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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이상한 나라의 시우

2010.11.22 06:37

시우처럼 조회 수:370 추천:2

extra_vars1 동물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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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다. 630. 몸뚱이가 달라져서인지 이런 시간임에도 곧잘 눈이 떠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끄러운 소리에 강제로 깨워지는 느낌마저 유쾌해지는 건 아니었다.


 


 나는 아직까지 머리맡에서 울어대고 있는 자명종의 스위치를 눌러 끄곤 길게 기지개를 폈다. 그러자 덩달아 입에서 쩍하고 하품이 나온다. 이불 속의 따뜻한 기운이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 좋게 느껴졌다. 나른해지는 게 솔직히 5분만 더 자도 될 것 같은데. 5분만 더 잔다고 지각하는 것도 아니고.


 


 똑똑


 


 아마. 깜짝이야. 막 다시 잠에 빠져들려는 찰나에 문 쪽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이제 그만 일어나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쪽 세계의 어머니는 친절하고 자상한 성격인 것 같았다. 무엇보다 격하지가 않았다. 우리 엄마 같았으면 당장에 이불부터 걷어 치우고 볼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얼마 전, 살짝 내비친 짜증에도 그야말로 눈을 똥그랗게 뜨며 무슨 일있었냐고 놀라 하던 그녀였다.


 


 도대체 이 녀석은 어떻게 살던 녀석일까? 부모님 말씀이라면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이행하고, 반항이란 것은 감히 떠올리지도 못하는 그런 인간? 덕분에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전까지 이 녀석 행세를 하기로 결심한 나에게는 정말 크나큰 고역일 수 밖에 없었다. 말 잘 듣는 아들 역할이라니. 그런 건 정말 드라마에나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고로, 이 이상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서 흐느적거린다면, 그 순간 나는 내가 아닌 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니 그가 아닌 게 돼버리는 건가?


 


 몸에 돌돌 말려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 끝 모서리에 걸터앉자, 이제는 제법 서늘해진 기온에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침대 옆 벽에 걸린 옷걸이에서 대충 긴 팔을 집어 걸친 후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오자 주방 쪽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풍겨왔다. 원래 이 집안은 아침엔 주로 가볍게 먹는 편이었다. 하지만 내가 채식 위주의 식단을 견디지 못하고 은근슬쩍 고기반찬을 요구하자 전에는 해줘도 아침엔 비위가 상해서 먹기 싫다던 놈이 별일이라면서도, 요즘 계속 기운이 허하다고 하자 그날부터 저렇게 아침마다 고기를 구우신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나는 늘 앉는 식탁 의자를 잡아당겼다. 헝겊으로 다리 밑부분이 싸여있는데도 바닥에서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잘 잤니?”


 


 그녀는 마침 소 불고기로 보여지는 것에 참깨를 뿌리는 모양이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되니까, 가서 가연이 좀 깨워줄래?”


 아버지는요?”


 


 그러고 보니 오늘 따라 안경 쓴 아저씨가 보이질 않는다.


 


 아버지는 오늘 지방 출장 때문에 일찍 나가셨어.


 


 출장이라. 하긴 평상시 같았으면 아침부터 신문을 읽는 아저씨 때문에 거실이 환할 텐데 오늘은 아예 거실의 불이 꺼져 있었다. 하긴 요즘이 제일 바쁘실 테지.


 


 나는 거실을 가로질러 여동생 방 문 앞에 섰다. 맘 같아서는 단박에 들어가서 발로 자근자근 밟아 깨워야 적성이 풀릴 테지만, 이 세계의 나는 점잖고 차분한 인간이었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자칫 내 정체를 의심받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이쪽의 내 동생은 남동생이 아니라 여동생, 그것도 한참 사춘기 때의 여동생이었다. 함부로 저 문을 열어선 안 된다. 전에 무심결에 방문을 열었다가 날아온 빗에 콧등을 얻어 맞고 변태소리를 들으며 쫓겨난 뒤에서야 그 법칙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 들어가서 발로 지근지근? 평소에 하는 짓거리를 보면 그렇게 해도 성이 안 차겠지만,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말이 동생이지 내 입장에선 난생 처음 보는 여자일 뿐이었으니, 내 입장에서도 낯선 여자의 방문을 벌컥 열어 제낄 용기는 현격히 부족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방문을 조심스레 노크하며 말했다.


