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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이상한 나라의 시우

2010.11.11 09:53

시우처럼 조회 수:510 추천:2

extra_vars1 여긴 대체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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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이럴 수가. 대체 엄마가 왜 여기에? 게다가 우리 담임이라고?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가끔 소소한 아르바이트는 하실지언정 거의 20년 전통으로 집안일만 하시는 우리 엄마가 학교 선생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학생주임도 그렇고, 이젠 아예 엄마까지 등장하는 걸 보면, 나 지금 뭔가 상당히 리얼한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하지만 이건 꿈 이라기엔 너무 생생하잖아.


 


 아이고 이놈아. 지각도 모자라서 정신은 또 어따 팔아먹고 학교에서 엄마를 찾아?”


 


 , 설마 엄마도 날 모르는 거야?


 


 혹시 저, 모르세요?”


 


 그래도 엄마잖아. 학생주임 때랑은 다를 거야. ! 그러고 보니 내 얼굴이 바뀐 바람에 못 알아보는 건가? 그래, 어쩌면 학생 주임도 그래서 못 알아 본걸지도 몰라.


 


 어이가 없네, 지금 그게 담임한테 할 소리니?”


 아뇨,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혹시 이시우란 사람 모르시냐고요.”


 


 하지만 그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시우? 잘 모르겠는데? 이시우가 누군데?”


 아니, 그러니까 그게…”


 


 이시우를 모른다고? 당신이 10달동안 배 불러 낳은 아들, 옳을 시() 펼 우(), 이시우란 이름을 붙여주고, 미우나 고우나 17년 동안 길러온, 나를 몰라?


 


 아무튼, 난 너 같이 징글징글한 녀석은 거저 준다고 해도 싫으니까. 괜히 친한척 엉겨붙지 말고. 게다가 아직 결혼도 안 한 선생님한테 엄마가 뭐니 엄마가.”


 


 , 뭐라고? 결혼을, 안 했어?


 


 난 다시 담임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혹시 내가 잘못 본건가?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봐도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영락없는 엄마 그 자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엄마의 모습과는 뭔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묘하게 생기 넘쳐 보이고, 단발이던 머리가 길게 늘어져 있는데다가, 피부가 탱탱한게, 그러니까 뭐랄까,


 


 젊어졌어?


 


 그야말로 앨범 속에서 엄마의 젊을 적 모습이 막 튀어나온 듯한 모습? 물론 옷 차림새까지 복고풍인건 아니었지만, 내 앞에는 기껏 해봐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이 질린다는 듯 날 바라보고 있을 뿐, 내가 기억하고 있는 파마머리에 새치가 한올한올 올라오는 그런 사람은 온데간데 없었다.


 


 크흐흐흐, 크하하하하하.”


 


 웃겨, 완전 웃긴다고. 나도 모르게 속에서부터 비명 같은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넌 대체 누구지? 젊어진 엄마의 얼굴을 하고 내 앞에 앉아 있는 넌 누구냐고. 우리 엄마를, 우리 가족을 어떻게 한 거야? 모두 사라진 거야? 나를 기억해 주는 건, 티끌만큼도 남기지 않고 모두 다? 


 


 아니, 그럴 수는 없어. 하루 아침에 세상이 뒤바뀐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결국 나 혼자 이상한 나라에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것도 정신만 떼어져 낯선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간 채로 말이다. 그렇다면 혹시 저쪽 세계에 있는 나는 지금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는 걸까?


 갑자기 머리 속이 묘하게 차분해 지는 기분이었다.


 


 뭐야, 지금 선생님 말이 우스워?”


 아뇨, 죄송해요. 갑자기 우스운 이야기가 생각나서.”


 


 그 후, 나는 지각의 이유를 묻는 담임에게 대충 그럴 듯 하면서도 용납될 수 있는 변명거리를 늘어 놓았다.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그만 늦잠을 자버렸다는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어설픈 변명이었지만, 담임은 잠시 날 바라보더니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교 생활에도 신경을 쓰라며 맥빠지는 한소리를 할 뿐이었다. , 설마 믿는거야? 내심 더 혼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과연 과고생의 신분은 이런 말도 안되는 변명도 먹혀들어가는 건가?


 


 대신, 다시는 지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부모님의 이름을 걸고 하라는 담임에 말에 이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당신의 이름과 오늘 떠나 나온 집에 계시는 아줌마의 얼굴과 내가 돌아가야 할 원래의 세상의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충실한 학교 생활을 완수 하겠다는 맹세를 하고서야 나는 간신히 교무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까는 한참을 헤맸지만, 1학년 교실은 동쪽에 위치한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알고보니 그 건물 전체를 1학년 학생 전용으로 사용하는 듯 했다. 난 천천히 야외에 조성된 블록 길을 걸어 1학년 건물로 향했다. 다른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으나 끝나가는 점심시간에 다들 서둘러 교실로 뛰어가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나도 덩달아 조바심이 들기도 했지만,


 


 이 세계는 나에게 있어 가짜일 뿐. 서두를 필요도, 목 매일 필요도 없는 그런 세계. 더욱이 이 학교는 내가 예전에 다니던 학교와는 다르게 나무들도 꽃들도 예쁘게 조경이 잘 되어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걷다 보니, 자연히 걸음은 늦춰질 수 밖에 없었다.


 


 돌아 갈 수 있을까?


 


 어쩌면 돌아 가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럼 난 이 이상한 나라에서 영원히 살아야겠지. 날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거짓된 나를 내세우며 거짓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갑자기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친구들의 모습. 그리고 그녀의 모습도 떠올랐다. 나에게 소중한 것들이 가득한 그 세계로, 모든 것이 거짓되지 않은 원래의 세계로, 과연 내가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돌아가는 방법이 있기는 한걸까?


 


 떨려오는 양 어깨를 두 손으로 꽉 붙잡았다. 마침 학교에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반드시 돌아가고야 말테다. 난 애써 마음을 달래며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나약한 용기와 각오로 간신히 되살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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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미드,


워킹 데드를 보고 있습니다만


드라마 첫회에서 낯선 세계에서 깨어나는 주인공의 혼란이 묘사가 아주 매끄럽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제가 쓰고 있는 글의 주인공이 너무 쉽게 상황을 판단하고


미쳐보이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그런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선 주인공은, 그 변화를 감당치 못하고 이성이 마비될텐데


그걸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 뒤늦게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아무튼, 아직도 배울건 태산 처럼 많고, 고쳐야 할 건 그보다 곱절로 더 많은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윤주님.


다음주, 신세계로의 여행은 저와 함께 이빨 빠진 사자 앞에서 만나 출발하심이 어떠하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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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제가 말을 안했네요.


이번 화로써이상한 나라의 시우 1부가 끝이 났습니다.


2부는 1부에서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후의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고 할까요?


원래대로라면 좀 더 1부의 분량이 많아졌겠지만,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분량에 압박에 견디지 못하고 그만 적절히 타협하고 말았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2부를 들고 조만간 다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