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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FE]레온 이야기

2007.08.17 15:59

일렌 조회 수:2206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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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안녕하세요~ 음악 마을에 살고있는 일렌입니다.


글은 처음 써보는 것이라 어색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네요 ㅡ,.ㅡ;;


그리고 시점도 1인칭과 3인칭이 섞여있다는...(이해해주세요 처음이니까...)  


재미도 없는게 쓸데없이 길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세효 ㅜㅜ


말년휴가 10일 반납하고 쓴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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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이야기』


 


 


 


~§등장인물§~


 


◈트리니트 가문◈


[프레드 트리니트]


-이스타인 대장장이 최고의 마법검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소피아 이날디]


-아버지인 필리온 이날디의 뒤를이어 루나셀의 궁정대마법사가될 그녀는 그에 걸맞는 능력을 가진 천재마법사였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의 뜻을 져버리고 트리니트가의 사람이 되어 프레드의 꿈을 실현시키기위해 자신의 모든 마법적능력과 지식을 그에게 투자하게 된다.


[레온 트리니트]
-트리니트가문의 장남으로 약간 내성적인 성격 허나 검술실력은 또래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일렌 트리니트]
-호기심이강하며 형인 레온을 매우잘따르며 또 그의 검술실력을 동경하지만 아버지의 대장장이 기술을 더 좋아하는 17세 소년이다.


[아이린 트리니트]
-활달한성격을 가진 트리니트가문의 귀염둥이 막내. 어머니를 닮아 마법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있다.


 


◈떠돌이 음유시인◈


[엘리나]
-고아원출신의 음유시인으로 천상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찾아 여행중이다.


[튜토]
-엘리나의 친동생


 


◈영혼의 돌과 관련된 인물◈


[벤 크루져]


-영혼의 돌을 수집하는 자. 무슨 목적에서 돌을 수집하는지 알려진바없다. 돌을 얻기위해선 어떻한 수단도 가리지않는다.


 


◈기타 인물◈


[데르반 폰 메르토]


-그란빌에 꾀 영향력있는 기사로 무기 수집이 취미이며 브리니트가의 무기를 즐겨사용한다. 집안 사정으로 기사가되기 어려웠던 레온에게 아카데미에 갈수있는 길을 열어준 고마운 은인이고 프레드 브리니트와 절친한사이 이기도하다.


[아르고 폰 자르만]


-데르반 폰 메르토와 같이 그란빌에 영향력있는 귀족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신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아베 폰 자르만]


-아르고 폰 자르만의 아들로 성심이 악하여 그란빌의 문제아로 꼽히고있다.


[엘튼 슈타인]


-그랑베리로즈의 지배인


[알]


-프레드의 친구이자 채석소의 소장


 


~§차례§~


[prologue] 검은 후드의 늙은 남자
[   1화  ] 브리니트가의 귀한 손님
[   2화  ] 천상의 목소리 엘리나
[   3화  ]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 
[   4화  ] 엘리나의 사정
[   5화  ] 어머니와 재회
[   6화  ] 이별이 아닌 방법
[   7화  ] 갈색머리 남자, 레온 브리니트
[   8화  ] 튜토의 수난
[   9화  ] 재판
[  10화  ] 프레드의 친구
[  11화  ] 잊혀지지 않을 고통, 무뎌지는 기억...
[  12화  ] 벤 크루저
[  13화  ] 레온의 기사 서임식
[  14화  ] 비극의 송별회
[  15화  ] 파국
[Epilogue] 또 다른 여행의 시작


 


 


[prologue] 검은 후드의 늙은 남자


 


'저벅 저벅...'


검은 후드를 눌러 쓴 한 늙은 사내가 어느 마을앞에 서서 가늘게 뜬 눈으로 주위를 훑어 보며 입을 열었다.


"흠....이곳인가? 가까운 곳에서...돌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부스럭 부스럭...


'슈악~'


뒤편 숲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검은 후드의 늙은 사내는 잽사게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리고 그 숲에서 젊은 금발의 여인과 어린 사내아이 이렇게 두명의 사람이 걸어나왔다.


금발의 여인은 마을 입구까지 오더니 두팔을 벌리며 기쁜듯이 소리쳤다.


"튜토..드디어 그란빌에 도착했다."


"알고있어....누나. 빨랑 밥먹으러 가자! 배에..배에 감각이 없어.."


그 여인과 아이는 그렇게 짧은 대화를 마치고 재빨리 마을로 들어섰다.


'슈악~'


여인과 아이가 마을로 사라지자 검은 후드를 한 늙은 사내가 모습을 들어냈다. 그리고 낮게 중얼 거렸다.


"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서 좋을 건 없겠지..."


부스럭 부스럭...


'슈악~'


뒤편 숲에서 또 인기척이 들리자 검은 후드의 늙은 사내는 잽사게 다시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리고 그 숲에서 젊은 갈색머리의 청년이 걸어나왔다. 갈색머리의 청년은 마을 입구까지 오더니 두팔을 벌리며 기쁜듯이 숨을 들이킨뒤 말했다.


"후웁~ 하~ 1년만인가?....어서 가족들을 보러 가야겠다."


그 청년은 그렇게 짧게 혼잣말을 마치고 재빨리 마을로 들어섰다.


'슈악~'


청년이 마을로 사라지자 검은 후드를 한 늙은 사내가 다시 모습을 들어냈다. 그리고 다시 낮게 중얼 거렸다. 무언가를 합리와 시키려는 듯.....


"...........그래...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서 좋을 건 없을거야..."


그리고 뒤따라 마을로 들어서는 검은 후드를 한 늙은 사내......뭔지 모를 불길한 검은 기운이 후드를 한 사내의 뒤를 따랐다.


 

 

 

 

 

[1화] 브리니트가의 귀한 손님

 

캉! 까앙! 캉!


여지없이 들려오는 쇠두드리는 소리, 프레드 브리니트 우리 아버지의 망치소리다. 아버지는 그란빌의 최고의 대장장이로서 그란빌왕성에 장비를 지원할정도로 그란빌 뿐만아니라 수 많은 타지역 사람들에게 '창조의 망치'라 불리며 인정을 받고있다. 내가 아주 어릴적부터 우리 아버지의 꿈은 세계 최고의 마법 검을 만드는 것으로 우리 어머니인 소피아 이날디는 그런 우리 아버지에게 반하여 결혼하였고 지금은  우리 아버지에게 없어서는 안될 반쪽이자 동업자가되었다. 어머니는 마법지식이 해박에 아버지의 꿈을 이루는데 마법적 지식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있다.  나는 지하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딸각'


"아버지 저 왔어요."


"응? 레온 네가 어쩐일이냐? 아카데미는 어쩌고?"


그렇다 내 이름은 '레온 브리니트' 현재 나이 19세 기사지망생으로서 현재 아카데미에서 기숙생활을 하며 기사가 되기위한 교육을 받고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집에 올수 있었던 이유는 슬럼프에 빠져 아무리 열심히 교육을 받아도 실력이 고착되었기에 잠시 휴학해 휴식을 취할생각이다.


"요새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력이 늘지 않더라구요, 너무 매달려서 그런게 아닌가해서 좀 쉬면서 생각해보려구요. 그래서 몇달 휴학하기로했어요."


"그렇구나. 그래 너무 한가지에 집중하면 안될때가 있단다. 안그래도 일렌과 아이린이 너 보고싶다고 보러가자고 난리였는데 잘됬구나."


일렌과 아이린은 내 둘도없는 동생들이다. 일렌은 올해 17살로 나와는 두살터울로 어려서부터 내말을 아주 잘따르는 남동생이다. 활달한 성격에 대장장이 기술에 관심이 많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장장이가 꿈인 아이이다. 아이린은 막내로 나이는 14살의 왈가닥 소녀다. 말이많고 애교를 많이부려 브리니트가...아니 그란빌에 제일가는 귀염둥이인 내 하나뿐인 여동생이다.


"안그래도 저도 애들이 보고싶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안보이네요??.."


"아..네 엄만 몇일 못볼거란다. 지금 아마 루나셀에 있을게다."


"루나셀에요?"


루나셀은 마법도시로 마법길드연맹이 있는 곳이다. 우리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나는 별로 가본적은 없다.


"후훗..실마리를 잡았거든..네 엄마가 오고나면 아마 최고의 마법 검을 완성할수 있을거 같구나. 그때문에 지금 루나셀에 가있는 거고."


"그래요? 드디어 아버지의 꿈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네요. 축하드려요."


"녀석..김칫국물부터 먹이는구나. 아직 제작에도 안들어갔는데 축하는 무슨.."


"아버지라면 분명 해내실테니까요."


"요새 기사들은 능청이 필요한가보지? 능청만 늘어왔구나. 여기서 아부 그만 떨고 애들이나 보러가거라. 난 작업해야 할게 많이 남았으니 애들 점심이나 챙겨먹이고.. "


"알았어요 아버지."


나는 지하 작업실에서 나와 동생들을 보기위해 자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택 정원...가을이라 그런지  나무들의 잎은 붉은 빛이 감돌고 여기저기 붉은 잎이 떨어져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있었다. 나는 봄일때의 정원을 더 좋아한다..파릇파릇한 녹색의 풀들과 알록달록한 봄꽃이 따스한 햇살을 받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낼때..포근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봄의 정원을 본게 작년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이였는데 아카데미에 있는동안 너무 여유없이 생활했던거같다..포근함과 편안함을 이렇게 그리워 하는걸 보면...


'달칵!!'


자택 문이 열리고 내 시야에 나를 향해 달려오고있는 동생들의 모습이 잡혔다. 사내아이라 그런지 막내인 아이린을 제치고 먼저 달려오고있는 일렌.


"형! 형이야?!!"


'퍽'


가슴에 아련히 밀려오는 둔탁한 충격...일렌이 달리는것을 멈추지 않은 채 나의 가슴에 돌격해버렸다.


"욱..일렌"


"일렌 이 멍청아! 레온오빠 다치면어쩔라그래!! 비켜!"


'퍽'


날카로운 목소리.. 1년 사이에 더 활달해진거 같다. 아이린은 내게 다가와 일렌을 밀쳐내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걱정하며 안부를 물어보는 막내동생 정말이지 너무 귀엽다.


"오빠 괜찮아?"


"일렌, 아이린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잘 지냈니?"


"형! 너무 보고싶었어! 아빠한테 아카데미에 보러가자고 그렇게 졸랐을 정도로!"


"멍청이! 레온오빠 그거 알아? 일렌 일년 사이 더 멍청해진거!!"


"하하하; 우리 공주님 말투가 더 험악해진거 같은데?"


나의 말에 일렌이 맞장구 치며 신이난듯 말했다. 일렌의 이런모습을 보니 나 없는동안 아이린에게 많이 시달린것같아보였다. 괜스레 일렌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맞아! 아이린 너무 괴팍해 나도 3살차이 나는 오빤데 오빠대접은 커녕 막 반말이나 하고, 아이린 너 그러면 숙녀소리 못듣는다."


"오빠같아야 오빠라 부르지! 철좀들어라 그러면 오빠대접해줄테니!"


"훗"


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1년전과 다를 봐 없는 동생들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서야 집에 온듯한 느낌에서 오는 안도감과 편안함 이제서야 정말로 집에 온거같은 기분이 들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허기가 밀려왔다.


"자자! 일렌, 아이린 이제 그만하고 같이 나가서 점심먹자. 아직 식사안했겠지? 나 아침도 안먹고 바로와서 너무 배고프거든."


"흥! 레온오빠 배고프다니까 이쯤에서 끝네도록하겠어."


"그래 그래 어련하시렵니까. 저는 아이린님의 하늘과 같은 배려에 감개무량 할 다름이옵니다."


"익! 머라고!"


결국 식당에 도착하는 동안까지 일렌과 아이린의 말다툼은 끈이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말다툼을 구경하며 심심하지 않게 식당에 갈수있었다.


 


 


 


 


 


[2화] 천상의 목소리 엘리나


 


레온 일행은 그란빌에서 제일큰 식당인 '그랑베리로즈'에 들어갔다.
그랑베리로즈 입구에는 금발의 젊은 한여인과 지배인인듯한 복장을한 중년사내가 실랑이를 벌이고있었다. 지배인인듯한 중년사내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소리쳤다.


"무전취식이란 말입니까?!!"


그에 질새라 금발여인또한 소리지르며 반박했다.


"아니요! 돈이 아닌 노동으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니까요!"


금발머리 여자의  옆에 한소년은 불안한지 안절부절 못하고있었다.
금발의 여자와 일행인듯 싶었다.


"어? 오빠 저기 언니 돈없이 음식먹었나보네? 그런데 꾀나 당당한걸? 멋진데?"


아이린은 금발여인을 보며 눈을 빛냈다. 그런 아이린을 보며 일렌이 한심하다는듯 한소리를 던졌다.


"꼭 미래의 너를 보는거 같은데?"


"그게 무슨소리야?!"


일렌의 말에 발끈하며 쏘아보는 아이린이였다. 레온은 간신히 멈춘 둘의 대결이 다시 벌어질까 우려되어 도중에 막아섰다.


"자자! 그만 나 너무 배고프다. 남의 일에 신경쓰지말고 어서 들어가서 밥먹자"


레온의 독촉에 마지못해 식당으로 들어서는 아이린이였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한 웨이터가와 적당한 자리로 안내했다. 주위를 둘러보는 레온은 식당에 특이한 점을 발견 했다.


"오늘 무슨 날인가? 상당히 많은 귀족이 모여있는데?"


"아 오늘 아리타씨의 공연이 있는날이라서 그렇답니다. 이스타인 중부지역 곳곳을 돌며 노래를 하는 몇안돼는 귀족계 음유시인중 제일 인지도가 높은 아리타씨를 그랑베리로즈에 어렵게 초빙하게됬답니다."


자리로 안내하던 웨이터가 레온의 말에 대답을 해줬다. 웨이터의 말에 일렌은 매우 기뻐하며 환호했다.


"정말 아리타씨 공연이 있는건가요?! 저 아리타씨 왕팬인데!! 아저씨 이 자리 무대와 너무먼대 저기 무대앞 테이블로 바꿔주시면 안될까요?"


일렌은 빛나는 촉촉한 눈망울로 웨이터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아..죄송합니다. 손님...무대앞 테이블은 이미 예약이 되있는 상태라 불가능 합니다."


"에에..."


웨이터의 말에 추욱 늘어지며 실망하는 일렌이였다. 그런데 뒤에서 내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웨이터, 이 세분 내 테이블에 앉히도록 하겠네. 그리고 음식 삼인분 추가로 가져다주고."


"아!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메르토 백작님"


"메르토 백작님?!"


레온은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는듯 눈을 동그랗게 뜬채 놀랐다. 백작은 그런 레온을 여유있는 웃음을 띄며 바라보았다.


"뭘 그리 놀라나? 오랜만이군. 나이트 브리니트."


"아닙니다, 아직 기사의 호칭을 들을때가 아닙니다. 현재 지망생에 불가하니까요."


"농담이니 그렇게 정색하지말게. 뭐 어떤가 차후 기사가 될 터인데 미리 듣는다 해서 큰일날거 없지 않은가? 그래 아카데미생활은 어떠한가? 어려운건 없고?" 


"네. 백작님 덕분에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것에 너무 감사할뿐입니다. 헌데 요새 슬럼프에 빠져 조금 휴식을 취할겸 휴학을 한 상태입니다."


"그렇군. 그래 너무 달리기만 하면 숨만찰뿐이지... 그나저나 꼬마 대장장이와 공주님께서도 오셨구만?"


일렌과 아이린은 백작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백작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그랑베리로즈에 유명한 음유시인이 온다해서 이렇게 혼자 예약을 해두고 보러왔는데 마침 잘됬군 일행이 늘었으니 쓸쓸하진 않겠어."


"백작님 정말 감사드려요! 아리타씨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수있다니 정말 오늘 운이 좋은 날이네요! 형도보고!"


일렌은 활짝웃으며 백작에게 감사를 표했다.


"꼬마 대장장이에게 잘보였다니 영광이군. 다음에 좋은 무기로서 보답해주길 바라네."


"하하핫 아직 미력한 실력이지만 언젠가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대장장이가 될테니까 걱정마세요! 이 은혜는 절대 있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의욕이 불타는 눈길로 가슴을 치며 당당히 말하는 일렌이였다. 그런데 일렌의 말이 끝나자 마자 콧방귀를 끼며 받아치는 공주님이 있었으니...


"기사에게 검은 명예라면서요? 그런데 일렌에게 무기를 만들어달라니 그건 백작님의 명예에  큰훼손이 된다는걸 모르시는건가요?"


"하하하 공주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생각을 해봐야겠는걸? 하지만 프레드의 아들이니 믿을만 하지 않을까?"


"아빠라면 모를까 일렌은 좀 못미덥지 않나요?"


일렌은 아이린의 말에 발끈하며 반박했다.


"하긴 너같은 여자에가 대장장이 기술에대해 뭘알겠어?"


레온은 불길함을 느꼈다. 이대로 뒀다간 분명 시끄러워질게 뻔하기때문이다. 그러기 전에 사전에 막아야했다.


"일렌, 아이린...백작님 앞에서 무례하게 굴지 말아주렴... 모처럼 이렇게 좋은 자리도 마련해 주셨는데 분위기 망치면 큰 실례잖니."


레온의 온화한 살기에 일렌과 아이린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음식이 나오고 무대위로 아까 식당 입구에서 금발의 여자와 실랑이를 버리던 지배인이 올라왔다. 지배인은 확성기를 들고 말을 이었다.


"아...아...확성기 테스트 하나 둘 하나 둘, 안녕하십니까? 저는 그랑베리로즈의 지배인인 엘튼 슈타인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 아리타씨의 공연을 보러 예약하고 이자리에 오셨을 텐데...뜻밖의 사정으로 아리타씨가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


지배인의 말에 이곳저곳에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특히 일렌은 엄청난 실망감에 비틀거렸다. 지배인은 불만의 소리를 무시한체 말을 이었다.


"자자..예약하셨던 모든 분들에게는 환불조치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리타씨를 대신해 다른음유시인을 섭외하였습니다. 무명이라 아시는 분은 없겠지만...천상의 목소리라 불리는 알려지지않은 음유시인계에 떠오르는 샛별 엘리나양을 모시겠습니다! 큰 박수로 마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배인은 소개를 마치고 무대뒤쪽으로 모습을 감추고 지배인이 있었던 자리에 금발의 아름답지만 약간은 소박한듯한 젊은 여인과 작은 하프를 든 한 꼬마아이가 무대에 올랐다.


"어? 아까 그 언니네?"


아이린의 말에 무대에 오른 여인이 아까 입구에서 지배인과 실랑이를 버린 그 여인이라는 것을 알수있었다. 일렌은 갸우뚱하며 의문을 표했다.


"저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건가? 돈없어 지배인과 싸우지 않았나?"


그녀의 등장에 주위에 반응과 분위기는 아리타라는 큰 기대가 무너졌기에 냉랭하기만했다. 하지만 엘리나라는 여인은 주위의 그런 반응에 전혀 신경쓰지않고 공연을 시작했다. 소년의 하프에서 소박한 선율이 흐르며 공연이 시작되자 정적이 흘렀다. 냉랭했던 그런 분위기가아닌 엘리나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흐르는 정적..레온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떨어지지않았다. 레온의 심장은 마구 뛰었다..마치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요동쳤다. 레온의 시각과 청각이 모두 그녀에게로 집중되어버렸다. 그녀에게 후광이 비치는듯했다. 천상의 천사가 노래를 부르는 듯한 착각에 빠질정도로 노래를 부르고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레온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 모두 그녀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눈을 감고조용히 그녀의 노래에 귀기울였다. 10여분이 흘렀을까 어느덧 그녀의 노래가 끝이났다. 여운이 남았는지 노래가 끝났는데도 눈을 뜨지않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한두명 박수를 치기시작하더니 뒤따라 모든 사람들이 앵콜을 외치며 우뢰와같은 박수를 보내었다. 그 녀는 성원에 따라 두어개의 노래를 더 불렀다. 그리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3화]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


 


엘리나의 공연을 보고난 후, 몇일간 계속 그녀의 모습이 노래할때 신비하고 아름다웠던 그모습이 내 눈앞에 아른거렸다. 머리속에 온통 그녀의 모습으로 가득차버렸다. 


