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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엽네. 네 애인."



 현아가 하는 얘길 듣고만 있던 마녀가 깔깔 웃으며 얘기를 잠깐 끊었다.



 "그냥 장난친 거잖아? 마침 네가 새벽에 들어오니까, 막 잠에서 깨 가지고 준비해놨던 걸로 너 놀래켜 주려고 일부러 분장하고, 가짜 피 뿌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한 번 정돈 그럴 수도 있다고."



 현아는 순순히 마녀 말에 수긍했다. 자기는 늘 낮에 잠들고 밤에 깨고, 이선은 반대로 낮에 깨고 밤에 잠들면서 해 떠오르고 해 저무는 잠깐 동안만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으니까, 장난이라도 치고 또 그걸로 같이 웃는 걸로라도 함께 시간보내고 싶어하는 게 무리는 아니니까.
 밤과 낮이 서로 반대인 건 마찬가지로 혼인 의식을 치룬, 마녀와 그 반려 역시 마찬가지라 마녀 또한 금세 이선이나 현아가 하는 생각을 이해하는 듯 보였다.



 "암튼 지랄 맞은 거야. 이 혼인이란 거. 뭐가 영원한 사랑이야? 서로 제대로 상대랑 얘기 나누지도 못하는데."



 제 반려 머리를 빗으로 정돈시켜주면서, 마녀는 맞장구인 양 혼인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았다. 현아도 그녀 말에 동의했다. 살아볼수록 혼인은 영원한 사랑과는 영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밤새 내내 현아 그녀에게 자신의 반려 이선은 그저 아리따울 뿐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 인형에 불과하듯 낮 동안은 항상 그녀 자신이 이선에게 있어 그러할 거 아닌가.



 "근데 뭐가 또 있었어? 그 다음에 말이야."