 


 “6 40분이야. 엄마가 일어나서 아침 먹으래.”


 


 그러자 방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답은 없지만, 뭐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난 뒤돌아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식탁에는 어느새 아침 식사 준비가 되어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여동생도 방문을 열고 나와 눈은 채 뜨지도 못한 채로 내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서도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이 좀 안쓰러워 보였다. 하지만 나의 그런 모든 생각은, 마침 식탁에 올려진 탱글탱글한 불고기를 보는 순간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잘 먹겠습니다.”


 


 참을 수 없는 식욕에, 난 마침내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두 젓가락은 공격적으로 고기 한 점을 내 입안으로 안내했다.


 


 , 이 맛!’


 


 역시 한우는 한낱 불고기 일지라도 품격이 달랐다. 저쪽에서 그것도 가끔씩만 먹어보던 미국산이나 호주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히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한우라고 한들, 이쪽 아줌마가 만든 건 솔직히 좀 달았다. 엄마가 만들었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그나저나 우리 엄마는 잘 계시려나? 원래도 몸이 안 좋으신데, 내 걱정하시다가 더 악화되신 건 아닐까. 나 때문에 너무 걱정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기분이 또 울적해진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표정에 드러낼 수는 없었다. 돌아가는 방법을 찾아 내기 전까지 나는 그저 이 세계의 이병민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자꾸 인상 구기고 심각해지면 안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무턱대고 속아줄 리 없으니까. 최대한 몸을 낮춰야 한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처럼.


 


 뉴스나 보자.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하고.’


 


 난 테이블 옆 벽면에 붙은 작은 터치 패드를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언제나처럼 천장 쪽에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 밥 먹을 땐 밥이나 먹지?”


 


 간신히 반쯤 뜬 눈으로 깨작거리며 젓가락질을 하던 여동생께서 갑자기 신경질을 낸다.


 


 너도 밥 먹을 땐 밥이나 처먹어. 대체 자는 거야 먹는 거야? 라는 말이 목구멍 근처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속으로 끌어 내려야만 했다. 이 세상에서 나란 녀석은 동생에게 험한 소리라곤 전혀 입밖에 내지 않는 범생이 중에 범생이니까. 이런 과격한 말은 위험했다.


 


 난 아침 밥 먹을 때 너무 조용하면 소화 안되더라.”


 


 설마, 그럴 리가. 오히려 소화가 너무 잘 돼서 탈이지. 사실 나는 아침 식사 때마다 이런 이유를 들며 꾸역꾸역 뉴스들 듣고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돌아갈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시작 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쪽세계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탈출방법 같은 건 조금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나저나 저 장치는 볼 때마다 너무 신기하단 말이야.’


  


 난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툭 튀어나온 장치 한가운데에 둥그런 렌즈 같은 것이 보였다. 마침 구동준비가 끝났는지 천장에서 가느다란 빛 줄기가 식탁 한 가운데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 높이까지 내려온 빛 줄기는 잠시 원뿔 모양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뭉쳐졌다. 그리고 마침내 식탁 위에는 회전하는 지구의 모습이 나타났다.


 


 [브로드넷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디선가 상냥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저 공중에 둥둥 떠있는 지구 모양을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이젠 꾀나 익숙해졌음에도 매번 신기한 광경이었다.


 


 브로드넷, UBC 뉴스.”


 


 그러자, 지구는 천천히 모습을 바꾸더니 곧 뉴스 스튜디오로 변했다. 스튜디오 가운데에 데스크가 생기고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앉아 있는 남자의 넥타이 색이 아침부터 요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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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건강하신지요.


저는 지난 주에 몹쓸 감기에 걸려서 고생을 좀 했거든요.


신종플루도 다시 돈다고 하고, 이것저것 몸이 축나는 시기인것 같습니다. 


 


이번화부터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


주인공이 낯선 세계에 떨어진 주 대략 2개월 정도가 지난 후의 이야기라죠?


그나저나, 이번 에피소드는 과연 얼마만큼의 분량이 나올지 또 심각하게 고민되네요.


줄인다고 줄였는데, 이번 화를 쓰다보니 역시 장난이 아니군요.


 


아무튼, 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