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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당신이 잠든 사이

2010.10.02 18:42

윤주[尹主] 조회 수:463 추천:2

extra_vars1 #1.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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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의 : 처음 부분 허들이 심각하게 높은 글입니다. 대문 앞에 만리장성을 쌓아놓고 들어오란 꼴이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실은 그것말고도 이래저래 서툴고 조잡한, 횡설수설 심한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한 번 읽어 보시겠다면....감사하단 말씀 먼저 드리고 싶네요;;


 


 다른 사람 얘길 듣고, 꼭 이 말씀 먼저 드려야겠단 생각에 머릿글을 넣어 수정해 봅니다. 일단 시작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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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은 흐늘흐늘 하늘하늘



 백은 보슬보슬 부슬부슬



 혼은 태우고 태워 올려서



 백은 녹이고 녹여 내려서…….


 


 노랫소리인지 웅얼거림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가 반쯤 열어둔 창문 틈새로 새어든다. 기이하리만치 고요한 시골 동네 한 밤중, 모시 이불을 덮고 자리에 누운 그대로 이선이 눈을 뜬 건, 반쯤은 그 괴상한 속삭임 때문이었지만,



 엉엉엉…….엉엉엉…….



 또 반쯤은 그 속삭임 사이사이 들려오는 낯선 울음소리 탓이기도 하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천지가 떠나가라 시원스레 울다가도 갑자기 뚝 그치고 훌쩍훌쩍 거리다, 또다시 길게 흐느끼기를 반복한다. 이선은 그 소리를 따라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평온한 밤이었다. 좀 전까지 들려오던 묘한 노랫가락은 이미 사라졌고, 괴상한 울음소리만 제외한다면 주변은 깊은 밤 차분한 적막이 차지하고 있었다. 거실 커다란 창문으로 환한 달빛이 은은하게 새어 들어왔다. 달빛은 커다란 브라운관식 TV 위에서 질척하게 흘러내리는가 하면, 다 낡아 헐어가는 검은 가죽소파 위에 잠시 머물다 얼마 전 만들곤 색도 칠하지 않은 널따란 DIY 나무탁상 위에서 엎드려 누웠다. 솜이 터져나간 소파 바닥이나 닳아 해진 커튼 밑단 따위엔 그 빛 끄트머리도 닿지 않는다. 오로지 아름다운 것만이 고귀한 달빛의 눈에 들 수 있다 - 그 광경에 이선은 잠시 동안 친근한 누군가를 떠올렸고 곧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소름끼치는 밤이었다. 평온한 밤이 어떻게 동시에 소름끼치는 밤이 될 수 있느냐고 누군가 반문할지 모른다.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평온한 밤은, 또 어떤 이에겐 소름끼치는 밤도 될 수 있단 사실을. 즉 예민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깊은 밤중이라 하더라도 시골 마을에 있는 이 집에서 풀벌레 소리, 밤부엉이 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는 걸 불편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설령 아무리 대범한 사람이라 해도 심지어 바람 한 점,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 하나 없는 건 이상하게 여길 법하지 않는가? 거실 커다란 창문이 열려 있음에도 어깨 너머까지 기른 이선의 긴 머리칼은 한 가닥도 날리지 않는다.



