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인연살해

2010.09.22 03:57

이웃집드로이드 조회 수:160 추천:1

extra_vars1 미친 빌과 귀신늑대: (5) 
extra_vars2
extra_vars3 145624-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1년이 지났다.
 빌이 귀신늑대의 원한을 산 지 1년이 지났다. 겨울이 가고 봄이 가고 여름이 갔다는 말은 진부하다. 주름살을 헤아리기 두려워한다는 말도 진부하다. 빌은 그런 것을 세는데 의미를 두지 않았고,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세월의 흐름에 특별한 감상을 덧붙이지도 않는다. 그저 1년이 약간 넘는 시간이 흘렀을 뿐이며,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반가운 소식은 여전히 오지 않았고 또 도끼날에 피를 칠하는 반복 속에서 빌은 귀신늑대가 더 이상 자신을 추적하진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북부로 돌아왔다.
 돌을 쌓아 만든 아성을 절벽 바로 위에 두고, 흙과 나무로 만든 장벽을 타원형으로 길게 이은 락토 개척촌. 西파롤 왕국을 떠나온 개척민들이 세운 곳으로, 죽은 자의 왕이 멸망시킨 나라의 빈 땅에 있다. 이곳은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목로주점이 사람을 반기고 꽤 활기가 있지만 서쪽은 작은 수로, 동쪽은 큰 산들이 있어 외진 인상을 준다.
 남부 제국에서 겨울을 보낸 빌의 병대가 이 외진 개척촌에 등장한 때는 초가을이었다. 이곳은 빌의 월동지역 중 한 곳으로,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아무도 그를 방해하지 못한다. 파롤 왕국의 準상비군 신분인 병사들을 훈련시키기엔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 여기저기에 팔고 남은 상품을 처분하기에도 알맞다.
 게다가 이번엔 락토 개척촌에서 의뢰를 하나 했다.
 “익인 토벌?”
 장벽 밖 수로에 설치된 나루터에서 하역하는 짐을 구경 나온 개척민들을 보고 실실 웃던 시론이 얼굴을 금세 일그러뜨렸다. 익인은 고대신의 사절들로 악명 높았다. 성가시게 하늘을 날아다니는데다, 똑똑해서 덫에 걸리지도 않는다. 튼튼하고 커다란 날개를 이용해 인간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익인은 그 존재만으로도 적잖은 병사들의 사기를 꺾는다. 빌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제길. 진작 말해주지 그랬어? 밀알그릇으로 미리 알았을 것 아냐.”
 “미안하군. 또 있다.”
 “뭐야?”
 “늑대 토벌.”
 시론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또 늑대냐는 표정이었다. 그는 겨우 1년 전에 거대한 괴물늑대 하나를 잡았다가 귀신늑대의 위협을 받은 일이 떠올렸다. 늑대라면 인상을 쓰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곧 부중대장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았다.
 “그 여자는 아니지?”
 “아니다.”
 “그럼 다행이네. 늑대 토벌이라. 봄이 좋은데.”
 “봄이 좋지. 익인 토벌이 먼저니까.”
 “왜? 늑대가 더 급하지 않아?”
 “여기 늑대들은 식인 경력이 없다. 그리고 양 몇 마리보다 더 큰 돈벌이가 있어. 그걸 익인들이 막는다더군.”
 “숲인가?”
 “그래, 숲이다.”
 숲은 자원의 보고다. 사냥감이 있고, 가을이면 돼지들이 먹을 도토리가 무수히 많으며, 이 시기에 벤 목재는 안 쓰이는 곳이 없다. 난방 연료인 땔감은 겨울의 필수품이다. 방랑자, 거지, 무법자들이 숲에서 생활하는 것도 어지간한 물건들을 숲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익인들도 숲에서 산다. 그들과 개척민이 충돌한다면 숲에 관한 일뿐이다.
 “이 근방의 숲이라면 수로 건너편의 딱 1곳뿐인데. 왜 싸우는 거야?”
 “왕께서 배를 개조한다더군. 목재 값이 펄쩍 뛰게 생긴 거야.”
 “아아. 들었어. 1천척이 넘는 배를 개조한다지.”
