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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8.01.02 02:15

LiTaNia 조회 수:1639

extra_vars1 번외편. 유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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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ale That Wasn't Right - 번외편. 유일제


이봐. 아름양. 웬일이냐.


"독자 여러분, 2008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이. 니가 그렇게 말을 하면 복 떨어진다.


"우이씨. 난 새해인사도 하면 안되나."


--


* 이번 편은 호진이가 그 어떤 여자애들하고도 맺어지지 않은, 하지만 모든 분기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다 기억했던 회입니다. 그래서 희연이도 살아있고, 수영이도 전학을 가지 않은 상태이지요. 하지만 안명희, 조공명 같은 악역들은 사망한 상태. *


희연이가 전학온지도 벌써 4개월이나 지났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생각할수도 없었던 여러 여자애들하고의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났지. 내가 대인관계가 그렇게 좋지 않았었는데 어떻게 그런 쪽하고만 이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물론 내 목숨이 왔다갔다한적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것도 기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그녀들과의 생활이 이미 일상이 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연이, 나래, 수영이.. 모두 좋은 애들이다. 하지만 셋 중에서 하나를 굳이 골라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나같이 보잘것 없는 녀석을 좋아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해야하나.


특히 희연이가 처음 전학왔을때는 엄청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그쪽도 나름대로 많이 익숙해졌지. 희연이랑 사귀었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지금도 매일 아침 희연이랑 같이 학교에 가고 있고.


이제 얼마 안있으면 학교에서 축제가 열린다. 그 이름하여 '유일제'. 이름만 봐서는 그냥 그저 그렇다. 동네 이름이자 학교 이름일 뿐이니까.


벽에 붙어있는 팜플렛에는 '풋풋한 고등학생들만이 보여드릴 수 있는 유일한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라고 적혀있네. 게다가 뭔가 상당히 미화된 남학생과 여학생 그림. 가만. 이거 자세히 보니까 어디서 많이 본 사람같은데. 남자애가 앞머리가 긴 것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딱히 누구라고는 말을 못하겠고, 여자애.. 이 짧은머리에 반만 묶은건 정말 영락없이 희연이잖아.


이런거, 도대체 누가 그린거야. 옆에 보니까.. Illusted by Areum이라고 써있네. 유아름. 역시 얘는 매사에 도움이 안돼. 왜 하필 나랑 희연이가 모델이냐구. 희연이가 나랑 사귀는것도 아닌데 말이지.


보통 여고에서 축제를 하면 남학생들이 보러가고, 남고에서 축제를 하면 여학생들이 보러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다 알다시피 남녀공학이다. 남녀공학인 학교에서 축제를 할 때는 그냥 자축이 되어버리고 만다는데.. 벌써 축제 포스터만 해도 심상치가 않다. 도대체 뭔가 일이 터져도 제대로 터질 것 같은 예감이다.


희연이, 수영이, 혜림이.. 전부 축제 준비때문에 요새 많이 바쁜것 같다. 다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네. 그런데 희연이는 CA시간에 가입한 부가 없어보이는데 왜 이렇게 바쁜 것일까. 뭐 나야 영화감상부이니 딱히 축제 구경 외에는 할 게 없긴 하지만. 내 주변의 애들이 다들 축제때 하는게 있어서 혼자 구경할수밖에 없겠네.


하지만. 나는 그때는 몰랐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얼마나 엄청난 학생들이었는가를.


그리고 축제 당일.


뭔가 교문부터가 심상치 않아. 'Welcome to Yoo-il High School Festival' 이라는 글씨가 유치찬란하게 꽃단장이 되어서 현수막에 걸려있다. 먼저번 팜플렛의 아름이 그림체와는 완전 다르긴 한데.. 도대체 이거 누가 디자인한거야. 학생회장이 누군지 몰라도 센스 하나는 꽝이네. 그러니까 아름이같은 애한테 팜플렛 작업을 맡기지. 그리고 교문 바로 옆에는 딱 물풍선 터뜨리기용으로 보이는 나무판이 보이고.


"그런데, 희연이는 무슨 부에 들었기에 그렇게 바쁜거야?"
"후훗. 호진이한테는 비밀! 좀 있다 자연스럽게 알게될거야."


