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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무협 마선강림

2007.02.23 01:45

영웅왕-룬- 조회 수:3736 추천:2

extra_vars1 序~第一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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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奇岩怪石)이 발에 차이는 돌보다 많은 곳. 신강(新疆)의 십만대산과 함께 있는 산맥들의 한 동굴안으로 누구가가 은밀하게 들어갔다. 혈포를 입은 그가 들어가서 얼키설키 덩굴처럼 얽힌 동굴 지리를 뚫고 중심부까지 잠입하자 그제서야 중심부에 있는 피로 칠해진 석상에 가서 무릎을 꿇고 오체투지 하며 말했다.



"부교주가 교주를 뵈옵니다!"



그가 인사한 곳에는 혈석상이 눈을 부릅뜨고 아수라(阿修羅)처럼 존재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혈석상 아래의 단상에 걸터앉은 혈포인은 흉흉한 붉은 눈으로 엎드린 부교주를 향해 말했다.



"목표물은?"


"생포했습니다."


"진행율은?'


"현재 4할 정도 진행했습니다."


"계획 변동은?"


"없습니다."


"걸림돌은?"


"아직 없습니다."


"아직이 아니다. 반드시 없게 해라. 방해가 된다면 무슨수를 써서라도 없애라."


"알겠습니다."


"후우, 좋아. 수고 했다. 일단 은밀하게 대려오고 있긴 하지만……내가 최강의 힘을 손에 넣는 그날. 무림. 너희는 개먹이가 되어 멸망이라는 개가 먹어치울 것이다."



교주라 불린 사내는 후후 하고 웃으면서 부교주를 바라보았다. 순간 마치 허공섭물(虛空攝物) 처럼 부교주의 몸이 가볍게 떠올랐다. 교주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떠올랐다.



"왜 보고가 늦었나 했더니 상태확인 하느라 그랬군?"


"옙."



잠시 부교주를 바라보던 교주는 그를 놓아주며 말했다.



"어쨌든 우리 혈교의 일은 비밀 유지가 최우선이다. 그어떤놈에게도 정보 발설은 용납할 수 없다. 오로지 정보 발설권을 갖는 자는 너와 나뿐. 명심하도록 해라."


"존명!"



부교주가 물러가자, 교주는 왼손은 이마에 짚고 오른손은 의자에 앉아 애꿎은 턱걸이만 두들기고 있었다.



'방해가 될만한 건 누굴까? 일단 3황5제 자체만 제외하고도……무림 자체가 적이구먼. 그렇다면, 특정적으로 강하게 반항할 녀석들은 누굴까. 검선과 마선? 그 노괴물들이 나타나면 틀어질 수도 있지만 강행하면 되. 그 뒤에 3황5제 따위는 알 바 아니고. 마교의 원로원? 풋내기들이야. 조정의 녀석들? 국가를 상대하는 건 좀 힘들겠지만, 황제만 세뇌시키면 간단할 거고.'



그는 마침내 이 계획이 완벽한데다 빈틈도 없고 설사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채우고도 남는 힘이 있음을 느꼈다. 절대적인 힘. 그것을 조종하는 쾌감! 얼마만에 느껴보는 건가? 혈교가 멸문지화(滅門之禍) 직전까지 갔을 때와는 정반대다.



'기다려라 무림. 혈교의 피를 부르는 복수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깨닫게 해주마.'



그의 입가에 어느샌가 깊게 비릿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무림맹에서 당화련이 전서구를 보낸지 수일 만에 대부분의 전서구 인물들이 모였다. 예상하면서 안오던 인물들은 안왔고, 오던 인물들은 모조리 왔다. 화려한 사치의 장에서 무림맹주가 화려한 의복을 입고 특단에 올라갔다. 그러자 모든 시선이 맹주를 향해 쏟아졌다. 그 시선이 잠시 부담스러운지 성학도는 헛기침을 몇번 하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에! 여러분을 모은것은 이렇게 놀고 먹고 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그 의견에 모두들 수긍했다.



"사실 여기에는 3황 5제에 1황에다가 4제까지 있으니, 대단한 거지요. 그럼 왜 여러분을 불렀을까요?"



그들도 그 이유를 모르니까 답답했다. 여기있는 자들은 장차 정파 무림을 좌지우지 할 힘을 지닌 자들 뿐이었으니까. 불러놓고 질문하는 놈의 심보란 무엇일까? 지금 그들은 공통된 의견을 생각 중이었다.