 구식 군선은 한계가 명백하다. 흘수선이 얕은 이 배들은 수송할 수 있는 짐이 많지 않으며 선미재 키도 없다. 갑판이 있고 뱃전이 높은 배들을 상대로는 경쟁력이 없다. 사실 파롤 왕국의 군선들은 진작 개조 이야기가 나왔어야 했다.
 “우리 배도 바꾸거나 개조할까?”
 시론의 말에 빌은 고개를 저었다.
 “됐다. 난 저게 편해.”
 “음. 그래도 수리할 필요는 있을 텐데. 브롬 장로님에게 목재를 좀 받는다면 어떨까.”
 “좀 더 버텨봐야 한다. 우리에게 돌아올 물량은 없어. 브롬 장로님은 가능한 한 많은 목재를 확보하고 싶을 테니까.”
 땔감을 얻거나 집을 고치기 위해 나무를 베는 수준이 아니다. 1천 척 전부가 커다란 배는 아니겠지만, 그만한 숫자의 배를 개조하고 새 배를 건조하는데 목재 값이 그냥 굳어 있을 리가 없다. 브롬 장로는 당연히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양의 목재를 원한다.
 “흠. 익인의 영역까지 침범해서라도? 무모하군.”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다. 가능하면 설득이 좋은데.”
 익인은 충분히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온갖 도구가 필요하지만 커다란 날개 때문에 광물을 캐지 못한다. 그들은 인간과 거래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시론은 이번만큼은 협상이 어렵다고 예상했다.
 “협상이 결렬되었으니 우리에게 일감이 왔겠지. 어떻게 할래?”
 부하의 질문에 빌은 단언했다.
 “후환을 남기는 건 성미에 안 맞아. 어떻게든 끝을 본다.”
 빌의 말에 시론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투키 시에서의 일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귀신늑대에 이어 익인을 뒤통수에 달고 다닌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말 그대로 환장할 노릇이다.
 “브롬 장로님이 손을 쓴 모양이더군. 창병중대도 하나 오고 있어. 자세한 것은 장로님께 직접 설명을 들어야겠지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닐 거다.”
 빌은 자신의 도끼를 들어보였다.
 “우리가 고대의 잔재에 떨던 시대는 끝났으니까.”
 시론은 빌의 말에 자신의 총을 만지작거렸다. 총은 명중률이 개판일 뿐, 위력은 파괴적인 병기였다. 화살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익인의 튼튼한 날개도 분명 총탄 세례에는 견딜 수 없다.
 “창병중대라. 우린 장창병 10명, 미늘창병 10명, 총병 65명, 석궁 사수 10명, 경포병 3명에 대장과 게드 장로님 포함해서 딱 백 명이군. 상비군 창병중대 1개 200명까지 더하면 도합이 300명인데, 좀 많지 않아?”
 “그래서 쉽단 거다. 오히려 공을 창병중대 놈들에게 뺏기지 않을까 걱정되는 판이야. 놈들은 누가 뭐래도 왕이 보낸 상비군이고, 우리보다 숫자가 많으니까. 최소한 지휘권은 뺏긴다.”
 “걱정하지 마. 날아다니는 놈을 잡는 데는 창이 쓸모없어. 미친 척하고 돌격해오는 놈들을 막는 용도가 전부지.”
 “상비군 윗대가리란 것들이 논공행상에서는 창과 총의 구분도 고려하진 않을 테니 문제다. 뭐, 아무리 못해도 용돈벌이는 되겠지.”
 빌의 병대는 신분이 準상비군이라 왕에게서 봉급도 받지만 그 봉급은 짜다.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약탈할 권리를 받은 대신 적은 봉급을 받는다. 그나마도 西파롤의 왕궁으로 가지 않는 한 받기 힘들다. 즉, 많은 돈이 드는 월동은 전부 빌의 병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빌이 무능하다면 운영비도 못 건져서 선원들은 폭동이나 파업을 일으킨다.
 월동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뭐든지 해야 한다.
 “대장! 장로님들의 회담이 끝났어!”
