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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상자 속 그 고양이는 울고 있었을까

2010.09.14 16:42

윤주[尹主] 조회 수:259 추천:3

extra_vars1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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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처음엔 저 꼬마애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대화가 산으로 가면서, 어쩌면 저 꼬마애가 아니라 그놈의 고양이가 문제일지 모른다고도 생각했었다. 편의점 동생 놈이 문제다, 혹은 IMF가 문제다 하는 식으로 이리저리 핑계대본 적도 있었다. 모두 그놈들 때문에 이야기는 자꾸 산으로 가고, 고양이는 자꾸 죽었다 살았다 하며, 꼬맹이는 반쯤 헐벗은 채로 어거지 쓰고 거짓말만 잔뜩 해대는 거라고 의심 없이 읊조리곤 했다.



 지금에야 고백한다. 이야기가 빙빙 돌아 비로소 여기에 이른 건 결코 고양이나 자칭 인간 왕, IMF의 음모 때문이 아니었다고.



 이 모든 건 전부, 한 점 티끌까지도 모두 오로지 나 하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다.



 "어쩐지 찜찜하다 싶었지.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니죠?', 하고 네가 물었을 때 말이야. 똥인지 된장인지 입에 넣어봐야만 아느냐고들 자주 말하잖아. 내가 딱 그 짝이었다니까. 흡사 입에 넣어봐야만 구별할 수 있을 것처럼, 전등 속에 뛰어 들어온 몸이 타들어가야 비로소 불이 뜨거운 줄 아는 불나방처럼."
 "떡이다, 하고 던져 주니까 냉큼 받아먹는 호랑이 같았죠? 실은 달군 돌인데."



 소녀 비유가 어쩐지 좀 더 와 닿는다. 평생 남이 주는 떡만 받아먹던 우리 속 호랑이가 되다보니, 남이 준다면 떡인지, 고긴지, 비닐봉지인지도 가리지 않고 일단 목에 넣고 보는 거다. '너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누군가 말하면 틀림없이 그렇겠구나, 싶고, '이게 네 생각이지'하고 물으면 또 한 점 의심도 없이 자기 의견이라고 믿어 버린다. 언젠가 삼킨 비닐봉지가 제 목을 막을 줄도 모르고, 아무 위기의식도 없이.



 "결국 제 말 대로죠? 고양이에게 사망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오로지 고양이 자신뿐이에요. 야옹, 하는 자기 울음소리야말로 상자 속에 갇힌 고양이에게 주어진 결정적인 카운터펀치인거죠. 아무리 대단한 학자라도 울음소리가 새어나오는 상자 속 고양이가 반쯤 죽고 반쯤 살아있는 그것이라고 말할 순 없을걸요?
 어쩌면 반격 기회를 얻은 건 고양이뿐만이 아닐지 몰라요. 어쩌면 신에게도, 혹은 당신에게도."



 죽기까지 인간의 마음을 지킨 카프카의 벌레. 훈훈하게 웃을 줄 알았던 할리우드 인조인간은 남들이 인정해주기 훨씬 이전에 이미 스스로 인간이었지. 스스로 내가 누구라고 말하는 것, 그건 상자 속 오롯한 고양이로 살아남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쯤 되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하나 남아있다.



 "그럼 넌 대체 뭐지? 네가 생각하는 너 자신 말이야."
 "글쎄 전 한 마디 거짓말도 한 적 없대두요?"



 살짝 볼멘소리로 소녀는 웅얼거렸다. 뭐 거짓말이면 어떠랴. 그녀 자신이 그렇다는데…….



 사실은 알고 있었어, 란 말이 목청 바로 아래까지 올라왔다가 이내 꺼지듯 사라져 버린다. 이 의미도, 끝도 없어 보이던 담화 중, 나는 진작 보고만 것을 보이지 않는 양 시치미 떼고 있었다. 소녀의 어깨 위로 수북이 얹혀진, 거대하고 짙은 어둠에 대해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일종의 '사고실험'이다. 최대한 단순화된 조건이 주어지고, 그 조건 하에서만 풀어야 하는 문제란 뜻이다. 주어지는 건 철저히 관찰자와 고양이가 들어 있을, 모종의 장치가 된 상자뿐이다. 고양이가 울 여지 따윈 애초부터 주어지지 않는, 삭막한 실험이다.


 


 그래도, 당신에게 또 한 번 묻고 싶다.


 



 상자 속 고양이는, 실은 울고 있었던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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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상자 속 그 고양이...>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솔직히 좀 더 멋진 글을 기대했지만 실력이 저조한 관계로 서툰 글, 노골적인 글이 되어버렸네요;; 이게 고양이에 대한 얘긴지, 소녀에 대한 얘긴지...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께 죄송하기도 합니다. 결국 분명하게 떨어진 건 아무것도 없는 것같기도 해서;;


 


 아무튼 완결입니다. 판단은 읽는 분들 몫이고, 어차피 제 글이 남들에게 어떻게 읽히는지 궁금해 올린 것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또 계속 남 글만 읽고 있으니 어쩐지 한 번은 제 글도 보여야할 것 같기도 했고요;;


 


 또 한동안은 다른 분들 글 읽으며 보낼 것 같습니다...또 뭔가 쓰게 되면 올리게 되겠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