"형 또 무슨 생각하는거야? 몇일째야 대체..계속 멍하니 있기만하고."


어느새 바로앞에 일렌이 와있었다. 바로 앞까지 왔는데도 기척을 못느낄정도로 내 정신이 나가있었나보다. 이대로는 안될거같다. 나가서 바람이라도 세고와야 할듯 하다. 한동안 밖에도 나가지않고 집안에만 있었더니 몸이 많이 찌뿌등해진거 같다.


"어..일렌...나 바람좀 세고올게."


"나가려고? 잘됬다. 나가는 김에 헤리콧털을 불사르는 기사단 이라는 책 좀 하나 사다줘. 요즘 헤리콧털시리즈가 인기야! 요새 그거 보는 재미로 산다니까?! 특히 헤리콧털과 마법사의 똥이 제일 인상깊었어!"


"그..그래 알았어."


일렌이 말하는 헤리콧털을 불사르는 기사단이라는책 내가 듣기에는 정말 이상한 제목의 책이아닐 수 없다. 세상에 그런 이상야릇한 제목의 책이 존재할줄은 몰랐다. 아무튼 난 그렇게 그란빌 시내로 나섰다. 아무생각없이 시내를 몇시간 같은 곳을 나돌았다. 문뜩 시야에 한 여인이 들어왔다. 금발의 약간 소박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 그랑베리로즈에서 봤던 그 여자! 엘리나였다. 갑자기 나의 심장이 그때와 같이 요동쳤다.


'후우~ 후우~'


몇차례 심호흡을 하고 조심히 그녀를 뒤따랐다. 그녀는 무엇을 사러 나온 듯 시내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며 몇몇의 물건을 구입했다. 왠지 그녀의 뒤를 이렇게 몰래 쫓는 나의 신세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기사지망생으로써 남자인 내가 이렇게 용기없이 뒤나 졸졸 쫓고있다는게 부끄럽고 민망했다. 나는 용기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기위해 그녀에게 접근했다. 그때 한 귀족이 그녀에게 먼저 접근을해 말을 걸었다.


"엘...리나양 맞으시죠?"


"에?..예 제가 엘리나맞습니다. 무슨일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아냐는 듯한 얼굴로 그 기사에게 물었다.


"아..저에게는 구면인데 엘리나양에겐 초면이겠군요 저는 나이트 자르만, 아베 폰 자르만입니다. 그랑베리로즈에서 공연 잘 봤습니다. 정말 천상의 목소리를 가지고 계시더군요. 그 목소리에 반해버렸습니다. 부디 오늘 제게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엘리나양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시지요 레이디."


갑자기 끼어든 기사의 느끼 맨트에 나는 아침에 먹은 것들을 쏟을 위기에 처했다. 가까스로 넘어오는 위액을 그동안 아카데미에서 배워온 기사도 정신으로 참고 참아 겨우 삼켜내었다.


"아...죄송해요. 제가 동생이있어서 들어가봐야되요. 죄송합니다."


"....."


나는 그녀의 거절에 묘한 희열과 알수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 느끼한 기사는 그녀의 거절을 잘못 들었다는듯 의아해하더니 자존심이 상한 듯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녀의 손목을 낚아 챘다. 


"감히 천민 음유시인따위가 기사의 부탁을 거절해!? 그건 나에대한 모욕!! 기사를 모욕하다니 각오는 되있겠지?!"


"아악...놔! 이 멍청아!"


'퍽!'


그녀의 주먹이 기사의 얼굴에 작열하는 것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기사는 눈이 뒤집어지며 소리쳤다.


"이 년이 기사의 몸에 손을 대다니!"


'짝!'


기사는 그 큰손으로 그녀의 뺨을 세게쳤고 그녀는 힘없이 바닦에 쓰러져버렸다. 그녀의 입에선 붉은 선혈이 입술을 타고 턱으로 흘러내렸다. 그 관경을 본 난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솟구쳐오르는 것을 느꼈다. 기사는 연약한 여인을 보호해야하는법! 내가 아카데미에서 배운 철학이였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기사는 진정한 기사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기사는 쓰러진 그녀에게 다시 접근해 손을 들어올려 내려치려는 순간 나는 기사의 뒤에 재빨리 다가가 내려 치려는 기사의 손목을 왼손으로 잡아버렸고 이어 오른손쪽 손을 꽈악 말아쥔채 그대로 기사의 면상 중앙에 꽃아버렸다.


'퍽'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 기사는 몇바퀴 땅바닦을 뒹구르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기사로서 참으로 모욕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기사는 열이 끝까지 올랐는지 검을 뽑아들며 자리에서 일어서 소리쳤다.


"애인이 있으면 지금 당장 연락해라!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고!!"


*(공공의 적의 대사 中)


기사는 그렇게 소리치며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기사는 흥분한 상태라 동작이 컸고 헛점이 다들어난 상태여서 나는 손쉽게 기사의 공격을 피했고 기사의 하 복부에 무릎을 꽃을수 있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기사는 배를 움켜잡고 칼을 바닦에 떨군채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한차례 위액을 쏟아내었다. 제대로 맞은듯 했다.


"우욱..웨엑...가...감히 나의몸에..."


아베라는 기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기절해버렸다. 나는 쓰러진 그녀를 부축해 그곳을 벗어나 적당한 공터로 이동했다. 그녀의 볼은 약간 부어 벌건상태였다. 아무래도 그녀의 입안이 다 까지고 헐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도 안쓰러워 나도 모르게 그녀의 부은 볼에 손을 갖다데었다. 이내 나는 나의 행동에 놀라 잽싸게 손을 치웠고 한동안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얼마 지나지않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괜찮겠어요? 그사람 귀족이잖아요...."


그녀는 내가 걱정이 되는듯 큰눈으로 나를 안스럽게 바라보며 내게 사과했다.


"죄송해요....저때문에..."


그녀의 사과에 나는 어찌해야할지 당황했다. 그녀의 걱정은 기분 좋았지만 위축되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안스럽게 느껴져 분위기를 바꿔볼겸 순간 나는 멋쩍은듯 크게 웃어버렸다.


"하하하하....괜찮습니다."


이런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은 또다시 분위기를 어색한 정적의 길로 접어들게 만들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입을 열어 어색한 침묵을 깼다.


"감동 먹었습니다."


뜬금없는 나의 말에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무슨소리냐는듯 나를 빤이 쳐다보았다. 그래서 나는 확실히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참 아름답다는것을... 화려한금발은 어깨넘어까지 길었으며 호수같이 맑은 큰 녹색눈, 갸름한 턱에 조그마하지만 오똑한 코, 두툼하고 붉은 입술....가까이서...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이 가까이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나는 얼굴이 붉어지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나의 행동에 갸웃하며 물었다.


"감동을 드셨다구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먹은게 아니라...엘리나양의 공연을 보고 그 아름다운 목소리에 감동받았죠."


나는 멋적게 웃으며 그때 공연한 엘리나를 칭찬했다.


"아..그때 있으셨군요."


나는 그때 상황을 손짓 발짓 사용하며 그녀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을 했었는지 알려주었다. 그렇게 어색했던 분위기는 점차 사그라들었고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가 왜 그랑베리로즈의 무대에 서게되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는 튜토와 스텔랑에서 그란빌로 출발하게 되었죠...튜토와 저는 처음 하는 여행이라 길을 많이 헤매었어요...웃기게도 정말 길 헤매이는데 시간을 다 버리고 말았죠. 작은 위험도 있었고..."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그녀는 자신이 겪은 사정에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4화] 엘리나의 사정


 


"아악!~ 배고파!!"


한 남자아이의 절규어린 목소리는 울창한 숲속 하늘위를 메아리쳤다.


"튜토, 그렇게 소리지르면 더 배고파지잖아."


누나인듯한 여인도 몇일 굶었는지 헬쑥한 얼굴로 힘없이동생을 다그쳤다.


"하~엘리나 누나 배고파서 걸을 힘도없다..좀만 쉬었다가자. 응?"


튜토는 그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배고픈 배를 쓰다듬으며 달래고있었다.


"튜토..이제 곳 어두워질거야..이숲만 지나면 마을이 나오니까 조금만 참아."


엘리나의 말에 튜토는 배라도 째라는듯 그자리에 벌러덩 대자로 누워버렸다. 


"10분만. 딱 10분만쉬자."


"....너혼자 쉬어라."


엘리나는 동생의 애절어린 호소를 무시하고 목적지를향해 걸음을 옮겼다. 튜토는 어쩔수없이 고개를 절래저으며 지친 몸을 일으켜 누나를 따라나섰다. 몇시간이 지났을까?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초최해진 엘리나와 튜토는 드디어 숲을 빠져나왔고 마을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엘리나는 앞으로 더 걸어가 마을 입구앞에 서서 두손을 활짝피며 기쁜듯 말했다.


"튜토..드디어 그란빌에 도착했다."


튜토는 마을에 도착한 기쁨보다 배고픔이 더 컸는지 기뻐하는 엘리나를 재촉했다.


"알고있어... 누나. 빨랑 밥먹으러 가자! 배에..배에 감각이 없어.."


튜토의 말에 엘리나는 기쁜마음을 어쩔수없이 접어야했다.


이들은 식당가를 찾아 마을을 배회하기 시작했고 얼마안가 적당해 보이는 식당을 발견했다.


"이곳이 좀 싸보이지?"


"상관없어..빨리 들어가자."


식당안은 시끌버적 했다. 주로 용병같이 보이는 중년사내들이 여럿 모여앉아 맥주를 마시며 담배연기를 뿜고었고 곳곳 자리에는 취해 뻗어있는 사람도 보였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식당안이 꾀 지저분해보였다.  빈테이블에 음식찌거기가 남아있고 바닥에는 취객들이 쏟아버린 이물질도 보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런곳에서 밥을 먹을수 없을정도로 식당안은 심각했다. 그러나 엘리나와 튜토에게는 그런것들이 눈에 들어오지않았다.
오로지 식욕욕구만이 그들의 정신을 지배하고있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인듯한 뚱뚱한 사내가 코를 후비며 다가와 물었다.


"간만에 어린 손님들이군. 흐흐흐 그래 뭘줄까?"


엘리나는 순간 미간이 찌그러졌다. 동생인 튜토도 마찬가지였다.
뚱뚱한 사내는 코를 후빈 손가락을 그대로 엘리나와 튜토가 앉은 테이블 끝에 문지른것이다.  이때 엘리나와 튜토의 머리안에선 이성과 식욕욕구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결국 식욕욕구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저..여기는 무슨음식을 팔죠?"


엘리나의 물음에 뚱뚱한 사내는 다시 코를 후비며 대답했다.


"난 토스트밖에못하는데..여기는 토스트랑 맥주밖에 안팔아."


순간 엘리나의 이성이 새록새록 부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만든 토스트를 먹으면 이식당에서 생을 마감할것같은 느낌이 엘리나의 뇌리를 스쳤다. 그때 튜토가 테이블을 치며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왜?..왜그래? 튜토?"


"누나!...나가자!"


튜토는 다짜고짜 엘리나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튜토는 엘리나의 손목을 놓고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엘리나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누나!"


머리를 90도로 숙이며 사과하는 튜토
엘리나는 그런 튜토를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달래주었다.


"하긴 이런식당에서 그 지저분한 사람이 만든 토스트를 먹었다간 죽을거야. 그치 튜토? 다른식당이나 찾아보자."


튜토는 엘리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애초롭게 불렀다.


"저기 누나.."


"배고파도 조금만 참아. 빨리 다른 식당찾아보자."


"그게 아니고..."


엘리나는 튜토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누나..아까 숲에서 돈주머니를 잃어버린거 같아.."


"..."


튜토의 말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폭풍전야!!...폭풍이 오기전 고요.....


"튜우토오!!!"


우렁찬 엘리나의 목소리가 그란빌의 어느 한곳에 처절하게 울려퍼졌다.


'그랑베리로즈'


엘리나는 튜토를 끌고 보기에도 비싸보이고 호화스러운 식당앞에 섰다.
식당의 이름은 그랑벨리로즈 순백색 건물의 벽에는 금색으로 도금된 장미 그림이 그려져있고 그 그림은 묘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겨 마치 상류층 사람들만이 식사가가능한 식당같아 보였다.


"누..누나..여긴왜?.."


'탁!'


엘리나의 손바닥과 튜토의 머리가 만나는 공명음이다.
튜토는 '앗!'하는 탄성음과 함께  두손으로 맞은 머리를 감쌌다.


"넌 잔말말고 내가 하는대로만 따라와!"


식당안에 들어선 엘리나와 튜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까 그 지저분한 식당과는 하늘과 땅이였다. 전체적으로 화사하게 밝은 내부에는 백장미로 장식되었고 기둥과 테블에는 황금색촛대에 촛불이 이글거렸다. 입벌리고 감상에 빠져있는 사이 식당 지배인인듯한 사람이 다가왔다. 아까 뚱뚱한 식당주인과도 역시 하늘과 땅차이였다. 검은 양복에 올백머리를한 핸섬한 중년 사내에게선 기품이 풀풀 풍겨졌다.


"두분이 십니까?"


"아..네."


식당 지배인은 엘리나와 튜토를 아래서부터 위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오늘은 중요한 이벤트가 있어서 많은 귀족 분들이 그랑벨리로즈를 방문하신답니다. 헌대 그런 지저분한 옷차림으로는 출입이 곤란하군요."


"저. 옷이라면 있어요. 저희가 먼곳에서 여행을 막 온지라 지저분한상태지만.."


"음~ 그런가요?"


지배인은 잠깐 생각을 한뒤 웨이터한명을 불렀다.


"이 아가씨와 청년을 탈의실로 안내해 주세요."


웨이터는 탈의실까지 안내해주고 갔다.
튜토는 누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몰라 물엇다.


"어쩔려고 그래?"


"잔말말고 전에 영주한테 받은 드레스나 꺼내줘. 너도 빨리 갈아입고."


엘리나는 동생게게 드레스를 건내받고 흐믓한 표정으로 드레스를 훑어 봤다.
이전 스텔랑 영주의 아들 생일때 축가를 부르고 얼마의 돈과 엘리나는 드레스 튜토는 턱시도를 선물받았다.


"이렇게 빨리 이 옷을 다시 입을줄은."


"누나..돈도 없잖아.. 무슨생각하는거야?"


튜토는 불안한듯 걱정스런 표정으로 엘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튜토를 보며 엘리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자신만 믿으라는듯 튜토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마! 일단 생활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잖아. 안그래?"


"으..응 그렇게 하지만."


"돈을 벌려면 일자리를 구해야되겠지?"


"도대체 무슨말을 하려는거야?"


"즉 이곳이 일자리라는거지. 아까 보니까 홀 앞에 큰무대도 있는걸 보면.."


"잠깐..근데 누가 써준데?"


"그러니까 사람은 머리를 써야되는거야. 일단은 여기서 무전취식을 한뒤정당한 대가로 이 식당에서 몇일 노래를 불러주면되는거야. 그렇게 해서 인정을 받은뒤 생활비 벌릴때까지 이곳에서 일을 한다는거지."


튜토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누나...일자리 안주고..만약 그냥 고발해버리면 어쩔건데??"


"....그땐말이지."


"...그땐?"


순간 튜토의 눈에는 엘리나의 눈이 빛나는것처럼 보였다. 엘리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서서히 입을 열었다.


"두다리 뒀다가 뭐에 쓸래? 도망가야지....."


"허...ㅡ,.ㅡ;;"


튜토는 엘리나의 말에 허탈한 한숨만 나왔다. 엘리나는 튜토의 어깨를 한번 툭치고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걱정할거없어 내 목소리 사람들이 많이 인정해줬잖아. 분명 여기서도 인정해줄테니까~자신있다구!"


옷을 갈아입은 엘리나와 튜토는 지배인 앞에 섰다.
지배인은 오른손으로 턱을 받친뒤 이래저래 훑어보더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테이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엘리나는 튜토를 향해 미소지며 손으로 승리의브이자를 만들어보였다. 튜토는 이마에 손을 대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자신들이 범죄자가 되느냐 마느냐하는 문턱에 서있어 그렇게 맘이 편치는 않았다. 하지만 배고프기에 어쩔수없이 엘리나의 말을 따랐을뿐..엘리나는 메뉴에서 비싼것만 골라 시켰다. 이미 심지에는 불이 붙었다. 심지가 다 타드러가기 전에 끄는 방법은 음식이 나오기전 식당을 나가는것뿐. 허나 심지가 다 타고나면 식욕 욕구를 해소할수있다. 하지만 그에대한 대가가 잘못하면 범죄자로 몰릴수도 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수없다. 이러한 생각들로 튜토는 갈팡질팡하고있었다. 그런 튜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나의 얼굴에는 미소뿐이였다. 고민 하던사이 음식은 나왔고 튜토는 결국 자신의 욕구에 몸을 맡겼다. 식사가 시작되자...튜토는...


"누나! 누나! 너무 맛있어..어?! 이건 뭐지 누나 이건뭐야? 첨보는건데?!"


"좀 조용히먹어 다 쳐다보잖아."


튜토의 눈은 초롱초롱해졌다 난생 처음 보는 음식들 맛도한 처음 느껴보는 고풍스러운 맛. 걱정같은걸 언제 했냐는듯 튜토는 먹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엘리나는 입에 빈공간이 없을 정도로 꾸역꾸역넣어 먹는 튜토를 보며 다그쳤다.


"튜토! 천천히먹어 누가 뺏어먹어? 이런 고급스런음식은 맛을 음미하면서 먹어야한다고 아깝게 그렇게 먹으면 맛이 뒤섞여 제대로된 맛을 느낄수 없단 말이야! 이런 음식 또 언제 먹어보겠어? 지금 충분히 맛을 음미해둬."


"우응. 아아어." (응. 알았어.)


식사에 열중하던 두사람은 어느새 식당안이 소란 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엘리나와 튜토는 소란스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줄줄히 식당으로 들어 오고있었다. 튜토는 입안에 꽉찬 음식을 겨우 삼킨후 말했다.


"누나 아까 지배인이 말하던 귀족들인가봐?."


"응."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아름다운 악세사리를 치장한 귀족 여인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엘리나였다.


"와~...저거에 비하면 내 드레스는 너무 초라하다..그치?"


엘리나는 멍하니 귀족들을 바라보며 튜토에게 말을건넸다.


"많이 봐둬 평생가도 저렇게 살수는없으니까. 충분히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느껴보란말이야."


멍하니 감상에 빠진 엘리나는 튜토의 말에 발끈했다.


"평생가도 저렇게 살수없다니? 어째서?! 내가 얼굴이 빠져? 몸매가 빠져? 좋은 신랑감 하나 건지면 저렇게 정돈 살수있다고!"


엘리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능욕적인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튜토는 어깨를 으쓱 거리며 역시 누난 못말려라는듯한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아아..그래 그래 어디 한번 누나 덕좀보자 부디 좋은 실랑 얻어서 이 배고픈 생활 좀 청산 해보자."


"걱정놓으셔! 이번 여행만 마치면 바로 실랑감 구할테니까."


이번엔 장엄한 포즈를 취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 엘리나를 보고 고개를 저으며 튜토가 말했다.


"누나 사람들이 다 누나를 주목하는데? 그만 좀 앉지?"


"에?!"


엘리나는 당황하며 얼굴이 빨게진채 털썩 그자리에 앉았다.


"헤헤. 누나 확실히 어필했는데? 귀족들도 다 쳐다봤다고."


튜토의 놀림에 미간을 찌푸린 엘리나는 대화 소재를 바꿨다.


"이제 다 먹었지? 그만 지배인과 협상하러 가볼까?"


조금전까지만해도 잊었던 걱정이 튜토에게 다시 엄습해왔다. 엘리나와 지배인의 몇분간의 대화 서서히 지배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무전취식이란 말입니까?!!"


엘리나는 지배인의 박력에 굴하지 않고 대꾸했다.


"아니요! 돈이 아닌 노동으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니까요!"