 장벽 입구에 서 있던 한 총병이 큰 목소리로 빌을 불렀다. 빌은 들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부의 북부인 거주지에선 무시되기 십상이지만, 본래 북부에선 방문객 중에 장로가 있을 경우 그가 누구보다도 먼저 마을 대표들을 만나는 것이 관례다. 비록 장로가 중대장의 고문일 뿐이라 해도 말이다. 빌의 차례는 그 다음이었다.
 빌이 몸을 홱 돌리자 시론은 하역한 꾸러미 속에서 책 1권을 찾아 꺼내든 다음 그 뒤를 따랐다. 그 책은 투키 시에서 선물용으로 구입한 것인데, 필사본에 비하면 격이 떨어지는 인쇄본이지만 1천 권 중 20권꼴로 만들어지는 양장본이다. 거기다 흔한 책도 아니니 선물 치고는 제법 비싼 물건이다.
 브롬 장로는 락타 개척촌의 유일한 장로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북부 장로회에서 수호자 칭호를 받은 장로들 중 1명으로 이 마을에서는 유일한 달 계열 마법사이다. 그런 그의 위치를 반영하여 그의 거처는 상당히 특이하게 만들어졌다. 아성의 뒤를 보호해주는 절벽 한가운데 난 동굴이 그것으로, 동굴입구까지는 가파른 계단을 밧줄난간 하나만 믿고 내려가야 했다.
 “이 동네, 낙사한 놈은 없을까?”
 밧줄 밖을 슬쩍 내려다본 시론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40야드 아래에는 나무 한 그루 없이 딱딱하고 날카로운 돌덩이들만이 등을 햇볕에 쬐였다. 떨어지면 즉사할 확률이 높다. 시론은 끔찍한 상상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약간 젓고는 말을 이었다.
 “브롬 장로님은 괴짜가 맞아. 나라면 습기 찬 토굴을 이딴 길로 들락거리고 싶지 않아.”
 “동굴 확장 공사를 한다고 들었다. 조만간 위로도 입구를 하나 내겠지.”
 “수호자의 거처에? 그러면 방어가 힘들 텐데.”
 수호자는 가장 강력한 달 계열 마법사로서 북부 장로회의 비밀을 수호한다. 만에 하나 그의 거처가 공격을 받는다면 그는 모든 연구내용을 파기하고 자살하거나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다. 적잖은 자료를 파기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그의 거처는 접근이 어려워야 한다. 왜 입구를 하나 더 낸단 말인가? 빌도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빌이 아무렇게나 대답한 직후, 한 노인이 동굴 입구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여. 이거 아주 반가운 얼굴들이군.”
 촌장이 인사를 건네자 빌과 시론은 바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그간 별 일 없으셨습니까?”
 “언제나 그렇듯 평온하지. 어서 들어오게.”
 안쪽으로 열린 나무문짝을 지나자 어슴푸레한 기름등으로 밝혀진 동굴 내부가 드러나 보였다. 동굴은 꽤 깊어서 대낮에 문을 다 열어두고도 안쪽에는 등을 켜야 했다. 그러나 제일 깊은 곳까지 들어가기 전에 모닥불을 가운데 놓고 둘러앉은 세 늙은이와 한 젊은이가 빌을 환영했다. 먼저 온 게드 종군 장로, 무성한 머리숱과 수염이 구름 같이 보이는 수호자 브롬 장로, 절름발이 약사 노인, 그리고 브롬 장로 밑에서 일하는 젊은 양치기 반트였다. 방금 전엔 촌장이 먼저 말을 건넸지만 본래 빌이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한다. 빌은 즉각 고개를 숙여보였다.
 “반갑습니다. 다들 안색이 좋아 보이니 다행입니다.”
 “빌 대장, 늦었잖아요. 제가 한참 전에 회담 끝났다고 밖에다 소리쳤는데.”
 반트가 장난스럽게 말을 걸자 빌은 간만에 웃으면서 대꾸했다.
 “전해들은 놈이 느려 터졌나보군.”
 “자네 발걸음이 느려진 것은 아니고?”
 브롬 장로가 뭉게구름 같은 수염 속에서 꺼낸 말은 걱정과 가시가 함께 섞였다. 늙지 않았냐는 말이다. 가장 나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장로가 입에 담으니 이상하긴 했지만 빌은 웃지 못했다.