"마선의 제자 혹은 검선의 제자가 나타난 다는 통보가 있었습니다."



술렁거릴 기미가 보이던 장내의 중인들은 잠시 침묵했다.



"마교가 다시 움직입니다."



이번에는 또다른 의미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 침묵에도 아랑곳 않고 성학도는 계속해서 안좋은 소식만 전했다. 요즘 이상하게 기척없는 납치사건 이라든가. 마교의 일이라고 단정하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교가 고르던 때하고는 다른 수법.



"아니, 어쩌면 마교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마교와 비슷한 방식으로 죄를 덮어씌우고 그 틈을 이용하여 부강해지는 세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림은 의외로 음모가 많다. 그런일이야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불가능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장내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다 등골이 오싹한 소름이 끼쳤다. 한가하게 술을 마시고 가무를 즐기며 사교의 장을 펼 여유따윈 없는 것이다. 취기도 날려버릴 정보였다.



"무수사가 그들의 행적에 대해 조사하니 금방 밝혀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 건에 관해선 다시 말씀드리죠. 어차피 가벼운 이야기니까요."



그런게 가벼운 이야기라니 본론은 무엇일까? 사람들의 얼굴의 주름도가 한층 높아졌다.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여러분이 요번에 예성교 입학생을 위해서 참가해야 하는데 같이 가실 분?"



콰당하는 소리와 누군가 넘어졌다. 무림의 명숙 중 하나였다. 당연히 무림의 유명한 명숙이 그런 행동을 보였으니 우스웠을 만 했는지 그소리에 모두들 박장대소 했다. 아까전의 딱딱한 대화에선 찾아볼 수 없는 부드러운 리듬이었다.



"허허~왜그러시오? 아, 쑥쓰러우신가 보군요. 그래도 같이 가주십시오. 피곤합니다."



맹주의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지금까지 웃던 자들은 표정을 싹 지웠다. 그러자 편안하지 많은 않은 서로를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예성교의 입학식은 족히 반나절은 걸린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같이 가드리지요."



맨 먼저 그와 같은 3황5제 중 4제들이 참석했다. 사실 그들이야 안가면 성학도에게 맞아 죽을 껄 염려했지만 무림의 명숙들은 달랐다. 같은 자리라도 3황5제 중 4제에 1황이라면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꼭 가야만 할 정도의 가치가 있다. 판단이 내리자 장로들이 줄을 이어서 같이 참석하겠다고 안간힘을 썼다.



"허헛! 좋소, 다 같이 가서 이번 신입생 들에게 자부심을 높여줍시다."


"맹주님 만세!"



그날 밤 무림맹에는 모처럼 보기 힘든 함박꽃이 물들어갔다.




허름한 객잔 안에는 파리만이 날리고 있었다. 싸구려 나무로 된 탁자와 의자들 그리고 순박하게 생긴 노련한 점소이와 주인장은 한숨을 쉬면서 객점 상태를 살폈다.



'그만둘까?'



점소이는 벌써 몇칠째 계속되는 손님가뭄에 최근 이런 생각까지 할 정도로 한계에 몰렸다. 이러다가 자칫 잘못하면 주인장이 돈 갖고 튈 수도 있었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점소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 였다. 약 6척에 조금 못미치는 키를 지닌 흑의경장에 복면까지 쓰고 찢어진 망토를 두른 사나이가 흑요석 같은 눈을 반짝이며 들어왔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싸늘함이 담겨있어서 노련한 점소이도 순간 말을 못붙일 정도였다.



"아……손...손님!어서오십시오. 저희 객잔에 잘 오셨습니다. 무엇을 드릴깝쇼?"



몇칠만의 손님이라 어깨춤이라도 들썩들썩 흥겨운 가락에 맞춰 추고 싶은 심정에 점소이의 얼굴에는 이미 함박웃음이 피어나 있었다.



"죽엽청 세병과 오리탕 한그릇."



무림인이 가볍게 시킬만한 식사 주문이었다. 게다가 점소이는 이미 상대의 허리춤에 매어져 있는 검을 보고 그가 무림인이라고 추측 한 지 오래였다.



"순식간에 해드리지요. 주방장님! 오리탕 한그릇과 죽엽청 세병!"



부엌쪽을 향해 점소이가 큰 소리친 후 방실방실 웃으며 계산대 쪽으로 가려고 할 때 손님이 불러세웠다.



"잠시만. 정보 좀 얻을 수 있을까?"



