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당신이 잠든 사이

2010.10.13 02:29

윤주[尹主] 조회 수:198 추천:1

extra_vars1 #6. 그림자의 군주, 그리고 해와 달의 연인 
extra_vars2 11 
extra_vars3 1491-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아직 해가 채 떨어지기 전, 이선을 돌보며 집을 지키던 마술사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갔다. 현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반가워했지만, 뒤이어 들어오는 사람을 보자 정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뭘 그렇게 놀래죠오? 알고 있었잖아요, 제가 올 거란 거얼."



 '사랑하는 딸'은 그가 어설픈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곤 비웃음을 흘렸다. 그녀 예상과는 다르게 마술사는 진심으로 놀랐다. 현아가 떠났을 때, 솔직히 그녀가 '사랑하는 딸'을 데려오리란 것도 마술사는 반신반의했지만, 설령 '사랑하는 딸'을 데려오더라도 현아가 아무 해도 입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 데려올 거라곤 전혀 생각지 않았다. 이선이 누운 방으로 들어가려는 현아와 '사랑하는 딸'을 보며, 마술사는 잠시 동안 그들을 막아야 할지 이대로 들여보내도 될 지 고민했다. 어쩌면 현아가 '사랑하는 딸'에게 홀린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술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동안 방으로 들어선 현아와 '사랑하는 딸'은 이선이 누운 침대 머리맡 근처에 다가가 섰다. '사랑하는 딸'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아름답네요, 이 분은. 입에 발린 말은 아녜요오."
 "품에 안아도 봤잖아. 새삼스럽게."



 현아가 조금 가시 돋친 투로 지난날을 상기시켜주었다. '사랑하는 딸'은 능청스레 답했다.



 "그땐 저도 바쁜 나머지 감상할 여유가 없었죠오. 그러고 보니 품에 안은 걸로는 좀 부족했던 것도 같네요오. 어때요, 허락해 줄래요오? 내가 이분께 키스하는 거어."
 "맘대로 해 봐. 대신 머리통에 바람구멍은 확실히 뚫어줄 테니까."



 너무 난폭해요, 하고 '사랑하는 딸'은 너스레를 떨었다. 현아는 그녀를 따라 웃을 기분이 나지 않았다. 좀 전에 '사랑하는 딸'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을 때와는 사정이 달랐다. 지금은 눈앞에 이선이 있다. 마술사가 잠재우는 약이라도 준 건지 눈을 감은 채 눈을 떠 보지도 않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또 그 앞에서 태연자약 여유를 부리고 웃는 '사랑하는 딸'을 보고 있으면 속이 뒤집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사랑하는 딸'이 마음에 들어서 가만히 놔두는 게 아니다. 현아는 이선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속으론 조금만 참자, 조금만 더, 하고 중얼대면서.



 '사랑하는 딸'은 이선에게서 눈을 떼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침대와 커다란 장롱, 방 한편에서 먼지만 싸여가는 화장대를 제외하곤 그곳에 가구라곤 없었다. 한 구석엔 정리되지 않고 그냥 쌓여만 있는 책들이 수북하고, 열어놓은 장롱 안에는 침구류와 옷 따위가 되는대로 정리되어 있었다. '사랑하는 딸'은 일단 장롱 문짝을 닫은 후, 귀신 하나를 불러 붉은색 천을 가져오게 했다. 조금 후 귀신이 가져온 붉은 천은 엄청나게 커서, 방 하나를 통째로 감쌀 수 있을 정도였다. 사랑하는 딸은 붉은 천으로 사방 벽과 천장, 바닥을 뒤덮어 버렸다. 천으로 감싸지 않은 건 오로지 자기 자신과 시중드는 귀신들, 현아, 그리고 이선과 이선이 누운 침대 정도였다.



 한 차례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일을 지휘하던 '사랑하는 딸'이 현아에게 말했다.



 "시간은 좀 이르지만, 뭐 좋아요오. 자, 이제 같이 잠자리에 들어요오."
 "전에도 얘기한 것 같은데, 넌 내 취향 아니야."
 "엉큼한 생각 마요, 같은 여자이면서어. 당신 애인 말하는 거잖아요오. 빨리 곁에 가서 나란히 누워요!"