오늘은 놀토가 아니라서 안타깝게도 수업을 하게 되었다. 물론 축제때 클럽활동부에서 사용하는 교실에서는 수업을 안했다고 한다. 부럽다. 미칠듯하게 부럽다. 희연이는 클럽활동쪽 부활동 때문에 그쪽으로 간 것 같고.


좀 있다 자연스럽게 알게된다라.. 어떻게 알게되는 것일까.


여튼 그런 이유로 전혀 제대로 진행될리가 없었던 수업이 끝났고, 한번 축제 구경을 해볼까나.


"텔~미 텔~미 테테테테테 텔~미♬"


요새 정말 많이 들리는 노래다. 원더걸스인가 얘네들. 진짜 엄청 뜨긴 떴나보다. 길거리에서도 툭하면 이노래가 계속 들리던데 학교 축제에서까지 이런 노래가 들리다니. 오죽하면 엽기사이트에 이 노래랑 You spin me round를 합성한 '텔미스핀'까지 떴겠는가.


바깥에는 교문에서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들이 하나둘씩 보인다. 여기가 남학교도 아니고 여학교도 아닌데 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역시 그 아름이가 디자인한 난감한 포스터랑 교문의 더 난감한 현수막에 낚여서 온 것일까. 하긴 그게 확 튀긴 했지. 문제는 이걸 각종 사이트의 짤방으로 써먹는 불상사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게다가 유일여중이랑 월곡중 교복도 약간 보이네. 중학생들까지 오다니. 설마 나래도 오는건가.


컴퓨터부에서는 게임 대회를 준비중인듯 했다. 그런데 게임 종목이..


'오후 3시부터 게임대회를 시작합니다. 참가비 2000원.


- '뿌요뿌요 SUN' 토너먼트
- '스트리트 파이터 3 써드 스트라이크' 토너먼트
- '프로기어의 폭풍' 스코어어택


우승상품 : 각각 문화상품권 3만원권. 중복수상 가능. 지금 등록하세요'


뭐야.


보통 이런데에는 스타크래프트나 위닝일레븐 대회를 하지 않나. 아, 위닝일레븐은 컴퓨터게임이 아니라 좀 아니려나. 그런데 저기 적어놓은 것들을 보니 웬지 MAME(주1)를 굴리는것 같은데. 최근에 MAME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3이 된다는것 같았고.


에이, 나도 3은 안해보긴 했지만, 한번 이름을 한군데씩 다 올려볼까. 참가비가 게임 하나당 2000원이라니. 6000원이 졸지에 깨져버렸군. 내가 이름을 적고 나가려고 하던 차에, 내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그 눈을 마주친 사람은 절대 낯익은 사람이 아니었다.


"호-진-오-빠!"


나래였다. 생각해보니 나래가 게임을 그렇게 잘하는것 같지는 않았는데 여기에는 웬일일까.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나래 혼자만 있는게 아니라 나래 옆에 누군가 있네.


"나래도 게임 참가신청하러 온거야?"
"아니, 나래는 게임 못하고.. 친구 다솜이가 신청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온거야. 다솜아. 이쪽이 호진오빠야."
"안녕하세요.. 나래한테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정다솜이라고 해요."


나래 옆에 있는 다솜이라는 애, 나래랑은 대조적으로 조용한 애 같아보인다. 수영이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그런데.. 우리학교 축제에는 무슨 일로?"
"나래가 호진오빠 얘기를 계속 해서, 궁금해서 한번 따라와봤어요."


도대체 내 소문이 유일여중으로 어느새 이렇게 퍼진거야.


"어때, 다솜아. 호진오빠 멋있지?"


그러니까 난 그렇게 멋있는 놈 아니라니까.


"응. 좋은 사람같아."


뭐 그렇게 봐준다면 다행이지만.


"호진오빠가 요새 나래랑 안놀아줘서, 나래 많이 심심해!"
"오빠도 시험기간이라 그동안 못놀아줘서 미안. 그럼 같이 축제구경하는거 어떨까? 학교 구경도 해볼겸."
"와! 호진오빠, 고마워! 나래는 지금 너무 기뻐."


나래도 그동안 많이 심심했다는데, 간만에 같이 놀아줘야지. 나래 옆에서는 기뻐하고 있는 나래를 다솜이라는 친구가 뚱한 모습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나래랑 다솜이 두명이랑 같이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다솜이는 교복은 유일여중 교복을 입고 있지만 그냥 내 또래랑 비슷한 애들로 보이는데 비해서, 나래는 뭔가 좀 많이 어린애같은 느낌이랄까.