"그렇다쳐도 떠돌이 음유시인을 그랑베리로즈에 채용할 수 없습니다.  그랑베리로즈의 무대는 귀족들의 연회를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아무 음유시인이나 막 내세워 공연을 하는 그런곳이 아니란말입니다. 알아 듣겠습니까? 아가씨께서 돈이 없어 노동으로 대가를 지불한다 하셨으니 일단 할 일은 드리겠습니다."


엘리나는 지배인의 말에 납득이 안간다는듯 언성을 높혀 따졌다.


"제 목소리도 안들어보고 떠돌이 음유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대에 설수없다니 말이되나요? 저는 무대위가 아니면 절대로 아무일도 하지 않겠어요!"


지배인은 적반하장하는 엘리나를 뭐이런 아가씨가 있냐는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엘리나에게 한소리를 하려는순간 웨이터가 다가와 지배인을 찾았다.


"엘튼 지배인님?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무슨일입니까?"


"오늘 공연을 하기로한 아리타씨가 갑작이 사정이 생겨 공연을 취소하셨습니다."


"헛! 무슨 사정이기에?! 그러면 예약한 귀족들은 어쩌라는거지?  빨리 아리타씨에게 다시 연락해보도록 하세요! 오늘 공연이 이렇게 무산되면 그랑베리로즈의 신용에 큰타격을 입게됩니다! 어서!"


지배인의 노성에 웨이터는 위축되어 자그마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그게...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아침에 아리타씨는 그란빌을 떠나신거같습니다."


"헛?! 젠장 일을 어쩐다?..."


심각히 고민하던 지배인은 고개를 번쩍들어 엘리나를 바라보았다.


"아가씨말대로 무대위에서 일을 시켜드리도록하죠. 지금 당장 준비해주세요!"


이리하여 엘리나와 튜토는 그랑베리로즈의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5화] 어머니와 재회


 


나는 어떻게 그녀가 무대에 서게되었는지 그녀의 이야기로 인해 알게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그랑베리로즈의 무대에 올라서게됬어요. 일단은 이렇게 그랑베리로즈에서 돈을 더 모은 뒤에 떠날생각이에요."


엘리나의 떠난다는말에 나는 가슴이 철렁내려 앉는것을 느꼈다. 


"떠나신다고요?"


"예. 말했잖아요? 여행중이라고...벨파하에서 배를 타고 하펠루만으로 넘어가려구요."


"그렇군요..."


가슴이 뭉클했다. 그녀가 언젠가 떠난다는 생각에....가지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아직 그녀에대해 아는것이 하나도 없다. 그녀역시 나의 마음을 알턱이 없기에 나는 가지말라고 말할 입장이 못된다.


"어휴...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네요.. 저 동생이 기다리고 있어서 이만 들어가 볼게요."


그녀가 가려하자 나의 가슴속에서는 알수없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예..제가 그랑베리로즈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나의 말에 고개을 좌우로 저었다.


"아니요. 안그래도 도움만 받았는데 괜찮아요. 혼자갈게요. 더이상 신세를 지면 부담될거 같아서요. 그럼 이만 갈게요.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등을 돌려 그랑베리로즈로 향했다. 나는 걸어 가고있은 그녀의 뒷 모습을 멍하니 처다만보았다. 한없이 밀려오는 이 아쉬움은 대체 뭘까? 내가 한없이 아쉬워하며 그 녀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는데 얼마쯤 걸어갔을까? 그녀는 다시 돌아서 무언가 빠뜨리고 갔다는 표정으로 뛰어와 나에게 물었다.  


"아...저...아직 당신의 이름을 모르는데 알려주실래요?"


"레온...레온 브리니트, 브리니트가의 장남입니다."


"레온 브리니트... 레온님이라 부를게요. 괜찮죠? 언제 한번 그랑베리로즈로 놀러오세요. 신세도 갚을겸 제가 대접한번 해드릴테니까요. 레온님? 그럼 정말 가볼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돌아서 그랑베리로즈로 향했다. 나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아까 밀려왔던 아쉬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없어지고 푸근하고 따뜻한 온기가 나의 가슴을 채웠다. 아무래도 그녀의 말속에는 다음이 기약되있었기 때문인거 같았다. 흐믓한 마음으로 나도 발길을 집으로 옮겼다. 문뜩 일렌이 부탁한 헤리콧털을 불사르는 기사단이 생각나 가까운 서점에 들어갔다. 서점안에는 중후한 뿔태 안경를쓴 할아버지가 책을 보고앉아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그 할아버지의 시선은 책에서 나로 향했다.


"헤리콧털을 불사르는 기사단을 사러왔나?"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나의 속내를 다 들여다 보는듯 내가 이곳에 온 용건을 맞추었기때문이다. 


"어떻게 알았냐는듯한 황당한 표정이로군? 들어오기전 이 서점의 이름을 안봤나?"


"예.."


그러고보니 이 서점의 이름이 생각이 나질않는다. 아무래도 서점이름에는 신경안쓰고 그냥 들어왔던거 같다. 나는 이 서점의 이름이 뭐냐는듯한 눈초리로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후훗..이 서점의 이름은 헤리콧털서점이라네, 이 서점에서는 헤리콧털 시리즈만 판다네. 요새 헤리콧털시리즈중 최신판인 헤리콧털을 불사르는 기사단이 가장 많이 나가기에 한번 물어봤을 뿐인데 너무 신기하게 나를 쳐다보더군. 그래서 혹시나해서 물어본거라네."


"아..그렇군요.."


괴상한 상상을 했던 나는 할아버지의 말에 순간 허탈함을 느꼈다. 그나저나 이런 이상야릇한 제목인 헤리콧털시리즈만 판매하는 서점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구나 서점이름도 헤리콧털이였을줄은 말이다. 아뭏튼 난 동생이 말한 책을 사기위해 할아버지에게 책의 가겪을 물었다.


"그..헤리콧털을 불사르는 기사단을 사려하는데 얼마나 하나요?"


"후훗! 역시 그 책을 사러 왔구만. 자네 다른 헤리콧털시리즈의 책들 다 본겐가? 누구와 닮았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라 그렇다네. 그 갈색머리와 갈색눈 그리고 이목구비가 내가아는 누구와 너무 닮았구만."


나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나와 닮은 사람이 누구인지 쉽게 짐작 할 수 있었다. 나와 닮은 사람은 일렌일게 분명했다. 헤리콧털시리즈를 좋아하니 분명 이서점에 자주 들렀을터였다. 아뭏튼 나는 이 괴상한 제목을한 책들을 파는 이상야릇한 이름의 서점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아..저는 그냥 부탁을 받고 그 책을 사러왔을 뿐입니다."


"그럼 헤리콧털 시리즈를 한번도 접해보지 않았다는건가?"


"에...예.."


"헤리콧털과 마법사의 똥, 헤리콧털속 비린내 발, 헤리콧털처럼 아주까만죄수, 헤리콧털로 만든 잔등 한 시리즈도 안봤다는건가? 이스타인아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책을??"


"...하...할아버지 그냥 제가말한 책을 주시면 안될까요? 급한일이 있어서..."


할아버지는 내가 헤리콧털 시지즈를 안본것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더이상 여기에 있다간 뭔 일을 당할것같은 불길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헤리콧털을 불사르는 기사단을 빨리 달라고 할아버지를 재촉했고 드디어 그 책을 살 수있었다. 그리고 나는 빠른걸음으로 이상야릇한 서점을 빠져나왔다.


"후...이상한 할아버지였어...어서 집에 가야지.."


나는 서점을  한번 돌아본뒤 고개를 설레저으며 이 서점에 다신 오지 않겠다고 명예를 걸고 다짐했다. 그리고나서 나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얼마 안가 자택에 도착했고 안에는 어머니께서 루나셀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와 계셨다. 어머니는 감격의 얼굴로 나를 반겨주었다.


"레온?...내아들 이게 얼마만이니! 힘든일은 없었니?"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나를 감싸안은뒤 다친곳이 없나 이리저리 더듬으셨다. 아무래도 아카데미 생활 때문에 1년만에 보는것이라 그 감격이 더한것이라 생각된다. 나또한 눈가에 습기가 차올랐다. 그렇게 어머니와 재회를 마치고 어머니는 간만에 가족이 다 모였다며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왠지 오늘은 기분좋은 일만 일어나는거 같다. 간만에 느껴보는 푸근한 행복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함께 나는 일렌에게 헤리콧털 시지즈 중 헤리콧털을 불사르는 기사단을 전해주기위해 일렌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렌의 방에는 아이린도 있었다. 내가 들어오자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역시 일렌...아니 나를 반기는게아니라 헤리콧털에 목적이 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일렌은 잽싸게 다가와 책에 대해서 물었다.


"혀엉! 책은?"


역시...나의 짐작이 맞았다. 아무튼 나는 아까 사온 헤리콧털을 불사르는 기사단이라는 책을 일렌에게 건내주었다. 일렌은 감격한 얼굴로 책의 겉표지를 한번 훑어보더니 이내 책을 가슴에 꼬옥 안았다. 나는 그렇게 좋아하는 일렌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좋니?"


"응! 이 책은 정말 내 보물 1호야!! 고마워 형!"


나와 같이 일렌의 이런 광적인 반응을 이해못한다는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으니..그녀의 이름은 아이린...아이린은 한숨을 쉬며 한심하다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후우~ 저러니 내가 일렌에게 오빠대접을 안하는거야.. 그 변태적인 제목을 한 책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그래? 이해 할 수 없다니까?"


나도 모르게 나는 아이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린의 한탄에 일렌은 발끈하며 책장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헤리콧털 시리즈중 하나를 꺼내 아이린에게 건내주며 말했다. 


"읽어보고 말해!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런말 할 자격 있다고 생각하니?"


일렌이 건내어준 책은 헤리콧털과 마법사의 똥이였다. 아이린은 정색하며 건내주는 책을 밀쳐내며 소리쳤다.


"이상한 책 드리밀지마! 기분 나빠! 그런 책 너나 실컷봐라! 바보 일렌!"


책이 바닦에 떨어지자 일렌은 기겁하며 조심스레 책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인상을 쓰며 아이린에게 소리쳤다.


"야! 이거 얼마나 소중한건데 그래! 보기 싫으면 안보면되지 떨어트릴것까진 없잖아! 아..표지부분 찌그러졌네.."


일렌은 표지가 찌그러진게 가슴아픈 듯 찌그러진 곳을 피려고 애를썼다. 나는 살포시 일렌의 방을 빠져나왔다.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두동생들의 싸움에 휘말릴 듯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는 집이니까 구지 말릴이유도 없고말이다. 그렇게 난 내방으로 걸음을 옮겨 침대에 누워 오늘 만난 엘리나를 떠올렸다. 빤히 날 바라봤을때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 모습을...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아무래도 난 그녀를 좋아하게 된것같다. 이렇게 머릿속에 계속 그녀가 떠오르고 보고싶은 것을 보면....어느덧 날이 어두워 졌다. 가을이라그런지 어둠이 빨리 찾아 왔다. 식사가 다 되었는지 어머니께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방 테이블에는 많은 양의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고 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있었다. 나는 남는 의자가 있는곳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가족들과의 만찬이 시작되었다. 올해 중 오늘이 내게있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6화] 이별이 아닌 방법


 


분주한 소음이 내 귀에 들려왔다. 나는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커텐사이로 밝은 빛이 새어나와 방주변을 은은히 빛추고 있었다. 이내 나는 커텐을 걷어버렸고 커텐이 걷히자 밝은 빛이 내 눈을 자극했다. 나는 눈을 찡그리며 빛에 적응하려했고 서서히 흐릿했던 주위 환경이 뚜렸히 내눈에 들어왔다. 푸근한햇살, 신선한공기, 새들이 지저기는 소리등 지금이 아침이란 것을 말해줬다.


"우흠..으으으..."


나는 푸근한 아침햇살을 몸전체로 받고 신선한공기를 들어마신뒤 새들이 지저기는 소리를 들으며 기지개를 힘껏 핌으로서 남은 잠을 쫓아냈다. 너무 힘껏 폈는지 등근육이 뭉쳐 아침부터 원치않은 고통을 겪어야했지만 나름대로 상쾌한 아침이였다. 나는 내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는 어머니께서 아침을 준비하고 게셨고 일렌과 아이린은 어머니의 식사준비를 돕고 있었다. 나의 등장을 처음 발견한 것은 아이린이였다.


"어? 좋은 아침이야 오빠!"


"그래 아이린 잘잤니?"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아이린의 인사를 받았다.


"일어났구나?"


"예. 제가 제일 늦게일어났네요. 근데 아버지는요? 아버지가 안보이네요?"


"네 아버지 아침부터 작업실에서 작업하신단다."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 일렌이 뭔가 생각낮다는 듯 하던일을 뭠추고 내게 다가왔다. 


"아 맞다! 형. 아빠가 형 일어나자마자 작업실로 내려오라고 했었어."


"작업실로??"


"응. 지금 가봐."


일렌말을 듣고 나는 곧바로 작업실로 향했다.


캉! 까앙! 캉!


작업실 앞 여지없이 들려오는 망치소리 아버지는 아침부터 망치질을 하시는 듯 햇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아버지의 일에대한 열정은 예나지금이나 식을줄모르는거 같았다. 1년전 내가 아카데미에 들어가기전에도 밤낮구분없이 시간만 나시면 망치질을 하시다 과로로 쓰러지기 일쑤였을 정도로 열정 적이셨다. 나는 작업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망치질을 하시다 나의 기척을 느꼈는지 아버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침부터 망치질이세요?"


"일어 났구나? 안그래도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무슨일로 찾으셨어요?"


"아. 별일은 아니고 심부름 하나만 해야겠구나."


아버지는 말을 끝내며 탁자위에 있는 폭 10센티 길이 1미터넘짓하는 상자를 가지고와 내게 건네 주었다. 안봐도 이 상자안에는 검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메르토 백작님께 부탁하신 검이다. 네가 가져다 주거라. 백작님께서 같이 아침도 할겸 네게 직접 가져다주게 하라고 하셨다."


"백작님께서요?"


"아마도 네가 아카데미에서 얼마나 실력을 키웠는지 보고 싶으신거 같더구나."


하기사 그럴만도 했다. 집안사정이나 지금의 신분으로는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백작님은 나의 검술에 대한 재능을 보시고는 아카데미에 들어갈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러니 1년동안 나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나 궁금해하시는 건 당연한 일이였다. 나는 상자를 들고 작업실을 나와 백작의 자택으로 향했다. 백작의 자택은 그란빌 서쪽 입구에 위치하고있어 우리 집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었다. 걸어서 한시간이상이 걸릴정도로...그런데 가는 방향이 그랑베리로즈를 거쳐야하기에 나는 가는길에 그녀를 보고갈 생각을 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그랑베리로즈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그녀를 만날생각에 걸음이 빨라진 듯 했다. 다른 식당들은 주로 오후부터 영업을 시작하지만 그랑베리로즈는 일은 아침은 아니였지만 어쨌던 오전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듯 했다. 나는 곧바로 그랑베리로즈에 들어갔다. 내가 들어서자 웨이터가 안내하려 내게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그랑베리로즈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저기 저는 식사를 하러 온게 아니고...엘리나양 좀 볼수있을까요?"


"아..엘리나양이라면 주방장님 심부름으로 아침일찍 음식재료를 사러 나갔는데요?"


"아...그런가요?...."


나는 웨이터의 말에 침울해지는 것을 느꼈다. 기대하며 왔건만...정작 그녀는 없었다.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고난뒤 오는길에 다시 들려야겠다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나는 아쉬움을 뒤로한체 그랑베리로즈를 빠져나와 다시 백작의 자택으로 발길을 옮겼다. 상당히 긴시간을 걸었다 생각이 들때쯤 그란빌 서쪽 입구가 보였고 메르토 백작의 자택 또한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바로 백작의 자택에 들어서 자택의 문을 두드렸다. 이내 한 늙은이가 문을 열고 얼굴을 내 비췄다.  깔끔한 검은 정장으로 봐서는 자택의 집사인듯해 보였다. 집사인듯한 노인이 나를 한번 훑어 보고서는 입을 열었다.


"자네가 레온인가?"


"예. 그렇습니다."


"흠..좀 늦었군. 백작님께서 식사도 안하시고 자네를 기다리고 계셨다네. 빨리 따라 들어오게."


"저...이것을 백작님에게 전해달라고..."


내말에 집사는 하인을 시켜 상자를 가져가게했고 나를 백작이 있는곳으로 안내했다.


지금 시간에 아침을 먹기에는 좀 늦은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백작님을 기다리게 하나니..뛰어올걸 하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나는 집사를 따라 백작의 자택안으로 들어갔고  큰홀을 지나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오른뒤 여러 방중 한 곳으로 안내되었다. 그 방안에는 하얀 식탁포로 쌓여진 식탁과 그 위에 고풍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식탁 중앙에는 메르토백작이 앉아 있었다. 백작은 환한미소로 나를 맞이 했다.


"다행이군. 음식이 식기전에 도착했어. 좋은 아침이군 레온."


"늦어서 죄송 합니다. 메르토 백작님."


"아닐세. 자네 집과의 거리를 생각한다면 같이 아침식사를 하자는게 무리한 부탁이였을수도 있겠군. 아무튼 와줘서 고맙네. 계속 서있지 말고 어서 자리에 앉게나."


"예"


나는 백작 맞은 편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렇게 백작과의 아침식사가 시작되었다.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내 1년간의 아카데미 생활이 이야기의 주가되었다. 나의 이야기는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시면서 까지 계속되었다. 


"그래 그럼 아카데미에서의 성적은 어느정도였나? 칼벤토에게 듣기에는 최상이였다던데..."


'칼벤토 데 아벤타인 백작'  아카데미의 설립자이자 경영자이다. 내가 알기로는 백작과는 친구사이라고 알고있다. 내가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었던것도 메르토 백작이 아벤타인 백작과 친구사이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고등교육기관에는 중상위급 귀족들만 들어갈 수 있기때문이다. 나는 그런 귀족들과 같이 교육을 받았고 특별 케이스로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되었던 난 당연히 그들에게 잦은 무시와 소외를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더 뒤떨어지지 않기위해 악착같이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아카데미 최정상에 설수있었다.  


"솔직히 말해 더이상 아카데미에서 얻을 수 있는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하!"


백작은 나의 말에 크게 웃었다. 나는 뭔가 실수를 한게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나의 생각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사실이였으니까...백작은 웃음을 멈추고 말을 이었다.


"역시 사내라면 그정도 자신감은 있어야지! 레온 나를 따라오게."


나는 백작을 따라 자리를 이동했다. 도착한곳은 넓은 홀이였고 홀에는 각종 무기들과 운동기구들이 있는것으로 보아  백작이 수련을 하는 장소같아 보였다. 백작은 많은 무기들 중 목검 두개를 뽑아 하나를 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어디 자네의 자신감을 증명해주겠나?"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백작이 주는 목검을 받아들었다. 백작은 나와 어느정도 거리를 두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제가 어찌 미력한 실력으로 백작님과..."


"겸손도 지나치면 자만이라는 것을 모르나?"


백작은 말이 끝나자마자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나에게 돌격해 들어왔다. 나는 여유있게 백작의 공격을 목검으로 살짝 받아 흘리며 뒤로 두세걸음 빠진 뒤 검세를 잡았다. 백작은 나의 자세에 미소를 보이며 말을 던졌다.


"그래 준비가 되었군!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메르토 백작은 그란빌에서 손에 꼽힐정도로 강한 기사중 한명이다. 젊은 시절 편력기사로 이스타인 전역을 돌아다니며 귀족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용병생활을 하면서 폭넓은 경험을 쌓을 정도로 검술에대한 애착이 컸었다고 한다. 그런 백작에게 나는 피래미에 불과할것이다. 하지만 나는 1년동안 어느정도 성장했는지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이번에는 먼저 선공을 하기위해 백작에게 돌격했다. 나는 오른쪽 허벅지를 공격하는 듯 목검을 아래쪽으로 휘두르다 백작의 목검이 하단을 방어하려 할때 방향을 잽싸게 틀어 역으로 몸을 회전하며 백작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목검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백작은 이미 간파한듯 그자리에 없었고 내 우측면으로 빠져  목검을 찌르면서 생긴 빈틈을 공격해왔다. 나는 가까스로 백작의 공격을 막았으나, 백작의 목검에 실린 힘이 생각보다 엄청났기에 힘에 밀려 자세가 무너져버렸다. 나는 목검을 지팡이 삼아 넘어짐을 방지했지만 그로인해 헛점이 많이 들어나게 되었고 백작은 그런 헛점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연속으로 공격해 들어왔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허리를 틀며 뒤로 도약해 목검을 휘둘러 정면으로 찔러들어오는 백작의 공격 퀘도를 바꿨다. 서로 강한힘에 충돌한 목검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둘다 깨져버렸다.


