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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기타 시계 진단법

2010.09.03 05:42

idtptkd 조회 수:410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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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미리 미리 준비를 해놔야한다. 안 그러면 방금 나처럼, 아침에 떠놓고는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물을 별 생각 없이 마시고 있는 사태가 발생한다. 요새 들어서 CHECK LIST를 쓴다. 우연히 생겨먹은데다가 포스트잇 형태라서 쓰기 편해서 쓴다. 나름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면서도, 그 일만은 피하면서 여러 일을 하는 느낌도 든다.
 근데 가장 문제인 것은, 아침에 CHECK LIST를 만들었음에도, 또 잊어버리고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는 ‘건망증이 심해졌다’라고 말을 했지만, 주변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오늘, 안과 검진하는 김에 다른 것도 검사받아보자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붙들려 갔다.
 무슨 내가 술 취한 사람도 아니고, 흰 줄을 똑바로 걸어보라느니, 체력 검사를 시행하는 거다. 그래, 뭐 건강검진 정도로 생각하자. 다 하고는 신체 나이가 나올 테니까. 그 때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흠.
 내가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쉬는 동안, 또 다른 진료실로 불려갔다. 나는 투덜거렸지만, 동행은 ‘그래도 너무 걱정된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xx씨.”
“네, 안녕하세요.”
 나는 다른 의사들처럼 가슴에 붙은 명찰이 없나 살폈지만, 가운을 벗은 의사 양반에게 명찰 따위는 없었다. 나는 불편한 심기를 얼굴로 드러냈다.
“이 검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나요?”
“당연하죠. 시간 낭비예요.”
 그리고는 진료실 안을 둘러봤다. 의사 양반이 생긴 건, 어디 산에서 튀어나올 느낌인데, 방 안을 잘 정리되어있었다. 이래서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른 건가. 특히 다른 병원 시계들과 달리 아기자기한 고양이 모양의 시계는 인상적이었다.
“시계를 보고 계시네요.”
 벌써 나를 무슨 환자 취급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좀 쳐다봤기로서니. 검사 할 거면 빨리 시작하지, 내가 진료실을 관찰한 것처럼 나를 관찰하는 모양이다.
“네, 우리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품이 시계거든요.”
“무슨 일을 하시죠?”
“수공예품을 팔고 있어요. 그렇지만, 기능이 있는 장식품만 팔아서, 시계가 꽤나 흔하죠.”
“그렇군요. 그러면, 시계 말고 이 종이랑 펜을 쥐어보세요.”
 무슨 어린애의 쥐기 반사라도 알고 싶은 건가. 종이를 건네받고, 펜으로는 멋지게 필기할 자세가 갖춰졌음을 보여줬다. 의사는 살짝 미소를 날렸지만, 난 그냥 무시해버렸다.
“제가 간단한 시사 질문을 하겠습니다.”
“별로, 시사는 관심이 없어서요.”
“아주, 간단한 거예요. 이번에 북한 후계자로 지명된 사람이 누구죠?”
 당신, 국가 보안법으로 신고 할 거야.
 그런 말을 할까하다가 말았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별로 관심이 없어서요.”
“그렇군요. 그러면 xx그룹 초대 회장 이름을 아나요?”
“애석히도, xx그룹에 근무하는 친척이나 친구가 없어서요.”
“그러면, xxx당의 대표가……”
 나는 당장 펜을 내 던지고 싶은 느낌이었다. ‘그런 질문은 신입사원’에게 하란 말이다. 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거지?
 내가 인상을 제대로 구기고 있자, 의사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내가 비협조적이라는 걸, 이제야 안 모양이다. 의사는 갑자기 시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귀여운 시계죠?”
“그렇네요.”
“선물 받은 겁니다.”
 자랑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고매한 의사 양반 취향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내가 얼빠진 표정으로 쳐다보자, 의사는 내가 쥐고 있던 종이를 툭툭 건드리며 가리켰다. 말로 하라고, 나 한국말 할 줄 아니까.
“그러면, 시계를 좀 그려주실래요? 숫자랑 시침하고 분침은 빼고요.”
“뭐, 그림에 대해서는 꽤나 소질이 있어서.”
 그림으로 심리를 파악하는 그런 테스트인 모양이다. 하도 내가 비협조적이니까, 이런 식으로 방법을 바꾼다는 거지? 근데, 이런 건 어린애한테나 하는 게 아닌가?
 그래도 시계를 보면서 열심히 그렸다. 나름 간단하게 그리는 건데도, 명암을 주기도 했다. 왜냐면 동그란 시계 밖으로 나온 귀는 확실히 시계판보다는 뒤쪽에 있으니까. 내가 멋지게 그림을 그려내자, 의사도 ‘잘 그리네요’라고 칭찬을 했다. 나는 속으로 ‘그래서 잘 그린다고 했잖아’라고 대답해줬다.
“그러면 이제 시계를 보지 말고, 4시 45분을 그림에 표시해주세요.”
 뭐지, 이건?
 나는 우선 적지 않은 숫자를 적으려고 했다. 숫자가…….
“4시 45분이요?”
“네. 반드시 시침과 분침으로 표시해주세요. 시침은 애매해도 괜찮아요.”
 애매하게 그리면 여태껏 잘 그린 그림이 이상하잖아! 근데, 그 전에 지금 시간이 4:45인가?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러면서 나는 그림을 내려다봤다. 천천히 펜을 내렸는데, 이상하게 움직이지가 않았다. 4시 45분. 45분. 45분? 4-5. 4와 5…….
“역시”
 의사의 말에 고개를 드는 순간, 의사는 4와 5사이에 머물고 있는 긴 분침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는 여태껏 바보짓을 하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말을 하기 시작했다.“보통 이 병의 환자들은 시계를 잘 그리지 못 합니다. 특히 숫자와 시침과 분침을요. 지금 시간이 4시 45분입니다. 시계를 보면 알겠지만, 분침은…… 숫자 9에 가있죠.”
 내가 멍하니 다시 시계를 올려다보자, 정말 그랬다. 숫자 9에 가있었다. 나는 그림을 봤다. 4에 몰려있는 시침과 분침. 게다가 숫자도 몇몇 개는 위치가 아예 달라있었다. 이상하다. 나를 놀리려고 하나? 위기 순간 대처능력을 테스트 하나? 일부러 집중을 다른 곳에 하게 한 다음에 시계를 바꿔치기하는 건가? 이건 도대체 무슨 테스트지?
“알츠하이머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테스트를 저희는 권해드리고 싶습니다만.”
 의사의 말에 갑자기 화가 났다! 시계를 좀 못 그렸거니, 그런 취급이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가서 동행을 부르려는 순간, 나는 문고리를 잡고는 멈춰 섰다. 그러고 보니…… 나, 여기 누구랑 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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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단까지'만' 실화입니다.


제 상황이 요새 좀 그렇거든요;;


 


개강했더니, 한가한 듯 바쁜 듯, 한가해서


묘한 기분입니다-_-;;;