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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취했나 보다. 시킨 기억이 없는 칵데일이 두 눈 앞에 떡하니 놓인 걸 보면.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현아는, 주저없이 제 앞에 놓인 연녹색 알콜 음료를 입 안에 쏟아 부었다. 마실 땐 기분 좋게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대책없이 들이부었다간 도리어 소주병 들이키는 것보다 더 속이 부대끼는 걸 현아도 잘 알았다. 그래도 어쩐지, 오늘 밤은 맨 정신으론 도저히 집에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너 오늘 너무 달린다? 무슨 일 있어?"



 걱정어린 말을 건네는 술친구를 현아는 흐릿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술에 취한 게 틀림없는 거다. 제 정신이었다면 분명 이제 막 사귄 술친구에게 제 속사정을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대진 않았을 테니까.



 "저기 말야,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되니?"



 자신이 듣기에도 한심할 정도로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현아는 그 새로 사귄 술친구에게 푸념을 늘어 놓았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 얘는? 아니, 정말 이해가 안 간다, 나는? 너 같으면 이해가 가겠니?"
 "그래, 그래. 대체 무슨 일인데? 얘기를 해줘야 맞장구를 쳐주던 하지."



 그 와중에 현아는 눈을 번득여 그 남자를, 마치 어떤 문제든 다 들어줄 것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새 술친구를 바라보았다. 술기운에 몽롱한 정신 상태에서도 현아는, 상대 남자가 제 진상 짓을 전부 받아주는 건 지극히 본능적인 욕구 때문이리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런 데 혼자 온 여자에게 집적대는 남자들이 하는 생각따위 안 봐도 뻔하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현아는 술기운에 못이겨 다시 감상적인 기분에 몸을 맡겼다. 어차피 저 남자는 이쪽이 완전히 정신을 잃고 드러눕지 않는 이상 다음 단계로 끌고 들어갈 용기도 없을 테니까.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술에 취했단들 남자를 앞에 두고 그런 실수를 하다니.



 "있지, 집에 가면 말야. 애인이 꼭 죽은 척을 하고 있더라? 그것도 하루이틀도 아니고 꼬박 일 주일을."



 현아가 한 말을 듣고 상대는 어김없이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그럴 만도 하지. 임자 없는 여자 만나서 어떻게 잘 꼬셔보나 했더니 뜬금없이 여자 쪽에서 먼저 '저 애인 있어요'하고 떠벌린 셈인데.



 "뭐야, 애인 있었어?"



 그래도 이 남자는 제법 솔직한 편이다.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거나 거짓말로 이런저런 핑계를 둘러대며 도망치는 딴 남자들보단 나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나치게 단순한 걸까?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이렇게되면 자신도 솔직하게 밀고 나가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어머,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나 사귀는 사람 있어. 몰랐니?"
 "전혀 몰랐어. 그럼, 어떤 사람인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허세부리지만 얼굴엔 기분 나쁘단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현아는 짐짓 모르는 척, 완전히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척 그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엄~청 이쁜 사람. 얼굴도 갸름하고, 눈도 예쁘고, 코도 오똑하고. 아, 휴대폰에 사진도 있을 건데. 한 번 볼래?"



 남자는 됐다고 손사레를 쳤다. 곁에서 몇 잔인가 더 마시며 자리를 지키는 동안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현아가 막 자기 잔을 비우곤 새 잔을 주문하는 그 때에, 남자는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이 바에 있는 화장실은 문이 안과 바깥 양쪽으로 나 있다. 단골인 현아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아, 차여 버렸다."



 남자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현아가 장난섞인 투로 말했다. 여태껏 입다물고 있던 바텐더가 그제야 현아에게 말을 걸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술이나 얻어먹을 생각이었지? 애인 얘긴 뭐하러 꺼낸 거야?"
 "아, 몰라! 그냥 하고싶었나 보지."
 "나야 상관은 없지만,"



 만? 현아가 고개를 들어 바텐더를 보았다. 무슨 얘길 하냐는 듯 의아해하는 표정인 그녀에게, 바텐더는 당연하기 이를 데 없는 응답을 했다.



 "술값은 에누리 없이 다 받는다?"
 "봐주라, 좀. 오늘 지갑도 안 가지고 나왔는데."



 바텐더는 어이없단 식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에도 현아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제 앞에 놓인 잔을 마저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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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은 끝나고, 약기운도 슬슬 적응이 되네요;;


 ...실은 지금부터 잘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정신이 없어요ㅠㅠ


 


 어쨌거나 또다시 이선과 현아 이야기입니다. 한 번 꽂히면 두 번, 세 번은 우려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고로;;


 사실은 좋은 이야기소재를 구했는데, 저 둘한테 잘 어울리겠단 생각이 들었네요. 첫 회 보고 무슨 소재인지 아시는 분은 아실 거라고 믿지만, 연재 끝날 때까지 소재 출처는 비밀입니다^^;;


 


 암튼 내일이나 모레 쯤에 또 뵐게요. 내일 당일치기로 지방 내려갔다 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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