"후후.. 엄청나군..거기서 그렇게 행동할줄은...완벽히 잡았다 생각했는데."


"아닙니다...목검의 상태만 온전했다면 다음 수에 분명 당했을 겁니다. 역시 소문대로 백작님의 실력은 엄청나시네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아뭏튼 즐거웠네. 몇수 못 나눈게 아쉽지만 자네의 실력이 기대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만족하네."


"과찬이십니다. 아직 모자른 점이 많습니다."


"물론! 아직 자네가 얻어야할것은 많고 많다네...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더이상 아카데미에서 배울 건 없을거 같군. 내가 자네를 처음봤을 때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였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듬어져 더이상 그곳에 있어봤자 갈리고 갈려 자네의 그릇만 작아질뿐이겠지.."


"그 말씀은?"


백작은 수련장 벽면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으며 말을 이었고 나는 백작의 말을 경청하기위해 백작의 앞으로 다가섰다.


"경험!"


"경험?..."


"그렇다네 자네의 검술은 너무 형식적인 틀에 억매어있네. 물론 자네는 아카데미에서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검술에서는 완성의 단계까지 올랐을지 모르지만 세상에 자네만한 실력을 가진사람은 얼마 없을 지몰라도 자네를 꺾을 수 있을 상대는 널려 있을 거라네. 즉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이지. 실전에서 싸우다보면 상식에 벗어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러한 상황을 모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수많은 상황을 경험해봐야 하겠지? 나도 젊었을 때에는 앞뒤 안가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전투란 전투에는 모두 참여했었고 그러면서 죽을 고비도 수없이 넘겼지만 그러므로 그만큼 얻은게 많이 있었다네. 흠...사설이 길어졌군. 아무튼 나는 자네가 넓은 세상을 돌며 경험을 쌓는것이 지금 정체되있는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네."


나는 백작의 세상을 돌며 경험을 쌓으라는 말에 문득 그녀의 떠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녀 엘리나는 여행중이였고 잠시 그란빌에 머물러 있다가 어느정도 여행자금이 모이면 떠날 예정이라 했었다. 그녀와의 이별을 생각 할 때면 막연한 아쉬움이 밀려와 나의 가슴을 자극 했지만 만약 그녀와 같이 여행을 하게된다면 그녀와 떨어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였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어지자 길이 라도 찾은듯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녀와 헤어지지 않을 방법이 생긴것이다. 무엇 보다 그녀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방법이 생긴것 만으로 나는 기뻤고 어서 빨리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린뒤 그녀와 상의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백작과 몇차례 검술에 대한 얘기를 나눈뒤 백작의 자택을 빠져나와 바로 그랑베리로즈로 향했다. 


 


 


 


 


 


[7화] 갈색머리 남자, 레온 브리니트


 


나는 며칠간 그랑베리로즈에서 공연을 하며 받은 돈으로 한동한 생활하는데 필요한 필수 품을 사기위해 그란빌 시내 이곳 저곳을 돌아보았다. 막상 필요한것은 많지 않았다. 며칠간 머물며 입을 옷등 몇가지를 구입했을뿐.... 구입한 것은 별로 없었지만 이것저것 구경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다. 나는 그만 그랑베리로즈로 돌아 가려하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내 앞에 불쑥 나타나 말을 걸어왔다.


"엘...리나양 맞으시죠?"


처음 보는 사람이였지만 그 사람은 나를 알고 있다는듯 나의 이름이 맞나 확인했고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 경계하며 용건을 물었다.


"에?..예 제가 엘리나맞습니다. 무슨일로?.."


나의 물음에 그 사람은 자기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아..저에게는 구면인데 엘리나양에겐 초면이겠군요 저는 나이트 자르만, 아베 폰 자르만입니다. 그랑베리로즈에서 공연 잘 봤습니다. 정말 천상의 목소리를 가지고 계시더군요. 그 목소리에 반해버렸습니다. 부디 오늘 제게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엘리나양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시지요 레이디."


'아베 폰 자르만' 그의 이름이나 차림새를 보니 그는 귀족기사인듯했다. 내가 보아온 대부분의 귀족들은 일반 서민들을 아무 죄의식 없이 핍박하고 그랬기에 나는 아베 폰 자르만이라는 자의 접근이 반갑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에 그의 부탁에 거절의사를 밝혔다.


"아...죄송해요. 제가 동생이있어서 들어가봐야되요. 죄송합니다."


그 귀족기사는 나의 거절을 잘못 들었다는듯 의아해하더니 자존심이 상한 듯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나의 손목을 낚아 챘다.


"감히 천민 음유시인따위가 기사의 부탁을 거절해!? 그건 나에대한 모욕!! 기사를 모욕하다니 각오는 되있겠지?!"


"아악...놔! 이 멍청아!"


귀족기사의 행동에 난 순간 열이 확올라 나도 모르게 주먹을 휘둘렀다.
'퍽!'


나의 주먹은 기족기사의 얼굴에 작열했고 기사는 눈이 뒤집어지며 소리쳤다.


"이 년이 기사의 몸에 손을 대다니!"


'짝!'


귀족기사는 나의 뺨을 세게쳤고 나는 힘없이 바닦에 쓰러져버렸다. 입에선 붉은 선혈이 입술을 타고 턱으로 흘러내렸다. 귀족기사는 쓰러진 나에게 다시 접근해 손을 들어올렸다. 그때 갈색머리의 한 남자가 나타나 내려치려는 귀족기사의 손을 낚아채며 주먹으로 기사의 얼굴을 쳤다. 갑자기 등장한 남자의 공격이 얼마나 샜는지 귀족기사는 땅바닦을 몇차례 뒹굴렀다. 기사는 이성을 잃고 검을 뽑아들었다.


"애인이 있으면 지금 당장 연락해라!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고!!"


기사는 그렇게 소리치며 남자를 향해 돌진해갔다. 갈색머리 남자는 여유있게 기사의 공격을 흘리며 무릎으로 기사의 복부를 가격했다. 기사는 그대로 바닦에 쓰러져 몇차례 위액을 쏟은 뒤 기절했고  갈색머리 남자는 쓰러진 나를 부축해 이곳을 벗어나 적당한 공터로 이동했다. 갈색머리 남자는 걱정되는 눈으로 나를 한참을 보더니 나의 부은 볼에 손을 갖다데었다. 남자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흠짓했지만 이내 갈색머리 남자도 자신의 행동에 흠짓놀라며 잽싸게 손을 치웠다. 그리고 한동안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얼마 지나지않아 나는 그에게 도움을 받은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 먼저 입을 열었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괜찮겠어요? 그사람 귀족이잖아요...."


나는 갈색머리 남자가 혹시라도 그 기사에게 보복을 당할까봐 걱정이 되었고 순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죄송해요....저때문에..."


나의 사과를 들은 그는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했고 다시 분위기가 한동안 썰렁 해졌다. 그렇게 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갈색머리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감동 먹었습니다."


나는 뜬금없는 그의 말에 또 당황해야했다. 이 남자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 제주가 탁월한거 같다. 갑자기 그 남자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순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이상한 사람...나는 또 어색해질거 같아 빨리 말을 이었다.


"감동을 드셨다구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먹은게 아니라...엘리나양의 공연을 보고 그 아름다운 목소리에 감동받았죠."


이 남자도 나의 공연을 본듯했다. 나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아..그때 있으셨군요."


그리고는 갈색머리 남자는 그때의 상황을 열변을 토하며 설명을 했다. 그렇게 어색했던 분위기는 점차 사그라들었고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왜 그랑베리로즈의 무대에 서게되었는지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었다.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나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


"아뭏튼 그렇게 해서 그랑베리로즈의 무대에 올라서게됬어요. 일단은 이렇게 그랑베리로즈에서 돈을 더 모은 뒤에 떠날생각이에요."


"떠나신다고요?"


"예. 말했잖아요? 여행중이라고...벨파하에서 배를 타고 하펠루만으로 넘어가려구요."


"그렇군요..."


그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뭔가 아쉬어하는 듯...나로선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그냥 그에게서 그런 느낌이 느껴졌다. 문뜩 난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느꼈고 기다리고 있을 동생 튜토가 생각났다.


"어휴...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네요.. 저 동생이 기다리고 있어서 이만 들어가 볼게요."


"아..예..제가 그랑베리로즈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또 신세를 질 수는 없었다.


"아니요. 안그래도 도움만 받았는데 괜찮아요. 혼자갈게요. 더이상 신세를 지면 부담될거 같아서요. 그럼 이만 갈게요.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말을 마치고 나는 바로 그랑베리로즈로 향했다. 그런데 뭔가가 허전 뭔가 빠뜨린듯한 느낌이였다. 나는 걸어가면서 그게 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고 곧 그것이 뭔지 알아냈다. 나는 가던길을 멈추고 다시 갈색머리 남자에게 다가갔다.


"아...저...아직 당신의 이름을 모르는데 알려주실래요?"


"레온...레온 브리니트, 브리니트가의 장남입니다."


'레온 브리니트'...갈색 머리에 갈색 눈 그리고 준수한 외모 그리고....나를 위험에서 도와준 착한 사람...내가 그에게서 느낀 이미지였고 작은 호감이 생겼다.


"레온 브리니트... 레온님이라 부를게요. 괜찮죠? 언제 한번 그랑베리로즈로 놀러오세요. 신세도 갚을겸 제가 대접한번 해드릴테니까요. 레온님? 그럼 정말 가볼게요."


그렇게 말을 마치고 나는 곧장 그랑베리로즈로 향했다. 그랑베리에 도착하자 나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저녁 무대에 올라가야하는데 얼굴이 부어 무대에 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배인은 몇일 쉬었다가 붓기가 빠지거든 다시 무대에 오르라고 했고 튜토는 어떻게 된일이냐고 나의 얼굴을 이렇게 만든사람이 누구냐며 방방날뛰었다. 나는 튜토를 진정시키며 오후에 있었던 일에대해 어떤 기사에게 봉변을 당할뻔한것에서 부터 갈색머리 남자, 레온이 구해주기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튜토를 진정시키고 지배인의 하루 쉬라는 당부에 나는 방에 올라가 일은 저녁이지만 일찍 잠을 청했다. 나를 구해준 레온이라는 갈색머리 청년을 한번 되새기며....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이 밝아 왔고 일찍 잠을 자서인지 일은 아침에 눈이 떠졌다. 일은 시간이라 그랑베리로즈의 홀은 아직 어두웠고 요리를 하는 주방쪽만이 아침부터 하루를 준비하는듯 분주한 소음이 들려왔다. 나는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방에 요리사는 일하기 편하도록 셋팅을 하고 있었고 내가 들어온것을 느꼈는지 내게 시선을 옮겼다. 요리사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아침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에요 요리사님."


"오~ 엘리나 벌써 일어났네? 좋은 아침이지?"


약간은 펑퍼짐한 몸에 넉살좋게 생긴 훈훈한 인상의 요리사는 나의 인사에 활짝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네. 그렇네요. 근데 아직 밖에 나가보질 않아서 진짜 좋을지는 모르겠네요."


"내 직감에는 오늘역시 어제처럼 맑은 날일거야"


"후움...신빙성이 떨어지는데요? 요리사님 직감이 그렇게 뛰어나시나요?"


요리사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당연하지! 내가 장보러 갈때면 오던 비도 멈출정도였다고 장을 볼때마다 항상 맑은 날이였었지. 오늘 장보러 가는 날이니 오늘은 분명 날이 맑을게 분명할걸?" 


요리사의 말도안되는 논리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에~순 엉터리네요. 그런건 우연에 일치라구요. 솔직히 장보러 얼마나 자주나간다고 그러세요? 비 안오는 날만 장보러가셨던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지만 내가 장을 본지 어언 15년이라고 그 세월동안 내가 장을 볼때 비가온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충분히 신빙성 있는 말인데 그렇게 비웃어 버리다니 너무하는데?"


요리사는 나의 웃음에 기분이 상한척 입술을 쭉 내밀며 토라진 시늉을 하였다.


"에...그 표정 하나도 안귀여워요~ 안어울리다고요~"


"나 삐졌는데 기분 안풀어주고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거야?"


요리사의 말에 나는 눈을 흘기며 처다봤다.


"에~~ 삐진척하시기에요? 알았어요. 어떻게 풀어드릴까요? 요.리.사.님?"


"흐음....그래! 장을 봐주면 풀도록하지."


"결국 심부름 시키고 싶었던 거네요?"


요리사는 나의 말에 멋적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이거 나이가 들어서인지 허리랑 무릎이 아파서...."


요리사는 몸을 굽혀 허리와 다리부위에 손을 언고 아픈 시늉을 했다. 


"알았어요. 제가 장 봐드릴게요. 어차피 몇일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는데 이런거라도 도와드려야죠."


나의 승낙에 요리사는 활짝 미소를 보이며 장을 봐야할 목록이 적힌 종이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목록을 건네받은 난 입이 벌어 질 수 밖에 없었다.


"......이거 저 혼자 어떻게 들라는 거에요...너무 많잖아요..."


"동생뒀다 뭐하려구? 같이 갔다와."


"흐음...."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신음성을 뱉었다. 어쩔수없이 나는 아직까지 자고있는 튜토를깨워 장을 보기위해 그란빌 시내로 나왔고 사야 될 재료가 워낙에 많다보니 한시간가량 시내를 돌아서야 겨우 목록의 반정도를 살 수있었다. 아침부터 밥도안먹고 오래걸어서 인지 튜토는 지친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누나. 나머지는 아침먹고 사자. 나 배고파."


"그럴까? 나도 좀 출출한데..."


"누난 그냥 출출한 정도야? 나는 죽겠구만..."


동생은 엄청 배가 고픈 듯 투덜거렸다. 여행때도 그랬지만 성장기인 동생은 배가 빨리 고파지고 그 배고픔을 참을 수 없는거 같았다. 아무튼 아침을 먹기로 결정이 났고 동생과 난 근처 적당히 먹을 만한곳을 찾아 발길을 옮겼다. 도착한곳은 적당한 크기에 서민들이 이용하기에 부담없이 생긴 음식점이였다. 그랑베리로즈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오랜만에 소박한곳에 와서인지 그런대로 괜찮았다. 메뉴 역시 소박했지만 간단히 아침을 때우기에는 문제 없어 보였다. 나는 간단히 우유와 토스트를 시켰고 튜토는 정말 많이 배가 고팠는지 옥수수슈트와 우유 그리고 호밀샌드위치와 감자셀러드등 혼자먹기 버거울 정도로 많은 양의 음식을 시켰다. 역시 성장기 아이들의 식성은 대단하다 생각되는 나였고 이내 그랑베리로즈에서 무전취식을 했을때의 튜토가 생각나 작은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한동안 너무 고급음식만 먹어서 그런지 지금 먹는 음식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옛날 배고픔에 굶주렸을 때라면 감지덕지했을 테지만 현재 나의 미각은 그랑베리로즈의 음식들로 인해 한층 격이 높아진듯했다. 그에 비해 동생은 예나 지금이나 입이 미어 터지도록 음식을 집어넣고있었다. 분명 튜토의 미각은 엄청 둔하리라...맛보다 배를 채우기위한 식탐...그것이 동생의 식욕이라 생각되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동생은 식당을 나와 나머지 음식재료를 사기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동생과 요리재료를 모두 사고 그랑베리로즈로 돌아가려할때 어떤 한 사람이 우리의 앞길을 막아섰고 그 사람은 어제 나의 얼굴을 붓게 만들었던 그 기사였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나는 당황해야만했다.


"앗!!..당신은..."


기사는 조소를 띄며 다가왔다.


"오호~안그래도 찾고 있었는데....어제 그런일이 있었으면 몸을 숨기고 있었어야지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시나? 그놈은 어디에 있지?"


동생은 어제 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는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기사나 되는 사람이 쫀쫀하게 복수나 하러온거에요?! 쫀쫀하니 여자에게 폭력을 썼겠죠."


"튜..튜토!"


갑작스러운 동생의 행동에 놀라 나는 재빨리 튜토를 잡아 내 뒤에 서게 했다. 그 기사는 한층 조소를 짓게 띄며 내게 다가와 오른손으로 턱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는 어린녀석까지 나를 모욕하는 군...네 동생인가? 그 누이에 그 동생이로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좋게 말할때 그 갈색머리 녀석 어디에 있는지 말해. 그게 신상에 좋을거야.."


'퍽!'


튜토는 그 기사의 옆으로 다가가 정강이를 발로 찼지만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은 듯 기사는 비웃으며 동생의 가슴을 발로 차버렸고 동생은 힘없이 뒤로 넘어져버렸다. 나는 기사의 손에서 빠져나와 쓰러진 동생에게 달려갔다.


"이러지 마세요!! 그리고 전 그 사람을 어제 처음 봐서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몰라요!"
"훗훗훗....그럼 내앞에 찾아 데리고 오시지?!"


그 기사는 말을 마친뒤 다가와 동생의 멱살을 움켜쥐며 일으켜 새웠다.


"그란빌 중앙 광장 시계탑 뒷쪽 공터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그 녀석을 빨리 데리고 오지않으면 숨쉬고있는 동생을 볼수 없을거야!"


나는 말리려 했지만 기사의 밀침에 힘없이 바닦에 쓰러져버렸고 그는 동생을 데리고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나는 망연자실하게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함이 앞을 가렸고 이내 울컥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흐흑..도와..주세요.....흑"  


나의 요청에 사람들은 외면해버렸고 나는 동생의 걱정에 눈물이 더 쏟아져나왔다. 그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리나양?" 


"레온님?"


목소리에 주인공은 갈색머리의 청년, 나를 위기에서 도와 주었던 레온이었다. 그는 나의 우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며 무슨일인지 물었고 나는 아까의 상황을 그에게 설명해주었다. 나의 설명을 들은 그는 분노하며 입을 열었다.


"기사란자가....어린 아이를 납치하다니....엘리나양? 저는 시계탑으로 갈테니 엘리나양은 제가 지금부터 알려주는 곳으로 가서 도움을 청하십시오. 저의 이름을 말하면 아마 도와줄 것입니다."


그는 나에게 그란빌 서쪽에 위치한 메르토백작이살고 있는 자택의 위치를 알려주었고 그 백작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했다. 말이 끝나고 그는 바로 시계탑으로 발길을 돌렸고 나역시 그가 알려준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8화] 튜토의 수난


 


오늘은 그랑베리로즈 주방장의 심부름으로 누나와 같이 요리재료를 사기 위해 아침부터 그란빌 시장에 나왔다. 누나는 부은 얼굴때문에 어제 무대에 못올라갔던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누나는 주방장에게 심부름을 자청했고 주방장는 귀찮은데 잘됬다는 표정으로 마치 준비라도 했다는 듯 수많은 심부름거리를 종이에 적어주었다. 워낙에 살것이 많다보니 원치않게 나도 누나를 따라 나서야했지만 그란빌에  도착해서 한번도 돌아다녀본적 없기에 답답했던터라 불만은 없었다. 한시간가량 돌아다니며 요리재료를 샀다. 아침을 안먹고 돌아다니다보니 내 배에서는 꼬르륵거리며 밥을 달라고 요동을 쳤다.


"누나. 나머지는 아침먹고 사자. 나 배고파."


"그럴까? 나도 좀 출출한데..."


"누난 그냥 출출한 정도야? 나는 죽겠구만..."


