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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관찰일기

2010.08.16 10:42

웅담(熊膽) 조회 수:477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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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일기(0)    


         


뜨듯미지근한 날씨- 오늘은 수척한 주말이 되어간다.


지쳐버린 마음을 추슬러 하늘을 쳐다본다. 답답하게 보이는 어두운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어디일까.


아, 여기는 나의 방-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시간을 고민하는 나의 방. 여기는 나의 아지트다. 조그마한 창으로 세상을 쳐다본다.


어느날인가부터, 온도는 처량하게 가라앉는다. 온몸을 간질이는 씁쓰레한 바람이 불어온다.


뜨거운 여름날,


이 일기는-


비가 내린 다음날,


흐릿한 하늘을 보며-


 


관찰일기(1)


 


오늘의 하늘도 서글프다. 커다란 눈물방울이라도 어디선가 흘러내릴 듯, 구름은 슬픈 눈동자처럼 그려져있다.


하늘의 시계는 어디를 가리키는지, 찾아볼 수가 없다. 어두운 하늘에 환한 빛은 구름이 전부 먹어치운다.


언제쯤 비가 올것인지. 어제는 비가 내렸다.


날씨는 서늘하다.


조그마한 격자의 창- 밖을 넘어, 세상을 이어주는 관찰의 도구.


우울해지는 반지하의 단칸방에세 바라보는 유일한 통로.


세상은 조그마한 창문으로 이뤄진 조각그림이다.


 


관찰일기(2)


 


빗물이 짓쳐들어온다. 음울한 아침하늘- 비가 떨어진다. 추락한다. 물방울들이 기울어진 구름을 타고 흘러내린다. 마침내 바닥에 닿아.


‘팍!’


하고 터져버린다. 세상으로 흩어진다. 빗물이 모인다. 도랑을 따라 흐른다. 역겨운 아스팔트를 타고 흐른다. 문둥이의 썩은 고름처럼 녹아내리는 아스팔트가 흐른다. 뜨거운 여름에 뜨거운 아스팔트가 차갑게 녹아내린다. 설익은 밥처럼 희뿌연 김을 쏟아낸다.


빗물은 도랑을 타고 창문을 넘어 흘러온다.


녹아내린 아스팔트가 창문을 타고 내 몸 위에 흐른다.


뜨겁다.


아니, 차갑게 식어간다.


 


뜨겁게 기화해버릴 머릿통이 차갑게 얼어버린다.


온 몸이 굳어진다.


세상에서 빗물이 짓쳐온다.


 


관찰일기(3)


 


하늘이 느지막하게 개인다.


그러나 세상은 어둠- 컴컴한 그림자를 가둔다. 아니, 온 세상이 그림자다.


밤이 되면 찢어지는 소리가 세상을 울린다.


그놈들이다.


시꺼멓고 누릿누릿한 냄새가 나는 그놈들이다.


세상을 넘겨 바라본다. 그들은 껌껌한 초생달 아래서 미쳐버린다.


하늘을 찢어놓을 듯 울어제낀다.


귀를 후벼파고싶다.


찢어지는 소리.


더러운 그놈들이다.


 


관찰일기(4)


 


배가고파 잠이 깬다.


몸이 부서질 듯 기지개를 켠다. 쏟아진 비에 하늘은 여전히 지저분하다.


세상너머도 마찬가지다.


차갑게 얼어버린 세상이 보인다.


길게 도랑을 탄 빗물이 흐트러진다.


으르릉거리는 벼락이다.


세상이 우짖는다.


하늘은 개였지만.


멀리 있는 하늘은 벼락이 내리친다.


그놈들도 으르릉거린다.


배고픈건가.


고기통조림을 한 캔,


오랜만의 별식이다.


 


관찰일기(5)


 


세상너머는 다시 하얗게 변해간다.


하늘에 시꺼먼 먹구름 대신 허연 구름이 뒤덮는다.


흐트러진 빗물도 사라진다.


얼어버린 아스팔트도 찬찬히 녹기 시작한다.


 


관찰일기 (6)


 


‘갸르르르’


그놈들, 아니- 그놈이다.


창문을 넘어 확인하지 않아도 안다.


괴상한 소리. 좋으냐?


‘갸르르르르’


 


이것을 생각한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 옮겨쓰지는 못하겠지만 머릿속에 담아둔지는 며칠이 지나간다.


그놈은-


그 이전부터 기다린다.


 


누구를 기다릴까.


하루에 오랜시간동안.


그놈은 갸르릉거리며 기다린다.


 


관찰일기(7)


 


단 한번, 말을 걸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놈은 침묵한다.


 


어떤 목적으로, 왜 하필 나의 세상너머에서 기다리는가. 길게 이어진 아스팔트 끝에서-


그놈은 나의 세상을 막는 유일한 장애물이다.


 


관찰일기(8)


 


그놈이 떠나간다.


