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제가 너무 오래 쉬었죠?]별의 노래

2010.12.15 07:41

클레어^^ 조회 수:406

extra_vars1 외전 3 - 널 위해서라면(1) 
extra_vars2 #3a 
extra_vars3 143-1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네, 안녕하세요?
아직까지 전면전이다 뭐다 그래서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는 상황이죠?
내일이 민방위훈련이라고 하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다음 편 안 나왔습니다 ㅠㅠ
그래서 이렇게 오래 잠수하면 안되겠다 해서! 외전 하나 또 나옵니다.
이번엔 과연 어떤 내용일까요?


=====================================================================================================================


#3. 널 위해서라면 - 1


 믿을 수가 없었다. 믿고 싶지 않다.
 그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
 난 뛰어갔다. 그가 있을 법한 곳으로...
 어느 검도관 안으로 들어갔을 때, 거기에는 익숙하면서도 조용한... 그가 있었다.


"너... 정말이야?"


 그는 말이 없었다.


"정말로... 네가 한 거야?"


 역시 말이 없었다.


"대답해, 아니라면 아니라고 대답 좀 해 봐!"


 그러자...


"오랜만이다."


 그가 고개를 들어 나에게 인사를 하였다.


"뭐냐? 몇년 만인데 인사가 겨우 그 정도야?"
"너... 넌 그런 사람이 아니지, 그렇게 사람을 폭행하고 그럴 사람이 아니지?"


 그리고는...


"네가 정말로 사람을 치지 않았다면, 나와 진짜 승부를 겨루자, 차수혁!"


 난 보호장비까지 갖추어 입기 시작했다. 순간, 난 아대로 가린 내 오른쪽 손목을 보았다. 보기 싫은 흉터가... 있다.
 준비를 다한 난 차수혁의 앞에 섰다. 죽도를 잡아본 것도 참 오랜만이군...


"그럼 간다. 네가 결백하면, 결백한 만큼 최선을 다하라고!"
"너도 참 막무가내군. 그래, 사실 명동에서의 폭행사건은 오해야. 단지 시비가 붙었을 뿐이라고."
"그 말이 진심이라면... 덤벼!"


 그렇게 나와 그의 대결은 시작되었다. 오른쪽 손목에 통증이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참았다. 차수혁의 실력은 마지막에 나와 겨뤘을 때보다 훨씬 향상이 되어 있었다.
 그 때였다. 난 그만 죽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따악!


 차수혁의 죽도가 내 머리를 쳤다. 차수혁이 머리 보호구를 벗으며 말을 했다.


"왜 그래?"
"별거 아니야... 나도 이제 실력이... 많이 녹슬었군... 이제 너의 라이벌이라는... 자격도 이미 잃어버렸는데..."


 나도 머리 보호구를 벗으며 말을 하였다.


"너..."
"네 실력을 보고 알았어. 그래, 난 너의 결백을 믿는다. 넌 절대로 누군가를 아무 이유없이 폭행할 사람이 아니야. 대련하면서 너의 진심어린 마음을 보았어."


 그러자 그는 웃기 시작했다.


"후훗, 역시 너는 내 초등학교 동창이자 내 최고 라이벌이야. 갑자기 검도를 그만두고 과학고에 갈 줄은 상상도 못했어, 이원준."
"내 교복을 봤구나. 사실 난 의사가 되려고 과학고에 들어간 거야. 너희들 같은 선수들 보살피는 의사 말이야."


 난 수혁이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루머에 휘말리게 된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 해 봐."


 그러자 수혁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난 주 토요일이었어... 난 오랜만에 중학교를 찾아가려고 했지. 남경중학교라고 명동 근처에 있는 남자 중학교가 있어. 그런데 명동에서... 그를 만나게 되었어. 명성과학고 3총사... 그 중... 내 '남경중 얼짱' 타이틀을 빼앗은 녀석도 있었지..."


 '명성과학고 3총사'? '남경중 얼짱'?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


"오랜만에 만나니 더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 녀석의 그 여유로운 모습에..."