 “아직은 아닙니다. 그 날이 오기 전에 반가운 소식이 와야 할 텐데 말입니다.”
 “아아. 그러길 바라네. 그 전에 내 의뢰부터 해결해줘야겠지만. 앉게.”
 브롬 장로가 자리를 권하자 빌은 벽에 기대어져 있던 접이식 의자 중 하나를 집어 들곤 모닥불 앞에 앉았다. 곧바로 치즈 썩은 냄새 같은 것이 빌의 안면을 강타했다. 냄새의 근원은 모닥불 위에 놓인 작은 냄비였다.
 “비약을 만들고 계셨습니까?”
 “이게 가장 큰 돈벌이고 가장 중요한 무기니까. 이번 일에도 써야지.”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능하면 쓰지 않길 바라네. 안 쓰고 팔면 비싸게 받을 수 있거든.”
 빌이 말한 것은 익인에게 총이 아닌 비약을 써야 할 상황이면 이기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날아다니는 놈들을 상대로 멀쩡한 총을 두고 왜 비약을 쓰겠는가? 하지만 브롬 장로는 다른 뜻으로 해석했고, 빌은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맞장구를 쳐줬다.
 “이번엔 뭘 갖고 와줬나?”
 “북상하면서 이것저것 사왔습니다. 중부 판화가 있고, 건포도도 좀 있습니다. 남부에선 염색직물과 상아를 사왔고, 설탕과 소금, 후추와 계피, 약용고무수지도 조금 갖고 왔습니다. 노예도 몇 명 있으니 골라보시죠.”
 “여기저기에 팔고도 꽤 남은 모양이군.”
 “예. 겨울 동안 이 근방 개척촌들에서 전부 처분할 작정입니다.”
 “좋아. 도와주지. 물론 나도 몇 개를 좀 사고 말이야.”
 “감사합니다. 약소하나마 선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응? 뭔가?”
 시론에게서 책을 건네받은 빌은 그것을 브롬 장로에게 내밀었다.
 “신성비례 인쇄본입니다.”
 “신성비례라고! 오, 세상에!”
 느닷없는 외침에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브롬 장로를 바라보았지만, 장로는 그들의 시선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는 책만 노려보았다. 옆에 있던 게드 종군 장로만이 킬킬 웃으면서 “난 벌써 다 읽었지.”라는 말을 꺼냈다. 브롬 장로는 빌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질문했다.
 “이거 비쌀 텐데?”
 “안 비쌌습니다. 인쇄본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귀한 책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귀한 책이 아니라니?”
 “모리 녀석이 제시한 가격은 분명…….”
 빌이 말을 삼키는 순간 브롬 장로는 혀를 찼다. 빌은 당했다는 느낌을 받으며 중얼거렸다.
 “이런.”
 “쯧. 그 친구 돈이로구먼. 무슨 바람이 불어서 자네가 이런 비싼 책을 사왔나 했네. 놀랐어.”
 책에 대한 설명은 게드 장로가 해줬다. 신성비례는 수학전문가들을 위한 책으로, 전문서적에 가까워 소수만 겨우 인쇄된 책이라고 한다. 출판되자마자 돈 있고 유명하며 숫자 쓸 일 많은 사람들이 먼저 선점을 해버리니, 북부로 들어올 책은 몇 번 정도 다시 인쇄하기 전에는 적은 것이 당연하다. 그런 책은 장로회의 수호자라 해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친구들에게 부탁했지만, 출판된 지 1년이 넘도록 입수에 실패했다는 답신만 날아왔던 책이야! 이거 아주 좋은 선물을 받았군!”
 브롬 장로는 재차 감탄하며 책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인쇄본 주제에 필사본처럼 화려하게 채색까지 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엔 숨넘어가는 소릴 냈다. 그 전까지 책을 독점해 포장을 조심스레 풀어 몇 번이고 읽었던 게드 장로는 이미 그 내용을 베껴둔 종이뭉치를 한 아름 보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해 아쉽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비싼 책은 일종의 예술품으로, 내용만이 아니라 외관도 중요한 법이기 때문이다. 촌장이나 약사 노인 등, 다른 장로 격 인사들도 그 가치에는 눈이 휘둥그레진 표정 밖에 지을 것이 없었다.