점소이는 정보라는 말에 솔깃했다. 잘하면 철전 정도는 만져 볼 수 있겠단 생각에 뒤돌아서서 무엇이든지 물어보라는 태도를 취했다. 그 비굴한 모습에 손님은 피식 웃더니 궁금한 걸 묻기 시작했다.



"옷가게는 어디있고, 다음 마을로 가는 길은 어디며, 예성교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옷가게는 정면으로 십리쯤 가면 있으며, 다음 마을은 옷가게를 지나쳐 왼쪽으로 오리 쯤에 있습니다. 그런데 예성교는 뭡니까?"



두가지에 답변하고 한가지에 대해 물음표를 띄운 그를 보며 손님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런 사천 시골에 처박힌 점소이 따위가 신강에 있는 예성교를 알리가 없다. 의심할 필요는 없겠지.'



곧이어 그는 철전 한개를 튕겨주며 주방장으로 추측되는 자가 들고나온 죽엽청 세병과 오리탕 한그릇을 게눈 감추듯 먹어댔다. 정말로 그는 배가 고팠다. 아마 일주일째 아무것도 안먹은 것이리라. 하긴 그의 경지로 보자면 배고프지는 않겠지만 입맛이 가뭄이었을 것이다.



"벽곡단 따위보단 훨~씬 낫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음식값을 지불하고 순식간에 경공을 발휘해 단 몇걸음 만에 옷가게에 당도했다. 비단으로 옷을 쫙 빼입은 실눈의 주인이 기분좋은 웃음으로 그를 환영했다.



"어서오십시오 손님~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는 꼬질꼬질한 흑의경장 대신 쓸만한 흑의경장과 야행복. 그리고 흑색망토와 복면을 새롭게 요구했다. 가장비싼걸로. 그러자 주인장의 얼굴에 땡잡았단 표정이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대신에 곧바로 진열되있는 망토와 옷중에 최고로 비싼 좋은 재질의 야행복과 망토 그리고 흑의무복을 하나씩 구해왔다.



"복면은 일각(一刻:약 14분 24초. 일다경과 같음.) 정도 기다리셔야 되는데, 어떻게 해드릴까요?"


"최대한 빨리."


"알겠습니다."



그 길로 주인이 신나게 복면 한장을 챙겨 작업실로 달려가자 그는 그제서야 복면을 벗었다. 그리고 새롭게 구한 옷을 입기 위해서 옷을 벗었다. 쫙 빠진 늘씬한 몸매와 함께 하얀 피부의 잡티하나 없는 흑발 단발에 잘생긴 미공자의 얼굴이 흑발과 함께 잘어울렸다. 그는 순식간에 다시 옷을 입고는 전에 입고 있던 것들을 삼매진화로 가볍게 태워버렸다. 그 뒤 일각 정도 후 주인장이 흑색의 척 보기에도 겁나게 좋아 보이는 재질의 복면을 들고 왔다.



"다 합해서 황금 한냥 되겠습니다."



황금 한냥! 한달에 한 식구가 은전 4냥만 있어도 그럭저럭 아끼면 먹고 사는 것을 가만할때 엄청난 가격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 가격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다. 자신이 감정해본바 이 옷은 먼지도 잘 안묻고 신축성에 질기며 고풍스러운 흑색의 멋을 잘 살린데다가 방수도 되는 장점이 많은 질감으로 만들었다. 비단 조금 섞고 만든 옷따위가 아닌 진품이었다.



"여'뀾?"



미공자의 멋에 잠시 넋을 놓고 있던 주인은 흑월영이 던진 유유한 포물선을 그리며 제 눈알로 날아오는 황금한냥을 보고 입이 찢어지도록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또 들려주세요!"



물론 그가 또 들릴 일은 없을 것이다. 옷가게 밖으로 나온 그는 한숨을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겨우 사천(四川). 그것도 엄청난 시골자락! 이런데서 신강까지 갈려면 꽤나 귀찮은데.'



자신의 사부가 남긴 유언이지만 들어주려니 자신이 하는 짓거리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는 그였다.



'하필이면 예성교에 검선 제자가 틀림없이 나타날테니 가서 검선 콧대 좀 꺽으라고? 하아..그냥 절세미녀 하나 구해다가 알콩달콩 살려고 했는데.'



이런 불평불만을 품었지만 내심 검선의 제자라는 녀석이 어느정도의 실력인지 궁금했다. 물론 마선이 그런 것까지 예측 할 수는 없었지만, 검선이 50년 후 자신의 제자가 예성교에 입학 할 것이라고 했기에 막연한 추측으로 그런 것 뿐이었다. 그 내용을 모른 흑월영은 심심하기도 해서 가는 것이라고 보는 게 옳았다.



