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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삼인삼색

2010.11.10 20:10

윤주[尹主] 조회 수:401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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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하늘은 기가 막히게 쾌청했다. 고즈넉한 시골 마을, 해가 이제 막 중천에 오른 시간이라선지 마을은 유난히 한가하고 또 조용했다.
 방에 있던 마녀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대청마루로 뛰쳐나왔다.



 "반려, 밥~."



 마루로 나오자마자 마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자신의 짝 정령부터 찾았다. 평소 때라면 금세 대답이 돌아왔어야 하는데, 그날따라 집안은 이상하게 적막했다.
 별 수 없이 마녀는 마룻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서 누운 채 안방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평소 정령이 머무는 넓은 방 안엔 인기척은커녕 정령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안방이 아니라면 어디에? 마녀는 잠시 정령을 찾아볼까 고민했다. 하지만 금세 그만두었다. 그날은 그다지 숨바꼭질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다시 마녀는 빙그르르 마룻바닥을 굴러 바깥쪽으로 나왔다. 반 바퀴만 더 굴러도 곧장 마당으로 떨어질 만큼 모퉁이에 아슬아슬 닿고서야 자리를 잡은 마녀는 바로 누운 자세로 처마를, 그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을 보았다. 끝없이 높이 펼쳐진 하늘은 푸르다 못해 새하얗게 보였다. 그리고 저게 완전히 새하얘지면, 그때는 눈으로 변해 땅으로 떨어지는 거지. 마녀는 나직하게 혼잣말을 했다.
 혼자인 건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가 되면 곧바로 지루해져 버리니까. 모두에게 마녀라고 불리는 그녀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는 저주를 거는 쪽이라기 보단 저주에 걸린 쪽에 가깝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사실이지만.



 "그러니까 진짜래도……."



 과거를 회상하며 마녀는 한숨지었다. 아주 오랜 옛날, 나도 남도 구분할 필요 없이 다만 안식을 취하기만 하면 되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 평온했던 나날들이 윤주 때문에 깨어졌던 순간이 떠올랐다. 세계로부터 떨어져나간 마녀는 두 번 다시 자기 세계와 연결될 수 없었다. 탯줄을 잘린 아기처럼, 안식을 잃은 그녀는 끝없이 추락하여 이 세계에 왔고,
 그리고 영원히 지루해졌다.



 "지루해."


 


 무심코 마녀가 뱉은 말은 받아주는 사람도 없이 그저 허공에 날려 형체 없이 흩어져 버렸다.


 


 * * *


 


 그 시각 정령은 집에서 차로 십여 분가량 떨어진 읍내에 있었다.



 "저기, 진연 씨. 말없이 우리끼리 이렇게 나와도 괜찮은 걸까요? 혹시라도 신랑이 절 찾으면."
 "아, 참. 신경 쓰지 말래두요. 이거 지금 다섯 번째 얘기하는 거 맞죠?"
 "그래도,"



 집에 두고 온 마녀가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지 정령은 이야기하면서도 가끔씩 고개를 돌려 마을 쪽을 바라보았다. 정령을 끌고 나온 진연은 그런 정령이 애틋해 보이면서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가씨, 그만 보고 가요. 여기선 이제 집은 보이지도 않잖아요."
 "……."
 "어차피 평소에 지 멋대로 구는 건 마녀 걔잖아요? 아가씨도 조금은 자기 시간 보내야죠, 좀."
 "딱히 신랑이 제멋대로 구는 건 아니라,"
 "됐어요! 오늘은 그냥 저 하자는 데로 해요. 알았죠?"



 진연이 반 억지로 묻는 데 마지못해서 정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연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정령 손을 붙잡고 상점가 쪽으로 걸어 나갔다.



 "자, 그럼 여자들끼리 쇼핑이나 즐겁게 하자구요! 월급도 탔고, 이번 달은 보너스도 두둑하니까 제가 팍팍 쏠게요."



 잔뜩 기세가 오른 진연에 비해 정령은 여전히 집에 두고 온 마녀가 불안한지 연신 집 방향을 곁눈질하며 반쯤 끌려가듯 진연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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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까지 쓰던 글입니다...캐릭터 다시 정리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