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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여름이야기

2007.07.09 09:58

소엽 조회 수:1926 추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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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일 같지도 않은 휴일이 끝나버리고 지긋지긋한 월요일이 시작되었다. 새벽같이 등교를 하다가 순간 ‘내가 왜 이래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하다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실 다들 대학만 가면 매일이 축제가 될 것처럼 말하지만, 나는 대학이야말로 지옥이라는 것을 옆집 형을 보고 진작 눈치 챘다.


 “젠장. 가고 싶은 과도 특별히 없는데…….”


 그렇게 툴툴거리며 교실로 들어선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어젯밤에 옥상에서 본 그 애가 교실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창가 쪽 맨 뒷자리……. 보통 학교 귀신이야기를 보면 대부분이 창가자리가 아니었던가?! 나는 당황한 나머지 내 뒤를 따라 들어오던 반 친구 녀석을 붙잡아 그 애가 나 이외의 사람에게도 보이는 지 확인을 하고 싶었지만,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것 같아서 어쩌지도 못하고 굳어버렸다. 그렇게 교실 입구에 서 있는 통에, 결국 녀석으로부터 짜증 섞인 핀잔을 받았다.


 “뭐야, 안 들어가냐?”


 돌아보니 녀석은 짜증나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며 서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기분이 나쁠 법도 했지만, 나는 기분이 나쁜 것보다도 놀라움이 컸고, 궁금함이 더 컸다. 그렇지만, 곧 예비종소리가 울리는 통에 누군가를 붙잡아 묻을 수도 없고 해서 곁눈질을 하며 그냥 자리에 앉았다.


 1교시도 2교시도... 수업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도 멍하니 앉아 이따금 그 애를 힐끔거리며 훔쳐 볼 따름이었다. 3교시가 끝나자 그 애가 처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게 보였다. 사실은 쫓아가서 직접 묻고 싶었지만, 나는 진정 소심했다. 그래서 그나마 친분이 있는 녀석들에게 다가가 넌지시 물었다.


 "야... 니들 저 자리에 앉는 애, 알아?"


 "뭐? 누구?"


 나는 손끝으로 그 애의 자리를 가리켰다.  내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이 집중되었고, 녀석들은 하나같이 의아하고 놀랍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너 진짜 몰라서 묻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잖냐, 빙신아~"


 "어이가 없다."


 정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들보다도 나는 더 어이없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을 따름이었다. 올해 같은 반이 된 것이라 해도 놀랄 일이지만,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다니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내 속내를 읽기라도 한 듯이 석진이가 실실 거리며 중재를 했다.


 "야야... 니들이 이해해라~ 이놈 지가 관심 있는 거 외에는 안 보이는 놈이잖냐~"


 "하긴~"


 빈정거리는 녀석들의 말에 울컥했지만, 반박할 수 없었던 것은 나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그 말에 동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렇긴 해도 걔가 좀 존재감이 없긴 하지?"


 "응응……."


 석진이의 말에 장태와 운효 녀석도 동의를 한다는 듯이 합창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래도 3년이다! 3년! 1~2년도 아니고... 좀 너무한 거 아니냐?"


 "그것도 그래."


 "응응……."


 다른 때는 시더분한 일로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녀석들이 오늘따라 일심동체가 된 듯이 죽이 잘 맞았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그 애와 3년이나 같은 반이었다는 사실이 의외였고, 충격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뭔가 홀린 듯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뭔가 더 현실감이란 것을 붙잡기 위한 질문을 했다.


 "그래서, 걔 이름이 뭔데?"


 순간 정적이 흘렀다. 녀석들은 처음에 내가 그 애의 존재를 물었을 때보다도 더 놀라운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그리고 운효 녀석이 그 정적을 깨고는 내게 물었다.


 "너, 걔 좋아하냐?"


 "뭐?!"


 내 머릿속에는 순간 '이 녀석은 어쩌면 이다지도 단순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번뜩 스쳐지나갔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이면 무조건 좋아하는 것이 되다니, 이렇게 단순한 사고방식은 때론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정신적으로 피곤해진 나는 순간 한숨이 나왔지만 일단 사실을 말해줄 필요가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은 양 말했다.


 "그냥, 좀 신경이 쓰여서."


 나는 사실을 말했지만, 도리어 그것이 화를 불렀다.


 "오~~ 신경이 쓰인단다. 그게 좋아하는 거지!"


 "야야~ 형님들만 믿어라~ 우리가 팍팍 밀어주마! 크흐흐흐~"


 "미친~ 믿긴 개뿔! 그런 거 아니라니까!"


 당황한 나는 얼굴이 벌개져서 외쳤고, 내 변해버린 안색을 보고 녀석들은 실실 거리면서 더욱더 능글거렸다.


 "아니긴, 내가 오늘 계속 봤는데. 너 걔만 죽어라 보던데 뭘~ 속일 걸 속여야지, 자식."


 “오! 그게 진짜야? 난 못 봤는데!”


 재밌다는 듯이 지껄이는 석진이의 말에 장태 녀석이 신기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치 확인이라도 하는 양 나를 쳐다보았다.


 "아, 미치겠네! 아니라니깐~!"


 "낄낄낄~ 뭘 부끄러워하고 그러냐?"


 그렇게 녀석들의 장난질에 시달리던 중. 그 애가 교실로 돌아왔고, 쉬는 시간은 그렇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결국 녀석들은 나를 실컷 놀려먹고는 정작 그 애의 이름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게다가 녀석들이 멋대로 오해하는 통에 가슴이 답답해진 나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그 애를 또 힐끔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눈이 마주쳤다. 난 그만 놀라서 그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귀신은 아닌 모양이지만, 그것은 다행이었지만, 아까 녀석들과 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닐까 싶어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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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너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기도 했지만, 두려웠습니다;


이전에 올린 것들은 그닥 호응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이 정말 현실인지 아직도 긴가민가 합니다. ㅠㅠㅠㅠ


이번 본편의 반응을 보면 확실해 지겠죠...lllorz


그나저나 이번편도 짧군요; 흠; 다음부턴 적어도 3~4페이지가 되도록 해보겠습니다.


왜 이리 조절이 안되는지;;


이번엔 삽화도 넣어봤습니다. 아무래도 엔딩까지 프린세스메이커와 함께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되었기때문에...ㄱ-);;; 그림을 넣을 생각이 없던지라 무척 고심하며 그렸습니다;;


만약, [차라리 프린세스가 낫다]고 생각하신다면... lllorz


암튼, 즐겁게 읽으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