 대체 누구였지? 우리 학교에 남경중 얼짱... 설마?


"너... 그럼 그 때 강진영을 만난 거고... 그 상대방이 그 강진영이란 말이야? 그럼... 원래 반대로 강진영이 널 폭행한 거야?"
"유감스럽지만 아니야. 난 그저 강진영의 그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 멱살만 잡았을 뿐이야. 그러더니 한수환과 임수현이 말리더라. 그 둘만 아니었다면 난 아마 진짜로 강진영을 쳤을지도 모르지."


 그러더니...


"그 귀도 안 들리는 녀석이 감히 내 '남경중 얼짱'이란 타이틀을 빼앗다니..."


 '귀도 안 들리는 녀석'?


"잠깐, 수혁아. 그게 무슨 말이야? 귀도 안 들리는 녀석이라니?"
"아, 그래. 너의 학교에 다니는 강진영은 사실 아무 소리도 못 들어. 2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아무 소리도 못 듣게 되었다고 하더라."


 2학년 여름방학... 내가 검도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와 비슷한 시기였다.


"자, 잠깐만. 무슨 소리야? 강진영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대답도 하고 그러는데... 물론 좀 반응이 늦고 그러긴 하지만..."
"강진영이 대답할 때를 유심히 잘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얼핏 봤는데 그는 항상 휴대폰을 보고 있었어. 그 휴대폰에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게 틀림없어. 안 그러면 안 들리는 강진영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말에 대답을 하겠어?"


 마, 만약에... 수혁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난 대체 왜 강진영을 무서워한 것이지? 그런데... 소리를 듣지 못한다... 강진영도 꽤 많이 불편하겠군.
 난 수혁이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 수혁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아무 짓도 안했다. 아무도 때리지 않았다.
 다음 날, 나는 확인하기 위해서 강진영을 불렀다.


"어이, 강진영. 넌 항상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더라? 거기에 뭐라도 있는 거야?"


 후훗, 긴장하고 있는 것 같군.


"그 휴대폰 없으면 못 사는 건 아니겠지?"


 그러자...


"수업 시작한다. 자리로 돌아가."
딩동댕동~


 강진영이 말을 마친 동시에 수업종이 쳤다. 뭐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지? 혹시 저 휴대폰에 진짜 비밀이 있는 거 아니야? 잠시 후, 물리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1교시는 물리였다. 아함~. 따분해...
 쉬는 시간, 난 다시 한번 확인하려고 하였다.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말이다.


"반장, 휴대폰 좀 보여줘."


 그러자 갑자기 강진영이 휴대폰을 좀 끄적거리더니 나에게 보여주었다. 흐음... 생긴 건 보통 터치폰이잖아. 난 그의 휴대폰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별로 신기한 건 없네. 잘 봤다."


 난 휴대폰을 강진영 쪽으로 던졌다. 강진영 녀석은 잘도 휴대폰을 받았다. 혹시 수혁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난 복도로 나가서 수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참고로 방학기간이라 휴대폰을 걷는 일은 하지 않는다. 완전히 학생 자유다. 다만 수업 시간에 휴대폰 소리가 난다던가 휴대폰을 만지는 것을 들키면, 휴대폰을 뺏기기는 하지만...


["여보세요?"]
"수혁이야? 나야, 원준이."
["무슨 일이야?"]
"저기... 너 그거 사실 맞지?"
["아, 무슨 이야기인데?"]


 이런, 잘못하다간 수혁이가 화내겠군.


"강진영말야. 멀쩡하던데? 휴대폰도 아무런 특징이 없고."
["멀쩡? 분명히 내가 2학년 때 그 녀석이 아무 소리도 못 듣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휴대폰은 어떻게 해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그 녀석, 말할 때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고. 정 못 믿겠으면, 강진영 몰래 아무 소리나 내 봐."]
"난 네 말을 믿는다. 내가 아는 수혁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아, 그럼 끊어야 겠다. 좀 있으면 수업 시작하니까."
["그래, 나중에 통화하자고."]


