교복이 무려 3벌이라는 것이었다. 동복, 하복, 춘추복 이렇게 3벌이라는 뜻이 아니라 절기 옷마다 세벌씩 차곡차곡 옷장에 쌓여 있었다. 놀라운 재력. 보통 한 세트로 구매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데 말이다.


 


 춘추복을 걸쳐 입고, 그 위에 윈드브레이커를 겹쳐 입었다. 아직 동복을 입을 때는 아니라서 날씨가 추우면 이렇게 춘추복에 겉옷을 입곤 한다. 그런데 올 가을에 아줌마가 백화점에서 옷 사왔다며 건네준 이 바람막이. 이 역시도 가격표 태그를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쪼그려 앉아 양말을 신는데 얼핏 눈 앞 전신거울에 내 모습이 비친다. 매번 거울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건 뭐 그야말로 한류 스타 급 외모였다. 이런 녀석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니. 그야말로 부러워 배꼽이 빠져나갈 지경이었지만, 지금은 내 몸일 뿐이니 이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미안해. 사실 마냥 이 상황이 싫은 건 아니었다. 돈 많은 집안에 잘생기고 머리 좋은 녀석이라니. 꿈 속에서라도 좋아서 팔짝 뛸 노릇인데, 여긴 게다가 현실이거든. 저쪽 세계에 있을 내 육신아. 부디 용서해다오. 엄마 용서해주세요.


 


 다녀오겠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계신 아줌마를 향해 인사를 하고 현관으로 향했다. 동생은 방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신발을 신는데 주방 쪽에서 잘 다녀오라는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찬 바람이 내 얼굴을 세게 밀쳤다. 역시 머리를 말리길 잘했어. 완전 감기 걸릴 뻔 했잖아. 난 서둘러 엘레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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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그리고 이젠 며칠만 있으면 12월, 그야말로 겨울이군요.


2010년도 이제 그 생명을 다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드디어 10화네요.


태어나서 이렇게 길게 써보는 건 처음 인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이 보시면, 고작 10편 가지고 호들갑이다 싶으시겠지만,


저의 인내력과 동기부여 수준으론 정말 여기 까지 오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저의 글쓰는 실력은 왜 향상이 안되죠?


이건 정말 그야말로 개인적인 7대 불가사의중에 하나입니다.


 


아무튼, 이런 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