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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이상한 나라의 시우

2010.09.16 02:27

시우처럼 조회 수:427 추천:3

extra_vars1 여긴 대체 어디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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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지만 그런 각오는 버스가 학교에 가까워 질수록 희미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처음 버스에 오를 때만 하더라도 학교에 가면 뭔가 알 수 있으리란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그러나 한 정거장, 두 정거장. 점점 학교에 가까워 질수록 당연히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와 같은 교복은 입은 애들이 보이질 않는다!


 


 아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우리 학교는 그대로 있는데 학생들만 송두리째 사라졌을 리가 없었다. 어쩌면 지각 때문인지도 몰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등교시간이 댕겨져서 다들 등교를 한 걸지도. 모든 게 다 뒤죽박죽이니까 등교 시간 따위야 일도 아닐 터였다.


 


 그런고로 나와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내 뒤, , 옆에 가득가득 앉고 서고 했을지라도. 마침내 그들이 보정고등학교 정류장에 우르르 쏟아져 내렸을 지라도, 나는 그저 무시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분명히 근처에 다른 학교가 생긴 걸 거야. 오늘 같은 날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그렇게 불안해져 오는 마음을 다스리며 나는 뒤늦게 버스에서 내렸다. 혹시나 보일지 모를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을 찾아 두리번거리면서.


 


 하지만 그딴 건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나와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너무나도 태평스럽게 내가 알기론 우리 학교였던 곳에 들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히 익숙한 학교의 모습이었다. 입학 할 때의 그 후줄근해 보이던 건물들, 교도소 창살 같은 교문과 그 옆에 작게 붙어 있는 경비실까지, 어제까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게 모든 게 그대로인데. 그런데, 왜 나에게만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뒤죽박죽이니까 어쩌면 우리 학교는 교복 다양화 정책이라도 실시하게 된 걸까? 아하 아하하하.


 


 정신이 아득해져 온다. 이건 뭔가 정상이 아냐. 갑자기 왼쪽 관자놀이 부분이 심하게 조여왔다. 통증에 한쪽 눈을 찡그리고 한동안 머리를 부여잡고 서 있었다. 아직 8월 인지라 그늘 하나 없는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다니던 학교의 정문 앞은, 아침나절인데도 무척이나 뜨거웠다. 두통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다.


 


 내 옆을 지나가던 아마도 이 학교의 학생인 듯 한 녀석들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그리곤 뭔가 속닥거리는 듯 하더니 또 이번엔 지들끼리 웃어 댄다. 비웃는 건가? 아님 그저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런 웃음 소리는 이제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래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 장소에서 오직 나만이 현실과 어긋나 있었다.


 오직 나만이...


 


 어이, 거기!”


 


 이젠난 어떻게 되는 걸까?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을 가족으로 여기고, 어딘지도 모를 학교를 찾아서 헤매여야 하는 것일까?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 영화에서처럼 볼따구를 힘껏 내리치면 깨어나려나.


 


 찰싹!


 


 빌어먹을. 드럽게 아프다. 하긴 깨어나려면 진즉에 깨어났겠지


 


 아까부터 자꾸만 머리속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러다 진짜 미쳐 버리는 거 아냐? 난 괜한 머리털을 억지로 잡아 뜯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지금 이 상황이 해결될리는 만무했다. 기껏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온 정신을 다해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계속 남의 학교 앞에서 신세 한탄만 하고 있다가는 미친놈 취급 당하기 십상이니까


 


 하지만 이건 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대체 이 교복은 어디 학교 교복이란 말인가?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왼쪽 가슴에 달린 학교 엠블렘 인 듯한 문양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아침에는 미쳐 보지 못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거기에는 한성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는 것 같긴 했다. 한성? 이 주변에 한성으로 시작하는 고등학교가 있었던가?


 


 어이 거기, 내 말이 말 같지가 않나!”


 


 그리고 그 순간. 어디선가 귓가에 뭔가 상당히 거슬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저 목소린, 이젠 당최 믿을 수가 없게 된 내 기억력에 따르면, 어제 아침에도 들었던 목소리였고, 내 줄인 바지를 붙잡고 가위로 바지를 찢어 버리겠다며 협박을 하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놀란 마음에 돌아본 곳에는 역시나 얼굴을 찡그린 채로 서있는 학생주임의 모습이 보였다. 아아. 드디어, 드디어 마침내 아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이쪽에서 피했을 테지만 오늘은 그딴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반갑기만 했다.


 


 선생님!”


 


 나는 나도 모르게 학주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학주는 내가 늑달나게 달려들자 조금은 놀란 듯 뒤로 주춤거리는 듯 했으나 이내 학생한테 주눅들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곧 자세를 바로 잡고 나를 마주했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그 동안 혼자서 마음 속으로만 끙끙 앓아오던 불안감을 조심스럽게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죠? 선생님은 혹시 뭐라도 아세요?”


 


 그도 역시 내가 겪었던 혼란을 똑같이 겪었을 것이다. 가족이 뒤바뀌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겠지. 그런데도 역시 어른은 어른인 모양이었다. 저렇게 태연하게 아침 지도를 하다니. 나는 아직까지도 이렇게 불안과 공포에 짓눌려 허덕거리고만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제 안심이 된다. 나보다 더 이 세계를 잘 이해한 사람을 만났으니까 이제 뭐라도 알 수 있겠지.


 


 ? , 나 알어?”


 


 ?!!?!?


 


 그러니까


 


 날 몰라? 난 이렇게나 당신을 똑똑히 기억하는데, 정작 당신은 날 모른다고? 에이 정말 그러지 마세요. 농담이라면하하, 한 방 먹었네요. 등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니까요. 그러니까 제발 그 모르겠다는 표정은 좀 어떻게 좀 안될까요?


 


 “여기 중학교 출신이냐?


 


 어이당신, 어제 까지만 해도 나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었잖아. 그렇게 매일 날 가지고 놀아놓고선 이렇게 나 몰라라 하는 거야? 이제 와서


 


 자기 혼자만 빠져 나가려고?


 이 지랄 같은 세상에


 나만 혼자 남겨두고?


 


  “아무튼, 보아하니 한성과학고 학생인 것 같은데. 이렇게 남의 학교 앞에서 얼쩡거릴 시간이 있으면 얼른 니 학교나 가라지금 시간이 몇 신데 여기서 얼쩡거려!”


 


 뭐라고? 난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과학고? 반에서 성적으론 바닥을 기는 내가 과학고? 게다가 한성과학고라니!


 그리고 뭣보다도, 그건 대체 어디 붙어 먹은 학교냐고!


 


 처음 들어 보는 학교 이름에 빈혈도 없는데 눈 앞에 어질어질했다. 더불어 오늘 중에 등교는 할 수 있을지 심히 염려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 오늘 무사히 견딜 수 있을까? 그야말로 정신줄이 점점 옅어지는 게 생생히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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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하는 일도 없이 만사가 귀찮아요.


개강을 한 탓에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스테미너가 떨어진 것일까요?


게다가 오늘은 덥기까지 하고, 이래저래 고단한 나날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