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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당신이 잠든 사이

2010.10.04 05:36

윤주[尹主] 조회 수:215 추천:2

extra_vars1 #1.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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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야, 그건?"



 별안간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이선은 감았던 눈조차 떴다. 놀라진 않은 모양이다. 천천히 몸을 돌려 상대를 바라보았으니까. 이선은 올곧고, 티 한 점 없는 맑은 눈에 상대를 담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단 것처럼 그녀는 웃으며 상대에게 인사를 건넨다.



 "좋은 저녁이네, 현아야."
 "방금 전 그 새낀 대체 뭐냐고!"



 반대로 상대방은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현아라고 불린 그녀는 마치 대단히 혐오스런 것을 봤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기 가득한, 묵은 지 사흘 된 음식물 쓰레기 앞에 서 있을 때 자주 볼 만한 표정이다. 또는 어찌 보면, 애인이 바람피우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을 때 흔히 나타나는 모습 같기도 하다. 현아는 이선의 오른손을 붙잡고는 난폭하게 끌어 당겼다. 분에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그녀는 성큼성큼, 이선을 붙잡은 채 이끼로 뒤덮인 마당을 짓밟으며 가로지른다. 현관문 앞에 이르자 현아는 문을 활짝 열고 이선을 밀어 넣었다. 그러곤 문을 쾅,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닫더니 문에 달린 잠금장치란 잠금장치는 모조리 걸어 두었다.



 "그러지 마, 현아야."



 꽤나 심하게 다뤄졌음에도 이선은 침착하고 또 따뜻하게 현아를 대했다. 현아는 방금 자기가 잠근 문에 기댄 채 얼굴을 푹 숙이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커트해 모양을 낸 머리칼 아래로 시무룩한 표정이 숨김없이 뚜렷하다. 이선은 다시 한 번 차분한 목소리로 현아에게 말을 걸었다.



 "그건 단지, 내 일이었을 뿐이야. 알잖아, 너도……."
 "인간 새끼들이 아무렇게나 내팽개친 지들 죄잖아! 나도 알아! 근데 어째서 너야? 왜 네가 그 지저분한 것을 상대해야 돼?"



 현아는 이선을 붙잡고 흔든다. 양 팔을 세게 붙잡힌 이선이 얼굴을 살짝 찡그리지만 현아는 알지 못한 모양이다.



 "그건 걔네가 저지른 죄니까, 저질렀으면서도 인정 못해서 지 백(魄)과 함께 내던진 추잡한 쓰레기니까, 걔네더러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면 되잖아! 응? 나처럼, 그냥 신경 끄고 살면 안 돼? 응? 이선아!"
 "그것도 알고 있잖아, 이미."



 이선이 한 말을 현아는 이해하지만 납득하지 못한다. 현아가 인간의 죄, 그들의 백이라고 불렀던 그것, 이선이 자장가를 불러 사그라뜨린 괴상한 거인은 세상 어떤 것으로도 없애지 못하고, 오로지 이소(日) 계통 출신 이선만이 녹여버릴 수 있단 걸 현아 또한 알고 있었다. 강한 태양열만이 모든 불순물을, 화사한 태양빛만이 모든 그림자를 온전히 걷어낼 수 있는 법이니까.



 자신이 어째서 그 백(魄) 거인을 싫어하는지도 현아는 알았다. 자기가 말한 것처럼, 의무를 짊어진 이선이 불쌍해서만은 아니다. 이스(月) 계통 출신인 자신은 천성적으로 그런 더러운 것, 지저분한 것, 혐오스러운 것은 가까이할 수도, 참아줄 수도 없다는 걸 현아는 4살 때부터 온전히 이해했다. 이선도 그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소 계통과 이스 계통은 머나먼 옛날 까마귀(烏) 돌림자를 이름에 함께 넣던 시절부터 벌써 친밀한 관계였으니까.



 자신은 추한 마음을 지니고 태어났다. 현아는 항상 그것이 콤플렉스였다. 아름다운 것만 좋아하고, 흠집 있는 것, 부족한 것을 보면 얼굴빛부터가 달라지는 속물근성이 싫었다. 그것이 집안 내력이며 고칠 수 없는 것이란 걸 알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선과 함께 있으면, 자신의 그 추잡한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끔찍이도 부끄럽게 여겼다. 혹여나 그것 때문에 이선이 자신에게 진저리내며 떠나버리는 건 아닌가 싶어서.



 이럴 때면 꼭 한 번씩은 물어본다.



 "이선아, 내가……싫지?"
 "아니."



 대답은 어느 때나 같았다. 이선은 축 쳐진 현아의 고개를 자기 두 손으로 가볍게 받쳐 올리곤, 그녀를 껴안고 토닥여준다.



 "좋아해. 네가 뭐래건, 무엇을 하건."
 "눈을 뜰 때도, 감고 있을 때도?"
 "전~부 좋아해."



 쪽. 이선이 가볍게 뺨에 입을 맞추는 소리. 현아가 그 정도에 만족할 리 만무하다. 이선을 쳐다보더니 현아는, 갑자기 상대 입술에 제 입을 맞춘다. 마치 개기 일식을 맞은 해와 달처럼, 두 사람은 그렇게 입술과 입술을, 얼굴과 얼굴을 포갠다.



 지나치게 달아올라 얼굴을 샛노랗게 물들인 달은 일찌감치 구름 사이로 모습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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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이건 저주야~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금요일 학교를 다녀온 이래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같은데 벌써 일요일 저녁일 때,


 그 전날 자신이 뭘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을때,


 방금 전까지 멀쩡하게 쥐고 있던 휴대폰이 어디가서 보이지 않을때,


 


 어쨌거나 오늘 이어서 한 회 더 올립니다. 반응 확인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지만;; 사실 생각보다 일찍 완결지을 수 있을 것같습니다. 잘하면 다음 주중엔 끝까지 다 쓸 법도 합니다만...일단 이틀에 한 개 정도씩 올려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