 보다 상황에 어울리는 표현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 소름끼치는 존재의 평온한 밤이었다. 모두에게 소름끼치는 상황을 평온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 소름끼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테니까. 혹은, 소름끼치는 그것은 진짜 사람이 아닌지도 모른다.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존재, 이선은 발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현관으로 나갔다. 울음소리는 집 밖에서 나고 있었다. 산그늘 아래 풀 이끼를 뿌린 정원은 얕게 깔린 초록색 융단이 펼쳐진 것처럼 보여서 현관 바로 앞에서 보아도 성인 키 약간 못 미치게 쌓아 집 주위를 두른 돌담까지 시야를 가로막는 게 아무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이선은 울음소리를 내는 주인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여전히 울음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게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답은 한 가지 뿐이다. 이선은 잠옷차림으로 슬리퍼를 신고 천천히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앞까지 나갔다. 울음소리를 낸 주인공은 거기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문 앞으로 나온 이선 오른쪽으로 쭉 뻗어나간 담장이 막 꺾여 들어가는 그 모퉁이 부근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이선이 서있는 위치에선 상대 등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선은 조심스럽게 그것에게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이선은 그것이 엄청난 거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똑바로 선다면 3m쯤 되려나. 몸집도 몸집이지만 이선이 바라보는 녀석의 등은 우락부락 다져진 근육질이었다. 흡사 거대한 바위인양 그것은 좌중을 압도하면서 한밤중 어둠에 파묻힌 일대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한편 이선은 그것이 늘어뜨려 기른 잿빛 머리칼을 보았다. 본래부터 그런 색이었다던가, 염색을 했다기보단 세월이 지나며 자연스레 색이 옅어진 그런 잿빛이었다. 그것도 한군데가 아니라 머리 전체가 그런 색이었다. 이선은 그것이 평범한 인간이라면 쉰이나 예순쯤 되지 않았을까 여겼다. 어쩌면 더 오래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인간 아닌 무언 가에게서 살아온 기간을 미루어 짐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됐건 엄청나게 늙고, 또 무지막지하게 근육질인 거인은 어울리지 않게도 쭈그려 앉은 채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울음소리는 엉엉, 인 것 같기도 하고, 훌쩍 훌쩍인 듯도 하고, 흑흑, 인 것도 같다가, 으아앙, 처럼도 들렸다. 한 사람이 울고 있는 것이었지만 때로는 여럿이 합창하듯 우는 것 같기도 했다. 뭐라고 특정 짓기 힘든 울음소리에선 다만, 무척이나 서러워한다는 인상 하나만큼은 분명히 전해져왔다.



 이선은 잠시 그녀가 뭘 해야 할지 고민했다. 답을 내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에게 가까이 다가가, 엄청나게 늙은 데다 무지막지하게 근육질이지만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그것 전부를 두 팔로 끌어안으려 했다. 거인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에 팔은 겨우 근육으로 우락부락한 등짝 일부만을 끌어안은 꼴이 되긴 했지만.



 그 우둘투둘한 등짝에 이선은 제 얼굴을 기대었다. 흐느끼는 소리, 들썩이는 몸짓이 그녀 얼굴이 닿은 곳으로부터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이선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녀 입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은 노랫소리가 되어 거대한 그것에게 전해졌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이선이 부른 건 너무나 흔하디흔한 자장가였다. 그녀는 눈을 감고, 그 큰 등을 토닥이며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단조로운 곡조로 노래를 불렀다. 놀랍게도 이선이 부른 자장가가 효과가 있었는지, 거인은 서서히 울음을 그쳤다. 몸이 들썩이던 것도 가라앉고 이제는 고른 숨소리만이 거인 등을 타고 이선에게 전해졌다. 이선은 자장가를 부르는 걸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불렀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얼둥 애기 잘도 잔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자장가를 부르는 목소리는 서서히 잦아들어갔다. 그와 함께 거인도 서서히 작아져갔다. 마치 커다란 튜브 바람이 빠지듯 한껏 부풀었던 거인 몸은 점점 줄어들어 보통 성인 크기가 되었다가, 조금 지나자 이선이 한 아름에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줄었다. 그래도 거인은 줄어드는 걸 멈추지 않았다. 마치 마지막까지 타오른 불꽃처럼 거인은 완전히 사그라지어 나중에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선이 노래를 멈춘 것도 그와 동시였다.



 "누구야,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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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한 번 정도라도 연재를 해보려고 쓰는 글입니다...중간에 폭파될지 안될지 영 꺼림칙해서 좀 더 기다려볼까 하다가, 혼자 조바심이 생겨서 올려 보네요ㅠㅠ


 


 일단 전체적인 계획은 어제 마무리지어서 연재분 미리 약간 확보해 뒀어요~ 일단 주에 한 번 올리다 대충 완결지은 것 같으면 좀 더 주기를 좁히려고요;;


 


 머....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루한 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지만 나름 매력적인 부분을 만들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