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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단편] 20:5

2010.08.18 04:05

프리시스 조회 수:406 추천:2

extra_vars1 오타는 애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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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죽을만큼 힘든 꿈이었다.
정말로 진짜같은 꿈이었다.
그렇기에 정말로 행복하기도 한 꿈이었다.

~20:5~

"왔어?"
언제나처럼 문을 열자마자 침대에 누워있던 그녀는 그렇게, 기쁜듯이 말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는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조금 큰 소리 조차 버거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 몸 상태는 어때?"
"나쁘지 않아. 굳이 말하자면 만전이라는 느낌?"
나는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손을 뻗어, 당긴 후 앉았다.
이 쪽이 이 아이가 목을 돌리기에 더 좋은 위치다.
"아아, 날씨도 좋고! 축구라도 하고 싶어 지는걸?!"
"날씨는 확실히 좋지만 말이지."
축구를 할 수 있을리 없다. 어찌 되었든 병원이니까. 어쨌든 병자니까.

시골의 종합병원. 거기서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만 입원하는 5층.
502호.
이 곳에 그녀는 누워있다.
이미 중환자실 조차 넘어서, 면회조차 자유로운 곳.
의사들이 올 때까지 가장 오래 걸리는 꼭대기 층.
치료를 포기한 환자들만이 입원하는 장소.

"좋아해."
"어?"
느닷없이, 문맥도 없이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내 이름 석자를 걸고 좋아해. 평생 좋아해."
"아아."
난 지금 고백을 받은 거구나.
그렇다면,
"미안."
이것으로 364 번째,
"그 고백은 거절이다."
그녀를 차버렸다.

"하하, 그렇네. 이번에도 역시나네. 기습 공격도 안되는 걸까나? 뭐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있는거 아냐?"
"언제나 있다고 말하고 있어."
말 그대로,
난 언제나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덧붙여서 그녀의 고백을 거절하곤 했다.
거짓말이 아닌 진실.
죽음의 앞에 서는 그녀의 앞에 내밀기에는 가슴 아픈 진실이다.
"으~ 그런가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명랑하게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병실의 한 구석을 가르킨다.
이곳은 개인병실. 가르킨 것이 사람은 아니다.
거기있는 작은 냉장고의 옆에, 몸을 사리듯 접힌 휠체어를, 그녀는 가르켰다.
"자, 오늘도 가자."
그녀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그렇게 가르켰다.

"목발."
"어?"
느닷없이, 문맥조차 없이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걷고 싶어졌어. 이렇게 멋진 레드카펫을 보고도 걷지 않는다면 죽고 나서도 후회할거야."
그녀가 무엇을 떠올린 것인지, 낙옆이 잔뜩 떨어진 산촉로에서 그런 말을 한다.
"아니, 그래도…… 넌 이미----"
"알고있어. 그래도 부탁한다니까? 말했잖아, 난 오늘 만전이라고. 시도는 좋은거라구?"
"흠…… 그래, 뭐."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그녀를 두고 잽싸게, 뛰듯이 해서 병원으로 돌아가 목발을 가져왔다.
그랬더니 그녀는,
휠체어에서 2m 정도 떨어진 곳에 엎어져 있었다.
"너, 너!! 설마 혼자 일어선거야?!"
"아, 왔다왔어. 일으켜 줘~ 완전 망신. 에헤헷."
"망신이 문제가 아니야! 정말로 죽는다고!"
"우…… 그렇게 화낼거 없잖아…… 미안."
"진짜, 그렇게 무모한 짓 하지 마."

그녀는 심장이 아프다고 하는 것 같다.
심장이 가장자리 부터 굳어와서, 점점 전신에 피가 원할하게 흐르지 못해서,
조금씩 움직이기가 힘들어 지다가,
그러다가 죽는, 그런 병인 모양이다.
'움직이려는 시도'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까지…….

"그, 그래도 두걸음은 걸었어!"
"알았어, 알았다고! 일단 돌아가자."
"시, 싫어! 조금 더 가자! 안 걸을테니까!"
"………약속해?"
"응. 약속 한다니까. 난 약속은 어기지 않아."
나는 결국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그녀의 말에 지는 척 하며, 그녀를 겨드랑이 사이로 안듯이 들어 올려서 휠체어에 앉힌다.