내일도 오겠지.


 


관찰일기(9)


 


여전히 그놈은 찾아온다.


말을 걸어도- 침묵한다.


 


왜 그러는 것인가.


나도 한번 쫓아나가보아야 하나.


 


끈적한 더위다.


그럼에도 그놈은 아스팔트 끝에 서 있다.


피곤해진다.


그놈은- 내 세상을 막아버린다.


 


녹아내린 빗물이 갇힌 창문 아래를 짜증나게 만든다.


꿉꿉한 더위와 끈적한 바람이 귀찮게 한다.


창문 밖을 가로막는 그놈도 짜증나게 한다.


나도, 세상을 넘어갔다.


 


관찰일기(0)


 


뜨듯미지근한 날씨- 오늘은 수척한 주말이 되어간다.


지쳐버린 마음을 추슬러 하늘을 쳐다본다. 답답하게 보이는 어두운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어디일까.


아, 여기는 세상 밖-


창문을 나와 그놈의 옆에 앉았다.


녀석은 도망가지 않는다.


어느날인가부터, 온도는 처량하게 가라앉는다. 온몸을 간질이는 씁쓰레한 바람이 불어온다.


뜨거운 여름날,


이 일기는-


비가 내린 다음날.


흐릿한 하늘을 보며-


 


관찰일기(1)


 


그놈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나 침묵한다.


 


나쁜놈.


 


관찰일기(2)


 


같이 하늘을 바라본다.


아니, 그놈이 바라보는 곳은 어디인지.


 


같은곳이라 짐작되는 하늘을 본다.


비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보인다.


 


관찰일기(3)


 


그놈은, 힐끗 날 쳐다본다.


슬슬 신경이 쓰이나보다.


벌써 몇일째 같이 있으니 싫어도 신경에 거슬리겠지.


슬금, 말을 묻는다.


그렇지만 그놈- 역시나 무시한다.


 


원래 말을 못하는 녀석인가.


계속 관찰하면서도 그녀석은 조용히 있다.


 


관찰일기(4)


 


녀석이 슬금슬금 움직일 기미를 보인다. 조금씩 그놈은 그림자를 타고 흐른다.


여전히 침묵이다.


벙어리인가.


 


아니다-


분명 비가 내린 후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놈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왜일까.


 


분명, 이전에는 그놈들이 싸우는 소리가 많이 들렸는데.


찢어지는 시끄러운 소리.


내가 나온 이후로, 그놈들은 찾아오질 않는다.


 


관찰일기(5)


 


녀석이 움직인다.


다른 곳을 쳐다보던것도 그만두고, 날 쳐다본다. 경계하듯-


난 그녀석이 보던 곳을 계속 바라본다.


 


하늘은-


아직 먹구름이다.


비가 올 것 같다.


 


관찰일기(6)


 


빗물이 다시 흘러내린다.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와, 창문을 너머서 기다린다.


비가 내리면 사라지는 녀석이 곁에서 경계하듯 쳐다본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굵은 빗방울이다.


눈을 뜨고 하늘을 본다. 녀석이 보던 곳을 바라본다.


녀석은 나를 바라본다.


 


차갑게 얼어붙은 빗방울은 하염없이 추락한다.


 


관찰일기(7)


 


비가 천천히 수그러든다.


새까맣던 구름이 조금씩 하얗게 변한다.


녀석이 곁에 와서 앉는다.


하늘을 본다.


녀석도 힐끗거리면서 날 쳐다본다.


싸늘했던 것인가. 녀석이 붙어오자 뜨끈한 기운이 몰려온다.


구름은,


조금씩 하얗게 변한다.


 


관찰일기(8)


 


하늘이 하얗게 개었다.


비구름은 사라졌지만-


하얀 구름이 세상을 뒤덮었다.


온전히 창문 밖에서 앉아있다.


새까만 아스팔트 길의 끝-


나와 그 녀석은 하늘을 쳐다본다.


 


왠지, 마음이 따스해진다.


녀석은 그래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인가.


모르겠다.


녀석이 곁에 앉을 때부터 느낀 따스함이다.


 


그 아이는 내 곁에 앉아 하늘을 본다.


 


관찰일기(9)


 


하얀 구름도 사라졌다.


세상은 온통 푸른빛.


따사로운 햇살이 세상을 비춘다.


 


오늘도 그 아이와 나는 같이 앉아있다.


하늘을 바라본다.


문득, 생각이 들어 일어난다.


아이도 같이 일어난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아이도 나를 바라본다.


 


“이름이 뭐니?”


 


나는 물었다.


아이는 대답했다.


 


"나, 고양이. 너는?"


 


"응. 나도 고양이야."


 


곁에 앉아, 같은 하늘을 바라본다.


 


우리는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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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예요, 무척이나.


다시 글을 끄적거려볼까요...[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