나래는 내 손을 꼬옥 붙잡고 절대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아보였다.


"호진오빠. 여기 웬지 재미있을것 같아."


나래가 가리킨 교실에는 '문예부'라고 써있었다. 밖에서 얼핏 보니까 문예부에서 일일카페를 하는 듯 하다. 문예부의 일일카페라. 글 같은거랑은 거리가 먼 나지만, 일단 한번 구경이나 해 볼까.


"반갑습니다, 문예부입니다."


문예부의 학생들이 우리 셋을 맞이해줬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학교 책상과 걸상으로 만든 간이 테이블에 몇몇 학생들이 홍차랑 크래커를 주문하고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일일카페의 장식...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야. 화려하지 않지만, 분명히 내가 아는 누군가가 수공예품을 이런 식으로 만들었었지 아마.


그리고,


"어서오세요. 주문을.. 호진아?"


그 '내가 아는 누군가'가 전혀 의외의 복장으로 있었던 것이다. 하필이면 나래랑 같이 있을 때에 이렇게 있다니. 게다가.. 지금 입고 있는 옷, 내가 잘못본 것이 아니라면, 분명히.


'메이드복'인데.. 수영이가 지금 이런 옷을 왜 입고 있는거야.


"어, 수영이가 문예부였어?"
"응.. 내가 호진이한테 얘기 안했었구나."
"그런데.. 그 옷은 뭐야?"
"카페 준비하고 있을 때 부원 중 하나가, 이런 옷을 입고 서빙해야 많이 온다는거야. 그래서.. 거의 만장일치로 내가 이거 하게 되었어. 어, 나래도 왔네?"
"안녕하세요, 수영언니?"


나래랑 수영이 둘이 서로 웃으면서 인사했긴 하지만, 뭔가 무서워. 둘다 따로따로 있을때는 그냥 좋은 애들인데 둘이 만나기만 하면 눈에서는 스파크가 튀는 것 같고 주위에는 싸늘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아.


옆에서 다솜이가 나한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호진오빠도.. 스파크같은거 느꼈어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뭔가 분위기를 좀 전환시켜야겠다.


"그런데.. 이 장식들.. 수영이가 만든거야?"
"응.. 나도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한번 만들어봤는데.."
"잘 어울려, 수영아."
"고마워.. 호진아. 차라도 좀 타줄까?"
"응."


수영이한테 고맙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래의 표정이 안좋아보였다. 나래가 같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수영이가 홍차를 끓이려고 준비를 하자, 문예부원들이 말렸다.


"수영아.. 제발 홍차 직접 타는 것은 참아줘."
"그래도.. 호진이가 왔는데 호진이한테 타주고 싶어서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게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도대체 여기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는 말이 왜 나온거지. 뭔가 심하게 예감이 안좋다.


수영이가 차를 타고 있을 때, 문예부 일일카페에 누군가 또 들어왔다. 월곡중 교복을 입은 남자애랑 여자애네. 내가 중학교에 다녔을 때 저런 애들은 본 기억이 없었는데..


"문서연, 여긴 왜 들어와. 문예부같은건 관심 없는데."
"주윤민 너도 가끔 이런데도 구경해보고 그래야지."


가만.. 문서연, 주윤민, 분명 어디서 한번 들어본적이 있었던 이름이다. 그때 분명히 수영이랑 프레이아 콘서트 가는 길에..


'네, 문서연씨의 사연과 함께 신청곡인 헬로윈의 A Tale That Wasn't Right 틀어드렸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을 그냥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는거, 그러고보면 참 답답한 일이죠. 그 주윤민이라는 분도 서연씨의 마음을 언젠가는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런 내용이 들렸었지. 그 방송의 주인공이 쟤네들이란 말인가. 그런데 쟤네 커플로는 보이지 않고 그냥 친구사이로만 보이는데. 그런데.. 저 주윤민이라는 녀석. 뭔가 이상한 느낌이다. 분명히 지나가는 중학생 A같아보이는데, 저 녀석한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느낌은 뭘까. 이런걸 '오라'라고 부르는 걸까.