 난 전화를 끊었다. 타이밍 좋군. 2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차수혁의 말이 사실이라면, 강진영은 저 종소리를 듣지 못하는 거겠지?
 점심 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먹은 후, 난 강진영에게 마지막으로 확인하려고 하였다.


"어이, 강진영. 나 좀 보자."


 그러자 그는 역시나 휴대폰을 보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유세나에게 말했다.


"유세나, 너 먼저 모임에 가 있어. 곧 갈테니까."


 난 강진영을 데리고 공터로 갔다. 옥상으로 올라가고 싶은데 며칠 전에 불량한 선배들이 거기서 담배피고 그래서 옥상 출입이 금지되어 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무슨 일이야? 프로젝트 모임 가야 할 시간에 말야. 넌 어제 하루 빠졌으니까 더욱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어쭈? 지금 남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


"프로젝트 모임? 그 몸으로 말이야?"


 그러자...


"내 몸이 어쨌다는 거지?"
"너 보통내기가 아니더라? 하긴 지금까지 그 사실을 숨기고 과학고에 한 학급의 반장까지 한 거는 진짜 대단하군."


 그러고 보니 그게 궁금해졌다. 수혁이 말대로 강진영이 지금까지 귀가 안 들린다면, 반장 일을 어떻게 한 걸까? 아니, 여기 과학고까지 어떻게 들어온 거지?


"무슨 사실이지?"


 좋아, 이 때다! 난 녀석의 뒤로 갔다. 그리고 그의 귀에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을 마찰시켜 소리를 냈다.


딱!


 강진영의 반응을 보았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고개를 돌리면서 '이게 뭐하는 짓이지?'라고 말했을 텐데, 그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수혁이의 말이 사실이었다.


"역시 그랬군."


 후훗, 나의 승리야.


"너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날 부른 거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몹시 긴장하고 있었다. 난 그에게 말을 하였다.


"그 소문이 사실이었어. 너 말야. 그 휴대폰 없으면... 내가 하는 말 하나도 모르지?"
"무, 무슨 소리야?"
"휴대폰에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에 네가 나에게 휴대폰을 보여주기 전에 했던 행동이 수상해서 말야."


 난 그에게 쐐기를 박기로 하였다.


"이런 귀머거리 같은 녀석을 그 동안 무서워하다니, 나도 참 한심하군!"
퍼억!!
"으윽! 이게 무슨... 으악!!"


 갑자기 날아온 주먹에 난 쓰러졌다. 그러더니 강진영 이 녀석이 날 마구잡이로 패는 게 아닌가?


"너 이 자식, 다시 한번 말해 봐! 내가 뭐 어째?"


 크윽... 이 녀석, 대체 정체가 뭐야? 왜 이렇게 주먹에 센 거야? 크아악~! 서, 선생님~! 여기 반장이 자기 반 학생 쥐어패고 있어요~!! 으아악!!!


"쿨럭! 크윽..."


 난 피를 토하면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강진영도 일어서면서 말했다.


"너! 오늘 나에게 했던 말, 다른 사람에게 했다간 진짜로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으윽... 무, 무서운 녀석이군... 일단 후퇴하자...
 난 일단 강진영에게서 멀리 벗어나기로 하였다. 으윽... 맞은 곳이 아파... 정신이 아득하군...


"으윽..."


 결국 난 기절하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입가에 따가운 기운이 들었다.


"으윽..."


 난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니 양호실인 것 같군. 게다가 내 앞에는 부반장인 최은영이 있었다.


"으윽... 어, 최은영? 여기는... 양호실 아니야?"
"무슨 일인데 얼굴이 그 모양이 된 거야?"


 최은영이 물었다. 설마 최은영이 날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건가? 잠깐! 난 남자고 최은영은 저래봐도 여자인데... 아무래도 봄소풍 때 강진영의 명제인 '최은영은 힘이 세다'가 사실인 건가?
 크윽... 그나저나 강진영 이 자식, 해도해도 너무한 거 아니야?