 현아는 얼굴을 붉히곤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다 시중드는 귀신들이 이선이 덮은 이불을 걷어내는 걸 보자, 버럭 하고 소리를 질렀다.



 "무슨 짓이야!"
 "잠시 비켜주기만 하면 되요오. 이불을 깔아 두고, 그 위에 나란히 누울 거니까아."
 "이선이한텐 손대지 마. 내가 할 테니까."



 귀신들을 물리친 후, 현아는 자리에 누운 이선을 살짝 들어 안았다. 이선과 현아가 비켜주자 귀신들은 재빨리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침대 위에도 붉은 천을 깔았다. 이선을 다시 그 위에 눕히고 현아는 자기 자신도 이선 곁에 나란히 누웠다. 바닥에 깔린 붉은 천은 광택 있고 다소 부슬부슬했다.



 "설명해 줘. 이제부터 뭘 하려는 거야?"



 '사랑하는 딸'이 곁으로 다가오자 현아가 물었다. '사랑하는 딸'은 성실히 답했다.



 "두 사람을 영원히 엮어 주는 거예요오."
 "단지 그것뿐이야?"
 "단지 그것 뿐이라뇨오? 그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오?"



 현아는 그보다 더 자세한 설명을 원했다. '사랑하는 딸'은 시중들던 귀신들을 돌려보내며, 그 중 하나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요청했다. 귀신들이 떠나자, '사랑하는 딸'은 다시 현아가 물어본 것에 답을 했다.



 "아무 대가 없이 심장을 원상태로 돌리는 건 저도 불가능해요오. 다만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한 개의 심장을 공유하며 살게 할 수는 있죠오. 제가 약간만 손보면 당신 심장 절반은 지금까지와 같이 당신을 위해 뛰겠지만, 나머지 절반은 앞으로 저 아가씨를 위해 뛰게 될 거예요오. 당신은 더 이상 그녀에게 상처 입을까 고민할 필요 없어요오. 그녀도 당신 때문에 상처받는 일 더 이상 없을 거구요오. 다툼이나 슬픔, 분노 없이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거죠오. 얼마나 낭만적인가요오?"
 "단점은?"



 현아는 침착함을 가장하려 애썼다. 마치 연극하듯 과장된 목소리로 노래하듯 말하던 '사랑하는 딸'은, 그녀를 힐끔 내려 보고는 얼굴빛을 싹 바꾸었다. 훨씬 차분해진 분위기로 '사랑하는 딸'은 말했다.



 "단점이라 할 만한 건 별로 없어요오. 그저 당신은 지금보다 약간 더 불편한 삶을 살고, 그녀 역시 예전보단 조금 더 답답하겠지만 그게 대순가요오? 아예 생명이란 걸 앞으로 누릴 기회나 있을지 싶은 상태로 보내는 지금보다야 더 낫겠죠오."
 "그렇게 된 책임이 네게도 있단 사실은 알고 있는 거지? 미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괜찮아요오. 저도 슬슬 잊어가고 있었거든요오. 상기시켜줘서 고맙네요오."



 두 사람이 다시 날을 세우고 있을 때 갑자기 바깥에 소란스러워지더니 한 무리가 벌컥 붉은 장막을 걷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본 현아는 화들짝 놀랐다. 하나같이 왕방울만한 네 개 눈, 무시무시한 송곳니, 험악하게 찡그린, 둥글넓적한 얼굴을 한 귀신 네 명이 온갖 새 깃털을 엮어 붙여 만든 화려한 깃털 옷을 입고서 그녀 발치 아래 서 있었다. 그들 각자가 손에 든 것은 모두 달랐다. 하나는 커다란 삼발이 향로를 들고 있었다. 또 다른 녀석은 꽹과리를 들고 있었고, 다른 녀석은 기다란 오색 면포를 들고 있었다. 마지막 하나는 자루가 마치 뒤틀린 나무뿌리같이 생긴 검은 단도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그 녀석은 들어오자마자 '사랑하는 딸'에게 다가가 그 괴상한 칼을 건넸다.



 이 모든 광경을 본 현아는 어쩐지 조금 두려워졌다. 그녀는 떨리는 기색을 감추지도 못하고 '사랑하는 딸'에게 물었다.



 "이게 다 뭐야? 대체 뭘 하려는 거냐고!"
 "방금까지 설명드렸잖아요오? 두 사람이 영원히 결합하기 위해서, 조촐한 의식을 하려는 것 뿐예요오."