"호진오빠."
"응?"
"나래.. 저기 있는 애들 처음 봤는데.. 이상하게 저 남자애.. 뭔가 호진오빠같아."


뭐야. 전혀 나하고 안닮아보이는데 나같다니. 그게 무슨 얘기일까.


이러는 사이에 수영이가 홍차를 어느샌가 타 왔다.


"홍차 타왔어, 호진아."
"고마워. 잘 먹을께."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은 나래를 옆에 두고 수영이가 타온 홍차를 한모금 입에 댔는데..


...


방금전 왜 다른 문예부원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말을 했는지를 알 것 같다.


전에 수영이네 집에서 수영이가 직접 만들었다는 수제잼에서도 느꼈지만.. 수영이는 확실히 뭔가 '미각'이라는게 다른 사람들하고는 엇나간것 같다. 다른 손재주는 좋은데 이런것만은 잘 못하는것 같으니까.


카카오 99%? 저리 치우라고 그래. 이건 카카오 99%보다 더해. 나 이호진. 홍차가 이런 맛을 낼 수도 있다는걸 처음 알게 되었다.


"호진아.. 어때, 별로 맛 없었지?"
"아..냐. 수영이가 타준건데. 맛이 없을리가.."
"고마워. 한잔 더 타줄까?"
"아냐.. 괜찮아."


말은 이렇게 했지만, 수영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이걸 또 마시기는 싫다.


수영이한테 살짝 작별인사를 하고, 옆에 YMCA라고 써진 곳에 들어갔다. YMCA가 뭔가 하니 Yooil Manhwa Club Association. 즉 만화부였다. 도대체 네이밍 센스가 어떻게 된거야 이동네.


여기같으면 분명히 내가 잘 아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을 것이 뻔한데. 한번 들어가볼까.


다행히도 반갑지 않은 손님은 없다. 만화부원들이 그린 각종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만화부에서 회지도 팔고 있었다.


"저희 만화부원들이 작업한 회지랍니다."


나래가 사고싶다고 졸라서 한권 사서, 나랑 나래랑 다솜이랑 같이 페이지를 넘겨봤다.


뭐 무난하고 괜찮네. 딱히 특징이 있다고는 할 수가 없지만, 오히려 이런게 더 매력이 있는 모습이랄까.


그런데, 실컷 보고 있던 중 그림체가 바뀌어버린 어떤 페이지를 보면서 각혈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을 잘 그린건 좋지만, 도대체 이거 뭐냐구. 만화 안에서 사내자식들이 지금 뭐하는 짓이냐구.


"호진오빠, 왜 그래?"
"...아냐, 아무것도."


하긴 여자애들이 이런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그림을 그릴만한 인물은 분명히 내가 아는 사람중에 한사람밖에 없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은 어느샌가 이 만화부 교실로 들어와 있었다.


작은 키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초록색 긴머리 가발, 옆이 트여있는 저 검은 옷에, 게다가 저 대파는 뭐냐. 게다가.. 저 대파에 쓰여있는 글씨,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히, '프리허그'라고 쓰여있다. 쟤, 도대체 뭔짓한거야.


"와, 호진이다!"
"이봐. 유아름. 도대체 뭔짓한거야. 이것도 코스프레야?"
"응. 딱 보면 코스프레라는게 보이잖아."


옆에서 나래가 또다시 약간 찡그린 표정으로 물어봤다.


"호진오빠, 이 언니는 또 누구야?"
"아, 얘는 유아름이라는 앤데, 매사에 도움이 하나도 안되는 애야. 아까 만화에서 그 남자랑 남자랑 하는거 그린 애."


내 말을 듣자마자 나래가 한숨을 쉬고 있는데, 이게 '안도의 한숨' 처럼 보이는 것은 도대체 뭘까.


"코스프레 한 건 좋은데, 도대체 그 대파는 뭐냐."
"아, 이거 진짜 대파 아니야. 그냥 막대기를 파 모양으로 해봤어, 하츠네 미쿠한테 파가 없으면 안되어서."
"하츠네 미쿠는 도대체 또 뭐냐."


그러자 옆에서 다솜이가 뭔가 안다는듯 조용히 말했다.


"하츠네 미쿠.. 혹시, 그 컴퓨터로 인공음성을 내는 프로그램.. 아니예요?"