"치, 강진영 녀석, 그렇다고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냐? 쳇, 귀도 안 들리는 녀석이 무식하게 힘만 세... 아야야야!!!"


 그런데 갑자기 최은영이 소독약이 묻힌 솜으로 내 얻어터진 곳을 꾹 눌렀다.


"아파, 왜 그러는 거야?"


 맞다! 최은영에게 말해보자고.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 맞다. 최은영, 넌 부반장이니까 살짝 알려줄게. 우리 반 반장 강진영이 말야. 글쎄 알고보니 귀가..."
"남의 약점 가지고 뭐 하려고? 너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냐?"


 응? 최은영은 강진영이 아무 소리도 못 듣는 걸 알고 있는 거야?


"뭐, 뭐야? 최은영, 너... 알고 있었어? 아아악!! 아프다고!!!"


 난 또 소독약 묻힌 솜의 위력을 받아야 했다.


"넌 맞아도 싸. 난 이 이야기, 안 들은 걸로 하겠어. 너도 그 비밀,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다고 약속해."
"시, 싫어. 내가 왜 그래야 돼?"
"너... 왕따되고 싶어? 누구 말대로 독신으로 늙어 죽기 바라는 거야?"


 잠깐만, 혹시 최은영과 강진영, 서로 사귀는 거 아니야?


"저기, 최은영. 너... 강진영과 어떤 사이냐?"
"그냥 같은 반 친구 사이지, 뭐겠어?"


 친구? 친구 치고는 너무 가까운 거 같은데?


"그런데 왜 이렇게 강진영의 일에 나서는 거야? 두 사람이 반장 부반장 하고 그러다 보니까 감정이라도 생긴 거야?"
"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너 자꾸 헛소리 하면 그냥 놔두고 간다."


 후훗, 그렇단 말이지? 그럼 한번 강진영을 골탕먹여 볼까?


"후훗, 알았다고. 그럼..."


 난 최은영에게 다가갔다.


"너 나와 사귈래?"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원준, 우린 학생이야. 아직 고1이라고."


 저 당황하고 있는 모습, 귀엽군. 게다가 통통하게 생겨서 더 귀엽잖아.


"후훗, 너 보면 볼 수록 귀엽다."
"누, 누가 귀엽다는 거야?"
"아이고~. 요 통통하게 생긴 볼 좀 봐라~."


 난 최은영의 볼을 잡아당겼다.


"아얏, 아프다고!"
"아이고~. 귀여운 은영이~. 내가 하드 사줄게~. 그러니까 말야..."


 그 때였다.


"은영이에게 무슨 짓이야?"


 갑자기 누군가가 내 손을 치고 최은영 옆에 나타났다. 너, 너는...


"하, 한수환?"
"수환아..."
"야, 이원준. 너 여자애 괴롭히는 게 취미냐? 왜 은영이를 못살게 구는 거야?"


 어떻게 알았는지 한수환이 양호실로 온 것이었다.


"은영아, 어서 가자. 프로젝트 모임에 늦었어."
"으응... 그래."


 그 둘은 양호실을 나가려고 하였다. 잠깐! 한수환은 강진영의 절친이지? 그래, 한수환을 한번 이용해 보자고.


"한수환, 너 은영이와 어떤 사이냐?"


 후훗, 한수환 이건 어떠냐?


"너 요새 수상하다. 은영이와 같은 조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은영이에게 너무 잘해주는 거 같아서 말야. 혹시... 너, 은영이 좋아하냐?"


 난 한수환의 반응을 보기로 하였다. 분명히 그는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은영이는 그냥 같은 반 친구일 뿐이야."'


 라고 하겠지?
 그런데...


"좋아하면? 내가 은영이 좋아하면 어쩔건데?"


 뭐지? 저 당당함은? 한수환, 너 정말 최은영을 좋아하는 거냐? 잠깐, 그래... 분명히 최은영과 강진영에겐 묘한 기운이 있어. 이 사실을 이용해서 두 사람의 사이를 벌여놓자고.


