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이상한 나라의 시우

2010.09.24 05:39

시우처럼 조회 수:407 추천:3

extra_vars1 여긴 대체 어디야(4) 
extra_vars2
extra_vars3 143388-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혼란스러워지는 마음을 간신히 추스른 나는, 아마도 자신의 말을 내가 무시한다고 생각했는지 더 열을 내기 시작한 학주를 뒤로 하고 황급히 학교 정문을 빠져 나왔다.


 


 일단 어찌되었든 한성 과학고인지 뭔지부터 가야 할 듯싶었다. 그런데 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얼굴에 철판 좀 깔고 학생주임한테 학교 위치라도 좀 물어볼걸.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봤지만 학생주임은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다. 경비실에라도 물어 볼까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경비 아저씨도 자리에 없었다. 어디 순찰이라도 나간 모양이었다. 음 이걸 어쩌지?


 


 ! 맞아. 버스 정류소에 가면 정류소 명칭 같은 게 나와 있으니까 혹시 알 수 있을 지도 몰라.’


 


 나는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꼼꼼히 안내표지판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성과학고. 한성과고. 그러나 한참을 확인해봐도 한성 과학고라는 명칭은 눈에 띄지 않았다. 노선이 다른 건가? 나는 이내 허탈한 마음에 휩싸였다. 어디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나 보면 좋으련만, 등교시간이 끝난 학교 앞은 너무도 한산해서 사람의 그림자 조차 보이질 않았다. 그저 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들뿐이었다.


 


 어떻게 하지? 이렇게 계속 갈팡질팡 헤매기만 해서는 지각은 고사하고 결석을 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결석만큼은 안 된다. 물론 내가 무슨 범생이도 아니고 출결일수에 목숨을 걸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귀하의 자녀가 오늘 결석을 했다는 소식이 그 분들께 전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되면 난 아마도 내 결석의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아침에 교복을 입고 나간 멀쩡한 아들이 집에 돌아 올 때까지 학교엔 안가고 뭘 했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내가 무슨 설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은 제가요. 당신들 처음 보거든요? 아침부터 묻고 싶었는데 당신들은 대체 누구에요? 왜 우리 부모님 행세를 하는 거죠? 하루 밤 사이에 모든 게 바뀌었어요. 학교도 그렇더군요. 한성 과학고라니. , 하루 종일 찾아 다녔어요. 결국 결석해버렸지만요. 상황이 어러니 부디 이해해 주세요. 이해해 주실 거죠? 라며 양해라도 구한단 말인가?


 


 말도 안되지. 게다가 아침에도 이상한 소릴 하던 애가 학교도 결석하더니만 또 다시 횡설수설 한다? 그쯤 되면 뭔가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그리곤 마침내 나는 정신병원에 끌려가겠지. 그 후에는 언덕 위의 하얀 집에서 진정제로 점칠 된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수는 없었다.


 그러려면 일단 한성 과학고를 찾아내야 한다. 일상 속에 어떻게든 녹아 들어야 한다.


 


 , 그렇지


 택시, 택시를 타면?


 


 분명 택시는 목적지만 말해도 알아서 데려다 줄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뿐이었다. 나한테 돈이 어딨어? 게다가 어디쯤 있는지,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지금 내가 가진 돈으로는 택도 없는 이야기였다.


 


 허탈해지는 마음에 난 주머니에서 고작 몇 천원 정도가 들어있을 지갑을 꺼내 살펴보았다. 역시 그 곳에는 만원자리 지폐가 수두룩?


 


 세상에나.


 


 깜짝 놀라 다시 살펴본 지갑 안에는 각종 형형색색의 지폐가 가득 차 있었다. 천 원짜리, 오천 원짜리, 만 원짜리, 심지어는 한 장뿐이긴 했어도 오 만원 권까지!


