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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R.U.N

2007.07.01 07:39

책벌레공상가 조회 수:2200 추천:2

extra_vars1 그는 달린다 
extra_vars2 Prolog 
extra_vars3 1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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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철.


 


그는 나랑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녀석이다.


 


 


그 동안 그 녀석과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같은 교실에서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등교길을 걷고 같이 식당에서 급식을 먹었지만 그를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였다.


 


솔직히 말해서, 난 같은 또래의 남자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편이다. 내가 아는 몇몇 녀석은 어린것이 벌써부터 애인을 사귄다고 그러는것 같은데 난 그런 것엔 흥미가 없다.


난 공부는 좀 못하는 편이고, 공부라면 쥐약이라서 공부를 잘해서 대학을 가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대에 진학을 하려는 생각이다. 하지만 난 축구라던가 농구라던가 그런 구기 종목 같은 스포츠는 잘 할 줄 모르고, 할 줄 아는 운동이라면 그저 무턱대고 달리는 것 밖에 없다. 남는게 체력이니까, 다른건 못해도 달리기라도 좀 잘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나는 학기초 부터 육상부에 들어가서 죽어라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력이 전혀 늘지 않고 있다. 죽어라 달려도 저 멀리서 여유있게 달리는 선두권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나를 보고 있으면 좌절과 한숨의 연속이다. 몸은 지치고 마음도 지치고 이러다 죽겠다.


달리기도 빠르지도 못한 녀석이 육상부를 하겠다고 나선것 부터가 잘못된 것일까. 점점 나의 선택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나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서서히 엄습해 왔다.


 


그러던 차에, 그를 알게 되었다.


 


그날도 지루하고 나른한 오후 수업 시간.


운동장이 바로 보이는 1층 교실의 햇살이 잘 비치는 창가쪽 자리에서 어차피 공부 쪽으로는 포기를 한 몸이라서 선생님의 수업 같은건 한쪽 귀로 흘려 듣고, 머리 속에는 온갖 걱정과 잡념으로 가득찬 상태에서 그저 멍하니 학교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그때였다.


운동장 한쪽 너머에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한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은 운동장을 가로 지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점심 시간에 몰래 학교에서 나가서 근처 매점에서 떡볶이라도 사먹고 들어오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헐레벌떡 교실로 뛰어 들어가는 개념없는 날라리들이 황급히 운동장을 가로 질러서 학교로 필사적으로 들어가려는 건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그런 것 과는 달랐다.


그는 운동장을 가로지르더니 즉각 방향을 300도 정도로 홱 꺾어서 학교 화단쪽 보도블럭을 가로질러 바로 내가 앉은 자리의 유리창 반대편으로 스윽 지나쳤다.


순간 그의 표정을 보았다.


그는 전혀 황급하다거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표정이 절대 아니였다. 또한 무언가를 앞질러야 한다던가 시간안에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는 강박감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녀석은 그저 달리고 있을 뿐이였다.


 


아마도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는 녀석은 아니였을까.


아무튼 지금 와서 말하지만, 그 녀석은 정말 별난 녀석이다.


 


그는,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모든 것을 달리는 것으로 해결하는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