"후훗, 그렇단 말이지? 알았어. 어차피 양호실에서는 볼일도 없으니 나가지. 조준겸 그 왕자병이 기다릴 테니까."


 나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왕자병 조준겸과는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 모임을 하게 되었다.


"야, 이원준. 너 어제 어디 갔다 왔었어?"
"그게...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다 왔어."
"무슨 일인데?"
"아,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어쨌거나 한수환이 최은영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후훗, 강진영, 너와 가장 친한 한수환이 최은영을 좋아한다. 과연 어떤 반응일까?
 다음 날, 난 교실로 가서 강진영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일단 작전 상 후퇴로 난 그에게 먼저 사과를 하려고 한 것이었다.


"저기, 강진영."
"무슨 일이야?"


 그가 날 쳐다보았다. 뭐,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냐? 네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미, 미안하다."


 난 화가 나는 것을 참고 일단 그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자...


"일단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자고."


 그는 날 데리고 빈 실험실로 갔다. 그리고...


"갑자기 왠 사과지? 평소에는 나에게 시비거는 게 대부분이잖아."
"새, 생각해 보니... 처음 그 소문을 듣고... 믿기지가 않았어. 또 네가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으면서 얼마나 답답한지 생각해 보기도 하였고..."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기는 들었지만, 뭐 별 것은 아니었지.


"일단은 생각해 보지. 그런데, 이원준. 너 그 소리는 어디서 들은 거지?"


 OK! 걸려 들었어!! 강진영은 내 건성으로 한 사과를 일단 받은 듯 하였다.


"그런데, 너...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그리고 내가 먼저 너에게 물었잖아."
"그건 내 이야기부터 먼저 듣고 말할게. 사실은 말야, 네 친구 한수환 있지?"


 그러자...


"뭐야? 수환이가 너에게 그 이야기를 했단 말야?"
"자, 잠깐! 그 이야기가 아니야! 한수환이 최은영을 좋아한다고 하려는 거라고."


 응? 뭐야? 강진영은 한수환이 자기가 귀 안 들린다고 나에게 말한 걸로 오해할 뻔 한거였어?


"휴우~. 그럼 그렇지. 수환이가 그럴 리가 없지."
"아, 넌 못 듣지."
"못 들어도 볼 수는 있다고."


 아, 휴대폰!


"지금까지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건 바로 네가 예상한 것처럼 휴대폰 때문이었어. 하지만 여기에는 말만 뜰 뿐이야. 난 소리는 들을 수는 없지."


 역시 수혁이의 예상이 맞았어!


"그렇군... 어쨌거나 한수환이 최은영 좋아한다는 거 모르지?"
"그, 그래?"


 저 놀라는 표정 좀 봐라.


"어제 내가 직접 들었어. '뭐, 내가 은영이를 좋아하면 어쩔건데?'라고 했었나?"
"그, 그거...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직접 한수환 본인에게 물어봐."


 그러더니 그는 먼저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아, 알았어. 그리고... 어제 나에 대한 이야기는 진짜로 비밀로 해 주는 거다."
"아, 알았다고... 난 더 이상 너에게 맞는 것도 싫다고. 대체 너 전에 뭐하던 녀석이었냐? 주먹 힘이 이렇게 셀 줄이야..."
"어, 어렸을 때 잠깐 무술 배운 것 뿐이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자, 잠깐 무술을 배웠다고? 내가 체감하기론, 강진영 넌 분명히 중학교 때 날렸다던가 아니면 지금까지 배웠던 무술 실력이 총 10단은 넘겠다고! 무슨 무술들을 배웠는지는 몰라도 말야.
 난 교실로 돌아왔다. 강진영이 한수환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좋아, 이대로 간다면 저 두 사람의 사이도 멀어지겠지? 난 몰래 그들을 미행하였다. 그들이 간 곳은 내가 강진영에게 얻어맞은 그 곳이었다!


"수환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진지하게 대답해 줘."
"으응..."


 드디어 이야기할 모양이군.


"너... 은영이 좋아해?"
"지, 진영아. 그건..."