"내일이래."
"어?"
느닷없이, 문맦다윈 집어 던지고, 전문마저 없어서 무슨 말인지 이해 할 수 없는 말을, 그녀는 말했다.
"수술…… 내일이래."
"아…… 아아, 그런가."
그런가.
성공률 0.001%의 죽으러 가는 수술.
1000번 하면 성공한다는 확언이 있는게 아니라, 1/1000의 확률.
1/2의 확률인 동전 던지기 조차도 운이 나쁘면 10000번까지 하게 된다.
2번 하면 되는것과 1/2의 확률은 그야말로 천지 차이.
그런데도 1/1000.
성공하면----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난다.
"잘 되면---- 좋겠네."
"그러네."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네."
"그러네…… 그럼, 내가 수술이 성공하면 말야, 부탁을 들어줘."
"……무슨?"
"사귀어 줘."
그렇게 그녀는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군."
그렇다면, 그거야말로 '기적'이다.

그 날 밤.
나는 멍하게 걸었다.
집에 거는 건지? 학교에 가는 건지? 편의점에 가는 건지?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은체로 미로를 해매듯 계속 걸었다.
그러다가,

백발의 노인과 그 손녀---- 로 보이는 파란 머리의 소녀를 만났다.

"에……?"
파란 머리라니, 그런 색의 머리가 실존하는 건가.
현실성이 없는---- 그 동시에 염색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연스럽다.

"난 '마이너스'라고 하는 의사다."
소녀는 말했다.
"난 '플러스'라고 하는 의사지."
노인도 말했다.
"우린 돌려 말하는건 싫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그 여자애, 정상으로 만들어 주는 대신에 네 수명의 20년을 내 놓아라."
"그걸로 여자애는 5년을 더 살 수 있겠지. 산자가 즐기는 오늘은, 망가가 갈망하던 내일이라는 말도 있고."

그 말에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의사인지 조차 의심되는 이인조에게 20년을 주어버렸다.

그리고 그 날 나는---- 꿈을 꾸었다.
20년 동안의 미래를 꿈 꿔 버렸다.

그 20년 동안---- 그녀와 함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를 위해 직장을 가졌고, 그녀와 함께 아이를 만들었다.


 


그녀와 난 언제나 함께였다.


 


꿈을 꾸었다.
죽을만큼 힘든 꿈이었다.
정말로 진짜 같은 꿈이었다.
그렇기에, 정말로 행복하기도 한 꿈이었다.




"왔어?"
언제나처럼 문을 열자마자 침대에 누워있던 그녀는 그렇게, 기쁜듯이 말---- 하지 않았다.
"……?"
병실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수술은 아직 시작하기 전일탠데?
열린 문 앞에 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침대에는 커버가 없다. 냉장고 옆에는 휠체어가 없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그 안에 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아……."
그렇구나.

꿈 따위----- 꿈일 뿐이야.
함께했던 행복한 20년 따위는---- 전부 환상.

"우아……… 우아아아…………."
그렇구나.
1/1000의 확률.
그 말은 그만큼 몸이 않좋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아니, 그런 하찮은 추측을 하지 않더라도 그녀가 몸이 좋지 않다는걸 가장 잘 아는건 내가 아닌가.

수술 전에 죽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우아아아아아아…………."
눈물이 흐른다.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웅크리고 만다.
나는 오늘, 365번째의 고백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는………………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너인데.
인정해 버리면 그 다음에 괴로워 지는 건 바로 나니까.
이기적인 생각으로 지금까지 거절해 왔다.

난, 그녀를, 사랑했다.
처음, 우연히 병원 앞에서 본 그 날 부터.
반한게 아니라, 천천히 쌓아왔다.

"우… 우아아아…………."
"야, 너 여기서 뭐해?"
정신을 차릴 수도 없이 울고 있는데 그녀가 방해해 왔다.
"뭐…… 뭘 하다니? 우으…… 그거야………?"