도대체가 누난 엄청 둔한건지 신경세포가 죽은건지...아침먹을 시간을 훌쩍뛰어넘었는데 고작 한다는말이 출출한정도라니...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누나는 전혀 모르는 듯 했다. 아뭏튼 아침을 먹기로 결정이 났고 누나와 난 근처 적당히 먹을 만한곳을 찾아 발길을 옮겼다. 도착한곳은 적당한 크기에 서민들이 이용하기에 부담없이 생긴 음식점이였다. 한동안 그랑베리로즈에서 고급 음식만 나와서 조금은 부담이 됬는데 이곳은 맘편이 먹을수 있을거 같아 좋았다. 메뉴도 친근한 것들이 많았다. 나는 옥수수슈트와 우유 그리고 호밀샌드위치와 감자셀러드등을 시켰고 누나는 간단히 우유와 토스트를 시켰다. 정말로 누난 별로 배고프지 않은거 같았다. 얼마간의 시간이지나고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역시 내게는 고급스러운 음식보다 이런 음식이 입에 맞았다. 한동안 그랑베리로즈에서 나온 기름진 고기음식만 먹어 속이 더부룩했는데 오늘 단백한 음식을 먹으니 속이 좀 풀리는 듯 했다. 식사를 마치고 누나와 난 식당을 나와 나머지 음식재료를 사기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누나와 요리재료를 모두 사고 그랑베리로즈로 돌아가려할때 어떤 한 사람이 우리의 앞길을 막아섰다. 


"앗!!..당신은..."


누나는 막아선 사람을 보더니 놀란 토끼마냥 눈을 동그렇게 뜨며 당황해했다.


"오호~안그래도 찾고 있었는데....어제 그런일이 있었으면 몸을 숨기고 있었어야지 어딜 그렇게 돌아 다니시나? 그놈은 어디에 있지?"


이야기의 경황으로 보아 앞에 있는 사람은 어제 누나에게 폭력을 행한 기사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누나 앞으로 나서서 그 사람에게 소리쳤다.


"기사나 되는 사람이 쫀쫀하게 복수나 하러온거에요?! 쫀쫀하니 여자에게 폭력을 썼겠죠."


"튜..튜토!"


누나는 나를 잡아 끌어 뒤쪽에 서게 했다. 그 남자는 누나의 턱을 손으로 잡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이제는 어린녀석까지 나를 모욕하는 군...네 동생인가? 그 누이에 그 동생이로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좋게 말할때 그 갈색머리 녀석 어디에 있는지 말해. 그게 신상에 좋을거야.."
나는 그 남자의 행동에 열이 올랐고 화를 풀기위해 난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난 그 남자의 측면으로 다가가 정강이를 발로 힘껐 차버렸지만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은 듯 했고 그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 비웃으며 발로 나의 가슴을 찼다. 나는 충격에 뒤로 자빠졌다. 누나는 급히 내게 달려와 나를 부축하며 그 남자에게 소리쳤다.


"이러지 마세요!! 그리고 전 그 사람을 어제 처음 봐서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몰라요!" 


"훗훗훗....그럼 내앞에 찾아 데리고 오시지?!"


그 남자는 말을 마친뒤 다가와 나의 멱살을 움켜쥐며 일으켜 새웠다. 목이 아팠고 숨이 막혔다.


"그란빌 중앙 광장 시계탑 뒷쪽 공터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그 녀석을 빨리 데리고 오지않으면 숨쉬고있는 동생을 볼수 없을거야!"


남자는 말을 끝네고 나를 끌고 어디론가 갔다. 누나가 어떻게든 남자를 말리려 했지만 무리였다. 남자의 밀침에 누나는 바닦에 그대로 쓰러져버렸고 나는 그 남자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썼지만 그 남자의 주먹앞에 이내 앞이 캄캄해지며 순간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눈을 떴을 때 난 인적이 없는 넓은 공터에 밧줄로 묶여 있었고 입에는 테이프가 붙여져있어 아무 말도 행동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앞에는 나를 기절시킨 남자와 10여명이 넘는 우락부락한고 허막하게 생긴 건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겁이 났다. 이대로 누나를 못보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스쳤고 그렇게 될까 걱정되고 겁이났다. 이런 저런 걱정을 하고 있을때 저 멀리서 한 사람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그가 갈색머리칼의 남자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내 어제 누나를 위기에서 도와줬었다는 사람 이야기가 떠올랐고 누나를 구해줬던 그 사람이 나를 구하러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는지도 몰랐고 내 바램을 져버리지 않고 지금 나타난 갈색머리 남자가 내가 생각하는, 누나가 말했던 그 사람이 맞음을 나를 납치한 기사의 행동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를 납치한 기사는 한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후훗...각오는 하고 왔겠지?"


"기사가 복수를 하기위해 아이를 납치 하다니....기사도에 어긋나는 행동인걸 모르는 겁니까?"


"시건방지군.. 지금 상황을 보고도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건가?"


"아..베...폰 자르만..이였던가? 자르만경 기사로서 설수있는 기회를 주겠습니다.. 그만 아이를 풀어주십시오."


"주제를 모르고 괜한 영웅심에 날뛰는 멍청이들이 어떻게 되는줄 아나? 살아 돌아갈 생각은 버려라. 생각 같아서는 내 손으로 죽이고 싶다만 이 고귀한 손에 천박한 피를 무칠 수는 없는 일이지.."


기사는 말을 끝내고 데리고온 건달들에게 손짓으로 공격지시를 내렸다. 기사의 지시에 선두에 섰던 네명의 건달이 먼저 뛰어 나가 갈색머리 남자를 포위했다. 나는 갈색머리 남자의 등장으로 가라앉았던 불안감이 다시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아무리 봐도 숫적으로 너무 불리한 상황이였기에 갈색머리 남자가 나를 구할 활률은 아주 희박해 보였다. 갈색머리 남자는 건달들이 자신을 포위하자 몸을 낮추며 자세를 잡았다. 언뜻 보기에 싸울준비를 한듯 했다. 한 건달의 무식한 주먹질로 싸움이 시작되었고 이내 나의 불안과 걱정은 순간 반전되었다. 갈색머리 남자의 몸동작은 날쌔고 빨랐다. 공격해 들어오는 건달의 주먹을 오른손으로 살짝 밀쳐냄과 동시에 건달의 안으로 파고 들면서 팔꿈치로 건달의 흉부를 가격했다. 갈색머리 남자는 동작을 멈추지 않고 바로 뒤로 도약하며 몸을 회전시켜 회전하는 원심력으로 뒤에 있는 건달의 얼굴에 발을 꽃아넣었다. 순식간에 건달 두명이 쓰러졌고 같이 공격 하려던 나머지 두명은 번개같이 빠른 갈색머리 남자의 공세에 주춤했다. 갈색머리 남자는 건달들이 주춤한 틈을 타 오른쪽 측면에 있던 건달의 턱을 손바닥으로 아래서 위로 올려치며 충격에 뒤로 넘어가려는 건달의 오른 손목을 왼손으로 잡아 자신쪽으로 당기며 오른손으로 건달의 옷깃을 잡은뒤 회전하며 그대로 맞은 편에 있는 나머지 한 건달에게 던져버렸다. 맞은 편에 있었던 건달은 던져진 건달에 의해 땅에 처박혀야했다. 나는 속으로 경탄했다. 정말 순식간에 네명이나 되는 건달을 제압해 버린 그였다. 입이 테입에 막혀서 탄성은 못 질렀지만 내 눈빛은 다시 찾아온 희망에 초롱초롱해졌다. 기사도 갈색머리 남자가 의외의 실력을 보이자 약간 당황하는 듯한 기색을 비추다 이내 다시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갈색머리 남자에게 말했다. 


"막 굴러먹은 피래미는 아니다 이건가?"


"더이상은 무의미한 싸움일 뿐입니다. 그만 아이를 풀어주시죠."


"크흐흐흐..아주 기고만장해져 병아리가 독수리를 이길 수 있을거라 착각하고있나보군! 장난은 여기 까지다. 모두 공격해!"


기사는 검을 뽑아들며 남은 건달들과 함께 갈색머리 남자를 공격해 들어갔다. 아까전 갈색머리 남자의 선전에 희망이 생겼지만 이번에는 좀 불안했다. 아무리 막나니 기사라도 기사라는 호칭은 그냥 들을 수 있는게 아니다. 어디서 듣기로는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전투고육을 받아야 된다고 한다. 그런 기사가 싸움에 합세했으니 나는 다시 불안함에 휩쌓여야했다. 내 예상과 마찬가지로 갈색머리 남자는 수세에 몰렸다. 기사는 갈색머리 남자의 공격을 차단했고 여럿 건달들의 수많은 공세에 갈색머리 남자는 방어하기에도 버거워보였다. 몇분간 계속되는 분투에 점차 갈색머리 남자는 지쳐 가는 듯 움직임이 현저히 느려진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결국 한 건달의 공격을 허용하게 됬다. 공격을 허용한 갈색머리 남자의 자세는 무너졌고 그 틈을 타 건달의 연속적인 공격이 시작됬다. 갈색머리 남자의 공격은 역시 기사에게 막혔고 계속되는 건달의 공격에 갈색머리 남자는 막아내는 숫자보다 맞는 숫자가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이내 갈색머리 남자는 쓰러졌고 건달들은 그를 둘러쌓아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기사는 뒤쪽에서 맞고있는 갈색머리 남자를 쳐다보며 조소를 띄었다. 그때 앞에서 우렁찬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그자리에서 동작그만!!!"


어느새 무장한 병사들 수십명이 다가와 기사와 건달들을 포위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갈색머리 남자를 때리던 건달들은 뒤로 몇발짝 물러났다. 병사들 사이로 귀족인 듯한 중년남자가 걸어나왔고 쓰러져 있는 갈색머리 남자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펴보았다.


"레온...심하게 맞았군.."


"하아..하아...메르토백작님...좀 늦으셨어..."


갈색머리 남자는 말을 하다 기절해 버린 듯 했다. 병사들 사이에서 또 한명의 사람이 걸어 나왔고 여자였다. 어디서 많이본듯한...아니 내가 아주 잘 알고있는 바로 누나였다. 누나는 갈색머리 남자에게 다급히 다가가 상태를 살피다 이내 울먹이며 백작에게 물었다.


"레온님...레온님은 어떻게 된거죠? 살아 있는건가요??"   


"걱정말게. 잠시 기절한것이니.."


말을 마친 백작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에게 다갔다. 기사는 당황해 어쩔줄 몰라하며 백작의 눈을 피했다.


"저..그..메르토백작님..그게.."


'짝!'


경쾌한 소리가 공터를 울렸다. 백작이 기사의 따귀를 때린소리였다. 나는 속이 후련해짐을 느꼈다.


"자르만경! 나는 이 사실을 알려 자네의 기사자격을 박탈할것이니 그리알게!!"


"백작님!..."


"듣기 실네! 자네 아버지를 봐서 참는 것이니 더이상 내 인내력을 시험하지 말고 그만 돌아가게!!" 


기사는 뭔가 말하려했지만 백작은 기사의 말을 딱 잘라버렸다. 기사는 어쩔수없이 건달들을 데리고 자리를 빠져 나갔다. 상황은 그렇게 정리가 되었고 그제서야 누나는 내가 생각 났는지 내게 다가와 묶인 밧줄을 풀고 테이프를 제거해줬다. 누나와 난 백작에게 감사를 표했고 인사를 마친 뒤 백작과 병사들은 쓰러진 갈색머리 남자를 데리고 돌아갔다. 그렇게 나의 납치사건은 종결이 났고 누나와 난 그랑베리로즈로 발길을 돌렸다. 주방장이 심부름한 음식재료는 사라져버린체 빈손으로 우리는 그렇게 향했다. 그랑베리로즈로....


 


 


 


 


 


[9화] 재판


 





다음 날 아침 깨어나보니 나는 백작의 자택 침실에 누워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하자 온 몸에 욱씬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았고 나의 상태를 이리 저리 살펴보았다. 팔과 허리에는 붕대가 감켜있었고 몸 곳곳이 화끈화끈 거리는것이 약을 바른 듯 했다. 방문이 열리고 백작이 들어 왔다.


"깨어 났군. 어때? 몸은 괜찮나?"


"아...조금 움직이기 힘든것만 빼고 괜찮습니다."


"무모하게 혼자 덤벼들다니 큰일 날 사람이군."


"그땐 경황이 없어서...다음부턴 더 신중히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뭐 나물하는것은 아니네...바른일을 위해 행한일이니..기사로서 중요한 덕목이지. 자르만경은 조만간 잘못을 알려 기사의 자격을 박탈할 생각이네."


"그 아베라는 사람과는 아는 사이신가 보군요."


"물론 그란빌에서 유명하지...자르만가의 막나니라 불릴정도로 자기 아버지의 권력만 믿고 까부는 철없는 놈이지 뭐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지만.....아..자네는 모르겠군. 자네가 아카데미에 들어가고 얼마 안있어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아베 폰 자르만' 그는 그란빌에 유명한 막나니인 듯 했다. 나는 문뜩 의문이 생겼다. 그가 어떻게 기사가 되었는지 의심이 들정도로 예의와 기사로서의 품격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백작의 말을 들어보면 그 기사의 아버지도 그 기사와 별반 다를 것 없을거라 생각됬다.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렸고 방 문이 열리며 집사가 들어왔다.


"백작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예. 엘리나양이라고..."


나는 집사의 입에서 나온 말에 귀가 솔깃했다. 잘못 들은게 아니라면 자택에 엘리나가 찾아온듯 했다.


"내 손님은 아니로군. 이쪽 방으로 데리고 들어오게. 레온을 찾아온거 같으니."


"예. 알겠습니다."


집사는 말을 마치고 방을 빠져나갔고 백작은 푸근한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후후..내가 있어서 좋을 건 없겠지?..난이만 나가 볼테니 즐거운 시간 보내게."


"하하하...감사합니다."


나는 방에서 나가는 백작을 보며 멋적게 웃었다. 왠지 내마음을 백작에게 들킨것 같아 약간은 민망해졌다. 백작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않아 그녀와 그녀의 동생이 들어왔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 


"괜찮아요? 자꾸 레온님께 신세만 지게 되네요."


"하하하..엘리나양께 이렇게 도움을 줄수 있었다니 영광이네요."


나의 말에 그녀는 약간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를 보는 난 세상이 밝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정도로 그녀는 화사했다. 그녀는 옆에 있는 동생을 가르키며 내게 소개해줬다.


"얘는 아시겠지만 제동생 튜토에요."


"그땐 정말 고마웠어요. 레온형이라 불러도되죠?"


"물론!"


그녀의 동생은 일렌보다 약간 어린 듯 해보였고 전체적으로 귀여운 얼굴에 그녀와 같은 금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동생은 똘망똘망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고 그 눈빛에서 난 약간의 부담을 느껴야만했다. 그러게 한참동안을 바라보던 그녀의 동생이 입을 열었다.


"형 기사에요? 그 많은 수를 상대로 엄청 잘 싸우던데! 정말 멋졌어요!"


"아니 아직은 아니고 지망생이란다."


"그렇군요...아뭏튼 정말 엄청났어요. 누나도 봤어야하는데.."


그녀의 동생은 그때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동안 즐겁게 대화를 나눈뒤 그녀와 그녀의 동생은 돌아갔다. 나역시 몸을 추려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백작이 집에 연락을 했겠지만 분명 가족들은 많이 걱정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발길을 집으로 옮겼다. 집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어머니는 밤새 걱정을 하신 듯 피곤해 보였고 동생들 역시 많은 걱정을 한듯했다. 어머니는 이곳 저곳 생긴 나의 상처를 보고는 많이 안쓰러워 하셨고 아이린은 눈물을 글썽거리기 까지 했다. 나는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말을 꺼냈다.


"어머니. 저 괜찮아요. 그나저나 아침을 안먹었는데 밥 좀 주세요."


"그래 우리도 아직 아침을 안먹었는데 같이 먹자꾸나"


"그런데 아버지가 안보이네요? 어디 가셨어요?"


나의 물음에 일렌이 대답을 했다.


"아버지 어제 점심무렵 원자제가 들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채석소에 가셨어. 내일에나 오실거야. 아버지가 형 상태보면 깜짝놀랄 텐데...멍좀봐..시퍼래.."


그란빌 북쪽 입구에 위치한 채석소. 아버지가 금속재료를 구하는 곳으로 광산마을로 유명한 프라이건에서 철금속을 유통 하는 곳으로 아카데미에 들어가기전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몇번 가본적 있는 곳이다. 아버지는 채석소의 소장과 친한사이라 재료를 구하러 갈때면 며칠씩 있다오곤했다.


"레온. 일단 방에가서 쉬고었거라. 준비다되면 부를테니.."


"그냥 거실 쇼파에 앉아 있을게요. 너무 걱정마세요. 그냥 멍든 상처일 뿐이니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동생들과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동생들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꼬치꼬치 케물었고 나는 동생들의 성화에 못이겨 어제 그녀의 동생이 납치되어 구하러 갔고 십여명의 건달들과 싸웠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주방에서 나와 누가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누구시죠?"


"소환장이오! 레온 브리니트는 당장 그란빌 법정에 소환 할 것을 명하오!"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에는 내이름이 거론되어 있었다. 나는 일어나 현관으로 이동했다. 


"제가 레온 브리니트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법정에서 나온 아레스 데 모라든라네. 자네는 귀족법 53조 11항에 의거 자유시민으로서 귀족에게 폭행한 혐의로 본 재판에 소환한다는 소환장이나왔네. 경비병 포박해 호송하도록!"


'아레스 데 모라든'의 말에 병사두명은 나의 손에 밧줄을 묶은뒤 양옆에 섰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법정에서 사람이나와 나는 영문도 모른체 끌려가야했다. 재판은 그란빌 중앙광장에 있는 성당에서 열렸고 나는 그곳으로 끌려갔다. 이미 재판준비가 되있는 듯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그 사람들중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 사람은 메르토백작이였다. 백작은 나를 발견하고 내게 다가와 분노에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젠장! 일이 이렇게 되버리다니....오늘 자르만경의 기사 자격을 박탈하려했는데 먼저 선수를 쳤더군...어처구니 없게도 자네를 폭행혐의로 고발했다네..걱정은 하지말게 내가 잘 변호해줄테니.."


"그렇군요..."


그렇게 백작과의 짧은 대화가 오간뒤 나는 재판 석에 올랐고 낯익은 사람을 또 보게 되었다. 그는 소송을 재기한 아베 폰 자르만이였다. 이내 재판관에의해 재판이 시작되었다.


"피고인이 소환 되었으니 재판을 시작 하겠습니다. 먼저 원고의 자료에 의하면 피고는 이틀전에 그란빌 시내에서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원고를 폭행했다고 하는데..사실이오?"


재판관의 말은 지난번 그녀를 구하기위해 기사를 때린 상황을 말하는 것 같았다. 분명 저 자료에는 아베 폰 자르만에게 유리하도록 작성되있을 터였고 그녀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이 안되있었다. 나는 그때 상황을 대변하기위해 입을 열었다.


"그때 한 여인이 폭행을 당하고있어서....."


재판관은 나의 말을 무자르듯 자르며 무겁게 소리쳤다.


"본 재판관의 질문에는 예 아니오로만 답해주시길 바라는 바이오! 피고는 원고를 폭행하였소?!"


"예..."


"피고의 신분이 원고의 신분보나 낮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이유없이 폭행을 휘둘러 하극상을 범했소. 내말이 맞소?"


"예...그렇지만...그 상황에서는..."


이번에는 아베 폰 자르만이 내말을 잘라버렸다.


"무슨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려는것이냐?! 평민의 신분으로 귀족을 폭행하다니!! 이건 계급사회의 체제를 무너트려 혼란을 야기하는 중죄라는 것을 모르나?! 재판관님 저자는 귀족을 폭행으로 모욕하고 그로인해 명예를 훼손한 저자를 가볍게 처리해서는 안됩니다. 이는 계급사회에 큰 파문을 이르킬 우려가 있으니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중벌로 다스려야 된다 생각하는 바입니다."


"나도 원고의 말에 동의 하는 바이오."


'쾅!'


뒤에서 보고있던 메르토백작은 이런 비합리한 재판에 불만을 가진듯 자신 앞에 있던 책상을 주먹으로 치며 일어나 재판관에게 소리쳤다.