 


 이거 내 지갑 맞아? 혹시 아버지 사람 꺼 잘못 들고 나온 건가? 설마 하는 마음에 지갑을 마저 뒤져보니 마침 학생증이 눈에 띄었다.


 


 역시, 이 지갑은 내 지갑이 아니었다. 학생증에 박혀있는 사진 속 사람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긴 했어도 다른 사람의 얼굴이었다. 남의 지갑이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니, 비록 기억은 안 나지만, 나 이쪽 세계에선 도둑질이라도 하는 건가? 이거 참 어이가 없어서. 과고를 다니는 영재도 모자라 이젠 또 도둑놈이라니.


 


 아니지. 어쩌면 그냥 지갑을 주웠을지도 몰라. 에이 그래, 도둑질이라니. 조금 내가 놀긴 했어도 그 정도로 막 나가는 놈은 아니었다. 주인이 누구지? 나는 다시 학생증으로 시선을 향했다. 일단 누구껀지 알아보고 돌려줘야겠다. 사례비로 택시비 정도만 쓴 다음에 말이다.


 


 한성 과학 고등학교 1-3 이병민


 


 이병민? 처음 보는 이름인데? 아무튼 나랑 같은 학교에 다니는 녀석의 지갑인 모양이었다. 그럼 어디 학교에서 주은건가? 아님 훔쳤든지. 어찌됐든, 학교에 도착하면 지갑도 돌려주고 그 녀석한테 이 빌어먹을 세상의 정보도 좀 얻고, 겸사겸사 좀 해야겠다. 아는 게 너무 없으니 자꾸만 놀라서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다.


 


 마침 택시가 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손을 들어 택시를 잡고선 뒷좌석에 올라타려 손잡이를 잡았다. 그런데 손잡이를 잡는 순간, 택시의 유리에 내 모습이 비추어진 바로 그 순간, 나는 또 다시 움찔 할 수 밖에 없었다. 택시기사가 안 탈 거냐고 보채는 바람에 황망히 문을 열고 자리에 앉긴 했지만 황당한 마음에 말문이 턱턱 막혔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학생증에 붙어 있는 사진은 바로,


 


 내 모습이었다.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내 얼굴이 학생증에 박혀있었던 것이다. 성형학적으로 우수해진 얼굴, 그 얼굴과 사진 속 얼굴은 분명 동일 인물이었다.


 


학생, 어디로 가는 말을 해야지. 학생!”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자 기사가 답답한지 어디로 가냐고 먼저 물어왔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보자 백미러로 짜증스러워 하는 기사의 눈빛이 보였다. 나는 간신히 입을 열어 목적지를 말했다.


 


한성 과학고요. 한성 과학고로 가주세요


 


 몰아닥치는 피로함에 눈을 감고 시트에 머리를 뒤로 기댔다. 그러니까 이제 이름까지 바뀌어버린 건가? 어이가 없어서 머리가 굳어버릴 것만 같았다. 대체 나란 존잰 어떻게 된 거지? 난 대체 누군거야? 혼란스러웠다. 상황에 최대한 적응해 보겠노라고 다짐했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까? 과연 내가


 


 미쳐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마침내 택시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다들 즐거운 한가위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엊그제 비가 억수로 오는 거 보고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인류, 추석 전날 대홍수로 멸망하다. 두둥.


이렇게 되는 줄 알았다니까요?


가을인데 뭔 비가 그렇게 온담니까?


무서운 세상이에요.


 


그나저나 아시는 분은 아실라나? 아니지 다들 모르시겠구나.


사실은, 제 이름이 이병민입니다. 그리고 애명으로 이시우란 이름을 사용하죠.


주인공 이름이 저와 같아서 어쩌면 잘못된 애정과 집착으로 캐릭터가 망가질 수도 있겠지만


뭔가, 글쓰는덴 몰입이 잘되는 것 같아요. 이시우가 이상한 나라에 떨어져서 이병민이 된다는


설정도 재밌고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