그런데 인공음성하고 그 모습하고 무슨 관계가 있냐구.


"그거 맞아. 요새 인터넷에서 그게 꽤 뜨고 있어서 한번 코스프레를 해봤어. 몇몇 남자애들 정말 좋아 죽으려고 하더라. 그 애들 앞에서 한번 노래도 불러줬지."
"그런데 그 프리허그라는거, 그건 또 왜 하는거냐."
"재미있잖아."


...도대체 아름양 당신이 생각하는 '재미'라는게 뭐냐구요.


"한번 노래 불러줄까?"
"뭐.. 그래. 밑져야 본전이니까 한번 들어보자."
"얍짭쨔아 리비달리델라바 릭산델라델란도~♬"


잠깐.


이거 분명히 인터넷에서 전에 봤었던 플래쉬에 나왔던 노래인데.
그 플래쉬에서 분명히 어떤 여자애가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파를 돌리지 않았던가. 설마 여기에서?


"이봐. 유아름. 노래 잘부르는건 알겠는데, 도대체 그 노래랑 그 캐릭터랑 무슨 관계가 있는거냐."
"하츠네 미쿠한테 이 노래를 시킨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꽤 떴어."


그런거였나. 한번 집에가서 검색해봐야겠군. 아까 회지에서 그 장면은 짚고 넘어가야겠지.


"그런데 여기 회지에 이거 도대체 뭐냐. 남자랑 남자랑 이게 말이 되냐."
"왜, 재미있잖아? BL 좋아하는 애들 꽤 많던데. 여자애들 중에서."


왜 나이드신 분들이 이 세상을 '말세'라고 하는지 알겠다.


"노래 딴거 하나 더 불러도 돼?"
"맘대로."


이미 포기했다. 얘 입에서 어떤 노래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미쿠미쿠니 시떼아게루~(미쿠미쿠하게 해줄께)♬"


...어이. 나 일본어같은거 모른다니까. 도대체 이건 어디 나오는 노래야.


"인터넷에 올라온 하츠네 미쿠의 주제가라고 누가 작곡한거더라. 노래가 꽤 마음에 들어서 한번 불러보고 싶어서. 아차, 호진이 만난 김에, 한번 호진이도 안아줄까?"
"...어이. 제발 그것만은 참아줘."


지금 내 옆에는 나래가 있다. 그렇지않아도 나래가 희연이나 수영이를 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지는데, 전혀 모르는 여자애가 나를 안는건 또 어떻게 생각할지 안봐도 DVD 아닐까.


"에이. 그러면 호진이 말고, 같이 온 여자분들 한번 안아드릴까요? 프리허그니까요!"
"...네."


나래랑 다솜이는 다소 무표정한 모습으로 아름이한테 안겼다.


이런 만화부에서의 일련의 소동이 끝나고 난 뒤에, 만화부를 나왔는데.


"호진오빠. 아까 그 아름이라는 언니.. 정말 고등학생 맞아?"
"맞아. 그런데 왜?"
"..아냐. 나래보다도 어려보여서.. 그리고, 엄청 귀여워서. 나보다 동생이었다면 좋았을것 같은데.."


이봐. 그런 것을 보고 '낚였다'라고 하는거다. 아름이랑 몇일 지내보면 그런 말 죽어도 안나올걸.


복도에서 나와보니, 영어회화부에서 영어연극을 상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관람료를 1000원 받네. 도대체 지금까지 내가 축제에서만 돈을 얼마나 쓴거냐.


그래도 한번 봐볼까.


...흥부전 영어버전을 하는건 좋은데, 저기에서 '제비' 역할을 맡고 있는녀석 어디서 분명히 많이 봤다.


수환군. 희연이를 그렇게 차지하고싶어하더니 결국 여기에서 이렇게 망가지는겁니까. 게다가 제비도 날아다니는 제비가 아니라 제비족으로 각색해버렸네.


옆에서 나래랑 다솜이는 정말 웃겨 죽으려고 하네.


그밖에 다른 부에서 하는 것들도 하나하나 봤는데, 딱히 기억에 남는것은 안보였다. 그런데 희연이가 무슨 부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여태 안나왔네.


이렇게 있는 사이에 벌써 시간이 3시에 가까워졌다. 컴퓨터부에서 게임대회를 할 시간이지.