"이런 불합리적인 재판은 처음 보는군!! 아베 폰 자르만 저자는! 기사도를 무시한체 여성에게 폭행을 가했었소! 피고인은 그것을 막기위해 어쩔수 없이 힘을 사용했던 것이고! 또한 얼마전 아이를 납치에 이를 보복하려하기 까지 하였소! 이것이 기사로서 가당키나 하단말이오! 법정에서 이런 상황을 무시한체 신분의 차이만으로 이렇게 불합리적인 판결을 내린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법정을 어떻게 생각하겠소!! 여기 뒤에서 지켜보는 수많은 눈들을 보시오!! 부디 계급에 우선하지 않고 진실로서 죄를 판별하여 판결을 내리길 바라오!!"


'쾅!'


옆 테이블에서 한 중년 남자도 테이블을 주먹으로 치며 일어섰다.


"메르도백작 웃기는 소리그만하게!! 정황이 어찌 되었든 얼마나 귀족이 우스워 보였으면 신분의 차이도 생각하지 못하고 폭력을 휘둘렀겠나?! 이는 앞으로 일어날 또다른 하극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본보기를 보여야하네!! 나 아르고 폰 자르만은 만약 법정에서 이를 중벌로 처결하지 않는다면 나의 이름을 걸고 내손으로 그를 처벌 할것이오!! "


그는 아베의 아버지인듯 했고 문뜩 메르토 백작이 말했던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탕! 탕! 탕!


재판관은 이들의 언성이 커지자 도중에 중재를 했다.


"조용히들 하십시오! 귀족법에 의하면 하극상의 경우 최소 진역 10년이상 내지 사형이오! 하지만 메르토백작의 말을 들어본 바 원고측도 여성 폭행과 납치라는 죄를 범하였소. 하지만 원고측의 죄를 범한 원인은 피고에게 있는듯해 나는 이와 같은 판결을 내렸소! 원고는 폭행한 여성과 납치한 아이에게 50만 크링씩 정신적 피해액을 지불하도록 하고 피고는 법률에 따라 10년의 징역을 선고하는 바이오!!"


탕! 탕! 탕!


재판관은 그렇게 재판을 완결지었고 재판관의 판결에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듯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건 메르토백작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백작은 재판관의 판결에 이의를 재기했지만 소용없었다. 15년의 역살이를 해야한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고 나는 망연자실해져 무엇을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백작은 과격하게 항의 했지만 결국 경비에게 재지되어 끌려나가려는 찰라에 성당의 큰문이 벌컥 열리며 검은색 후드를 한 사내들 수십여명이 들어와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둘러쌓았다. 이들은 모두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검은후드 가슴부위에는 황금색으로 날개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성당 가운데로 검은 후드를 한 사람이 걸어왔다. 이는 다른 검은 후드를 한 사람들과 달리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황금색으로된 화려한 가면을 쓰고있었다. 그는 재판이 진행된 장소의 중앙까지 걸어와 멈춰섰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비밀 재판을 거행하는 크로노스...모두들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 출두한 이유는 돈을 받고 불합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를 처결하기 위해서고 여기에 소송되어진 사건을 공정한 판결하기위해 이자리에 오게됬다. 먼저 재판관은 여지것 수차례 돈을 받아 불합리한 재판을 이행해왔기에 사형에 처한다!!"


황금가면을한 사람의 간결한 판결이 울렸고 이내 황금가면을한 사람은 허리에 채워진 검을 뽑아들어 재판대에 있는 재판관에게 순식간에 접근하여 재판관의 목을 쳤다. 재판관은 저항한번 못해보고 황금가면을한 사람의 판결에 따라 저승으로 가게되었다. 황금가면을한 사람은 검에 묻은 피를 손수건으로 여유있게 닦은 뒤 도로 검집에 검을 넣었다. 그리고 사뿐히 재판대 아래로 내려오며 명령을 내렸다. 


"지금 여기에 있는 원고인과 피고인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람을 대리고 판결의 장소로 자리를 옮긴다."


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후드를 한 자들은 나와 메르토백작, 아베 폰 자르만과 아르고 폰 자르만에게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린 뒤 끌고가 어디엔가 태웠고 곧 덜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나는 마차안이라는 것을 알았다. 몇십분이 지났을까 마차는 멈추고 이들은 우리를 다시 어디론가 끌고가기 시작했다. 얼마 동안 걸었고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눈을 가렸던 천을 풀어 주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실내는 원형으로 되있었고 천장은 높게 돔형이였다. 주위에는 아무 장식품도 없었고 전체적으로 어둑어둑한 분위기였다. 끌려온 네명은 실내의 중앙에 모여있었고 주위로 검은 후드를 쓴 사람들이 둘러 포위한 상태였다. 그리고 우리의 앞에는 황금가면을한 사람이 서있었고 그는 곧 입을 열었다.


"그럼 판결에 앞서 정황에 대해 알려주겠다."


아까도 그랬지만 비밀 재판의 진행은 신속했고 판결은 즉결처분인듯했다. 황금가면을한 사람의 말이 계속 이어졌고 그때 상황에 같이 있었다는 듯 속속들이 모든 정황을 알고있었다. 크로노스는 비밀 재판을 거행하는 관련된 모든것이 신비에 쌓여있는 비밀단체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 봤지만 이들이 어디에 소속되어있는지는 전혀 알려진바 없다. 소문에 의하면 각기 여러 나라에서 비밀리에 사람을 모아 정의를 실현하기위해 만들어진 단체라는 말이 나돌긴 했지만 그 말이 진실인지의 여부는 알 수 없었다.


"....모든 정황은 이러 했고, 나 크로노스 재판관은 정황에 근거하여 이에 판결을 내린다. 아베 폰 자르만은 기사로서 지켜야할 중요한 덕목을 무시하고 연약한 여자를 폭행하고 보복을 위해 아이를 납치한죄! 기사로서 자격이 없다 판별하여 아베 폰 자르만의 기사 자격을 박탈한다! 그리고 레온 브리니트는 여인을 구하기위해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사용했다고는 하나 이는 이유를 불문하고 귀족사회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명백한 하극행위였으므로 그 죄는 유요하다. 그리고 아이의 납치 사건은 원한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판별되므로 아베 폰 자르만과 레온 브리니트는 신명재판으로서 죄의 판결을 내리겠다."


나는 아카데미생활을 하며 신명재판에 대해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신명재판'은 일대일 대전으로써 법정은 신이 의로운 자의 편에 서서 그를 이기도록 돕는다고 보고 대결을 시켜 대결에서 승리한자는 무죄요 진자는 대결에서 죽음으로써 유죄판결을 받는 것이 신명재판이였다. 황금가면을한 자의 말이 끝나자 검은 후드를 한 자들이다가와 같이 중앙에 있었던 메르토백작과 아르고 폰 자르만을 벽쪽으로 끌고 갔고 다른 검은 후드를 한 자가와 장검 두개를 가져다 주었다. 중앙에는 나와 아베 폰 자르만만이 각기 검을 든체 남아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재판관의 말에 짧은 침묵은 깨졌다.


"대결을 하는데 규율은 없다! 의로운 자는 이길것이고 죄를 진자는 신의 판결에따라 대결에서 죽음을 맞이 할것이다!"


땡! 땡! 땡!


재판관의 말이 끝나자 바로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나는 메르토 백작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백작은 걱정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뿐이였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상대를 향했다. 내 손에는 날이 잘선 장검이 들려있었고 항상 수련을 통해 검을 잡았던터라 낯설진 않았다. 다만 아카데미에서 많은 대련을 해봤지만 이렇게 서로 몫숨을 걸고 진검대결을 하는것은 처음이었고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나의 손은 약간 떨려왔다. 어느 덧 나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송글송글 맺였다. 반대로 상대인 아베 폰 자르만은 실전을 경험해본 듯 조소를 띄며 여유있게 자세를 잡았고 나도 따라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서로 마주보며 주위를 돌면서 공격할 기회를 찾기 시작했고 이내 아베 폰 자르만의 선공이 들어왔다. 빠르게 내 심장을 향해 찔러들어오는 상대의 검이 내 눈에 들어 왔고 나는 몸을 틀어 아슬아슬하게 찔러들어오는 검을 피했다. 평소 같았으면 여유있게 피할 수 있었던 정도의 공격이었지만 너무 긴장을 해서인지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몇걸음 뒤로 빠진 뒤 심호흡을 하며 떨리는 손에 힘을 줘 떨림을 멈추게한뒤 서서히 긴장감을 풀었다. 하지만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고 그때 또 한번 상대의 검이 내 심장을 향해 찔러들어왔다. 나는 검을 휘둘러 찔러들어오는 검을 쳐내고 반격에 들어갔다. 긴장이 덜풀려서인지 나의 공격은 매끄럽지 못했고 역시나 상대는 그런 나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었다. 그렇게 몇차례 서로 검이교차했지만 나는 점점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팔과 다리에는 피하다스친 작은 상처에서 피가 베어나와 나의 옷 일부를 붉게 만들었다. 그렇게 계속 접전을 벌이다 나는 그만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져 버렸고 그로인해 치명적인 헛점이 들어나게 되었다. 아베 폰 자르만은 기회라도 잡은듯 빠르게 다가와 검을 수 없이 내려쳤다. 나는 가까스로 넘어진 상태에서 검을 들어올려 막았지만 연속적인 공격을 계속 막기에는 무리였다. 이내 힘에 못이겨 나의 검은 부서져버렸고 상대는 조소를 띄우며 마지막 공격을 하려는듯 검을 머리위로 높게 들어올렸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도 부서져버렸고 더이상 다음 공격을 막을 길이 없었기에 나는 그대로 몫숨을 내줄 처지에 놓였다. 순간 여러사람들의 얼굴이 내 머리속을 스쳤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 그리고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여인 엘리나 특히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것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생겼다. 이내 상대의 검이 나를 향해 내려왔고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누어진 상태에서 최대한 몸을 틀어 눈을 질끈감고 죽을 힘을다해 반토막난 검을 휘둘렀다. 아찔한 통증이 왼쪽어깨에서 느껴졌고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반증해 주었으며 부서져버린 검을 잡고 휘둘렀던 나의 오른팔은 끝까지 휘둘러지지 못하고 도중에 무언가에 막혀 중간에 멈춰서게 되었다. 나는 감았던 눈을 떴고 아베 폰 자르만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나의 부서진 검은 그의 왼쪽 목에 깊히 박혀있었다. 나는 놀라 검에서 손을 놔버렸고 그의 목에 박힌 부서진 검은 힘없이 바닦으로 떨어졌다.


'촤아!'


이내 그의 목에서 피가 솓구쳤고 서서히 나를 향해 쓰러졌다. 그의 목에서 뿌려지는 피는 나의 몸을 적셨고 그렇게 그의 몸은 식어갔다. 나는 사람을 죽였다는 충격에 심장은 요동쳤고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으며 몸에 힘이 빠져 움직일수 없었다. 검은 후드를 한 자들이 다가와 상황을 정리 했다. 내 위로 쓰러진 아베 폰 자르만의 시신을 옆으로 옮기고 검을 회수했다. 메르토 백작은 내게 다가와 나를 부축했고 아르고 폰 자르만은 자신의 아들에게 달려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들의 죽음에 절규했다. 재판관은 다시 중앙에 걸어나와 마지막 판결을 내렸다.


"신명재판은 이것으로 끝이 났고, 레온 브리니트는 무죄임을 판결하는 바이다!"


그렇게 재판관은 끝을 알렸고 재판이 끝나자 다시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린 뒤 이곳에 데리고왔을때 처럼 마차에 태워 마을에 데려다주었고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그들은 신속히 자리를 떠났다. 마을 중앙에는 나와 메르토 백작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아르고 폰 자르만은 다른 위치에 데려다준 듯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았다.


 


 


 


 


 


[10화] 프레드의 친구


 



캉! 까앙! 캉!


프레드는 일은 아침부터 작업실에서 망치질을 하고있었다. 곧 작업실 문을 열고 레온이 들어왔고 프레드는 기척을 느끼고 레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온은 작업을 하고있는 아버지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아침부터 망치질이세요?"


"일어 났구나? 안그래도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무슨일로 찾으셨어요?"


"아. 별일은 아니고 심부름 하나만 해야겠구나."


프레드는 말을 끝내며 탁자위에 있는 폭 10센티 길이 1미터넘짓하는 검이 든 상자를 가지고와 레온에게 건네 주었다.  


"메르토 백작님께 부탁하신 검이다. 네가 가져다 주거라. 백작님께서 같이 아침도 할겸 네게 직접 가져다주게 하라고 하셨다."


레온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백작님께서요?"


"아마도 네가 아카데미에서 얼마나 실력을 키웠는지 보고 싶으신거 같더구나."


"그렇군요..이것만 가져다 드리면 되는건가요?"


"일단은 그것 뿐이니 그것만 가져다드리거라."


"알았어요. 그럼 갔다 올게요."


레온은 말을 마치고 백작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레온이 나가자 프레드는 자신이 하던일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작업실 문이 열리며 일렌이 들어왔고 둘째아들의 등장에 프레드는 용건을 물었다. 


"무슨 일이냐?"


"식사하시고 하시라구요."


"벌써 아침먹을 시간이냐?"


"네..지금 다 기다리고 있다구요. 어? 근데 형은 어디있어요?"


"레온은 백작님 자택에 심부름 보냈다."


프레드는 하던 작업을 마무리짓고 일렌의 옆으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작업실 밖으로 발길을 옮겼다.


"자 이제 그만 밥먹으로 갈볼까?"


"이제는 아침에 밥먹고나서 일을 시작하세요. 아침마다 작업실 내려오기 귀찮다구요."


프레드는 아들의 잔소리에 멋적게 웃으며 일렌의 머리를 손으로 부볐다.


"참고 하마."


그렇게 두 부자는 주방으로 향했다. 식탁에는 조촐한 아침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주방에 도착한 프레드와 일렌은 자리에 앉았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두런두런 얘기하며 아침식사를 하는 브리니트가였다. 식사가 끝날때쯤 브리니트가에 한 사람이 찾아왔다. 채석소 소장인 프레드의 친구에게서 최근에 프라이건에서 순도높은 철광석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하러온 채석소 사람이였다.


프레드는 그 소식을 듣고 바로  몇가지 물건을 챙겨 채석소로 향했다. 채석소는 그란빌 북쪽의 입구를 벗어나 프라이건 남부 입구 경계에 위치하고있어 채석소까지 걸어서 가려면 오랜시간이 걸렸다. 프레드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채석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채석소에는 최근에 철재가 들어왔는지 수많은 수레에 철이 담겨진채 그 넓은 채석소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었다. 프레드는 채석소를 지나 안쪽에 있는 집 한 채가 있었고 그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집앞에선 프레드는 노크를 하였다.


똑! 똑!


이내 안에서 프레드의 나이뻘되는 은회색머리의 중년 사내가 나왔다. 중년 사내는 반가운 친구를 맞이하듯 프레드를 반겼다.


"프레드 이 친구 물건이 있어야만 오는겐가? 야박하기는..."


"너무 서운해하지말게 알, 자네의 집이 너무 멀어서 어쩔 수 없으니까."


"일단 안으로 들어오게나."


그렇게 프레드는 알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 접대용 테이블에 앉았고 알은 주방에서 차와 조금의 다과를 가지고 프레드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래 질좋은 원자재를 들여왔다고?"


"뭐가 그리 급한가? 그것에 대한것은 나중에 말하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찌 지냈는지 얘기나함세."


프레드는 알의 태도에 미소를 지으며 차가담긴 잔을 입에 가져갔다.


"차맛은 여전하군."


프레드와 알은 한시간가량 이런저런 담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갔고 저녁에는 알의 술대접으로 늦은 저녁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술자리를 펼치게되었다. 여느때와 같이 프레드가 채석소에 올때면 하루는 그냥 이렇게 즐기며 지나가기 일쑤였다. 다음날 숙취로인해 머리가 아픈지 프레드는 오른손으로 머리를 받치며 일어났다. 주변은 어제 술먹은 흔적들로 너저분하게 어지러져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알이 쪼그린채 아직까지 자고있었다. 프레드는 정신을 차리고 주방으로가 물한잔을 드리킨후 밖으로나와 채석소로 향했다. 그리고 채석소에 있는 수많은 철광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오...정말 이번 철광은 질이 좋군..좋은 검을 만들 수 있겠어.."


프레드는 철광을 보며 철광의 질에 연신감탄을 하였고 한참동안 채석소의 철광을 둘러보며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알이 일어나 철광을 구경하고있는 프레드에게 다가갔다.


"어때? 이번에는 엄청 질좋은게 많이 들어왔다네."


"그런거 같군..얼마에 하겠나?"


"뭘 그런걸 물어 보고 그러나? 그냥 사던데로 사가게."


"이 좋은걸? 손해가 클텐데?"


"우리사이에 무슨 이득을 따지겠나?"
"이거 좀 미안해지는군. 5만크링 더 쳐줄테니 사양하지말게."


"후후..정 그렇다면 그렇게 받도록하지."


프레드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사람을 시켜 마차를 구할테니 오늘 하루 더 있다가게나."


"알았네. 요번에 가면 또 한동안 못볼테니 오늘 하루정도 더 있다 가도록하지." 


그렇게 그들은 또 저녁에 술자리를 펼쳤고 프레드는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일어날수 있었다. 늦게나마 프레드와 알은 아침식사를 했고 알이 준비한 마차에 철광을 싫은 뒤 프레드는 돌아갈 채비를 했다. 알은 돌아가려던 프레드에게 아기자기한 녹색보석의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이번에 철을 들여오면서 이쁜 돌을 주었다네. 자네 딸이 생각나 목걸이로 만들었는데 선물로 주게나"


"아이린이 좋아하겠군."


"다음에 올때는 애들 좀 데려오게나..이 나이에 혼자 살며 일하려니 외로움을 많이 탄다네."


"다 늙어서 주책떨지말고 자네도 더 늙기전에 어서 결혼해 가족을 만들게."


"후후..좀 늦긴 늦었지?"


"아무튼 잘지내게나 언제 한번 애들데리고 올테니."


프레드는 인사를 마치고 마차를 몰아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것이 프레드가본 알의 마지막 모습이란것을 프레드는 알지못했다. 그날 저녁 채석소에 불길함이 물씬풍기는 검은 후드의 늙은 남자가 나타났고 그 늙은 사내는 채석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분명 여기에서 돌의 기운이 느껴졌었는데....사라져 버렸군...그것도...오늘 사이에...흐음.."


늙은 남자는 아쉬운지 신음성을 뱉으며 채석소 안쪽 알의 집으로 향했고 그의 집 문을 두드렸다.


얼마있어 알이 문을 열고 나왔다.


"음? 뉘쇼? 이 늦은 시간에..."


알은 앞의 스산한 기운을 풍기는 검은 후드의 남자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고 검은 후드의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있어 얼굴이 후드에 가려져 알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허스키한 목소리로 검은 후드의 늙은 남자는 말을 이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알과 눈을 마주쳤고 알은 그와 눈을 마주친순간 무엇에 홀린 듯 눈이 풀려버렸다.    


"돌을 하나 찾으러 왔는데 어디에 있는지 알고있나?"


".....찾으시는 것이 녹색 원석이라면.....목걸이로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을 했습니다.."


알은 힘없는 목소리로 무미건조하게 늙은 남자의 물음에 답했다. 알의 대답에 늙은 남자의 이마에는 이내 내천(川)자가 생겨났고 이를 꽉 물어 이갈리는 소리가 섬뜩하게 채석소를 울렸다.


"덕분에 헛걸음을 하게 되었군...무엇으로 보상할텐가??"


".......질 좋은 철광석으로....."


'푹!'


순간 늙은 남자의 손이 알의 왼쪽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영혼의 돌을 그깟 철조각 따위로 보상하려하다니...너의 몫숨의 수백 아니 수천의 가치보다 더 중요한 물건이란걸 알고 짓거리고 있는건가?"


"쿨럭...욱"


알의 입에서 한 움큼 피가 쏟아져 나왔다.


'슈악~"


"너의 영혼은 안식하지못하고 영원히 고통받게 될 것이다."


