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tra_vars1
extra_vars2 1491-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할로윈 마녀와 스켈레톤. 낯선 두 사람과 함께 자리 잡고 앉으려니 문득 현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이건 꼭 엘리스의 티파티 같아.



 "그건 그렇고 할로윈 마녀라니. 내가 생각해도 기발했단 말이야. 이거 아예 내 별명으로 삼을까, 반려?"



 무표정한 반려를 한 팔로 안은 채 마녀란 여자는 낄낄대며 웃었다. 허리를 꺾어대며 과장되게 큰 동작으로 웃는 그녀 탓에 바닥에 비추어진 그림자가 제멋대로 일그러지며 정신없이 흔들려댔다. 현아는 마녀에게 자리를 권하곤 그녀가 채 앉기도 전에 궁금했던 것부터 물었다.



 "대체 당신들은 어디서 온 거죠?"
 "이제 막 도착했어."



 자기 반려를 자리에 앉혀 놓으며 마녀가 답했다. 그건 대답이 안 되는걸요. 현아가 반박하는 말은 마녀에겐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제 반려를 마치 등신대 인형처럼 조정해 바로 앉혀놓은 후, 마녀 자신은 그것과 현아 사이에 자리를 만들어 앉았다.



 "신혼여행중인 셈이야. 얼마 안 됐거든, 그 혼례를 마친 지."
 "그럼 지금, 막 혼례 끝나고 여기로 온 거란 말예요?"



 마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아 얼굴은 금세 짜증이 솟구쳐 오른 표정으로 바뀌었다.



 "미안해요. 이해하죠?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었단 거."
 "너도 그랬어? 나도 별로더라, 좀."



 너무도 천연덕스런 마녀의 반응 탓일까. 현아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와 참지 못하고 키득키득 웃었다. 마녀도 거기에 어울려 낄낄대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러고 웃던 현아가 너무 웃어 흘린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 진짜. 우리 이러고 있으니 꼭 여행지에서 만난 신혼여행 커플들 같죠?"
 "그러니까. 여자들끼리만, 남자들 눈 피해서 수다 떠는 것처럼."



 한참을 더 큭큭대며 웃던 마녀가 갑자기 떠올린 듯 현아에게 물었다.



 "커플 얘기 나와서 말인데, 누구야? 네 커플 말이야. 화장실이라도 갔나봐?"



 마녀가 꺼낸 말에 현아는 다시금 집에 두고 온 이선 생각에 낯빛이 어두워졌다. 마녀가 오기 조금 전까지 이선 때문에 고민하던 기억들, 또 그것 때문에 술친구와 헤어진 일까지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조금 풀렸던 마음이 다시 답답하게 옭죄어왔다.



 "걘 오늘 안 왔어요."



 일단 대답을 해놓고 현아는 잠시 뭔가를 망설였다. 마녀가 뭐라 말하기 전 그녀는 다시 한 번, 자신이 조금 전 다른 사람에게 던졌던 질문을 그대로 마녀에게 던졌다.



 "저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집에 돌아가면, 그 애가 항상 죽은 척을 하고 있단 말예요……. 왜 그러는 걸까요?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매번 죽은 척을 해야 하는 걸까요? 그건 전부 제 탓인가요?"


 


 