우선 스트리트 파이터 3 써드 스트라이크.


에이 모르겠다.. 싶어서 류를 골랐는데, 상대편이 고른 캐릭터. 마코토.. 내가 못보던 캐릭터군. 그런데?


...


그야말로 '발렸다'. 장풍만 갔다 되는건 아니구나. 블로킹이라는게 이렇게 무서운 시스템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 마코토라는 애로 왜이렇게 콤보를 많이 쓰는거야 상대편.


그 다음에 뿌요뿌요 SUN.


뭐 뿌요뿌요 그까이꺼 연쇄연습 많이 하면 되니까. 2연쇄 3연쇄로 첫 상대는 그냥 끝냈는데..


두번째 상대.


...


역시 '발렸다'. 상대편이 별 공격도 안하고 있어서 그냥 봐주면서 했는데, 설마 11연쇄를 준비하고 있는것을 생각이나 했겠는가. 정말 이만큼의 '굴욕'은 없을거다.


마지막으로 프로기어의 폭풍. 이건 대전이 아니라 스코어 어택이라서 그냥 무난히 해야지.


그런데..


...이거 왜이렇게 총알이 많이 날아와. 내가 평소에 하던 1945-2같은 게임하고는 차원이 다르잖아.


...1스테이지 보스에서 그냥 죽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아까전에 참가신청을 한 다솜이가 하는 모습을 보니까... 완전히 펄펄 날고 있었다. 뭔가 말없이 조용한 애인것같았는데 이렇게 게임을 잘 하는 애였단 말야? 뒤에서 보고 있었던 사람들도 그냥 넋놓고 다솜이가 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게다가, FINAL STAGE까지 깼어..


저게 인간이냐구요 도대체. 게다가 여자애가 이런 게임을 잘한다니.. 뭐 희연이가 EZ2DJ를 잘하는 것은 많이 봐서 익숙해졌지만, 설마 이런 게임까지 여자애가 잘 할 줄이야.


정말..


세상은 넓구나.


그리고, 이런 애가 나래의 친구였단 말이지..


"나래야. 얘 원래 이런거 잘하는 애야?"
"응. 다솜이가.. 평소에는 조용한데 게임기나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애가 완전히 달라져."


그런 이유로 프로기어의 폭풍 우승자는 정다솜. 물론 다른 두 게임도 나름대로 우승자가 나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왜 희연이를 한번도 못봤을까. 신기하다. 희연이도 클럽활동 하던게 있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활동이기에.


마지막으로 학교 강당에서 밴드부 공연하는거 한번 봐야지. 오오. 내가 가니까 마침 시작한듯, 뭔가 연주하고 있네. 이게 캐논변주곡 락버전이었던가.


유일고 밴드 LOUD. Load Our Upper Destiny라는 좀 이상한 약자이긴 하지만, 여기서 연주하는 것들이 뭔가 유명한듯 전부터 다른 학교에서도 많이 보러 온다고 했다.


짤막하게 연주한 캐논 변주곡 락버전 반주가 끝나고 나서, 밴드부 멤버들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유일고의 LOUD입니다!"
"와!!!!!"


한 학교밴드가 이렇게 커다란 환호성을 들을 줄이야.


"저희,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다음 곡, TV에서 많이 들으셨을 것 같은 곡으로 하나 띄워드립니다."


이런 멘트가 나가고 나서 그 다음에 부른 곡.


"Won't you marry me if I could be a rich boy~♬"


이거 분명 어떤 광고에서 나왔던 Ellegarden의 Marry Me였지.


그리고 Marry Me가 끝나고 나서 기타를 잡고 있는 밴드부의 리더인듯한 사람이 뭔가 또다시 멘트를 날렸다.


"여러분, 이것은 맛보기였고요, 지금부터 진짜를 보여드립니다.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아까전 Marry Me도 못하는건 아니었던데, 도대체 진짜라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


그러는 순간 조명은 전부 꺼져서 완전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들리는 피아노소리.. 아까전 캐논변주곡하고 Marry Me 연주할때는 이런건 없었는데. 그리고 지금 들리는 노래.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노래였다.


분명히 드럼매니아에 있었던 꽤 어려운 노래, Timepiece Piece II잖아. 학교밴드가 도대체 이런 곡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게다가 피아노음이 현란하게 들리면서 키보드를 연주하는 사람 쪽으로도 조명이 비췄는데..