 세상 사람들 다 놀랄 책을 주다니. 빌은 모리 지점장에게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는데 뭔가 찝찝한 기분을 느끼면서 말했다.
 “모리 녀석이 신경 써서 고른 것 같습니다.”
 북부재단과 장로회는 서로 반대방향을 보고 있지만, 수호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북부재단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다. 무엇보다도 앞으로는 숫자의 시대다. 많은 실권을 쥔 지식인 계층이 남부보다 뒤떨어진다면 북부의 발전을 바라는 북부재단이 더 곤란하다. 아직도 그 미묘한 관계가 유지된다는 사실에 브롬 장로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모리 녀석, 남부 방식으로 사는 주제에 북부에 공헌할 줄은 아는군. 이거면 됐어. 수호자에게 이런 책이 들어온 것을 알면 왕이 아주 좋아할 거야.”
 “왕? 죽은 자의 왕 말씀이십니까?”
 “아냐. 西파롤의 젊은 왕을 말하는 거다.”
 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행히 그의 머리는 결론을 빠르게 내놓았다.
 더 이상 거처를 방어하지 않으려는 수호자, 배를 개조하는 국왕, 그런 국왕에게 나무를 팔고 싶은 장로, 장로를 돕기 위해 달려오는 창병 1개 중대, 비축되는 비약들, 북부재단이 준비하고 장로회의 수호자가 반기며 국왕을 위한 책.
 이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었다. 빌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종군하실 생각이십니까?”
 브롬 장로는 대답 대신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어보였다. 악마 가면처럼 가늘게 뜨여진 그의 눈에 빌의 뒤에 있던 시론은 오싹함을 느꼈지만 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작게 중얼거렸다.
 “전쟁.”


*
 토굴을 나선 빌과 시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단을 올라와서는 장벽 출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나루터가 훤히 보이는 출입구에 멈춰선 다음에야 시론이 겨우 입을 열었다.
 “전쟁이라니, 진짜일까?”
 “그렇겠지. 중부를 향한 북부의 대반격이다.”
 시선은 배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대답은 즉각 나왔다. 그러자 시론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올랐다.
 “떨리는데.”
 “이제껏 우리가 보지 못한 전쟁이 될 것은 분명하니까.”
 “참전할 거지?”
 “물론. 그건 신성한 의무며 갈망하던 권리다. 그 전에 목재부터 확보해야겠지만.”
 “음. 이번 토벌은 물러설 수가 없겠어.”
 “빌 대장!”
 그때였다. 양치기 반트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그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빌은 “왜 안 오나 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또 뭔가 잊어먹었냐, 이 건망증 환자야?”
 시론이 먼저 장난스럽게 질문했다. 그러나 그 질문은 대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빌과 시론은 반트가 왜 따로 말을 걸어오는지 어렴풋이 짐작했다. 빌이 시론의 뒤를 이어 말했다.
 “이상한 약을 또 사달란 이야기겠지. 아니면 물건 몇 개를 좀 구해달라든가.”
 양치기 반트는 브롬 장로에게서 어설프게 배운 지식으로 몰래 약을 만들곤 했는데, 빌의 병대는 빌이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그 싸고 의심스러운 약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었다. 반트는 조금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른 이야기도 있는데요. 여하튼 제가 약 만드는 것, 브롬 장로님 앞에서 꺼내진 마세요.”
 “네가 엉터리 약을 제조했다는 것을 아시면 아마 그 작은 냄비에 널 통째로 쑤셔 넣으실 테니까.”
 과장 없는 표현이다. 장로회의 수호자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물병 속에 달의 마력을 담는 자들 아닌가. 반트는 분노한 브롬 장로의 모습을 떠올린 다음, 몸을 잠깐 떨고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겠죠. 그러니 함구해야죠? 빌 대장도 제 약 덕을 보고 있잖아요?”
 “얼어 죽을. 대체 어떻게 약을 조합하면 찰과상에 바른 약이 복통을 일으키는 게냐.”
 “찰과상은 확실히 낫잖아요. 복통도 심하진 않았고. 그 복통도 제 약의 효과인지 의심스럽다고요. 다른 것 때문에 생긴 복통일지도 모르잖아요?”