 앗싸, 이제 너희들이 과시하는 우정도 끝이겠구나~.


"솔직하게 말해 줘. 뭐라고 하지 않을테니까."
"이원준 녀석... 그걸 그대로 말해 버리냐?"


 으윽, 그런다고 나에게 '녀석'이라니...


"대답해 줘. 너 진짜로 은영이를 좋아하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한수환이 강진영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 미, 미안해... 하지만... 나... 어느 순간부터... 은영이가 좋아졌어...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좋아졌어. 그래서... 어제 은영이를 좋아한다고 무심코 말해 버린 거야... 하지만, 은영이 옆에는... 네가 있잖아..."


 드디어 최은영과 강진영, 한수환의 삼각관계가 드러나는 구나~.


"기운 내. 너 답지 않게 축 늘어진 건 보기 안 좋아. 난 괜찮으니까, 다만 이 시간 이후로는 은영이에게 잘 해줘."


 뭐, 뭐야? 강진영 녀석, 자기 파트너가 다른 사람이 좋아한다는데, 그것도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가...


"지, 진영아... 너..."
"네가 내 가장 친한 친구라서 다행이야... 꼭 내가 애인에게 여동생 넘기는 오빠 꼴이 되는 군... 아닌가? 철없는 누나 넘기는 남동생 꼴인가? 은영이가 나보다 생일이 두달 정도 빠르니까."


 강진영 녀석, 어떻게 된 거야?


"7월 초에 처음 알았어. 우리 할아버지와 은영이의 할머니가 남매라는 거 말야."


 응? 강진영의 할아버지와 최은영의 할머니가 남매? 그럼 이건...


"그, 그럼...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2촌, 너네 아빠와 은영이의 아빠가 4촌, 그렇게 되면..."
"맞아, 6촌이야. 중학교 때 배운 촌수 세는 법이 이럴 때에 쓰일 줄이야. 한국 전쟁 때 잃어버리신 할아버지의 여동생이, 바로 은영이의 할머니였지. 돌아가시기 전에 여동생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몇달 전에 방송을 통해서 그 분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7월 초에 가족들과 함께 다시 만났어. 그런데... 은영이가 거기에 있던 거였어. 그 당시에는 나도 믿기지가 않았어. 나도... 실은 은영이에게 약간 감정은 있었지만, 어쩌겠어? 이젠 친구로 남을 수 밖에... 점심 시간에 은영이를 만나서 네 마음을 잘 이야기 해 봐. 은영이가 네 마음을 받아줄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움직였다. 난 얼른 자리를 피했다. 강진영과 최은영이... 먼 친척이라고? 그래서... 좋아해도 좋아할 수 없단 말이야? 그 때였다. 종소리가 울렸다. 난 얼른 교실로 돌아왔다. 1교시는 영어 수업이었다. 영어 수업이 끝나자, 강진영은 최은영을 불렀다.


"은용아."


 으, 은용이? 아하하하하... 이거 재미있네.


"또 은용이랬다..."


 야, 강진영. 최은영도 여자라고. 그런데 왜 은용이라고 하는 거냐고? 아, 설마...


"잠깐 할 이야기가 있는데... 시간 있지?"
"뭐, 무슨 일인데?"
"여, 여기서는 할 이야기가 아니라서 말야. 걱정하지 말라고. 나 무슨 짓 안 하니까."
"후훗, 알았다고."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난 그들의 뒤를 몰래 쫓아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한 시간 전의 그 공터였다.


"은영아, 지금부터 오해하지 말고 잘 들어."
"무슨 이야기인데?"
"너... 수환이 어떻게 생각해?"


 응? 한수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 그건... 수환이는... 좋은 친구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 해주는 배려심 많은 친구인 건 진영이 네가 더 잘 알잖아."
"그, 그렇지. 그런데 말야... 혹시... 수환이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어?"


 최은영이 한수환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냐고? 서, 설마...


"저, 최은영?"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난 최은영을 살짝 쳐다보았다.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설마 최은영이 정말로 한수환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너 순간 사과된 거 알아?"