늙은 남자는 알의 가슴에 박힌 손을 빼내었고 그 손에는 알의 심장이 들려 있었다. 늙은 남자는 알의 심장을 치켜들었고 이내 푸른 불길이 일며 알의 심장을 태워버렸다. 그리고 알은 구심점을 잃고 바닦에 힘없이 쓰러졌고 서서히 그의 형체는 재가되어 바람에 날려 흩어져버렸다.  


"다행히 아직 이 마을을 벗어나지는 않았군...남쪽인가?"


검은 후드의 늙은 남자는 짧게 말한뒤 채석소를 벗어나 남쪽으로 향했고 뭔지 모를 불길한 검은 기운이 후드를 한 사내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검은 기운은 알의 형상을 하고있었다.


 


 


 


 


 


[11화]잊혀지질 않을 고통, 무텨지는 기억...


 


재판이 끝난 후 다친 어깨로 인해 나는 계속 침대에 누워있어야했다. 메르토 백작은 아르고 폰 자르만이 아들의 보복을 할까우려되 우리집 곳곳에 자신의 사병들을 배치해놨다. 덕분에 우리 집 앞 정원은 사병들로인해 조금은 삭막한 분위기가 조성됬다.


'덜컥'


누군가 내 방에 들어왔고 그 누군가는 다행히 아르고가 보낸 암살자가 아닌 아버지였다.


"몸은 괜찮은 게냐?"


"..심하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조금씩 움직일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그런데 어쩐일이세요?"


"아...다른게 아니고..."


아버지는 내게 녹색보석의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이걸 아이린에게 전해줘서 기분 좀 풀어주려무나. 도통 삐져서 나랑은 눈도 안 마주치더구나."


그랬다. 어제 일이 벌어졌을때 아버지가 자리에 없었기에 아이린은 아버지에게 잔뜩 화가 나있었고 내게 목걸이를 건넨 이유는 화난 아이린의 기분을 풀어 중재역활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건네주는 목걸이를 받고 그런 아버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아이린은 제가 달랠테니 걱정 마세요." 


'덜컥'


누군가 또 나의 방에 들어왔고 그 누군가는 역시나 아르고가 보낸 암살자가 아닌 아이린이 였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는 말은 맞는말인게 분명했다. 역시 아버지에게 단단히 화가났는지 방에 들어오면서 아버지와 눈도 안마주치는 아이린이 였다. 아버지는 나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고 나역시 눈으로 신호를 보내 답을하자 이내 아버지는 방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나는 아이린에게 시선을 돌려 말을 걸었다.


"우리 공주님 아버지한테 단단히 삐졌나보네?"


"너무 하잖아 오빠한테 큰일 생겼는데 아빠는 자리에 없고 어제서야 들어오고.."


"아버지는 채석소에 가셔서 어제 상황을 몰랐잖니..만약 상황을 알았다면 바로 달려 오셨을거야."


"알아...알지만...오빠가 많이 다쳤는데..."


나는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린의 머리를 손으로 부비며 말을 이었다.


"아이린이 걱정해주니까 오빠 하나도 안아프다." 


"거짓말..."
나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아이린의 목에 아까 받은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어?...뭐야?..."


"선물."


아이린은 목걸이를 자세히 살펴보며 언제 눈물을 글썽였다는듯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와...이쁘다...어디서 난거야?"


"아버지가 집에 돌아 오면서 너에게 선물주려고 한건데 아이린이 화내니까 못주고 있다가 나한테 전해주라 하신거야."


"칫...바보 아빠...직접 주면 되지. 오빠 나 아빠한테 가볼게 고맙다고 인사는 해야겠지?"


나는 아이린의 머리를 부비던 손을 옮겨 동생의 볼을 잡아댕기며 말을 이었다.


"그래. 아버지 기분좀 풀어드려 너때문에 어깨에 힘이 쭉 빠지셨더라."


"알았어 오빠."


말을 마치며 동생은 방을 빠져나갔고 나는 창가에 비치는 하늘을 바라 보았다. 그때 있었던 사건을 떠올리면 마치 꿈만 같았다. 하지만 나의 어깨에 나있는 상처가 꿈이 아니란것을 증명해주었고 그때 아베 폰 자르만의 눈...그 눈을 난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아니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난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고 그 죄책감에 지금 마음이 너무 무겁다. 가족들에게는 걱정할까우려되어 나의 그런 감정들을 표출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내 속내를 털어버리고 싶었다.


'덜컥'


또 다시 누군가 내 방에 들어왔고 그는 메르토 백작이엿다. 


"괜찮나. 레온?"


"솔직히 말하면...정신적으로 조금 힘이 듭니다."


메르토 백작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겠지...나도 처음 살인을 했을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나네...하지만 기사가 되기위해서는 거처야할 과정이기도 하지...기사가 되면 더 많은 대결을 하게 될걸세...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가요?"


메르토 백작의 말에 나의 꿈이었던 기사에대해 갈망이 스쳤다. 사람을 죽여야만 기사가 될 수 있는것일까? 기사가 되면 어쩔 수 없는 대결에 또 살인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무엇을 위해 기사가 되려고 한것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생각이 깊어지자 메르토 백작이 입을 열었다.


"복잡할테지...하지만 너무 자책말게...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진 않더라도 무뎌질테니까. 그리고 자네에게 힘이 될만한 것을 가지고 왔다네."


메르토 백작을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편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엘리나양이 쓴 편지라네. 내게 와서 전해달라 하더군."


그녀는 나의 집을 알지못해 메르토 백작에게 부탁한 듯 싶었고 그녀의 편지를 받으니 나의 고통이 조금은 덜어지는 듯 했다.


"그럼 몸조리 잘하게 나는 이만 가볼테니."


"감사합니다. 메르토 백작님.."


"뭘..새삼스럽게.."


항상 나를 챙겨주고 도움을 받았기에 백작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백작은 멋쩍은 듯 미소를 보이며 나의 방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또 혼자 남은 방, 나의 손에는 엘리나의 편지가 들려 있었고 이내 봉투를 뜯어 편지를 꺼내 읽어 보았다. 그녀의 편지에는 나에 대한 안부와 걱정 그리고 감사의 말이 담겨있었고 그녀의 편지를 읽고나니 그녀가 보고싶어져 이내 그녀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재판이후 계속 불안했었던 마음이 그녀를 생각함으로서 많이 누그러 졌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다시 창가를 향했고 창을 향해 비춰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라...그래서 인간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살아갈 수 있는 거겠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창가에 비친 오후 하늘은 화창하기만 했다.


 


 


 


 


 


[12화] 벤 크루저


 



메르토 백작은 레온에게 편지를 전해주고 밖으로 나왔고 어디선가 가까운 곳에서 어두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백작은 정신을 집중해 그 기운의 방향을 잡았고 그 곳으로 향하기전 자신의 사병들에게 당부의 한마디를 날렸다.


"모두 정신차리고 경계에 임하도록!"


"옛!"


백작은 조심스레 어두운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다가갔고 순간 아무도 없었던 자리에 검은 후드의 늙은 남자가 나타났다.


"나의 기척을 읽어내다니...보통이아니군.."


"아르고가 보낸 암살자인가?"


"암살자? 아니 난 단지 돌을 찾으러 왔을 뿐이네."


"어디서 거짓말을!! 자신에게 풍겨지는 짙은 살기나 지우고 거짓말을 하시지!!"


메르토 백작은 잽싸게 검을 뽑아 늙은 남자를 찔렀고 검은 늙은 남자의 후드를 관통해 뚫고 반대 편으로 나왔다. 늙은 남자는 조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후훗...그런것 따위로 날 죽일 수 없다네..."


늙은 남자는 빨르게 뒤로 미끄러지 듯 관통한 검에서 빠져나왔다.


"오늘은 안될 듯 싶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지...다음에 다시 마주쳤을 때는 조심하도록 하게."


'슈악~' 


말을 마친 검은 후드의 늙은 남자는 그자리에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져 버렸다.


"마법사를 고용한 모양이군...이거 골치 아프게 됬는데?"


소란을 느낀 메르토 백작의 사병들은 백작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 십니까?"


"상대가 마법사를 고용한 것 같으니 신경을 써서 경계하도록 하게. 브리니트가에는 알리지 말고! 조금이라도 일이 생기거든 바로 마법경보를 울려 상황을 알리도록 하게! 나는 돌아가서 대비책을 강구할테니.."


"예! 백작님."


그렇게 말을 마치며 백작은 자신의 자택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편 검은 후드의 늙은 남자는 브리니트가를 빠져나와 자신 혼자로는 돌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자신을 도울 세력을 만들기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느껴진다...강한 분노의 기운이...."


검은 후드의 늙은 남자는 길가모퉁이에 만취상태로 쓰러져있는 한 중년 사내의 앞에 섰다. 술에 취해 쓰러져있는 남자는 얼마 전 아들을 잃은 아르고 폰 자르만이였다. 검은 후드의 늙은 남자는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슬픈가? 아주 강한 슬픔이 느껴지는군....그리고 그 슬픔속에 복수를 담고 있어..."


아르고 폰 자르만은 앞에 목소리가 들려오자 힘없이 고개를 들어 검은 후드의 늙은 남자를 향했다.
"누구지?....넌?"


"난 '벤 크루저'라고 한다네...자네의 이름은 뭔가?"


"내 이름?...난 아르고 폰 자르만이다!...명망높은 백작가의 후손이지...넌 누군데 그런 나에게 말을 놓는 것이냐!! 이제 개나 소나 다 나를 무시하는 군..."


"아르고?....어디서 들어 봤던거 같은데?..."


순간 벤이라는 늙은 남자는 얼마전 브리니트가에서 자신을 공격한 남자와의 대화가 떠올랐고 앞에 술취한 아르고라는 남자가 브리니트가와 원한 관계라는것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벤은 음흉한 조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내가 자네의 복수를 도와주도록 하겠네..."


"너..따위가...."


아르고는 벤과 눈이 맞았고 순간 아르고는 채석소의 알이 그랬듯이 초점을 잃었다.


"일단은 너의 집으로 가도록 할까? 좀 피곤하니 쉬어야 겠군."
"....예...제가 모시겠습니다. 벤 크루저님."


"그냥 벤이라 부르게."

"...알겠습니다...벤님..."

그들은 그렇게 자르만가의 자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13화] 레온의 기사 서임식

 






















몇일이 지나고 메르토 백작이 그녀의 편지를 한차례 더 전해주었다. 그 편지에는 오늘 만나자는 내용이 담겨있었고 다행히 나의 상처는 많이 아물어 유동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나의 외출한다는 말에 가족들은 만류했지만 나는 고집을 부려 결국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시계탑이 있는 중앙광장이였고 약속시간보다는 조금 이른시간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녀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기다리는 시간동안 설레임이 멈추질 않았다. 약속 시간이 되었고 멀치감치에서 금발의 한 여인이 광장쪽으로 걸어왔고 그 여인이 엘리나란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서로 마주했을때 어떤 말을 꺼내야할지 몰라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나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먼저 입을 열었다.


"식사부터 할까요?"


그녀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가지고온 바구니를 들어 보였다. 그녀가 가지고온 바구니안에는 먹을 것이 들어 있는 듯 했고 아마 이 안의 음식은 그녀가 직접 만들었으리라. 나는 그녀의 준비에 감동했고 이리 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마땅한 식사자리를 물색했다. 그리고 시계탑 아래 분수대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정하고 그녀와 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와 난 분수대 앞 대리석이 깔린 바닦에 앉았고 그녀는 준비한 바구니 안의 음식을 풀기 시작했다.


"제가 요리를 해 본적은 없지만 오늘 아침에 요리사님의 도움으로 이렇게 만들어 봤어요..레온님의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하하하...엘리나양이 직접 만든 요리를 먹게되다니 영광이네요."


나는 샌드위치 하나를 집어들어 크게 한입 베어물었다. 그녀는 살짝 긴장한 듯 내가 샌드위치 하나를 다 먹기까지 유심히 쳐다보았고 입에 있던 마지막것까지 삼키자 그제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어떤가요??"


나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평가하려는 듯해 보이도록 입맛을 다셔보며 뜸을 드렸다. 그녀는 애가 탓는지 불안하듯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이상한가요??"


그녀의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이 나에게는 왜이렇게 귀여워보이던지 계속 보고있자니 나의 얼굴에 나도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나의 미소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고 그 행동이 더욱 귀여워져 마주하지못하고 나는 고개를 돌려야했다. 더 보게된다면 아마 나의 얼굴은 홍당무가 될게 뻔했으니까...


"그렇게? 이상한가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물어 보았고 더이상 그녀의 물음에 답을 안하면 그냐가 울것같기에 나는 입을 열어야했다.


"아니요. 아주 맛있어요. 제가 먹어 봤던 샌드위치 중에 제일 맛있던거 같아요." 


이내 그녀의 표정이 밝아지며 가슴에 손을 얹으며 안도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나와 그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식사를 시작했다. 어느새 식사가 끝나고 그녀는 차도 준비했는지 컵에 차를 한 잔 따라 나에게 건네주었고 산뜻하고 은은한 향기가 쟈스민 차인 듯 했다. 그렇게 또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차를 나눴다. 차를 다마시고 그녀는 내게 노래한곡 선물해 준다며 분수대 위로 올라가 나를 바라보며 두손을 가슴에 모은 뒤 노래할 준비를 하였다. 곧 그녀의 아름다운 육성이 그란빌 중앙광장에 울렸고 지나는 사람들 마다 그녀의 목소리에 이끌려 중앙광장 분수대 앞에 그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모이는 줄도 모르고 눈을 감은 채 감정에 젖어 계속 노래를 불렀다. 이것으로 두번째 들어보는 그녀의 목소리였지만 역시 다시 들어도 그녀의 목소리는 천상의 목소리였다.



 


천년의 세월을 흘러온 마법의 바람
구속할 수 없는 시간속 영원의 바람
멀리 수평선 너머로 펼쳐져 있는
영혼들의 속삭임속에 오늘도 부네
어둠속을 딛고 다시올라서는 가련한 나의 영혼
시간속에 묻혀 바람처럼 흘러 멀리멀리 떠나네
아아아... 저멀리 보이는 미지의 대지
나의 영혼이- 잠- 들 고요의 호--수...
(*마법의 바람 고요의 호수라는 제목의 한때 구 창도시절 레이디안님이 작사하신 가사입니다*)


 


그녀의 노래가 끝나자 주위에 모인 사람들에게서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주위의 상황에 놀랐는지 엄청 당황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언제 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죠?"


"엘리나양의 천상의 목소리에 끌려 모이게 됬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앵콜을 외치며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나와 그녀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이리도 저리도 못가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녀를 엄호한 채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려 했지만 많은 사람이 모인지라 쉽게 빠져 나가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지더니....


'쏴아~'


하늘에서 한차례 소나기가 쏟아져내렸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갑작스러운 비를 피하기위해 흩어졌다. 나와 그녀도 비를 피하기위해 광장근처에 있는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안에 들어서자 기분이 묘해졌다. 얼마전 재판을 했던 장소 그리고 크로노스에 의해 판결의 장소에서 아베 폰 자르만과 대결했던것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의 얼굴은 순간 굳어져버렸다.


'쿠르릉'


하늘이 나를 심판하려는 듯 천둥이 큰소리로 울렸다. 교회안은 번개의 빛에 의해 순간 밝아졌다 어두워졌고 그때의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그때처럼 심장이 요동치고 떨려왔고 그녀는 나의 경직된 모습에 놀랐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레온님? 왜 그러세요? 어디 안좋으세요?"


"저는 사람을...죽였어요..."


나는 떨리는 손을 쳐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잊고 싶은데...죽어가는 그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히 떠올라요...잊혀지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거라 생각했는데....이 곳에 들어오니....다시 떠올랐어요."


나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바닦에 엎드렸다. 그녀는 땅에 엎드려 움추린 나의 어깨를 감쌓안았다.



"죄송해요...저로 인해 아픈 상처를 갖게해서...정말 죄송해요."


그녀의 품은 따뜻했고 이내 조금씩 격앙된 감정이 누그러졌다. 나는 몸을 일으켜 그녀를 보며 말했다.


"두려웠어요...제가 사람을 죽였다는게...이 두려운 감정 숨기려고 했었죠...가족들이 알게되면 걱정 할테니까...너무 참았던거 같네요...엘리나양 앞에서 이런 추태를 보이고 말다니..."


그녀는 오른손으로 나의 왼볼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아요...저를 도와주고 그로인해 만들어진 상처인데...그 상처 제가 치유해주고 싶어요.."


어느 덧 천둥번개와 같이 쏟아지던 소나기는 그치고 성당안으로 태양의 빛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와 같이 나를 치유하려는 듯 빛은 성당의 어두운 기운을 몰아 내었고 그 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저는 어머니를 찾아 튜토와 여행중이에요. 얼마전에 그랑베리로즈에 한 손님에게 어머니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됬어요...확실하지는 않지만...그래서 몇일 후에 떠나게 될거같아요."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나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다던 그녀가 갑자기 몇일 후에 떠난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직 그녀의 말이 안끝난듯 계속 이어졌다.


"염치없지만...저..레온님과 함께 여행을 하고싶어요."


그녀의 말이 끝났는지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얼마 안있어 나는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도 엘리나양을 따라 여행을 하겠다 생각한적이 있었어요. 그때 제 생각을 전하러 갔을 때 엘리나양의 동생이 납치되어 말을 못 꺼냈었는데....지금 이렇게 엘리나양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가요? 그렇다면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나요?"


그녀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요...저 역시 엘리나양과 함께할 수 있다면 찬성입니다...하지만 그때의 저는 기사가 꿈이었기에 기사가 되기위한 목적을 두고 엘리나양과 여행을 하려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저의 목적을 잃어버렸어요..그런 한심한 상태로 엘리나양과 같이 여행을 한다는게 부끄럽고 한심해져서..."  


"기사의 꿈을 져버리는 건가요?"


"자신이 없어졌어요...저란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알았거든요.."


나의 말이 끝나자 그녀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나의 손목을 잡고 성당 중앙 교단으로 나를 이끌었다.


"제 앞에 한쪽무릎을 꿇고 앉으세요."


나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당황했고 그녀의 요구에 영문도 모른 채 따랐다. 그리고는 그녀는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성당의 벽면에 장식용으로 놓여진 검을 가지고 내 앞에 섰다. 이내 그녀는 장엄한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불렀다.


"레온 브리니트, 고개를 들어 나를 보세요."


그녀의 말에 따라 나는 한쪽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레온 브리니트는..나 엘리나를 위해 위험을 무릅스고 위험에서 구하고 나의 동생 튜토또한 위험에서 구해 정의를 실현한 그대에게 나 엘리나는 기사라는 호칭을 서임하는 바입니다."


그녀는 말을 마치며 장식용 검의 검면을 이용해 나의 양쪽 어깨에 차례로 가볍게 두드리는 기사 서임식의 도례의식을 거행했다. 의식을 마치고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레온님...레온님은 제게있어 기사나 마찬가지에요...제가 보아온 레온님은 절대로 나약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이제 레온님은 제게 기사 서임식을 받았으니 저만의 기사로서 저의 여행에 함께해주시겠어요?"


나는 일어나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마춘 뒤 입을 열었다.


"나 나이트 브리니트는 엘리나양의 기사로서 함께하는 한 제 몫숨을 다바쳐 당신을 지킬것을 맹세합니다." 


나의 맹세로 비공식적인 기사 서임식의 막이 내렸고 그녀와 나는 일주일 뒤 그란빌 서쪽 입구에서 만나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을 한뒤 성당에서 그녀와 헤어졌다.


