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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이상한 나라의 시우 <프롤로그>

2010.09.04 10:45

시우처럼 조회 수:413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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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따르르릉


 


 귓가에서 자명종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그 덕에 한참 클라이막스로 빠져들고 있던 꿈속에서 갑작스레 현실로 밀쳐진 나는 약간의 짜증을 느끼며 아직 감겨진 눈꺼풀 위로 인상을 구겼다. 어차피 일어나면 얼마 안 있어 잊어버릴 꿈이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었는데 자명종이란 것은 역시 자비가 없었다.


 


 자는 사이 나도 모르게 엎드려져 있었던 모양인지 옆으로 돌아간 목덜미 부분이 살짝 뻐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뒷목이야 어찌되었든 시끄럽게 설쳐대는 자명종이 문제였다. 나는 한참 눌려있었는지 저릿저릿 해오는 오른팔을 뻗어 간신히 자명종의 스위치 언저리쯤을 더듬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월요일 아침이구나. 라는 생각 따위는 전혀 정신 건강에 이롭지 않을 테지만 역시나 오늘은 월요일 아침이었다. 젠장. 알람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어. 거칠게 알람을 꺼버린 나는 한탄스러운 마음을 가득 안고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마침 창문 안쪽으로 아침의 반짝거리는 햇살이 넘실대며 들어오고 있었다. 이런 제길 날씨 한번 끝내주네. 주말 내내 주룩주룩 비만 뿌려대더니만 월요일 아침이라고 이건 뭐, 특별 행사라도 하는 거냐?


 


 그래 네 덕분에 친구들과 야심차게 준비했던 모든걸 불태우겠어계획은 그야말로 폐기처분 되어야만 했고, 목적했던 수영장에서의 물놀이는 노는 물이나 보는 물이나 전혀 느껴보지도 못했단다. 어이 거기. 그래 거기 너. 구름 위에 앉아 물 뿌리개로 유유자적 주말에 비 퍼부은 네놈. 내 마음 같아선 한걸음에 달려가서 귀싸대기라도 한대 갈기고 싶은 마음이다만 내 넒은 아량으로 이번 한번만 참고 넘어가지. 다음 번에도 이 딴 식으로 우리의 계획을 방해한다면 그땐 정말 가만있지 않겠다. 라며 마음 속으로 불만에 가득 찬 협박을 늘어놓았지만, 그런다고 행여나 들어줄 리 만무했다.


 


 어찌 되었든 월요일 아침에 언제까지 드러누워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인지라 나는 꾸역꾸역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오늘따라 유난히 넓어 보이는 방을 가로질러 책상 앞에 도착했다. 책상 위로는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창문이 있었다. 문을 열면 어제까지 내린 빗방울이 짙은 흙 내음과 함께 햇살아 녹아 들어 나에게 다가올 테지. 그 향기를 한 가득 코로, 입으로 받아들이면 이 짜증나는 마음도 어느 정도는 수그러들 것만 같았다. 나는 손을 내밀어 창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드르륵


 


 창문을 열자 문틈 사이로 아직 덥혀지지 않은 새벽 나절의 서늘함이 얼굴에 와 닿았다. 아직까지도 한여름의 복판이었지만 그 언제라도 아침 공기는 이다지도 산뜻한 것이었다.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기지개를 피며 창 밖을 내다보았다. 아직 등교하긴 이른 시간이었지만 교복을 입고 걸어가는 애들이 한 두 명 보였다. 당번인가? 어쩌면 그저 학교에 일찍 나가는 놈일지도 몰랐다. 안 가면 안 갔지 저렇게 일찍 학교를 가다니. 별 희한한 놈을 다 보겠네. 어찌됐든 나도 이제 슬슬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할 듯싶었다.


 


시우야, 아직 안 일어났니? 학교 가야지.”


 


 문 밖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계를 보니 7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이크,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나는 서둘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식탁 위엔 식사를 마친 듯한 빈 밥그릇과 수저가 놓여져 있었다. 반찬들도 산만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진즉에 아침 식사를 마친 모양이었다. . 아침메뉴는 그러니까. 된장국에 계란후라이. 그 외 반찬들 이로구만. 별로 땡기는 식단은 아니었지만 약간 늦어버린 탓에 반찬투정이나 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서둘러 먹고 씻고 옷 입고 출발하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너저분한 밥공기와 국그릇을 피해 비교적 깨끗한 자리에 앉으며 주방에 계시는 엄마께 건성건성 아침 인사를 했다. 그리곤 대답은 듣지도 않고 늦었으니 빨리 밥부터 달라며 성화를 댔다. 자칫하면 개학 첫날부터 운동장에서 오리걸음을 할지도 몰랐다. 우리 학교 학생주임 새끼. 그 놈은 악마니까. 개학식이라고 봐주는 일 따위는 없다.


 


그러길래, 일찍 일찍 좀 일어나지 매번 늦게 일어나서 서두르니.”


 


 엄마가 한 손엔 밥 공기를, 다른 한 손엔 수저와 젓가락을 들고 내게 다가오며 혀를 차셨다. 나는 아침에 꿈자리가 이상해 늦게 일어났다고 투덜대며 엄마가 퍼온 밥그릇을 받았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아니 좀 이상한게 아니라 상당히 이상했다. 심지어는 인정할 수 없는 심각한 위화감에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뒷줄기를 타고 썰렁한 기운이 발끝까지 내달았다. 가슴 한가운데에서 오글거리는 불안감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결코 평소와 다르게 고봉으로 쌓아 올라진 쌀밥에 놀라 몸서리 치는 것은 아니었다.


 


, 누구세요?”


 


 그 곳에는, 내 두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며 고정되어진 바로 그 곳에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난생 처음 보는 엄마가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