 “여하튼 난 네 약 안 산다.”
 “뭐 그러시던가요. 항상 하듯이 대장 부하들에게 팔면 그만이니까.”
 “망할 놈.”
 값싸게 온갖 약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지불할 녀석은 널렸다. 다소 엉터리라고는 해도 안면이 있는데다 북부 장로 밑에서 배우는 양치기 녀석이 만드는 약이라면 떠돌이 상인의 약보단 믿을만하다고 생각할 만도 하다.
 “그보다 대장. 본론으로 들어가서, 노예 몇 명 데리고 왔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 저 여자들이다.”
 빌이 손을 들어 가리킨 곳에선 3명의 여자가 정신없이 가벼운 짐을 나르는 중이었다. 반트는 그녀들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 팔렸어요?”
 “그래. 이번엔 운이 없었어.”
 빌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상세한 설명은 빌 대신 시론이 해주었다.
 “원래 작년에 사서 제국에 데리고 갔는데, 거기 노예 시세가 개판이더라고. 알고 보니 그 사이에 남부 제국이 극동 왕국이랑 크게 한판 붙어서 전쟁포로가 넘쳐났던 거야. 결국 잡일 맡기면서 북쪽까지 왔는데, 기형아 놈들도 말썽이 좀 생겨서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어. 결국 절반만 팔았지.”
 “흠. 그럼 이제 어떻게 하려고요?”
 “이 근방에서 처분할 거다. 아니면 내년 봄에 西파롤이나 東파롤의 수도에서 처분하던가.”
 “저한테 1명만 팔면 안돼요?”
 “뭐?”
 반문이 시론이 아닌 빌의 입에서 즉각 튀어나왔다. 의외의 사람에게서 나온 의외의 요청이었기 때문이었다.
 “슬슬 결혼하려고요.”
 반트의 대답에 빌과 시론은 둘 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빌이었다.
 “하필이면 노예냐? 그리고 넌 맘에 둔 여자 있을 텐데?”
 “대장 없는 동안 걔는 병으로 죽었어요. 죽은 자의 왕이 거둬갔죠.”
 “유감이군.”
 “유감이야.”
 빌과 시론이 한마디씩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반트가 마음에 둔 여자는 전형적인 시골 처녀로 그에게 꽤 잘 어울렸는데, 지금쯤 그녀는 죽은 자의 왕이 지휘하는 군대에서 앙상한 몰골로 서 있을 것이다. 상상하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저한테 딸을 주려는 사람이 흔치 않은데 말입니다. 곤란하던 참이었어요.”
 남부 제국에서야 유목민이 농민보다 높은 계층이라지만, 중부와 북부에선 그렇지 않다. 중부에선 양치기를 천민취급하고, 북부에선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여러 가지로 좋지 않은 소릴 듣는 것은 마찬가지다. 농경민과 유목민의 대립은 흔한 이야기다.
 “결혼 선금을 구입비로 바꾸겠다는 건가.”
 “그렇죠.”
 신부의 지참금을 기대하긴 어려운 반트 입장에선 해방노예도 그리 나쁠 것은 없는 선택이다. 빌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축의금 대신 싸게 해주겠다. 아내가 생긴다면 너도 좀 성실해질 테니 그 빌어먹을 약도 좀 나아지겠지.”
 “감사합니다. 저기 붉은 보석함 들고 가는 애로 하죠.”
 “윽.”
 반트의 손가락을 따라 다시 배를 향해 시선을 돌린 순간 시론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빌은 쓴웃음을 짓더니 반트를 만류했다.
 “쟨 예쁘긴 하지만 성깔이 좀 있는데. 다른 애로 해라.”
 “예?”
 “처음 만나자마자 내게 욕을 퍼붓더군.”
 반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 가녀린 여자가 빌을 상대로 으르렁거릴 수 있단 말인가? 반트는 믿기질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미친 빌인 걸 알면서도?”
 “그래. 해적 따위에게 원한이 있는 것이겠지.”
 “아아. 이해했습니다. 원한이란 원래 겁의 천적이죠.”
 “장로님의 말버릇만 배우는군. 쯧.”
