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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굿모닝 라이어

2010.08.18 22:50

꼬마사자 조회 수:501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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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슴츠레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녀석의 머리맡에 있는 탁상시계 알람보다는 빠른 것이었다.


시시콜콜한 여름 냄새와 함께 빼꼼히 열린 창 틈새로 아침이 밝았다.


'또 이래...'


 


오른쪽 어깨와 목 주변이 욱신거려 몸을 추스리지 못한다.


탁상시계를 힐끗 올려다본다. 알람이 울리길 기다리는 나태함에 순간 비참한 느낌마저 든다.


다시 잠들까 하다 마지못해 허리를 펴 일어나 밤새 날 짓누르던 이불을 갠다.


아니 이불을 대충 접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딸깍-'


 


약 120초 뒤면 울릴 알람을 해제한다. 그와 동시에 출근모드로 전환하는 녀석의 일정이 시작된다. 이를 닦고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스킨을 바르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마친다.


'띠리리리-'


 


인터폰 벨이 귀청을 후벼판다. 잠시나마 여유를 상기했을 녀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인터폰을 귀에 붙인다.


"여기 밑에 스쿠터좀 빼주세요.."


"...... 네"


 


짧은 대답을 마친 녀석이 긴 한숨을 뱉는다. 벨이 울리는 시점부터 예견된 일이었지만 녀석의 심기는 가파르게 불편해지고 있었다.


컵을 들어 물을 마신다. 정수기에 붙어 있던 점검표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녀석은 보지 못했다. 아니 보기 싫었다.


'오늘은 뭐입지...'


 


산만하고 정신없는 옷장을 활짝 열어 젖힌다. 위태롭게 걸려있는 카라티를 옷걸이째 꺼낸다. 노란 바탕에 왼쪽 가슴 부분은 악어가 한 마리 그려져 있고 소매와 카라 부분에 알록달록 포인트가 들어간 카라티. 녀석은 옷걸이를 옷장 안에 던지듯 구겨 넣고 약간은 허리가 큰 7부 청바지를 챙겨 입는다.


'띠리리리-'


 


항상 들어도 익숙해 지지 않는 33데시벨의 인터폰 벨이 또 울린다. 녀석은 그 소리가 듣기 싫었는지 이번엔 재빨리 받는다.


"얼른 빼주...."


'지금 나가요-"


'뚝'


 


여유란 것은 이미 산산히 부서져 방바닥에 뒹굴며 발에 채인다. 맥주와 김치밖에 없는 허리까지밖에 안 오는 냉장고를 열어본다. 냉장고에 불이 들어오기 전에 닫아버린다. 알면서도 되풀이하는 무서운 습관이다.


토드백에 헤어왁스와 지갑, 향수, 립캐어, 로션, 스킨 등이 안전한 지 확인을 한 후에야 신발장 위에 있는 헬멧을 들고 현관을 열어 재낀다. 매캐한 콘크리트 냄새가 소름끼칠 정도였지만 녀석은 개의치 않고 현관 손잡이에 키를 꽂는다.


'또 이래...'


 


녀석의 미간이 또다시 찌푸려지는 순간이다. 보증금 삼백에 월세 이십육만 싸구려 오피스텔의 현관문과 씨름을 하고 있으니. 키를 꽉 물어 버린 채 꼼짝도 하지 않는 손잡이를 걷어 찬다.


'이런 니미-'


 


안에서 또 인터폰이 울릴까봐 조급한 녀석이 다시 한번 침착하게 키를 살살 달래며 뺏다가 끼워 돌린다.


'철컥-'


'후우.......'


 


3층 계단을 달려 내려가는 녀석의 심장박동도 매우 높아졌다. 1층 입구에서 너무 화창하고 맑아서 짜증마저 날 듯한 햇빛과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의 불편한 표정과 조우하는 녀석.


"좀 바로 나오시지......."


"네- 얼른 뺄게요"


 


분명 말꼬리를 흐리는 여자의 말 못할 심기가 간파되는 순간이다. 친구들과 같이 바닷가나 계곡 같은 피서지를 가려고 계획했는데 마침 어떤 찌질한 놈의 오토바이가 떡 하니 자신의 차 앞에서 버티고 있으니 그다지 많이 살지도 않는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젊은 남자는 나뿐일테고, 1층부터 3층까지 순차적으로 인터폰을 했을테니 마지막 남은 용의 선상에 내가 올라가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덜컥-'


 


스쿠터를 끌어서 빼주는 녀석을 초조히 지켜보던 여자는 시동이 걸려 있던 SUV에 올라 타더니 이내 골목 끝으로 사라진다.


눈꼽만큼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미안하다고 말하진 않은 녀석의 유치함에 녀석 스스로도 머쓱해 졌는지 마른 침을 삼키며 스쿠터에 시동을 건다.


'부으으으-'


 


토드백이지만 크로스백 이기도 한 가방을 어깨에 가로질러 매고 헬멧을 쓴 뒤 휴대전화로 시간을 살핀다.


'또 이래...'


 


스마트폰의 빌어먹을 재부팅 현상은 아주 유순하고 온화한 사람도 뚜껑을 열게 만드는 임팩트가 있다.


검은 화면으로 먹통이 되버린 휴대전화를 가방에 아무렇게나 구겨넣고 뜨겁게 일렁이는 도로 속으로 사라지는 녀석.


'내가 더러워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라도 사고 만다.'


 


오늘은 녀석의 거짓말에 뼈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