'뭐, 그거라도 위로삼을까?'



폭폭 내쉬던 한숨을 거두고 순식간에 신강방향을 향해 몸을 날린 바람과도 같은 사람. 그가 바로 마선의 제자였던 지금은 2대 마선이 된 흑월영이었다.



흑월영이 마을에 들어선건 반각의 반각도 채 안된 시간이었다. 이른바 촌각을 백으로 쪼갰다고나 할까? 그는 항상 경공이나 경신술을 펼칠 때면 전력을 다한다. 적당히 하다가는 당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대나무 처럼 쫙쫙 쪼개진 촌각 사이에 당도한 흑월영은 황폐한 마을에 대충 알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육포를 파는 잡상인에게 가서 여러가지 육포를 종류별로 한꺼번에 구입한 뒤 물과 함께 가락지 야광주 하나를 챙겼다. 어떻게 이런 시골자락에 가락지 야광주가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지만.



"안녕히…얼라?"



잡상인은 계산을 하며 인사하는 도중 갑자기 분 모래바람에 황급히 코와 입을 가리며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이미 손님은 돈을 자신의 손에 지불하고 사라진 모양이었다. 허리춤에 검이 채어져 있던 걸로 보아 무림인인듯 했다.



"이…이것이 말로만 듣던 무림인과 경공이란 것인가!"



잡상인이 적잖게 놀라고 있었다. 인간이 어떻게 순간이동과 같은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으니 그럴만도 했다. 이미 흑월영은 전속력으로 경공을 전개하며 신강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었다. 한발 나뭇가지에 놓였나 싶더니 이내 저 멀리 앞에 신형을 착지시키는 모습은 가히 순간이동에 비유할만 했다. 경공에 독보적이라고 하는 예성교의 부학관주도 따라올 수 없을 듯한 몸놀림이이었다.



"귀찮아!"



내공도 많이 소모하긴 하지만 대신에 하루만에 만리장성의 삼분의 일을 관통할 수 있는 그였다. 그렇게 죽자고 달렸으니 사천의 여러 문파가 안보일 리 없었다. 저멀리 서서히 아미산(峨嵋山)의 광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흑월영이었다.



"오늘밤 이슬은 저쪽에서 때워볼까?"



그의 입술에 어느새 흐릿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파파팡-



길게 이어지던 경공의 파공음과 함께 조용히 아미파 문앞에서 약 30장 이상 떨어진 곳에 유유히 착지하고는 이내 소리의 주역 중 하나이던 망토를 몸에 착 하고 감은 채 주변을 훑었다. 다행히 다른 사람은 없는 듯 했다.



"하긴, 내 주변에 누가 소리없이 다가올 수 있다면 현경쯤이나 되는 놈이겠지."



하지만 흑월영은 마선과의 수련 중 은잠술 등을 배울때 이미 마선의 기척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곧장 배후를 치고 들어갈 수 도 있다는 뜻인데 은잠술(隱潛術) 등을 익힌 자들에게 그건 이미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는 여유롭게 흥겨운 가락에 맞춰 발을 구르며 산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헤멘 사람의 몰골 같은 표정연기를 하며 아미파 문앞에 당도했다. 그러자 백의경장을 입은 날씬한 몸매의 낭자 두명이 문지기인 듯 그를 가로막았다.



"예가 어디라고 남자가 오는냐!"



그 중 한명의 큰소리에 흑월영은 기가 팍 죽은 사람처럼 빌빌거리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제가 산에서 조난을 당했습니다. 어떻게 오늘 하룻밤만 묵어가지 못하겠습니까?"



그의 사정을 듣자 부처를 모시는 사람들로써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을 줄 알았는데 그녀들은 오히려 거지라며 검을 사정없이 허공에 휘둘렀다. 일종의 무력시위이자 위협용 경고였다.



"당장 꺼져라 여기는 아미파다!"



그녀들의 독설에 찬 말에 흑월영은 끝까지 뻐팅기려다 찔러들어오는 검에 기겁하며, 아니 정확힌 기겁하는 척 하며 검을 타고 흐르듯 살짝 몸을 비틀어 검극을 피하고는 검면을 손가락으로 퉁겼다.



"아앗!?"



검을 내지른 여인이 놀라며 일 장이나 하늘을 날아 땅에 간신히 착지했다. 이미 흑월영이 사전에 손속을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왜…왠놈이냐!"