 별로 이상할 것 없는 이야기다. 노예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해적에게 잡혔기 때문일 테니까. 반트는 잠시 생각하더니 뭔가를 떠올리곤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흠. 양치기 아내라면 그 정도 배짱은 환영이죠. 가끔 늑대를 쫓아가야 할 일도 있거든요.”
 “같이 양치기 일을 할 셈이냐?”
 “개척촌은 언제나 양치기가 부족하죠.”
 “아아, 그런가.”
 빌과 시론은 수긍했다. 빈 땅이 많으면 임노동자가 생기지 않는다. 지주의 협상력은 낮아지게 되고, 노동력이 부족하면 경지가 경작될 수 없다. 이때 지주는 어떤 방법을 선택할까? 그들은 빈 땅에 가축, 즉 양을 키울 수밖에 없다. 양을 키우려면 양치기가 필요하다.
 “빌 대장에게도 나쁜 이야긴 아닐 겁니다. 겁 없는 노예를 옆에 두다니, 그동안 맘 편히 자진 못했을 것 같은데요.”
 빌은 피식 웃어버렸다. 저 여자노예가 아니라 귀신늑대 탓이긴 하지만, 최근 1년 동안 맘 편히 자지 못한 것은 맞다.
 “너 좋을 때 데려가라.”
 “감사합니다. 오늘 저녁 목로주점 앞에서 뵙죠.”
 목로주점은 빌의 병대가 묵을 장소는 아니지만, 오늘 그 앞에서 마을사람들과의 술판이 벌어질 장소다. 결혼식을 겸하기에 나쁘진 않을 것이다.
 “깜짝쇼라도 할 것 아니면 사람들에게 미리 말을 해둬라.”
 “그래야죠.”
 반트는 씩 웃더니 도로 브롬 장로의 토굴로 뛰어갔다. 장로에게 제일 먼저 이야기할 모양이었다.
 빌과 시론은 다시 배와 짐들을 먼발치에서 한번 살펴보더니 목로주점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시론은 킬킬 웃으면서 빌에게 농담을 건넸다.
 “결혼이라. 졸지에 대장이 중매를 선 꼴이 됐군.”
 “미친 빌이 중매라. 죽은 자의 왕더러 주례 서달라고 할까?”
 “대장이 부탁하면 진짜로 오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축가는 귀신늑대가 부르고.”
 “그만해줘. 실현될까 무서워.”
 웃지 않는 얼굴로 농담에 대답하는 대장을 보고 시론은 익살스럽게 몸을 한번 흔들어보였다. 그제야 빌은 피식 웃었다.
 목로주점 앞은 벌써 병사들로 가득했다. 개중엔 짐을 하역해야 할 병사도 몇 명 보였다. 직무유기처럼 보이는 행동이다. 질책을 결심한 빌이 눈을 부릅뜨자마자 때마침 뒤를 돌아본 병사가 즉각 해명했다.
 “일은 다 해놨어!”
 진실성을 의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절박하고 급한 외침이었다. 애초에 남은 짐이 얼마 없었으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빌은 그제야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주점 안에서는 요란한 웃음소리와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염병할 놈들, 벌써 술판을 시작했군.”
 “아, 대장.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 지금 굉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거든.”
 변명하던 병사가 말을 더 내뱉었다. 빌은 그를 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며 반문했다.
 “무슨 일?”
 “마누크가 젊은 여자랑 주량대결을 벌이는데, 그 여자 주량이 말술이야. 마누크랑 막상막하라고.”
 “뭐하는 여자냐, 대체.”
 빌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주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글바글한 병사들과 마을 사람들을 헤치던 그는 커다란 나무 술잔에 담긴 맥주를 물마시듯 들이키는 큰 키의 남자를 발견했다. 짧게 깎은 머리와 오른쪽 이마의 손바닥만 한 큰 화상흉터가 인상적인, 부중대장의 좋은 체스 친구이자 대장장이 출신의 병사인 마누크였다.
 그의 상대역을 맡았다는 희한한 아가씨는 병사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리며 더욱 더 앞으로 나아가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빌은 숨 쉬는 것을 잊었다. 설령 죽은 자의 왕이 그 자리에 있다 해도 그보다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오랜만이네?”
