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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당신이 잠든 사이

2010.10.07 06:16

윤주[尹主] 조회 수:235 추천:1

extra_vars1 #2. 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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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이선과 현아, 이소 계통과 이스 계통은 세계의 '기준'같은 자들이다. 그건 즉, 그녀들 이상으로 어떠한 신비한 일도 이 세상에 일어나지 않으며, 또 그녀들 이하 어떠한 꺼림칙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어나야 할 것만 일어나는 세상이 지켜지는 건, 모두 그녀들 덕분이다.



 따라서 이소 계통인 이선이 회복불능이 되어버리자 곧장 이 세상을 등졌던 두 사람의 친족들이 사절을 보낸 건 당연한 일이다. 그녀들이 없으면 인간과 그들 사이에 질서를 세우는 건 불가능하다. 특히 과거 인간과 맺었던 불가침약속이 잊히고 사라져버린 현대에 와서는 더욱 그녀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마술사'라고 불리는 사절은 자리에 누운 이선 상태를 들여다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실로 나왔다. 거실 낡은 소파에 현아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를 기다렸다.



 "어때, 고칠 수 있겠어?"
 "안되겠는걸. 나로선 무리야."



 거실 탁자에 놓인 살덩이들, 전날 밤 현아가 이선을 집에 두고 되돌아와 주워 모은 심장 파편들을 물끄러미 넘어다보며 마술사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찢겨진 심장은 마술적으로 결합해야 해. 하지만 나 같은 걸로는 어림도 없어. 이정도 갈기갈기 찢겨진 심장을 다시 결합시킬 수 있는 건 대사제 정도일 거야."
 "지금은 대사제가 없는 걸로 아는데?"



 부정적인 선고에도 현아는 화내거나 울지 않고 냉정하게 상황 파악에 몰두했다. 현아 말에 긍정을 표한 뒤 마술사는 그런 현아를 유심히 들여 보더니 말했다.



 "왠지 이상할 정도로 차분한데?"
 "울며불며 야단이라도 칠 줄 알고?"
 "솔직히 그랬지. 친족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거든."



 마술사 얘기를 들으며 현아는 피식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웃었어? 마술사는 어쩐지 기분이 나빠졌다.



 "참, 너희가 어제 맞붙은 상대가 분수 넘치게 화려한 꼬마 애라 했던가?"
 "그랬어."
 "귀찮은 상대를 만났는데. 그거라면 분명 '사랑하는 딸'일 거야."
 "아는 녀석이야?"



 현아가 묻자 마술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사랑하는 딸'과 그 무리에 대한 안 좋은 인상과 이야기들이 그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던 것이다.



 "그것들은 광신도야. '사랑하는 딸'은 그 광신도들의 교주 같은 녀석이고. 자기 영토 안에선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자기 멋대로 '진실한 사랑'이라 부르는 걸 세상에 전파하고 다니지. 그 아래 귀신들은 그냥 기계적으로 따르는 녀석들이야.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 같은 것들도 아냐. 그냥 이쪽과 저쪽 사이 틈새를 헤매던 것들이 운 좋게 열성적인 지도자를 만나 한데 뭉친 느낌이랄까."
 "재미있을 것 같네, 어쩐지."



 현아가 솔직하게 감상을 말하자 마술사는 이번엔 반드시 나무라야 갰다고 다짐하곤 그녀를 보았다. 순간 마술사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현아는 웃고 있었다. 웃고는 있었지만, 겉보기에도 뭔가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기색이 느껴졌다.



 "광신도라 이거지? 재미있는 걸. 내 별명은 폭군인걸. 폭군 대 광신도라니, 이거 참 멋지지 않아?"



 마술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 것일까. 현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 머릿속엔 이미 어떻게 복수할지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했다.



 "하하, 재미있어! 폭군 대 광신도라니. 아마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싸움이 될 거야. 이기는 게 어느 쪽이 될지, 어디 한 번 해보자고 그래!"



 치밀어 오르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현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 말도 없이 그녀는 집을 나가 어디론가 향했다. 마술사는 그것을 보았지만 다가가 말릴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다. 대신 등 뒤에 대고 한 마디 해줬을 뿐이다.



 "나는 여기서 방법을 한 번 찾아볼께. 요즘도 대사제 급수가 되는 인물이 어디 있는 질 말이야."



 들리는지 어떤지, 현아는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을 뿐이다. 이때, 그전까진 아무 변화 없이 조용하던 수풀이 일제히 떨며 웅성대기 시작한 걸 어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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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현아 편은 여기서 마칩니다.


 


 내일 올라오는 화부터는 새로운 부제목을 달고 올라옵니다...읽어줄 사람도 찾았으니까 조만간 전체적인 수정도 들어가지 않을까 싶네요;; 예를 들어, '열자마자 덮어버리고 싶게 만드는' 초반부는 상당히 많은 분량을 잘라버릴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어차피 글쓰는 사람이나 관심 있는 얘기지만요;;


 


 일단 연재중인 글은 그대로, 꾸준히 올라갑니다...부족하고 서툰 점 많기에, 혹시 이번 회까지 쭉 따라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려요ㅠㅠ


 


 우동 한 그릇 먹고 와서 일단 이 글 올리고 저는 과제하러 갑니다~ 현재 시간 기준입니다만, 다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