 


 


 


 


 


[14화] 비극의 송별회


 


오늘 나는 기분이 우울하다. 동생인 아이린도 나와 비슷한 듯 했고 아버지는 어른이라 그런지 담담하신 듯해 보였다. 가장 바쁘게 움직이시는 어머니 형과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위해 어머니는 일은 저녁부터 분주하게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계셨다. 어제 저녁에 저녁 식사를 하며 형은 몇년간 이곳 저곳을 돌며 여행을 하고싶다는 의사을 가족들에게 전했고 형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가족들은 당황해야했다. 재판사건 이후 형은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눈에는 항상 근심을 담고있다는 것을 가족들은 알 고있었다. 그러던 형이 갑자기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어머니는 불안함을 느꼈고 그런 형을 어머니는 강경하게 만류했지만 형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 자신의 의사를 강하게 밀고 나가 결국 아버지의 승낙으로 형의 여행은 허락되었다. 아카데미도 나에게는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정처없이 여행을 떠난다니 내일 아침 형이 떠나게되면 왠지 아주 오랫동안 못볼거 같은 마냥 먼존재가 되어버리는 듯하게 느껴졌다. 저녁식사 준비가 끝났는지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가족들 모두 주방의 식탁앞에 모여 앉았다. 온가족이 모인 마지막 저녁식사여서인지 식탁위에는 평소보다 많이 화려했지만 가족들의 분위기는 형으로인한 아쉬움때문인지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형의 송별회가 시작되었다. 


"형...가면 언제 오는거야? 아카데미처럼 1년있다 오는거야?"


"바보! 이 번에는 여행을 떠난다잖아...1년후에 올지 2년후에 올지 어떻게 알아?..."


나는 그렇게 조용하기만 했던 식사자리에서 먼저 입을 열었고 나의 말을 평소처럼 받아치는 아이린이였지만 아이린의 목소리에서도 아쉬움이담겨있다는 것을 느낄수있었다. 우리의 아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형은 기약없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최대한 빨리 올테니 걱정하지마 얘들아."


"꼭...가야하겠니..레온?"


"소피아. 레온도 이제 다 컸으니 앞가림은 자기가 할 수 있도록 도와줍시다."


어머니는 형을 다시한번 만류했지만 그런 어머니를 설득하는 아버지였다. 그렇게 아쉬움이 남는 저녁이 끝나려 할 때 불길한 예감과 함께 밖에서 소란 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살펴보기위해 형은 창가로 향했고 창가로 향했던 형은 놀라는 눈치였다. 이내 밖에서 한 사병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경보를 울려라!! 그리고 뭉치지 말고 적의 주위를 포위해 공격한다!!"


누군가 침입을 한 듯 했고 그로인해 밖에서 전투가 벌어진 듯 했다. 나는 불안에 떨고있는 아이린을 안아주었고 그때 형은 급히 가족들에게 다가와 소리쳤다.


"아버지! 어머니! 지금 당장 동생들을 데리고 2층으로 피해 계세요!"


어머니는 불안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레온...무슨일이니?.."


'쾅!'


문을 차는 소리가 크게 집안을 울렸고 밖에 배치되어 있었던 백작의 사병들이 모두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형은 다시한번 다급한 목소리소 소리쳤다.


"시간 없어요! 메르토 백작님이 오기 전까지 제가 막을테니 어서 올라가세요!!"


"소피아 어서 얘들을 데리고 올라가시오..나는 여기서 레온을 도울테니..어서!"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나와 아이린을 데리고 2층방으로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테이블과 몇몇 가구들을 뒤로 밀어 공간을 만들었고 이내 조그마한 과도로 자신의 오른손 검지에 상처를 내었다. 그리고 손에 흐르는 피를 이용해 바닦에 알 수 없는 문자를 그렸고 나는 그것이 마법에 사용하는 룬 문자라는 것을 알 수있었다. 마법진을 완성했는지 어머니는 나와 아이린을 진의 중앙에 서게 했고 어머니는 양팔로 우리를 감싸안았다. .


"사랑한다..부디 몸조심하고 일렌....동생 아이린을 잘 돌바줘야 한다.....미안하다."


말을 끝낸 어머니는 마법진의 밖으로 나왔고 나는 불길한 마음에 어머니를 붙잡으려 했지만 무형의 기류에 막혀 마법진 밖으로 나갈수 없었다. 이내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작은 목소리로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었다.


"㎖ £㎗∴√∝ヰジ "


주문이 끝나자 어머니의 피로 그려진 마법진에서 푸르스름한 광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곧 그빛은 나와 아이린의 몸을 감쌓버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푸른광채는 사라졌고 새로운 광경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의 마법에 의해 다른 장소로 옮겨진듯 했고 수많은 나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곳이 숲이란것을 알았으나 한번도 와본적 없는 낯선 곳이였다. 그렇게 나는 불안에 떠는 아이린을 데리고 밤이라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태의 어두운 숲을 걷기 시작했다. 한 참을 걸었지만 숲은 끝나지 않았고 나와 아이린은 점점 지쳐갔다. 


'크르르...'


그때 뒤쪽에서 섬뜩한 소리와 들렸고 뒤를 돌아본 나는 빛나는 구체 두개를 발견했다. 곧 그것이 밤에 비춰진 늑대의 두 눈빛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겁이난 나는 아이린을 데리고 무작정 앞으로 뛰었고 우리가 도망가자 늑대가 뒤쫓기 시작했다. 얼마안가 나와 아이린은 늑대의 빠른 속도에 잡힐 수 밖에 없었고 늑대는 거의 다 따라잡자 나를 향해 뛰어들었다. 다행히 물리지는 않았지만 늑대의 앞발에 깔려있는 처지에 놓였기에 물리기는 시간 문제였다.


'샤악--퍽!'


"덴! 맞은거 같은데? 기척이 들려 쐈는데 맞았나봐?"


"시끄럽고! 가서 확인해보자!"


늑대가 나의 목을 향해 입을 벌리는 순간 한발의 화살이 늑대의 머리를 관통해버렸고 숲 속에서 인기척이 들려왔고 이내 두 중년 사내가 우리의 앞에 나타났다.


"덴! 늑대를 잡았어! 근데 이 조그만 녀석들은 뭐다냐?"


호리호리한 체격에 활을 들고 있는 중년 사내가 다가왔고 그와 동행인 듯 또 한명의 사람은 활든 사내와는 정반대로 뚱뚱한 체격에 무식한 도끼를든 대머리에 험악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뚱뚱한 사내가 우리를 보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고 나는 늑대의 위기에서 벗어난 안도감보다 왠지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내 마른 사내가 아이린을 보며 입을 열었다.


"벨파하 노예시장에 팔면 돈좀 되겠는데?"


마른 사내의 말에 뚱뚱한 사내는 짜증을 부렸다.


"지금 우리는 현상수배중이라고 그럴시간 없어 빨리 벨파하에서 배를 타고 이스타인을 떠나야한다니까!"


"덴...너 돈있냐? 그거 알아 우리 한푼도 없이 도망다니고 있다는거! 배를 타려면 돈이 필요 할거 아니야..이런 귀티나는 꼬마여자아이는 늙은 변태귀족들에게 비싼값으로 팔려나간단말이야..일단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여기서 야영을 하도록하자."


이들은 아이린을 노예시장에 팔려는 속셈이었고 나는 이들이 대화하고 있는 틈을타 아이린과 이곳을 탈출하려했지만 뚱뚱한 사내의 손에 의해 탈출은 실패로 돌아갔다.


"어딜가려고!!...흐흐흐 변태귀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쪼끄만게 인형같이 귀엽긴 하군..."


뚱뚱한 사내는 음흉한 눈빛으로 아이린에게 다가갔다.


"덴...설마 너..."


"늙은 변태귀족이 맛보기전에 내가 먼저 맛좀 봐야겠군...괜찮겠지?"


"그런 취향인줄 몰랐군...마음대로하게."


나는 아이린에게 다가가는 뚱뚱한 사내에게 다급하게 달려들며 소리쳤다.


"내 동생 건들지마! 죽여버리겠어!"


"상품가치 없는 놈은 찌그러져 있으라고!!"


뚱뚱한 사내의 무식한 주먹이 나의 얼굴을 강타했고 그렇게 나는 의식을 잃어야만 했다.


 


 


 


 


 


[15화] 파국


 



어두컴컴한 방안 낮임에도 불구하고 방안에는 빛이 전혀 새어들어오지 못했다. 스산한 기운이 방안 전체를 감쌌고 벽 곳곳에는 이상한 문자들로 가득 차있었다. 방중앙에는 아르고 폰 자르만이 누워있었고 아르고의 머리쪽에 벤 크루저가 서있는 상태로 무슨 의식을 치루는 듯 했다. 벤의 입에서는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새어 나왔다.


"¢㎕ ? ㎖ £㎗∴√∝ヰジ あぎ! ~~~"


이내 두 손을 치켜올리는 벤의 손에 이상한 기류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긴 검의 형체로 검은 기류가 형성이 되었다.


"기력의 반이상이 티르빙을 소환하는데 소모되어 버렸군...."


벤은 소환한 티르빙을 앞에 누워있는 아르고의 가슴에 꽃아 넣었다. 아르고는 아무 고통도 못느끼는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가슴에 꽃인 티르빙은 불길한 붉은 빛을 내뿜으며 아르고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벤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티르빙의 주인이 된것을 축하한다. 아르고."


아르고는 서서히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아르고는 심장 부위인 왼쪽 가슴이 뜨거워 지는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로인해 알 수 없는 분노와 광기가 치밀어 올랐다. 뜨거운 열기는 몸 곳곳을로 퍼져나갔고 이내 아르고의 눈동자는 분노와 광기로 붉어져 있었다. 그런 아르고를 본 벤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르고? 원하는게 뭐지?"


"죽음......내 아들을 죽인 원수의 죽음!! 죽여버리겠다!! 브리니트가 전부를 몰살시켜버리겠다!!"


"아직은 아니야....티르빙의 힘을 완전히 사용하기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좀던 있어야되....그때가 되면 복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겠네.."


티르빙이 아르고의 몸속에 스며든 후 그는 알 수없는 살인 욕구에 의해 자신의 자택에 있는 하인들을 마구 죽여나갔다. 몇일이 지나고 티르빙의 마성이 아르고의 몸 전체에 퍼짐에 따라 그의 광기와 복수심은 한계를 넘어 폭주 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흐른 뒤....


"이제 시간이 되었군....아르고 자네가 원하는 복수를 하도록 하게나..."


한편 그때 브리니트가에서는 레온이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가족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 닥칠 운명을 모른 채.....


"형...가면 언제 오는거야? 아카데미처럼 1년있다 오는거야?"


일렌은 형과의 이별을 마냥 아쉬워했다.


"바보! 이 번에는 여행을 떠난다잖아...1년후에 올지 2년후에 올지 어떻게 알아?..."


아이린 역시 아쉬운지 괜히 일렌에게 짜증을 부렸다. 레온은 그런 동생들을 보며 레온역시 아쉬움을 담은 채 입을 열었다.


"최대한 빨리 올테니 걱정하지마 얘들아."


"꼭...가야하겠니..레온?"


"소피아. 레온도 이제 다 컸으니 앞가림은 자기가 할 수 있도록 도와줍시다."


제일 반대가 심했던 레온의 어머니인 소피아는 다시한번 레온을 만류하려했지만 그런 소피아를 레온편에서서 설득하는 프레드였다. 그렇게 아쉬움이 남는 저녁이 끝나려 할 때 불길한 예감과 함께 밖에서 소란 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레온은 창가를 향해 밖에 무슨 일인가 내다보았고 낯익은 사람 한명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저사람은?...자르만백작!!..."


곳곳의 배치되어있던 메르토 백작의 사병들은 아르고 폰 자르만을 막기위해 공격했지만 그들은 아르고가 휘두르는 검은 검에의해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그때 한 사병이 크게 소리쳤다.


"경보를 울려라!! 그리고 뭉치지 말고 적의 주위를 포위해 공격한다!!"


그 사병의 지휘는 상황에 적합했으나 아르고에게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고 아르고의 일격에 지휘를 하던 사병은 목이 날아가버렸다. 순식간에 메르토 백작의 사병들 전부가 시체로 변해버렸고 아르고는 브리니트가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레온은 급히 거실에서 검을 챙겨든 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 어머니! 지금 당장 동생들을 데리고 2층으로 피해 계세요!"


소피아는 불안한듯 입을 열었다.


"레온...무슨일이니?.."


'쾅!' 


밖에서 아르고가 문을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간 없어요! 메르토 백작님이 오기 전까지 제가 막을테니 어서 올라가세요!!"


"소피아 어서 얘들을 데리고 올라가시오..나는 여기서 레온을 도울테니..어서!"


소피아는 눈물을 흘리며 일렌과 아이린을 데리고 2층방으로 올라갔다. 레온은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도 어서 몸을 피하세요!"


"걱정 말아라. 늙었어도 너 도울정도의 힘은 남았으니!"


프레드는 작업할때 쓰는 해머를 챙겨들며 레온에게 말했고 순간 문이 부서지며 아르고가 들어왔다. 레온과 프레드는 양옆에서 집안으로 들어서는 아르고를 향해 동시에 공격해 들어갔다. 레온은 아르고의 목을 노렸고 프레드는 왼쪽 허벅지를 노렸다. 동시에 공격 했음에도 어떻게 된일인지 단한번의 동작으로 두 공격을 모두 막아버리는 아르고였다. 레온과 프레드는 상대의 공격에 대비해 몇걸음 뒤로 빠졌다. 아르고는 빠르게 레온에게 달려들며 일격을 날렸다. 아주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상대의 힘이 상상을 초월하였기에 상대의 공격을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타격을 입고 뒤로 날라가 벽에 부딪치는 레온이였다. 쓰러진 레온을 향해 아르고는 다시 달려들어 검을 내려치려했고 그런 아르고를 향해 프레드는 몸을 던져 레온을 보호하려 했다. 내려쳐지는 아르고의 검은 프레드의 오른쪽 어깨에 박혀 왼쪽 허리를지나 나왔고 그렇게 절단된 프레드의 상체는 중력의 법칙에 의해 땅으로 추락해버렸다. 그 관경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본 레온은 광기가 담긴 악을 내뱉으며 아르고에게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레온의 심장을 향해 아르고는 검을 날렸고 레온은 몸만 살짝 틀어 멈추지않은 채 오른쪽 가슴을 내어주며 아르고 목을 향해 일격을 가했다. 레온의 상식 밖의 행동에 아르고는 레온의 검을 완벽히 피하지못하고 오른팔을 내줘야했다. 레온은 오른쪽 가슴에 아르고의 검이 박힌 채 힘없이 그자리에 쓰러졌고 그때 2층에서 내려오는 자신의 어머니가 눈에 비쳤다. 프레드와 레온의 광경을 본 소피아는 눈물을 흘리며 광분했다.


"아아악....어째서...용서못해!!...용서못해!!"


'지지직!'


소피아의 양 손에서 스파크가 튀기시작했고 점점 커져가는 스파크는 이내 소피아의 몸 전체를 감싸았다. 아르고는 소피아를 죽이기위해 왼손으로 떨어진 레온의 검을 들고 소피아에게 달려들었고 이내 소피아의 손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전류가 뿜어져 아르고에게 쏘아져나갔다.


'콰아아앙!'


쏘아져오는 전류를 정면에서 받은 아르고는 새까맣게 그를려진 채 그자리에 쓰러져 버렸고 소피아는 자신의 모든 마나를 과도하게 소비해버렸기에 육체가 소멸해 공기중에 흩어져버렸다. 한순간 가족 모두를 잃어 버린 레온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뒤늦게 메르토 백작이 도착했고 일어난 상황에 백작은 경악해야만했다. 백작은 쓰러진 레온에게 다가갔고 레온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며 힘없이 백작에게 입을 열었다.


"하아..하아...메르토백작님...이번에는 정말 많이 늦으셨군요..."


"레온! 어떻게된 일인가?!"


"하아.....하아.....앞에 계시죠 백작님? 앞이 안보이네요...."


"레온...정신을 놓지 말게....핫산!! 어서 어서 의사를 불러오게!! 어서!!"


"하아..........하아..........뭐..라고..하..셨는지 도..잘..안..들리려요.."


"정신 차리게 레온!!"


점차 의식의 끈을 놓아가는 레온을 안은 메르토 백작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아.......백..작님...부..탁이 있습니다..."


"말하게나...모두 말하게나!!"


"제...동생들...을...부탁...드..릴..게요...하아..그리고...내일..아침에...엘리나에게...같이 여행...못하게 될거같다고...전해..주..시겠어요?...내일 아침에 서..쪽 입구에서...만나기로 약속했는데....하아...제...죽..음을..알리지는 말아주세요...제가.사랑..하는..그녀가..슬..퍼할테...니까요..."


그말을 끝으로 메르토 백작의 품에서 영원한 잠에 빠지는 레온이였다. 백작은 절규하며 레온을 끌어안았지만...레온의 입에서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한편 브리니트가의 자택 밖에는 벤이 모습을 감춘 채 상황을 엿보고 있었다.


"......돌의 기운이 또 사라져 버렸군.....젠장..."


그말을 끝으로 벤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고 구름낀 그란빌의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시작했다. 레온의 죽음을 슬퍼라도 하는 것 처럼......


 


 


 


 


 


[Epilogue] 또 다른 여행의 시작


 


'쏴아~'


짠내나는 바람 태양이 내리쬐는 구름한점없는 하늘에는 갈매기들이 끼룩거리고 있었다. 나는 벨파하의 어느 여관 창가에 앉아 벨파하의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곳에 오기전 메르토 백작에게서 받은 레온의 편지를 다시 꺼내 보았고 아쉬움이 담긴 마음으로 그의 편지를 다시한번 읽어 내렸다.


 


엘리나양에게...


약속장소에 직접가지 못하고 이렇게 편지로


전하게되 아쉬움이 더욱 크군요.


집안에 급한 사정이 생겨 엘리나양과 같이


여행을 할수 없을거 같습니다.


여행하며 들리시는 마을의 길드마다 엘리나양의


자취를 남겨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일을 마치고 엘리나양이 남긴


자취를 확인하며 뒤따를 테니까요.


빠른 시일에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럼 이만......


 


이내 그때와 같이 가슴이 뭉클거렸고 한쪽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때 백작에게 편지를 받아 읽었을 때에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었는데...이유는 알 수 없었다.


"왜 또 눈물이 나지?....영원히 못보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너무 아파..."


여관 방안으로 누군가 들어오는 인기척이들렸고 나는 빨리 눈물을 훔치고 편지를 다시 잘 넣었다. 방에 들어온 사람은 동생인 튜토였고 옆에는 못보던 갈색머리 여자아이가 뒤따랐다. 그 여자아이의 갈색머리를 보니 문뜩 그 사람이 떠올랐다.


"누나! 얘도 같이 가면 안될까? 벨파하 시장에서 혼자 서성이길래 데리고왔어."


처음 보는 아이였는데 전혀 낯설지않고 오히려 친근함이 느껴졌다. 나는 갈색머리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름이 뭐니? 가족들은?"


"................"


그 여자아이는 초점없는 눈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내 튜토가 입을 열었다.


"얘 가족 없는거 같아. 말도 안하고 아까부터 계속 말시켜봤는데 안하더라구."


무슨 이유에서인지 갈색머리의 여자아이는 말이 없었고 초점없는 눈에는 감당 할 수 없이 큰 아픔을 담은 듯 했다. 아이의 눈빛은 얼마전 성당에서 흐느끼던 레온의 눈빛과 아주 닮았기에 왠지 모를 동정이 생겼고 이내 이 여자아이를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일단 막 부를수는 없으니 내가 이름을 붙여줘야겠다. 음...뭐가 좋을까? 이나! 이나가 어떨까?"


"이나...그 이름...엄마 이름이잖아.."


나와 동생이 찾고 있는 어머니의 이름이 이나였고 동생 튜토는 나의 말에 약간 당황한 듯해 동생에게 물었다.


"싫어?.."


"아니..좋아..우리 엄마이름을 이었으니 넌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거야. 이나!" 


".............."


'툭!'


나에게 이나라는 이름을 받았는데도 그 아이는 역시나 침묵으로 일관했고 순간 이나의 목에서 목걸이가 떨어졌다. 나는 이나에게서 떨어진 목걸이를 주어들었다. 녹색 보석이 박힌 이쁜 목걸이였으나 줄이 끈어져 이나의 목에서 떨어진 듯 했다. 나는 끈어진 줄을 이어 다시 이나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그렇게 나와 동생 튜토와 이나, 이렇게 셋은 여관에서 점심을 먹고 선착장을 향했다. 선착장에서 하펠루만으로 가는 배표 세장을 끈고 우리 셋은 그렇게 하펠루만행 배에 올라섰다. 얼마있어 배는 항해를 시작했고 또다시 그렇게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