......


희연아. 너 여태 거기있었어? 리듬게임 잘하는 것은 알았는데, 설마 키보드까지 칠 줄이야.


이 연주가 끝나고, 그 다음에 들린 노래. 아까전 인트로처럼 키보드가 화려한 노래는 아니지만 키보드가 확실히 분위기를 살려주는 노래인데, 이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Ooh~ she's a little runaway~ Daddy's girl learned fast all those things he couldn't say~♬"


내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혜림이가 노래 잘부르는건 알겠는데 언제 밴드부 보컬까지 된거냐. 게다가 이 Runaway라는 노래 원래 남자노래였다구.


관객들 환호성은 정말 죽여주는구나. 학교 밴드에 이런 여성보컬, 게다가 키보드까지 갖추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하냐구요.


그밖에도 Show Business, 슈퍼에 갔어, 마이러버, Peace & Rock'n Roll 등이 나오다가, 마지막으로 프레이아의 GLIDE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물론 중간에 학생들이 'FT의 사랑앓이요!' 를 외치긴 했지만, LOUD의 리더가 '저희 그런 밴드같지도 않은 애들 노래 안 키워요' 라고 말해서 묵살되어버렸지.


나..


학교밴드라는 것, 다시 봐야 할것같다. 정말 혜림이가 밴드부 보컬이었다는건 그렇다 쳐도, 학교밴드에서 이렇게까지 연주를 할 줄, 누가 알았겠어?


물론 옆에 있었던 나래는 희연이를 보고 별로 기분이 좋았을리가 없었지만, 그래도 나래도 희연이의 연주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란 모양이다.


그렇게, 엄청난 것들을 보고 느껴버린 학교 축제는 막을 내렸다.


나중에 민애선배한테 여쭤보니까 작년에도 학교 축제 분위기가 이렇게 엄청났다더라.


그리고 희연이는 밴드부 정식 부원은 아니고, 그냥 객원으로 꼈다고 하던데, 날 봤는지 공연에 와줘서 고맙다고 했었고.


- THE END -


주1. MAME : Multiple Arcade Machine Emulator. 오락실에 있었던 게임들의 하드웨어를 PC상에서 프로그래밍으로 비슷하게 구현함으로서 오락실 게임들을 PC에서 돌릴 수 있게 하는 에뮬레이터. 한때 게임제작사들이 이것을 싫어했지만 요새는 게임 제작사들도 과거의 자사 게임들을 모은 패키지셋에 이것을 사용하고 있다.


네. 유일고의 학교축제 '유일제'.. 등장인물들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써봤는데, 의도와는 달리 그렇게 잘 쓰진 못해서 많이 안타깝습니다. 역시 제 글재주가 부족했던 것이지요.


참고로 밴드에서 연주한 곡은


임정현 - Canon 락버전
Ellegarden - Marry Me
드럼매니아 10th - Timepiece Phase II
Cymbals - Show Business
리리밴드 - 슈퍼에 갔어
윤하 - 마이러버
체리필터 - Peace & Rock'n Roll


그리고 본편 C분기에 나왔던 프레이아의 GLIDE


이렇게 연주를 했죠. 수환군이 영어회화부에서 흥부전 영어버전을 한 것은 실제로 제가 고등학교에 다녔을 때 저런걸 했죠.


이런 엄청난 소녀들한테 둘러쌓였던 호진군. 가끔 제가 생각해도 부러운건지 불쌍한지 모르겠습니다. 호진군과는 달리 저 리타니아는 이미 25살이 되어서 마법사가 되어버렸죠.


참고로 중간에 나왔던 정다솜양이랑 주윤민군, 문서연양은 속편을 혹시 쓰게 된다면 그쪽에 등장시켜보려고 설정했던 애들인데, 일단 미리 꺼내봤습니다(?)


- 차회예고(?) -


뭐?


희연아. 정말이야?


나 잘못 들은건 아니겠지?


내가 싫다고?


뭐??


나래도, 지금까지 나같은 애랑 알고 지냈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뭐???


수영이.. 나같은 애한테 이렇게 실망한 적이 없었다고?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여자애들이 왜 이렇게 확 돌아서버린거야.


- Coming S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