또다른 여인이 그 모습에 흥분하며 검을 겨누었다.



"헉! 제…제가 그런 것이옵니까?"



그의 연기는 이미 훌륭함을 넘어서 극찬을 받을 정도였다. 여전히 빌빌 거리는 모습으로 하긴 순간의 움직임은 그녀들의 눈에 포착이 안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녀들은 여전히 빌빌거리는 그를 바라보며 한 순간 들었던 의혹이 바보같은 짓이었나 했지만, 그래도 이번엔 '협.공'이라는 것을 해왔다.



"어이구! 여스님들! 제발 살려주십시오. 사람살려~~"



흑월영은 목청껏 소리지르며 아미파의 녀석들이 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길 기대했다. 하지만 일반인처럼 보이기 위해서 내공을 안실어서 그런지 아무도 나오는 이가 없었다. 그 모습에 더욱 자신들의 모습을 본 그녀들은 흥분해서 그를 죽이려 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뒤탈 없으려면 살생밖에 없다.



"아미타불. 자, 이제 죽어라!"



그녀들이 불법을 외는 걸 보며 흑월영은 참지 못하고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얼어죽을'



생각과 행동이 함께 나갔다. 양쪽에서 들어오는 협공에 놀라 질겁한 것처럼 서있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천근추의 수법으로 땅바닥에 가라앉았다.



"꺄악!"


"끼악!"



각자 가지고 있는 가장 높은 고음을 끌어올리며 서로에게 겨눈 한치 앞의 검을 거두느라 그녀들은 요상스런 모양이 되선 서로 껴안고 말았다. 다행히 검은 그들의 손을 떠난 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아래에서 그녀들의 은밀한 부위에 머리를 끼인 흑월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키키킥 켁켁. 하이고 웃겨. 배꼽빠진다!"



그제서야 그녀들은 자신들의 그곳에 남정네의 머리가 끼어있다는 것을. 특히 뒤통수가 아닌 앞통수에 대인 여성은 아예 개거품을 물을 뻔했다.



"잘 놀았냐?"



흑월영이 일어나며 인피면구를 벗었다. 순진하게 생긴 빌빌거리는 이목구비는 온데 가고 그 안쪽에는 흑요석 같이 반짝이는 한쌍의 눈과 백옥같은 피부. 코아래는 복면에 감춰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꽤나 잘생긴 공자 일 것이다.



"오늘밤 이곳에서 이슬이나 피해 가려 하였는데 이거 원. 중생을 구해야 될 자들이 중생을 향해 검을 휘두르다니."



마지막으로 흑월영이 쯧쯧 하자 그녀들은 아마 무림의 노고수라고 확신 짓고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자, 그럼 잘먹고 잘살아라."



결정타다. 이렇게 되자 그녀들은 혹시나 자신들에게 문책이 떨어질까 재빨리 눈앞의 고수를 잡아챘다. 한쪽 팔에 한쪽 씩 미녀들이 들리었음에도 흑월영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아까도 그랬지만 그는 애초에 여자한테 관심이 없었다. 다만, 여성에게는 거기가 없다는 말에 정말일까 생각하던 와중에 그는 오늘 처음으로 그것을 확인해 신기하단 생각만이 들었을 뿐이었다. 곧이어 그녀들의 풍만한 가슴굴곡 사이로 양쪽팔이 묻히자 마자 근육이 기분좋은 비명을 질러댔다. 정말이지 어린나이에 실전 경험도 풍부하지 못한 사내가 진짜 노회한 초고수 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듯이 지지고 볶는데 그녀들은 항복했다.



"그러지 마시고."


"그래요~ 자 안으로 드세요."



마치 자신들에게 무슨 힘이 있느냐 하는 그 모습은 절박하기 까지 했다. 여자란 이렇게 다루기 쉽고 웃긴 존재였나? 여자라고는 그녀들과 마을 처녀 몇명을 제외하고는 만난 적도 없는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또다시 피식 웃었다. 방금 전 독기를 품은 목소리와는 다르게 봄볕처럼 사근사근한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래볼까?"



흑월영의 말에 그녀들의 얼굴에 안도감이 흘르고 그의 팔을 이끌어 아미파의 문앞에 이르러 외쳤다.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문 좀 열어주십시오 사매."



그녀의 목소리에 문이 열리며 아미파 제자 한명이 뛰쳐 나오며 양쪽 팔을 붙들린 남성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한 손님이라더니 남자인가요?"