 검은색 긴 생머리에 짙은 파란 눈을 가진 소녀가 결코 마누크에게 지지 않는 크기의 술잔을 양손으로 든 채 밝게 웃었다. 완전히 따돌렸다고, 이젠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여자였다. 그녀는 1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전에 봤던 검은 드레스 차림과 달리 이번엔 회갈색의 평상복을 입고 있을 뿐이다.
 “뺏는 재주만 가진 줄 알았어.”
 그녀의 귀는 여전히 밝았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축가, 정말 내가 불러도 돼?”
 병사들은 소녀의 아는 척에 딱딱하게 굳은 대장을 보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소리 높여 떠들기 바빴던 그들은 곧 조용해졌고, 빌의 뒤를 따라온 시론은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총원, 전투준비!”
 대장장이 마누크가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엉거주춤 물러서는 것과 동시에, 병사들이 일제히 도끼나 검을 빼들었다. 어떤 병사는 황급히 자신의 총을 점검하다 비어있음을 확인하곤 다시 도끼를 들어야 했다. 그들 모두는 다소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빌과 소녀를 곁눈질했다. 소녀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좁히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버릇없는 부하들이네. 여자한테는 친절해야 한다고.”
 빌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람 놀라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주의해주겠다. 셀레스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빌은 왼손을 들어올렸다.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신호였다. 그것은 주저함이 약간 묻은 행동이었지만, 어쨌든 명령이었다. 섬뜩하게 날이 선 도구들은 대장의 심정을 반영하는 것처럼 잠깐 주저하더니 천천히 지면으로 향했다. 셀레스테는 그 광경을 보더니 빌에게 질문했다.
 “나에 대해 이야기했어?”
 “아니. 전혀.”
 “흠. 그런데 어떻게 소녀를 향해 무기를 겨눌 수 있는 거지?”
 “내 부하들에겐 네가 악마와 놀아난 마녀든 창부가 된 순례자든 상관없어. 내가 명령하면 죽인다.”
 “대단하네.”
 셀레스테는 다시 웃어보였다. 하지만 빌은 웃지 않았다. 이건 기 싸움이다. 대담해져야 한다. 승기를 잡기엔 조금 늦지 않았을까 걱정하면서 그는 그녀와 마주 앉지 않고 탁자 옆에 앉았다.
 “주량대결 중이었지? 계속하게. 마누크, 자리에 앉아.”
 “이 미친 대장아! 전후사정은 설명해줘야 술을 마시든 똥을 싸든 할 것 아냐?”
 술잔과 전투망치 사이에서 갈등하던 마누크가 반사적으로 내뱉은 폭언에 셀레스테는 묘한 눈빛으로 빌을 바라보았다. 의심과 매혹의 눈초리. 빌은 무슨 질문이 나올지 직감했다.
 “절대복종?”
 셀레스테가 장난스럽게 질문하자, 빌은 한숨을 내쉬곤 자백했다.
 “저 친구 빼고.”
 이 답변에 셀레스테는 소리 높여 깔깔 웃어댔고, 그렇잖아도 붉은 얼굴을 분노로 더욱 붉힌 마누크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빌이 상황설명을 해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툭하면 티격태격하지만 빌과 마누크는 서로를 가장 잘 아는 동료였다. 빌이 안전하다고 한 것은 안전하다고 믿어야 한다. 빌이 숨기는 것은 캐지 않는다.
 빌이 심판을 보는 것 같은 자리배치 속에서 마누크는 술잔을 마저 비우곤 셀레스테의 술잔을 씹어 먹을 것처럼 노려보았다. 셀레스테는 그런 마누크를 보고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다소곳한 미소를 짓더니 남은 술을 단번에 다 마셔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빌은 새 술과 안주를 주문할 필요를 느꼈다.
 “술은 다 마셨고, 안주는 없군. 주인장. 이 아가씨에게 맥주 3잔과 만두 5인분.”
 “만두? 그게 뭔데?”
 셀레스테가 눈을 동그랗게 뜨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질문했다. 그 모습은 궁금한 것을 묻는 인간소녀의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빌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맛있는 것.”
 잠시 뒤 병사들과 마누크는 셀레스테가 빌이 주문한 모든 것을 순식간에 잡아먹어버리는 것을 보고 질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