 사과?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아, 맞다! 체육대회 때, 최은영이 갑자기 얼굴을 붉힐 때 누군가가 사과라고 했었지.


"내, 내 얼굴이... 그러고 보니 요새는 내가 왜 이러는 지 모르겠어..."
"무슨 일인데?"
"나... 요새 수환이와 같이 있으면... 이상한 생각만 들어..."
"이상한... 생각?"


 응? 이상한 생각이라면...


"요새 나... 수환이 이야기만 하면 이렇게 얼굴이 뜨거워. 그리고 어제부터 자꾸 심장이 빨리 뛰고..."


 그래, 최은영도 한수환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였어! 강진영, 대체 어떻게 할 거야? 너도 최은영 좋아하잖아. 비록 이어질 수 없다고 하지만...
 갑자기 녀석이 불쌍해진다. 설마... 최은영과 이루어질 수 없으니, 대신에 한수환과 이루어지게 하겠다? 강진영, 네 인생도 말이 아니군... 난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강진영과 최은영이 교실로 들어왔다. 난 순간 강진영에게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자기 이야기를 엿들었다고 오해를 살 것 같아서 참았다.


"뭐야, 반장. 부반장과 데이트라도 한 거야?"
"무슨 소리야? 난 그냥 이야기만 한 거라고. 그리고 한 시간 전에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나?"


 아, 맞다! 난 어제 강진영에게 떡실신이 될 정도로 맞았었지... 그래, 일단 작전 상 후퇴다!


"아, 그랬군. 미안하다."


 그리고 점심 시간... 맞다! 아까 강진영이 한수환에게 점심 시간에 최은영과 잘 이야기하라고 했었지. 난 몰래 강진영을 스토킹하고 있었다. 오해는 하지 마. 이건 탐색전이라고!


"이야~ 한수환, 정말 너무하네. 어떻게 우리들 몰래 은영이와 연애질을..."


 임수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은영과 한수환이 좋아한다는 건 저 땅꼬마도 모르는 사실이었나 보군.


"아직 연애질은 안 했거든. 나도 실은 오늘 안 거지만...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니까 일단 지켜봐야지."
"으윽... 한수환, 우리들을 배신하고 자기 혼자 이러기야..."
"너무 그러지 말라고. 수환이가 좋아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잖아."
"흐윽... 아무래도 다음엔 진영이 너겠지? 그럼 난 3총사 중에서 솔로..."
"그, 그건 아니잖아... 언젠간 너에게도 좋은 짝이 생길 거고, 아직은 우린 고1이잖아... 여자 친구는 나중에 언제든지 사귈 수 있다고..."


 어이, 임수현. 그렇게 신세 한탄할 정도는 아니잖아. 그 때였다. 갑자기...


"한수환과 최은영, 두 사람이 좋아한다고?"


 헉! 왕자병 조준겸과 자칭 행복 전도사 서호진 아니야?


"어이, 강진영, 임수현. 여기서 뭐하고 있냐?"
"미안하지만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 너희들과 이야기 할 시간은 없는 거 같군."
"아아... 청춘이여... 우리들도 여자 친구가 생기게 해 주세요~."
"신이시여, 제발 세나와 제가 이어지도록 해 주소서~."


 푸흡, 누, 누구 맘대로 너와 유세나를 이어주겠대, 조준겸?
 그 때였다. 한수환이 식당에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후, 최은영도 나타났다.


"너희들은 제발 방해나 하지 말라고."
"아, 알았어..."


 저 쪽도 작전에 들어가는 거군.


"아, 은영아. 여기야."


 한수환이 최은영을 발견한 것 같군.


"이원준, 밥 안 먹고 뭐하냐?"


 이런, 여기에 눈치 없는 녀석이 있을 줄은 몰랐군. 황채빈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머, 먹고 있잖아..."


 난 먹으면서 말하였다. 그렇게 일단 먹고 있었을 때였다. 그런데...