어…… '그녀'라고?
"어어어어?"
"뭐야? 그 표정은. 누가 죽기라도 했어?"
내가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그녀가 서 있었다.
휠체어는 커녕, 목발조차 없이.
그녀는 멀쩡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너, 어떻게……?"
"아니아니, 나도 정말 오늘이야말로 죽는구나 생각했다고."

그런데,
그런데 플러스와 마이너스라고 하는 의사가 찾아왔다고 한다.
"야, 귀찮으니까 지금 당장 수술하자."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기적이 일어났다.

"왠지 모르게 구체적인 꿈을 꾼 것 같았는데 말이야. 그래서 사후 세계라고 생각도 했었는데, 갑자기 깨우더라고. 20년 정도---- 꿈 속에서 살았던 것 같은데 말이야. 백일몽 보다도 마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
"20……년?"
"어어, 나도 설마 다시 일어날거라고는, 꿈 속에서 너랑 같이 아들낳고, 딸낳고 살고 있었다고."

20년 대신에 5년.
20년 간의 꿈.


20:5

"그래서, 이제 된거지? 이제 넌 나랑 사귀어야만 하는거야."
"어…… 어어."

정말로 기적이---- 일어난 거다.

"어이, 소년."
그 때 파란 머리에 흰 가운을 입은 소녀---- 마이너스가 나타났다.
"마음에 들었나, 네가 일군 기적은?"
"네가 일군 기적? 그것보다 마이너스 선생님하고 아는 사이?"
그녀의 눈가가 가늘어진다.
아니, 그런 의심받을만한 짓 한 적 없다고.
"무슨 말을 하는거야? 네가 '20'을 준 거잖아. 영혼으로서 사람의 몸을 치유하는 데에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한 거라고?"
마이너스는 말한다.
"주술적인 부분이 부숴질 가능성도 있으니까 이 여자애에게는 말하지 않는 쪽이 좋겠지만, 이건 분명 네가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기적이다. 게다가 꿈도---- 대상자가 꿈처럼의 삶을 원하지 않는다면 성립되기 힘들고. 게다가 사람의 생명을 소생하는 거야, 그야 불가능 하겠지만, 그나마 죽지 않아서 얻어낸 기적이라고나 할까."
그런거다. 하고,
마이너스는 말하고 떠나갔다. 털래털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뭔가의 뒷거래?"
"아니---- 아니야."

20년은 아니더라도, 5년.
어차피 그녀가 먼저 죽는다면 20년이나 되는 시간은 필요없다.
난 80년을 살거라고 정해놨으니 이제는 60년이지만, 그것도 아이들을 기르는 데에는 넘칠정도의 시간이겠지.

난 반드시 그녀와 함께 꿈을 꾸겠다.
행복한 꿈을 언제까지나, 그녀가 떠나갈 때까지 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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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후기]


 으응~ 로맨스라는 장르는 것은 상당히 심오한 부분이 있습니다만은, 저는 직접 사랑이라는 것을 해보지 못하고, 또 로맨스라는 장르를 많이 접하지 못해서 그런건지 그나마 읽어본 '반쪽달'의 색이 굉장히 짙네요. 게다가 플롯도 세우지 않으체 기분 가는 대로 똥폼 잡는 소설을 썼더니 문자 그대로 똥폼 소설이 되었네요.


 여기 올리기에는 미약한 작품이지만 어떤 소설 커뮤니티 이벤트용을 썼는데, 이왕 쓴거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



[일반 후기]
아아아아아아아,
마지막 부분은 쓰면서 손이 오글오글.
일단 다른 사이트의 이벤트 따위로 쓰기는 했지만 로맨스를 좋아는 하지만 쓰는건 역시 소름이 돋습니다.
더욱이 쓰면서 스스로 얼굴이 붉어지니 문장을 이어가지도 못하겠군요. 망작이라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이런 주제가 아니라면 좋겠군요.<-?

그나저나 여기서 나오는 플러스, 마이너스 라는 의사는 정말 여러 작품에서 등장하는 의사콤비입니다만, 그러고보면 조아라 연재작에는 등장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단편집을 이용해서 등장을 시켜볼까~ 생각도 하지만 제 문제점은 일을 벌려놓고 수습을 제대로 안 한다는 점이므로 이 건은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