그녀의 물음에 재깍 다른 여인이 전음을 보냈다.



'어쩌면 무림의 노회한 고수인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손도 못써보고 당했으니까'



전음을 받은 아미파 여제자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라고 말했다. 가끔 아미파에 귀한 남자 손님이 오실때를 대비한 전각으로 안내하자 곧이어 술과 음식이 튀어나왔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 뒤 코빼기도 보이지 않게 달아난 그녀들을 향한 눈길은 어느새 눈앞의 광경에 빼앗겨 있었다.



"꽃밭에 깔린 초록빛깔 하며 이 화려한 전각 보게 게다가, 눈앞에 놓인 고기 음식과 술. 이것이 정말 아미파?"



아미파 치곤 엄청난 사치에다가 심지어 금식인 고기와 술까지 놓이다니?



"아무래도 세상 적응하느라 아미파도 힘들었나 보군."



그는 고기한점을 떼어먹었다. 그 순간 팍 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맛이 한약에다 풀맛이야? 고기 맞어? 약올리려고 이상한 거 가져온 건가?"



고기로 둔갑한 한약재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씹히는 이 연한 감촉이 진짜이니 뭐라 할수도 없는 답답함에 이내 포기하고 먹기로 했다.



"설마 술도?"



다행히 술은 꽤나 질좋은 품질의 술이었다. 그거 하나에 안도하며 술병을 비워나가고 바닥이 드러날랑 말랑 할 순간에 아까 그녀들이 사라졌던 방향에서 선녀옷을 입은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 두명이 좌우측에서 호위하는 천상의 미녀 같은 백의경장을 입은 여인이 나타나 그를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아미파에 잘 오셨습니다."


"누구신지?"


"아, 참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 아미파의 장문인 유아영이라고 하옵니다."



헛, 자신의 정체도 밝히지 않았는데 자신이 무슨 대단한 거라고 아미파 장문인이 행차한 것인가? 하지만 내심 기분이 좋아진 흑월영은 기분이 좋아져 복면을 벗으며 시원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미소가 어디 보통 미소인가? 복면을 벗자 예상을 초월한 미남자인 그가 보여준 웃음에 호위를 위해 왔던 두 여인이 황홀한 표정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장문인은 50년전 혈전도 기억하고 있는 여인이다. 80살에 다다른 그 나이는 젊은 남자가 보여주는 미소라고 해서 쉽게 꺽이지 않았다.



"그런데 대협의 나이는 어떻게 되시는 지요?"


"아, 저도 소개를 해야겠군요. 이거 이거 아미파 장문인께 큰 결례를 끼쳤습니다."



흑월영은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다.



"성은 흑 이름은 월영. 흑월영 이라고 하옵니다. 나이는 올해로 18세 이고요."


"굉장히 젊은 나이시군요."



유아영은 그가 나이를 속이고 어린청년 행새나 하려는 노고수인줄 착각하고 속으로 혀를 찼으나, 겉으로는 기분 좋은 미소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러나 이미 그에 대한 관심은 끊긴 지 오래였다. 노고수를 상대로 추파를 던질 위인이 아니었고, 그 원인으로 그녀는 다른 아미파 사람 들과는 달리 자존심이란게 드세디 드센 문주였다.



"그럼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하시고, 푹 쉬다 가시길 바랍니다."


"아니, 어차피 이슬이나 피할 요령으로 왔는데요 뭐, 하하하하!"



그 대화를 끝으로 아미파 장문인이 돌아간 뒤 흑월영 역시 날이 늦었는지라 숙소로 들어가 푹신한 침대에 몸을 누이며 잠을 청했고, 새벽에 일어나 아직 지지 않은 만월을 벗삼아 다음날 아침 일찍 장문인 유아영을 찾아 인사를 드린 뒤, 아미파를 벗어나고 사천을 벗어났다.



"이 속도라면. 입학식 전에 도착하겠군!"



신강 지역으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곤륜산 까지 가려면 길이 멀었다.



"에구 멀다!"



말과는 달리 이미 그의 경공은 순식간에 바람을 스치며 날아가는 절정에 이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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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말도안되는 자칭 신무협의 전개입니다. 실제로 다른 소설가들은 이렇지 않지요 ㅇㅅㅇ;;;;;


 


일단 초스피드로 끝내자는 마음에 씁니다;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인공인 흑월영의 시점에서만 대부분 이야기를 맞춰나가도록


 


불철주야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