 언제부터더라? 아, 그래. 저번 주 있었던 일부터 말씀드릴게요. 별다른 일없이 그날도 평소처럼 밤새 밖에서 돌아다니다 집에 들어갔어요. 아세요? 그때 날씨 제법 쌀쌀했는데.
 참, 저희 이 아래 아파트에 살아요. 여기서 큰길가로 나가서 다리 쪽으로 죽 걷다 보면 나오잖아요? 원래 거기서 살던 건 아니었어요. 한 달 전쯤인가 이사를 왔죠. 전에 살던 집에서 그렇게, 혼인을 하게 됐는데 그게 워낙 또 기분 나쁜 경험이니까. 좀 지내다보니 이젠 그 집에만 있어도 막 진저리나더라고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암튼 엘리베이터 타고 저희 사는 층까지 올라갔어요. 주머니에서 열쇠 꺼내면서 습관적으로 늘 하던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대문 손잡이를 쥐고 돌리는데 어? 분명 잠갔던 문인데 거짓말처럼 열리는 거 있죠?
 첨엔 도둑이라도 들었나 싶었어요. 근데 문을 딱 열자마자, 안 좋은 예감 같은 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주친 거예요. 바로 맞닥뜨리는 게 당연하긴 하죠? 그러려고 기다리고 있던 거니까.
 보니까 현관 바로 앞부터 시작해 문 앞에 타일 댄 곳까지 흘러내린 피가 흥건해요. 보통 거기서 신발 벗고 바로 장판 바닥 위로 올라가잖아요? 거실 일부 라기도 뭐하고, 딱히 다른 공간이 라기도 뭐해서 그냥 현관이라고 치는 그 부분. 제 애인이 거기 떡하니 누워 있더라고요. 온 몸에 피를 잔뜩 묻히고, 엎어져 누워 고개만 모로 돌린 상태로. 가만 보니까 거기서부터 피 웅덩이인 거죠. 사방으로 흐르고, 튀고…….
 깜짝 놀라서 제대로 확인도 않고 뛰어 들어갔어요. 몸을 일으키려다가, 가만 보니까 등에 뭐가 꽂힌 게 보이더라고요. 처음 보는 식칼인데, 보통 다용도로 쓰는 거 있죠? 야채도 썰고, 가끔 고기도 손질하고 하는 거. 그게 한 8cm정도? 등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잘못 건들면 행여나 더 다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상만 하고 있는 거예요.
 막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킥킥킥 소리가 나요. 집에 누가 또 있나, 하고 고개 들어서 집 안쪽을 들여다보는데 다른 인기척은 없어요. 잘못 들었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니까 또 같은 소리로 쿡쿡쿡, 하고. 애들이 안 보이는 데 숨어서 소리 내면 들킬까봐 숨죽여 내는 웃음소리 있죠? 그게 들려요. 엄청 가까운 데서.
 난 진짜, 생각도 못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좀 우스워요. 내가 왜 그걸 몰랐을까. 좀만 신경 써서 살펴봤으면 금방 아는 건데. 온 바닥에 흥건한 시뻘건 핏물도 진짜하곤 냄새부터 다른 가짜 피란 걸, 그 칼도, 자세히 보면 영 조잡스럽게 만든 티가 나는 가짜, 마술용 소도구인 게 떡하니 보이는 건데.
 그것도 모르고 내가, 이걸 어쩌지. 구급차를 부를까 말까, 경찰차를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있으니까 참았던 웃음이 그때 막 터진 거예요. 바로 제 눈앞에서, 시체처럼 분장하고 누워있던 이선 그 애가.


 


=====================================================================================================================


 본격적인 애인이 매번 죽은 척하는 얘기가 나옵니다...


 매번이라고 해도 이번까지 딱 두 번 나올 예정입니다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42 방랑검객 최봉 [10] 테시오 2010.11.02 523
7741 단군호녀 등장인물 [3] ♀미니♂ban 2010.11.02 492
7740 단군호녀 7화 [4] ♀미니♂ban 2010.11.01 532
7739 어째선지 그녀는 매일 밤 죽은 척한다 [4] 윤주[尹主] 2010.11.01 249
7738 [차수혁의 정체가 밝혀집니다]별의 노래 [4] file 클레어^^ 2010.10.31 504
7737 어째선지 그녀는 매일 밤 죽은 척한다 [7] 윤주[尹主] 2010.10.31 167
7736 어째선지 그녀는 매일 밤 죽은 척한다 [6] 윤주[尹主] 2010.10.30 289
7735 [세나의 스토킹이 다시 시작됩...(퍼버벅!!!)]별의 노래 [4] 클레어^^ 2010.10.29 341
» 어째선지 그녀는 매일 밤 죽은 척한다 [2] 윤주[尹主] 2010.10.29 134
7733 단군호녀 6화 [3] ♀미니♂ban 2010.10.29 300
7732 어째선지 그녀는 매일 밤 죽은 척한다 [6] 윤주[尹主] 2010.10.28 149
7731 어째선지 그녀는 매일 밤 죽은 척한다 [6] 윤주[尹主] 2010.10.27 150
7730 [이제야 되는 군요 ㅠㅠ]별의 노래 [2] 클레어^^ 2010.10.26 431
7729 단군호녀 5화 [1] ♀미니♂ban 2010.10.24 355
7728 나스루딘의 모험 [3] file SinJ-★ 2010.10.24 971
7727 [단편] 고민苦悶 agony [1] 악마성루갈백작 2010.10.23 254
7726 단군호녀 4화 [3] ♀미니♂ban 2010.10.20 307
7725 월광(月光) [2] 게임 2010.10.18 174
7724 이상한 나라의 시우 [6] 시우처럼 2010.10.18 298
7723 정령이야기... [3] 행복한스마일V 2010.10.18 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