"으윽, 야, 한수환! 최은영! 너희들 진짜 답답하다."


 갑자기 조준겸과 서호진이 벌떡 일어나면서 말을 하였다. 저기에도 눈치 없는 녀석... 아, 두명이니까 녀석들이지...


"조준겸, 서호진, 너희들 갑자기 왜 이래?"
"너희들, 서로 좋아하면서 왜 마음을 표현 못해? '난 최은영이 마음에 든다.', '난 한수환을 좋아한다' 왜 말을 못 하냐고!"


 서호진 쟤, 왜 저렇게 오버하냐? 이봐, 서호진. 남의 연애사에 끼어들 주제는 아닌 거 같은데?


"은영아~."
"수환아~."


 어랍쇼?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최은영과 한수환은 서로 꼭 껴안고 있었다. 으윽, 갑자기 속이...


"저기, 너희 둘, 여기는 공공장소니까 애정행각은 자제하지?"


 앗싸, 역시 강반장... 잠깐, 난 강진영과는 웬수지간일텐데?


"많은 사람들 식사하는 데에 애정행각이라니... 밥이 목구멍으로 도로 올라오겠다."


 그러자...


"강진영, 임수현, 너희들 지금까지 우리들 있는 거 본 거였어?"
"뭐, 어쨌든 해피 엔딩이 되지 않았어?"
"고맙다, 진영아, 수현아..."
"뭐, 대신에 애정행각은 때와 장소를 잘 가리라고."
"또 넌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성격인데 은영이 두고 바람 피면 은영이에게는 물론이고 우리들에게도 그냥~!"
"아하하... 아, 알았다고..."


 그렇게 해서 우리 반에 커플 하나가 탄생했다. 강진영 녀석, 최은영과 이어질 수 없으니, 친구인 한수환과 이어지게 했어... 갑자기 강진영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여자를 친구에게 보내는 남자의 심정은 어떨지...


"은영아~."
"수환아~."


 그, 그런데... 이건 너무 심하잖아!! 아무리 최은영이 귀여운 면이 있다고 해도, 한수환까지 저렇게 되는 건 아니라고!!


=====================================================================================================================


네, 그런 것입니다.
남산 뒷이야기, 수빈이의 시점에 이어... 이번에는 비호감 이원준의 시점이네요.
아, 참고로 이원준의 시점은 2편입니다. 이번 편은 본편 내용과 흐름이 같습니다.
하지만 다음 편은... 본편 내용이 아직 안 나갔기 때문에 본편 내용이 다 끝나면 올리도록 할게요.(스포일러 있으니까요)
그럼 전 이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802 (완)인형과 할아버지 [8] RudeSlime 2005.05.17 303
7801 도망 [6] 다르칸 2005.05.17 264
7800 황혼의 섬 [8] 셰이 2005.05.17 182
7799 황혼의 섬 [9] 셰이 2005.05.17 138
7798 Fortune teller/추적 [6] kalay 2005.05.18 105
7797 프로이트는 말한다 [2] 진향화 2005.05.18 152
7796 [3] 진향화 2005.05.18 129
7795 종이 [4] 간들바람 2005.05.18 155
7794 도망 [1] 다르칸 2005.05.18 225
7793 마리오 네트 [Marionette] [1] RudeSlime 2005.05.18 229
7792 Destine- Prologe [2] 크흑크흑 2005.05.18 93
7791 Hero [2] 카이렌 2005.05.18 135
7790 mabinogi -프롤로그- [2] 케레네스 2005.05.18 96
7789 황혼의 섬 [6] 셰이 2005.05.18 262
7788 반투명 드래곤 [3] †드롭프스† 2005.05.19 307
7787 사신의 러브콜 [7] 세이니 2005.05.19 251
7786 Pessinist [8] 로제스 2005.05.19 242
7785 위로해주는피에로 [4] 영혼의그림자 2005.05.19 112
7784 도망 [4] 다르칸 2005.05.19 131
7783 Master's 지존 정복기!! [1] 슈크림소녀 2005.05.19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