 반려 옆머리 손질을 마치고 그녀 등 뒤로 돌아가 뒷머리를 빗질하기 시작한 마녀가 현아에게 물었다. 현아는 본래 하던 얘기로 되돌아왔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지, 생각했댔죠? 그리고 한 며칠 동안은 좀 일찌감치 집에 들어왔어요. 물론 실제로 집에는 아무 일 없었지만, 장난이었대도 막상 그 모습을 보고 났더니 섬뜩해진 거예요. 행여나 자리 비운 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진짜 큰일나겠구나. 문단속이야 잘 해두고 나가지만, 그걸로 안심이 되나요? 저 나가고 나면 집에 있는 건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선 혼자뿐인데. 좀 더 일찌감치 그런 생각들지 않았던 게 이상한 거 있죠?
 이선도 한 동안은 그런 장난 안 치더라고요. 내가 있어서 그런건지. 왜, 빤히 보는 앞에서 놀래키긴 어렵겠잖아요?
 그러다 이번 주 있었던 얘기에요. 해가 진 직후, 그러니까 제가 막 잠에서 깬 후였죠. 해가 완전히 지면 이선이 대신 잠들 거였고요.
 눈을 떴는데 평소라면 곁에 있을 이선이 안 보이는 거예요, 걔가. 그땐 바로 잠에서 깬 거라 정신이 없어서, 지난 번 걔가 장난쳤던 건 떠오르지도 않았죠. 그냥 걔는 어디 갔을까, 눈 비비면서 방에서 나와 거실부터 둘러봤죠.
 거실 쪽 베란다로 나갔다가 들어와 부엌에 가보려는데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요. 문은 잠겨 있기에, 그럼 얘가 씻나 보구나 싶었죠. 그럴 수 있겠지 싶었어요, 그 때 당장은 말예요.
 부엌에 가보니까 벌써 저녁상은 차려 놨대요? 김치찌개, 나물 몇 가지, 그리고 마주보게 놓아둔 밥 두 공기. 가끔 따로 먹기도 하지만 평소에도 식사는 대개 같이 먹으려 해요. 혹시 그런 경험 없어요? 왜, 혼자 먹으면 괜히 기분 이상하잖아요. 뭐랄까, 딱히 그런 것도 없는데 괜히 죄진 것 같은 기분? 세상에서 자기 혼자 따돌림당한 기분같은 거.
 차려놓은 상을 딱 보니까, 아 이건 뭔가 좀 이상하다 싶어요. 분명 나 일어나면 같이 먹으려고 해둔 거 같은데, 나 일어나는 시간이야 이선이 걔도 뻔히 아는 거고. 그럼 씻더라도 미리 씻고 나왔어야 맞을 거 아녜요?
 그래 뭐 백보 양보해 씻다보니 좀 늦었다 할 수도 있죠. 우리 여자들이야 이래저래 시간 걸리는 건 다들 아니까. 화장실 문을 몇 번 두들기곤 안에 대고 말했어요. 빨리 나와, 같이 밥 먹게. 이런 식으로요.
 그럼 보통은 알았어, 아니면 금방 갈께, 이렇게 대답이 나오거든요? 근데 그날은 이상하게 조용해요. 문에 귀를 대보니까 사람 소리는 안 나고 욕조에 물 받는 수도꼭지 틀어진 소리, 욕조에 물이 가득 차 아래로 넘치는 소리만 콸콸콸 들리고.
 저도 몇 번인가 더 확인을 했죠. 혹시 못 들었나, 해서 더 세게 문을 두들겨 보기도 하고, 안에 대고 이름도 몇 차례나 부르고. 근데 암만 기다려도 물소리밖엔 안 나요. 그때부터 아, 뭔가 잘못됐나보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일 지난번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아파트 입주하면 세대마다 비상키를 줘요. 커다란 열쇠 뭉친데, 그 세대 사는 집안 어디건 문이란 문은 전부 그 뭉치에 달린 것 중 하나로 다 열려요.
 공구 두는 서랍장 제일 깊은 곳에 넣어둔 열쇠 뭉치를 찾아 꺼내고, 그 중에 화장실 열쇠 찾으려고 막 이리저리 보는데 휴우…….어쩜 그렇게 잘 보이지도 않는지.
 겨우 맞는 열쇠 찾아 잠긴 문 딱 열고 들어갔어요. 욕조에서 나온 건지 수증기가 가득 차서 막 들어가서는 뭐가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문 열어놔서 수증기도 서서히 걷히니까 그제야 욕조가 눈에 들어와요. 아, 별로 얘기하고 싶지도 않은 건데.
 이번엔 딱 보자마자 장난이라고 바로 알아챘어요. 일단 틀어놓은 물부터 잠갔는데, 욕조를 가득 채운 물이 전부 시뻘겋대요? 이선 걔도 물론 거기 있었죠. 두 눈은 꼭 감고, 몸은 물에 푹 담근 채 왼쪽 팔만 욕조 밖으로 내놓아 축 늘어뜨렸는데, 손목에서부터 붉은 방울이 뚝뚝 아래로 떨어져요. 밖으로 넘친 욕조 물이 그 붉은 방울까지 쓸어 담아 그 바로 옆 하수구로 졸졸 흐르면서 빠지더라고요. 하도 어처구니도 없고, 그렇다고 화낼 수도 없어서 제가 그 자리서 뭐라 했는지 아세요? 오늘은 청소하기 힘들겠네. 맞아요, 딱 그 말 그대로 했어요. 오늘은 청소하기 힘들겠네. 우습죠? 욕조에서 손목 그어 자살한 척 하는 애인 앞에서, 한단 말이 고작 그거란 게.
 두 개나 얘기하고 나니 더 이상 떠들고 싶은 맘도 없어지네요. 그날 이후 매일, 잠에서 깰 때마다 비슷비슷한 꼴을 하도 많이 봐서 더 얘기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긴 해요. 머리에 화살 꽂은 얘기라던가, 어느 날은 악어 인형에 잡아먹히고 있었다거나. 이젠 예상도 안되는 거 있죠.
 근데 더는 못하겠어요. 얘기하면 할수록 자기만 더 비참해지는 거 같아서. 남들한테 털어놓기라도 하면 조금이나마 걔 생각이, 기분이 이해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모르겠어서.
 대체 왜 그런 걸까요? 저한테 바라는 거라도 있는 걸까요? 제가 뭘 해주면 되죠? 아니, 원하는 게 있으면 있다고 왜 바로 얘기해주진 않는 걸까요?
 같은 여자끼리라 나름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자꾸 그런 자신감이 사라져만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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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다보니 내용은 처음 생각과 좀 달라지더군요;;


 어쨌건 이번에도 현아의 술주정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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