 현아는 다시 네 마리 귀신들을 보았다. 한 마리는 향로를 이선이 있는 쪽 머리맡 근처 바닥에 두고 정체모를 향을 피웠다. 꽹과리를 든 녀석은 몇 차례인가 자기가 든 꽹과리를 쳐보고는 흡족하단 듯 씨익 웃었는데, 귀끝까지 찢겨진 입 틈새로 맹수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촘촘히 난 것이 드러났다. 오색 면포를 든 녀석은 들고 있던 면포 한 장씩을 자기 동료들과 사랑하는 딸에게 건넸는데, 면포 한 장이 성인이 두 팔을 쫙 펼친 것보다도 길고, 폭도 이선이나 현아의 어깨 너비만 했다. 흑, 적, 청, 녹, 황 다섯 색 면포를 각기 나눠가진 녀석들은 어떤 놈은 목에 두르고, 어떤 놈은 머리를 감싸고 하면서 저희끼리 시시덕거렸다. '사랑하는 딸'은 검은 색 천을 허리에 몇 차례인가 동여매고는 풀기 쉬운 매듭으로 묶어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시켰다. 그러고는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식은땀을 흘리는 현아에게 다가가 귓가에 상냥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냥 잠들어 있는 게 좋아요오. 제정신으로는 아마 이겨내기 힘들 테니까요오."
 "대체 이걸 뭐라고 하는 거지? 정말 이런 걸로 행복해질 수 있단 말이야?"



 마지막으로 현아가 내뱉은 절규에 사랑하는 딸은 기쁜 듯 웃었다.



 "이것이 '혼인'이라고 하는 의식입니다아. 걱정 마세요오. 일단 한 번 잠들면 다시 일어나고서도 현실이 마치 멋진 꿈처럼 느껴질 테니까아."



 피워 올린 향이 순식간에 짙어지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도 전에 현아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


 ...갑자기 뻔한 얘기가 되버린 것같아 맥이 풀리네요;;


 뭐 뻔한 얘기면 어떻습니까, 재미있으면 되지....싶지만 심지어 재미있지도 않아!!


 암튼 끝까지 가봅시다. 뻔한 얘기고, 재미없을지언정 설정만큼은 특이했다면 원 스트라이크 투 볼이니 그럭저럭 막은 것 아니겠습니까?


 ...어쩐지, 쓰면서도 이렇게 하는 게 자연스런 결말같더라니ㅠㅠ


 오늘은 그냥, 횡설수설 혼잣말만 끝에 달아 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22 나스루딘의 모험 [6] 다르칸 2010.10.18 442
7721 일곱별 [6] 乾天HaNeuL 2010.10.17 868
7720 일곱별 乾天HaNeuL 2010.10.17 850
7719 일곱별 乾天HaNeuL 2010.10.17 871
7718 일곱별 乾天HaNeuL 2010.10.17 122
7717 일곱별 [3] 乾天HaNeuL 2010.10.17 1010
7716 일곱별 [4] 乾天HaNeuL 2010.10.17 230
7715 단군호녀 3화 [3] ♀미니♂ban 2010.10.17 357
7714 단군호녀 2화(표현부분 대사 수정) [2] ♀미니♂ban 2010.10.17 369
7713 단군호녀 1화(이름 수정본) [2] ♀미니♂ban 2010.10.17 394
7712 당신이 잠든 사이 [4] 윤주[尹主] 2010.10.15 317
7711 [게임판타지] Demi-God [3] 울투 2010.10.15 131
7710 당신이 잠든 사이 [2] 윤주[尹主] 2010.10.14 280
7709 [단편]성인식 [2] 악마성루갈백작 2010.10.13 279
7708 사라진 별 [4] 민희양 2010.10.13 257
» 당신이 잠든 사이 [2] 윤주[尹主] 2010.10.13 198
7706 당신이 잠든 사이 [2] 윤주[尹主] 2010.10.12 238
7705 [순수/단편] Sunday morning [1] 핑거프 2010.10.11 271
7704 당신이 잠든 사이 [1] 윤주[尹主] 2010.10.11 205
7703 당신이 잠든 사이 [1] 윤주[尹主] 2010.10.10 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